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7-8월(합본호) 3D프린팅 전략 매뉴얼, 적층제조를 활용한 6가지 비즈니스 모델 리처드 A. 다베니(Richard A. D’Aveni)

3D프린팅 전략 매뉴얼

적층제조를 활용한 6가지 비즈니스 모델

리처드 A. 다베니

 

 

IN BRIEF

발전상

그동안 적층제조 기술은 계속 발전해 왔다. 공급자 생태계는 확장됐고 사용할 수 있는 재료도 늘어났다. 이는 곧 3D프린터가 전보다 한층 다양한 제품을 훨씬 대량으로 생산해 합리적인 가격에 공급할 수 있게 됐다는 의미다.

 

기회

드디어 적층제조 기술은 주류에 진입할 채비를 마쳤다. 3D프린팅은 전통적인 제조방식과 비교해 경쟁력을 갖췄고, 정교한 고성능 구조를 만들어낼 수 있으며, 서로 다른 제품들로 전환해 가며 생산할 수 있다.

 

시사점

기업들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과 전략을 고려함으로써 기회를 활용하고 3D프린팅을 사용하는 경쟁사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해야 한다.

 

 

 

적층제조additive manufacturing 즉 ‘3D프린팅’의 새로운 시대가 성큼 다가왔다. 이런 변화는 이 기술의 채택과 기업이 활용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에 관해 중대한 시사점을 던져준다. 필자가 3D프린팅 분야에 대해 HBR에 마지막으로 기고한 후 3년이 흘렀다.(2015 5월호 ‘3D프린팅 혁명’ 참조) 그동안 3D프린팅의 성능은 계속 발전해 왔다. 사용할 수 있는 재료가 늘어났고 공급자 생태계도 확장 중이다. 이에 힘입어 러닝화 바닥창과 같은 소비재에서 터빈 날개 등 산업재까지 전보다 한층 다양한 제품을 훨씬 대량으로 생산해 합리적인 가격에 공급할 수 있게 됐다. 기술이 발달하면서 맞춤형 제품 생산과 시장 수요에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는 능력도 전례 없이 향상됐다. 그 결과, 3D프린팅을 적용하는 분야가 넓어졌다. 시제품 제작과 전통적인 기계·도구 생산 등 기존의 제한적 용도를 넘어 적층제조가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산업이 늘고 있다.

 

이는 전략적 차원에서 3D프린팅이 경쟁요소로 완전한 모습을 갖춰가고 있다는 의미다. 기업은 적층제조 기술을 활용해 시장에서 선두 자리를 사수하거나 지배적인 경쟁자로부터 주도권을 빼앗을수 있다. 다른 산업용 제품도 생산할 수 있는 3D프린터의 장점을 활용해 비즈니스를 다각화할 수도 있다. 결국 경영자는 3D프린팅의 범위와 잠재력을 이해하고 가까운 미래에 어떤 기회가 열릴지 판단해야 한다. 이 글은 그런 미래에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안내서다.

 

최근의 발전상

적층제조의 확산을 촉진하는 획기적 변화에는 무엇이 있는지 먼저 살펴보자. 기술이 발달하면서 효율성이 월등히 향상됐고, 그에 따라 3D프린팅의 응용 분야도 넓어졌다. 새로운 3D프린터는 전보다 훨씬 빠르고 저렴하게 제품을 생산한다. 그렇게 나온 산출물은 초기 3D프린터를 사용할 때보다 마무리 작업에 손이 덜 간다. 이런 기술 발전 중 몇 가지를 살펴보도록 하자.

 

더 빠르고 정확한 프린터헤드.주로 플라스틱 제품을 만드는 데 사용된다. 최신 프린터헤드는 3년 전 속도에 비해 12배에서 25배까지 향상됐다. 여러 플라스틱 제품 생산에서 전통적인 사출성형

방식과 어깨를 겨룰 정도가 됐다.

