2017-04-13 인도의 화폐개혁 실험에서 얻은 교훈 Bhaskar Chakravorti

인도는 통화 정책과 정치의 기적을 달성했을까?

인도의 화폐개혁 이야기 속의 사건들을 살펴보자. 2016 11, 세계에서 가장 큰 민주주의 국가인 인도 정부는 부패근절을 목표로 하는 경제정책을 단행했다. 리스크도 컸지만 기대되는 효과도 컸다. 이 정책에 따라 고액권 화폐의 사용이 중지됨에 따라 하룻밤 사이에 유통 중인 현금의 86%가 무효화됐다. 경제활동의 90%를 현금에 의존하는 인도에서는 대혼란이 펼쳐졌다. 필자가 당시에도 얘기했듯이, 정책 자체도 문제가 있었고 그 실행 과정은 더 큰 문제였다.

 

그로부터 4개월이 지났고, 몇 가지 명확한 문제가 드러났다. 비록 부정부패를 줄이는 효과가 있었는지는 아직 지켜봐야 하지만, 최근 주 의회 중간선거 결과는 임기 중반을 맞은 나렌드라 모디 총리 정부의 손을 들어주었다. 이는 전례 없는 화폐개혁 정책에 대한 국민투표의 성격을 지닌 선거였다.

 

비록 노래도, 춤도, 의상교체도 없었지만, 이러한 일련의 사건들은 화려한 판타지로 유명한 발리우드 영화에서나 일어날 법한 일이었다.

 

인도의 화폐개혁 실험은 현금, 부정부패, 데이터, 그리고 디지털경제에 대한 중요한 생각거리를 던져주었다. 몇 가지 새로운 시사점을 생각해보자.

 

화폐개혁은 부패를 근절하기 위한 최고의 방책이 아니다.

이 극단적인 화폐개혁의 원래 목적은 불법적으로 취득했거나 세금을 내지 않으려 신고하지 않은 돈에 의해 굴러가는 소위지하경제의 양성화였다. 지하경제는 인도 경제의 심각한 장애물이었다. 최근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2013년에는 인구의 1%만이 소득에 대한 세금을 납부했다. 화폐개혁 정책에 따라 2016 12 30일까지 500루피와 1000루피 화폐를 은행에 예금할 수 있는 유예기간이 주어졌다. 이 기간 동안 예금되지 않은 화폐는 이후 통용이 금지됐다.

 

블룸버그 보고서에 따르면, 마감기한인 12 30일까지 은행으로 149700억 루피( 2200억 달러)가 회수됐다. 이는 해당 화폐들의 총 유통량인 154000억 루피의 97%에 해당한다. 회수된 화폐의 실제 가치에 대해서는 여전히 공식적인 확인이 필요하지만, 어쨌든 유통화폐의 대부분이 회수됐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회수된 화폐를 정리하고 진위여부를 확인하는 데에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다. 지금껏 세무당국에 신고되지 않은 자산 중 큰 부분이 은행으로 예금될 수 없을 것이며 이로 인해 많은 지하경제 참여자들이 재산을 잃을 것이라는 예측이 있었지만, 예상 외로 이렇게 높은 회수율이 나왔다. 이런 일이 일어난 한 가지 이유는 불법적인 재산을 보유한 사람들이 머리를 잘 썼기 때문이다. 그들은 합법적이든 아니든, 재산을 은행으로 집어넣을 수 있는 수많은 방법을 찾아냈다.

 

전 미 재무장관 래리 서머스가 얘기했듯이, (100달러나 500유로 지폐처럼) 사용빈도가 낮은 고액 수표권의 유통을 금지시키는 것은 괜찮았을 것이다. 그런데 인도 정부가 유통을 금지시킨 500루피와 1000루피 지폐는 인도의 전체 화폐 유통량의 86%를 차지한다. 그러나 이처럼 널리 사용되는 화폐의 유통 금지는 빈곤층을 비롯한 모든 사회경제적 계층의 사람들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

게다가 부패한 사람들은 부정한 방법으로 모은 재산을 현금으로 보관하지 않는다. 은닉된 자산의 극히 일부만이 현금이다. 소득세 조사에 대한 분석에 따르면, 인도인들의 은닉 자산은 2015-2016 연간에 가장 많이 적발됐다. 그 중 현금은 약 6%만을 차지했고 나머지는 사업체, 주식, 부동산, 귀금속, 또는베나미”(차명) 자산에 투자됐다.