 

더 빠른 분말적층powder deposition.결합제와 접착제를 사용하는 새로운 분말 분사 시스템은 금속과 플라스틱 제품용 정밀부품을 레이저 기반 프린터 보다 80~100배 빠른 속도로 만들어낼 수 있다. 똑같은 부품을 생산하더라도 레이저 기반 방식은 평균 40 달러가 들고 몇 시간이 걸리는 반면 분말분사 시스템은 평균 생산비가 4달러에 불과하고 몇 분만에 뚝딱 만들어낸다.

 

연속액체계면생산CLIP·Continuous Liquid Interface Production.플라스틱 물체는 한 층씩 쌓아 올리지 않고 수지 탱크로부터 연속적으로 뽑아내는 방식으로 만든다. CLIP 방식은 적층 방식보다 느리고 비용도 많이 든다. 하지만 대량으로 생산하는 경우에는 여전히 경제성이 있다. 마무리 작업이 쉽고, 정밀부품 생산에 더 적합하며, 사용 가능한 재료가 다양하다는 장점도 있다.

 

전자 임베딩Electronics-embedding 기술.새로운 3D프린터는 전자회로와 안테나, 센서 등 부품을 대상체의 표면에 직접 찍어낼 수 있다. 그렇게 하면 조립할 필요가 줄고 제품 내부에 공간도 더 생긴다. 제품 전체의 전자적 결합도가 개선되면서 제조 시 낭비가 줄어들고 품질은 향상된다. 3D프린터의 정밀도가 정말 높아지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organic lightemitting diode) 디스플레이를 생산하는 데 사용할 수도 있다.

 

재료가 획기적으로 개선되면서 이런 기술 발전의 효용은 배가됐다. 제조기업이 선택할 수 있는 재료는 훨씬 다양해졌다. 제트엔진 부품용 하이테크합금 등 까다로운 성능 조건을 만족해야 하는 제품도 사용할 수 있다. 유리섬유, 탄소섬유, 탄소나노튜브 등으로 보강한 플라스틱처럼 매우 견고한 복합물은 여러 분야에서 금속을 대체할 수 있다. 이런 재료는 대부분 다수 판매자로부터 조달할 수 있다. 따라서 굳이 3D프린터 제조업체가 고가로 끼워 파는 재료를 구입하지 않아도 된다.

 

적층제조 산업의 생태계가 폭넓게 확장되면서 기업들도 신기술 도입이 쉬워졌다. 3D프린터 생태

계에는 이제 프린터 제조업체와 재료 공급자 외에도 임대용 프린터, 컨설턴트, 소프트웨어 공급 업체, 품질관리 스캔 시스템까지 들어와 있다. 생태계 참여자들은 스타트업에서부터 지멘스, 다소시스템Dassault Systèmes, 다우듀폰 DowDuPont등 글로벌 대기업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3D프린팅 분야는 선순환 단계에 들어섰다. 생태계가 커지면서 응용 분야는 넓어졌고 비용은 떨어졌다. 그 효과로 3D프린팅 기술을 도입하는 제조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당연히 더 많은 참여자가 생태계에 뛰어든다.

 

3D프린팅이 내걸었던 약속은 지금 현실이 되고 있다. 연간 생산 가능 물량이 수만~수십만 개에 이르면서 전통적인 제조방식과 경쟁할 만한 수준에도달했다. 공장은 최적화 소프트웨어를 사용해 생산을 조절할 수 있다.(생산량 수정 또는 생산품목 변경) 제품을 저렴한 비용으로 즉각 업그레이드 할 수도 있다. 전통적 공장에서는 시설을 확장하거나장비를 교체하려면 가동을 중단해야 했다. 조립라인을 변경하려면 큰 비용을 감수해야 하기도 했다. 적층제조는 그럴 필요가 없다. 3D프린팅의 장점은 더 있다. 전통적 제조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하는 철삭이나 성형(사출성형) 기법으로는 만들 수 없는 세밀한 제품을 만들 수 있다. 기존 제조장비보다 자

본 집약적인 성격도 훨씬 덜하다. 100만 달러도 안 가는 3D프린터가 2000만 달러를 호가하는 기계를 대체해 버릴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소규모 생산 현장 여러 곳을 고객 가까이에 재배치하는 방안에도 타당성이 생긴다.

 

BMW나 보잉, 일본 대기업 스미토모 등 탄탄대로를 걷고 있는 여러 분야의 기업이 3D프린터를 대량으로 구입하거나 아예 3D프린터 제조업체를 인수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GE 3D프린터 사용을 넘어 판매를 목표로 하고 이 분야에 공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지금까지 3개의 3D프린터 제조업체를 인수했고 프린터를 제어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

 

새로 등장한 모든 기술이 그렇듯, 학습이 일어나면 현재의 응용 수준이 진화해 전혀 다른 양상으로 변모할 수 있다. 그 과정에서 시행착오는 불가피하다. 하지만 현재 광범위한 투자가 일어나고 있으며 여러 비즈니스 모델이 상용화되는 가운데 있다는 점에서 거의 모든 제조 기업은 3D프린팅을 고려해야 한다.

 

떠오르는 비즈니스 모델들

이런 발전상을 고려할 때, 대량제조 기업은 어디에서부터 시작해야 할까? 가장 중요한 결정은 비즈니스 모델 선택이다. 지금까지는 여섯 가지 모델이 등장했다. 처음 세 가지 모델은 적층제조가 전통적 제조에 비해 제품 다양화에 우월하다는 점을 이용한다. 네 번째와 다섯 번째 모델은 정밀한 제품을 생산할 때 3D프린팅이 주는 이점을 십분 이용한다. 여섯 번째 모델은 적층제조 기술이 제공하는 효율성을 활용한다. 이들 비즈니스 모델은 B2B B2C기업에서 모두 적용할 수 있다. 실제 활용도에서 일부 모델이 더 앞서 있기는 하다. 하지만 여섯 가지

모델 모두 현 시점에서 3D프린팅의 가능성이 어디까지 왔는지 보여준다.

 

대규모 맞춤화

MASS CUSTOMIZATION

이 모델을 사용하면 고객의 요구에 따라 극도로 다양한 제품을 만든다. 이를 통해 개별 구매자의 요구나 개성을 모두 반영한 고유의 제품이 나온다. 맞춤화 과정도 간단하다. 고객별 디지털 파일을 3D프린터에 업로드만 하면 된다. 디지털 기술의 효율성과 정밀함 덕분에 기존 방식보다 생산비는 적게 들이면서도 개인이 요구하는 사양을 더 정확하게 맞춰 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

 

대량 맞춤화는 고객이 기존 방식으로 생산한 획일적인 제품에 만족하지 않으며 쉽게 고객 정보를

수집할 수 있는 대형 시장에 적합하다. 대량 맞춤화 모델을 적용한 사례는 많다. 보청기, 치열교정기, 인공보철, 선글라스, 자동차, 오토바이 액세서리, 크리스마스트리 장식 등이 그 예다. 보청기의 경우,환자의 귀를 레이저로 스캔한 데이터가 자동으로 제조파일로 변환되고 프린터가 셸이라 부르는 겉형체를 만든다. 전자장치는 따로 조립해야 한다. 하지만 이제 셸에 직접 프린트할 수 있는 기술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이 또한 곧 개선될 것이다.

 

대량 맞춤화 모델은 전체 산업에 엄청난 속도로 파급력을 미칠 수 있다. 대량 맞춤으로 보청기 생산의 패러다임이 바뀐 지 1 년 반이 흘렀다. 그 동안 몇 몇 보청기 제조사는 파산하는 운명을 맞이했다.