 

일부 법률 전문가들은 화폐개혁이 위법이라고 주장해왔다. 그들의 말에 따르면, 전격적인 화폐유통 금지 정책은 공공채무자인 정부가 개인 채권자의동산(動産)”을 상응하는 보상 없이 박탈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부정부패를 근절하려면 채찍과 당근을 활용하여 장기적으로 문화적, 제도적, 행동적 변화를 이끌어내는 정책이 필요하다. 급진적인 화폐개혁과 같은원샷정책은 효과가 없다.

 

전자 결제 영역에서 나타난 혁신과 창의성

화폐개혁 기간 중 의외의 승자로 떠오른 것은 전자지갑(전자결제) 사업자들이다. 17000만 명이 사용하는 시장선도업체 페이팀(Paytm)의 경우, 화폐개혁 시기 동안 트래픽은 435%, 사용건수와 거래액은 250%가 증가했다. 2016년 초 기준으로 인도 인구의 17%가 스마트폰을 보유했고 최소한 이들은 전자지갑 서비스를 더 많이 사용하게 된 것이다.

 

또한 이 시기에 정부의 혁신적인 역량이 발휘됐다. 정부가 개발한 전자결제 어플리케이션 BHIM을 활용하여 은행계좌 간의 송금이 가능해졌다. BHIM 사용자들은 12자리 숫자의 고유한 아드하르(Aadhaar) 아이디를 입력하는 것만으로도 돈을 보낼 수 있다. 이렇게 손쉽게 사용가능한 BHIM은 일반 폴더폰에서도 작동하여 굳이 인터넷 기반의 스마트폰이 필요하지 않다. 다시 말해 BHIM은 모든 사회적 계층을 아우를 수 있는 어플리케이션이다. 따라서 지속적인 개발을 통해 거대한 인도 시장 전체로 확장해나갈 가능성이 충분하다.

 

또한 정부는 주유소, 병원, 대학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4500달러 이상의 거래에 대해 전자결제를 의무화하려는 계획도 가지고 있다. 인도철도공사는 온라인으로 예약한 티켓에 대해서는 서비스 수수료를 부과하지 않는다. 정부도 POS 기계와 지문인식기로 결제된 거래에 대해서는 세금을 부과하지 않는다.

 

몇 가지 실수를 빼면, 이런 정책들은 전자결제 분야와 사용자 친화적 기술 생태계의 활력소 역할을 했다.

 

데이터 품질과 맥락은 여전히 의미 있다그것도 아주 많이

인도중앙통계청(CSO)의 공식 발표에 따르면, 2016 4분기 인도 경제는 7%의 성장률을 보였다. 7%라는 수치는 화폐개혁 이전에 실시한 통계청의 예측 결과와 정확하게 일치한다. 이 결과는 화폐개혁의 영향으로 인해 현실 경제에서 대규모의 폐업, 해고 및 프로젝트 연기가 나타났음에도 불구하고, 수치상으로는 화폐개혁이 경제에 아무런 영향이 없었다는 모순된 의미를 지닌다.

 

통계청의 자료에는 몇 가지 문제점이 있다. 첫째로, 추정치가 작성된 시점과 실제 자료가 수집된 시점이 다르다. 대부분의 통계 추정이 과거 자료를 활용해 개발된 모델에 기반했기 때문에, 화폐개혁과 같이 변칙적인 사건이 발생했을 때는 신뢰도가 떨어진다. 둘째로, 비공식 부문이 경제통계 조사 결과를 왜곡한다. 한 추정에 따르면, 비공식 부문은 인도 전체 생산의 45%, 고용의 94%를 담당하지만 비공식 부문에 대한 신뢰할 만한 자료는 얻기가 어렵다. 게다가 비공식 부문의 거래는 주로 현금에 의존하고 있어서 화폐개혁으로 가장 큰 타격을 입었다.