 

이 모델의 주된 도전과제는 개인정보 수집비용을 줄이는 것이다. 보청기 제조사들이 우선 필요로 했던 것은 청능사audiologist가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스캐닝 장치였다. 이 경우, 고객은 기꺼이 청능사에 게 가서 청력 측정에 응했다. 이와 대조적으로 맞춤형 인체 보조구와 신발창 구매자들은 측정을 위해 비싼 돈을 들여 발 전문의podiatrist를 방문하기를 꺼려했다. 이 분야에서 혁신을 주도했던 솔스 시스템스 SOLS Systems도 이런 이유로 독자적인 행보를 펼치기 어려웠고, 2017년 다른 신발 제조사인 에이트렉스 월드와이드Aetrex Worldwide에 인수됐다. 그런데 자기 발에 대한 정보를 측정할 수 있게 해주는 스마트폰 앱이 등장하면서 정보 수집의 장애물을 극복 중이다. HP는 매장에 비치할 수 있는 3D스캐닝 솔루션인 핏스테이션FitStation을 개발했다.

시장은 이제 도약할 일만 남았다.

 

대규모 다양화

MASS VARIETY

이 모델은 취향이 서로 뚜렷하게 다르지만 개인 맞춤형 제품까지는 필요치 않은 고객을 타깃으로 삼는다. 제조업체는 개인정보 수집 단계를 건너 뛸 수 있다. 저렴한 가격에 다양한 옵션을 제공할 수도 있다. 고유한 개별 제품을 생산한다는 점에서는 대량 맞춤화 모델과 동일하다.

 

예를 들어 일부 주얼리 제조기업들은 몇 가지 기본 디자인에서 수백, 수천 가지 변형된 디자인

을 파생시켜 온라인이나 오프라인 매장에 선보인다. 전시용 제품들은 모조 금이나 은으로 만들며

속이 텅 비어 있다. 소매업자들은 실제 고객 수요가 발생할 때까지 기다릴 수 있다. 판매를 확신할 수 없는 제품을 대량으로 보관하느라 막대한 재고비용을 부담하지 않아도 된다. 예를 들어보자. 소매업자는 주문이 들어오면 셰이프웨이즈Shapeways와 같이 자신이 계약한 3D프린팅 제조업체에 판매용 귀금속 생산을 요청할 수 있다. 디자이너에게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주문하거나, 아예 3D프린터를 구입해 내부적으로 생산할 수도 있다.

 

 

대량 다양화 모델의 주된 도전과제는 선택의 폭을 관리하는 것이다. 고객에게 제공하는 선택 폭을 넓히면 시장을 확장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선택할 수 있는 종류가 너무 많아도 고객은 혼란스러워 할 수 있다. 아무리 3D프린팅이라고 해도 새로운 디자인을 추가할 때마다 비용은 발생한다. 제조기업은 시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거나 머신러닝을 활용해 소비자가 무엇을 원하는지 지속적으로 감지하고 이에 대응해야 할 것이다. 더불어 새디자인을 재빨리 개발하면서도 유행에 뒤처져 안팔리는 디자인은 과감히 버릴 수도 있어야 한다. 기존 제조방식으로는 실행하기 어려운 주문이다. 하지만, 3D프린팅 덕분에 이제 이런 접근방식을 취하기 훨씬 쉬워졌다.

 

대규모 세그먼트화

MASS SEGMENTATION

대규모 세그먼트화는 앞서 살펴본 두 모델에 비해 다양성을 크게 제한한다. 그 대신 니즈의 편차가 적고 요구사항을 쉽게 예측할 수 있는 고객에게 제품당 수십 가지 버전만 제공한다. 이 모델은 세분화된 시장을 공략할 때 유용하다. 각광받는 B2B 제품에 들어가는 전용 부품도 여기에 해당한다. 제품의 각버전은 단일 세그먼트 전용으로 만들어진다. 다른 제품은 해당 세그먼트와 호환되지 않기 때문에 전통적인 제조업체는 세그먼트가 달라질 때마다 비싸게 새 장비를 사들여야 한다. 하지만 3D프린팅 업체는 각 세그먼트에 맞는 제품을 저렴한 가격에 제공할 수 있다.

 

특정 제품의 버전을 모두 합치면 수십만 가지에 이를 수 있다. 따라서 대규모 세그먼트화 모델은 개별 생산이 아닌 묶음batch생산 방식을 따른다.(3D프린팅이라 할지라도, 파일 업로드, 재료 변경 등에 약간의 전환 비용이 발생한다.) 하지만 프린터를 다른 제품 생산으로 전환하는 작업은 어렵지 않기 때문에, 기업은 확실히 판매할 수 있다고 판단하는 만큼으로 묶음의 수를 제한한다.

 

대규모 세그먼트 모델은 계절이나 주기를 타거나 단기에 유행하는 시장에 적합하다. 전통적인 제조기업은 이런 시장을 공략하기가 녹록지 않았다. 이들은 고객이 무엇을 원할지 수개월 전에 예측해 효율적인 생산라인을 갖추는 데 선행 투자해야 하기 때문이다. 적층제조 기업은 생산설비를 갖추는 시간과 비용이 훨씬 적게 든다. 따라서 실제 수요 발생과 멀지 않은 시점에서 생산에 자원을 투입할 수 있다. 다양한 제품을 제공하면서도, 제품이 고객의 외면을 받으면 나중에 헐값에 처분해야 하는 리스크도 피할 수 있다.

 

대규모 세그먼트 모델을 도입한 레이스웨어 디렉트RaceWare Direct의 사례를 살펴보자. 이 회사는 자전거 애호가들이 찾는 액세서리를 만드는 영국 기업이다. 다양한 핸들 장착용 거치대와 그 밖의 가볍고 오래가는 부품을 판매한다. 예를 들어 그중 GPS 기기용 거치대를 대규모 세그먼트 방식으로 생산하는데, 버전당 판매량은 수백 또는 수천 개에 불과하다. 전통적인 제조기업이라면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기 위해 모든 GPS기기와 호환되는 단일 거치대를 생산했을 것이다.

 

자동차 제조업에서 전통의 강자인 다임러도 대규모 세그먼트 모델로 단계적으로 전환해 왔다. 처음에는 3D프린팅을 사용해 구형 트럭 모델에 들어가는 예비 부품을 만들었다. 이 기술에 능숙해지자 다임러는 최신 소형 트럭에 들어가는 특수 부품을 적층제조로 생산하기 시작했다. 지원하는 세그먼트가 늘어나고 세그먼트당 판매량이 성장하면 3D프린팅은 비즈니스에서 이익을 창출하는 한 축이 될 것이다.

 

물론 도전과제도 있다. 지원할 세그먼트의 수와 각 세그먼트의 규모를 결정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세그먼트 수를 줄이면 일부 고객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겠지만 디자인과 세그먼트로의 전환 비용은 올라갈 수 있다. 특히 새로운 재료나 사양을 요구하는 경우에 비용 부담이 커질 수 있다.

 

대규모 모듈화

MASS MODULARIZATION

이 모델은 고객에게 다양한 버전의 제품을 제공하진 않는다. 그 대신 3D프린팅으로 만든 본체base unit와 본체에 바꿔가며 끼울 수 있는 모듈들을 함께 판매한다. 대규모 모듈화 모델은 주로 전자기기에 적용한다. 자동차에서 전투기, 드론까지 전자 부품이 들어가는 모든 기기에 적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지금까지 이런 방식은 군용 하드웨어와 일부 매니아용 자동차에만 적용했다. 하지만 잠재력은 상당하다. 그 예로 페이스북은 자체 가상현실 헤드셋과 기타 하드웨어의 모듈 버전을 만들기 위해 3D프린팅 스타트업인 내슨트 오브젝트Nascent Objects를 인수했다.

 

또 다른 적용 사례는 스마트폰이다. 고객은 본체를 구입해 모듈을 끼워 넣어 사용한다. 본체의 외골격은 맞춤식 인체공학 형태나 화려한 디자인으로 뽑아낸다. 사용자는 필요나 취향이 변하거나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모듈을 다르게 선택해 삽입할 수 있다. 따라서 매번 완전히 새로운 폰을 구입할 필요가 없어진다. 구글은 몇 년 전에 이런 개념의 폰을 개발하려다 포기한 바 있다. 하지만 호주 기업인 모듀웨어Moduware는 스마트폰 제조사가 본체를 설계할수 있도록 돕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 모듀웨어는 이 소프트웨어로 설계한 제품에 들어가는 모듈 들을 생산함으로써 이익을 낼 수 있다.