 

마지막으로, 인도는 신뢰할만한 소비 측면의 통계자료가 없다. 그래서 통계학자들은 가계소비 추정을 위해 생산 측면의 수치를 차용한다. 하지만 이런 수치들은 상장된 회사들의 자료만 포함하고 있어서 화폐개혁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받은 비상장사와 비공식 제조업자들의 부가가치가 과소평가된다.

 

2016 4분기의 데이터를 살펴보자. 상업용 자동차 생산량, 철도 운송, 서비스 세금 수입, 가전제품 매출이 감소해서 예상 GDP 성장률도 7%에서 6.4%로 낮아졌다. 또한,

          빠르게 변화하는 소비재 산업에서 1%-2%의 매출 감소가 있었다. 소비재 산업의 선도기업인 힌두스탄유니레버(HUL)와 네슬레에서 매출과 순이익의 급격한 감소가 나타났다. BW Disrupt에 따르면, 힌두스탄 유니레버의 매출 규모는 4% 감소했다.

          우기(雨期) 동안 비가 적당히 내려 농업 생산에 도움이 됐음에도 불구하고 농사용 트랙터 판매는 크게 늘지 않았다. 닛케이아시안리뷰에 따르면, 전분기에 28% 증가한 매출 규모가 10-12월 사이에는 18%만 증가했다.

          승용차 판매 연간 성장률도 전분기에는 18% 였지만 4분기에는 1% 성장에 그쳤다. Scroll.in의 보고에 따르면, 인도 최대 자동차기업인 마루티는 3분기 승용차 판매가 18.4% 증가했지만 4분기는 3.5% 성장에 그쳤다.

          스쿠터와 같은 이륜차의 경우, 2016 12월의 매출이 전년도 12월 대비 22% 감소했다. Business Standard에 따르면 이와 같은 감소는 1997년 이후 가장 큰 월간 감소율이다.

현금성 거래는 개별적이어서 정확한 데이터 수집이 불가능하므로, 공식적인 경제통계만 가지고는 실제 현실을 파악하기 어렵다.

 

“큰 메시지의 중요성은 계속 커진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인도 국민은 통화예금비율, 현금성 불법자산 비율, 복잡한 GDP 성장률 계산공식 등과 같은 서류상의 기준으로 모디 정부의 정책을 평가하지 않았다. 화폐개혁 때문에 모든 인도 국민들은 어떤 형태로든 혼란과 불편함을 겪어야만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보통 사람의 편에 서서 부정부패와 싸우고 있다는 메시지가 그들에게 가장 호소력이 있었다.

 

화폐개혁 정책의 타당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에게 모디 총리가 직접 대답한 바 있다. 웃타르프라데시 주에서 선거운동을 할 때였다. “한 편에는 하버드 교수들의 발언을 근거로 화폐개혁에 반대하는 무리가 있습니다. 또 다른 한 편에는 경제를 발전시키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가난한 청년이 있습니다.”

 

3 11, 모디 총리가 이끄는 정당은 웃타르프라데시 주 선거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었다. 우리가 빅데이터 시대의 도래를 자축하는 동안, 어쩌면 가장 중요한 결정은큰 메시지가 내리는 것일 수 있다. 거대 담론의 승리는 영국, 미국, 그리고 이제는 인도에서 일어나고 있다. 정치인이 대중의 이익을 위해 싸우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면, 데이터나 역사적 사례 등 사실에 기반한 요소들은 선거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결론적으로, 메시지는 데이터를 이긴다. 이것이 인도의 화폐개혁 스토리의 시사점이다. 아마도 발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 줄거리로 써도 충분해 보인다.

 

 

Bhaskar Chakravorti는 터프츠대 플레쳐 스쿨의 국제 경영 & 재무 선임학과장이며, 국제적 맥락 속에서의 경영을 위한 플레쳐 연구소의 창립 이사이다. 그는 빠른 변화의 느린 속도의 저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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