 

일부 분야에서는 전통적인 제조기업들도 이미 모듈화된 제품을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3D프린

팅 제품은 두 가지 면에서 우위가 있다. 첫째, 적층제조를 통해 본체를 맞춤형으로 생산할 수 있다. 둘째, 안테나, 배선, 회로까지 프린트해서 기존과 완전히 다르게 본체를 생산할 수 있다. 이 점이 더 중요하다. 조립비용은 절감하고 소형화할 수 있는 기회는 더 커진다. 제품과 통합할 수 있는 전자부품이 들어갈 공간을 만들 수도 있다. 전통적인 모듈생산 으로는 관리할 수 없는 방식이다.

 

대규모 모듈화의 주요 도전과제는 본체와 모듈에 각각 무엇을 담을지 결정하는 일이다. 그에 따라 가격과 용도가 영향을 받는다. 본체에 더 많이 포함 시킨다면 경쟁사가 제공하는 기능을 무료로 끼워 팔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자체 인터넷 브라우저를 윈도 운영체제와 함께 제공하면서 넷스케이프를 무력화시켰던 것과 같은 전략이다.



대규모 정교화

MASS COMPLEXITY

지금까지 다룬 네 가지 모델은 적층제조의 유연성을 활용해 다양한 버전의 제품을 저렴하게 생산하는 게 핵심이었다. 이 모델은 3D프린팅을 활용해 전통적인 제조방식으로는 불가능했던, 극도로 정교한 디자인의 제품을 만든다. 또한 독특한 형태를 구현하며 센서를 비롯한 다른 요소를 탑재할 수도 있다. 이를 통해 제품의 안정성을 개선함과 동시에 생산비를 절감할 수 있다. 연속액체계면생산(CLIP) 프린터로 상업용 믹서에 들어가는 노즐을 생산한 비타믹스Vita-Mix가 그 예다. 비타믹스는 이제 수만 개의 노즐을 생산한다.

 

보잉은 3D프린팅을 사용해 비행기 동체를 지지하는 벌집모양의 부품을 만든다. 정교한 구조 덕분

에 기존 부품과 똑같은 하중을 지지하면서도 재료는 훨씬 덜 들어간다. 이렇게 한층 가벼운 부품을 사용하면 연료 소비를 크게 줄일 수 있다. 아디다스는 CLIP 프린터를 사용해 내구성 좋고, 유연하며, 가벼운 래티스 구조의 러닝화용 중간창을 만든다. 너무 복잡해서 기존 기술로는 제작하기 어려운 제품이다. 아디다스는 올해 10만 켤레, 내년엔 50만 켤레를 생산하고 향후 연간 수백만 켤레까지 생산량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중간창은 기존 제품보다 달릴 때 충격 흡수가 뛰어나다.

 

새로운 디자인 소프트웨어가 등장함에 따라 적층제조는 이제 미시적인 수준에서 재료를 재구성해 다공성, 강도, 내구성, 탄성, 강성 등 속성을 개선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더 나아가 물, 화학물질, 박테리아에 대한 내구성도 더 좋아지게 만들 수 있다.

 

대규모 정교화 모델의 도전과제는 인간 상상력의 한계밖에는 없어 보인다. 제품 개발자는 전통적

인 사고방식을 탈피해 3D프린팅의 잠재력을 최대한 활용하는 제품을 설계할 수 있을 것인가? 그렇게 한다면 대규모 정교화 모델은 고성능 제품을 훌쩍 뛰어넘어 다른 영역까지 적용 범위가 넓어질 것이다. 오토데스크Autodesk, 다소Dassault등에서 제공하는 새로운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면 제품 개발자는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조차 없다. 특정한 속성값만 설정하면 컴퓨터가 성능과 비용을 최적화한 설계를 뽑아낸다. 사람이 설계하면 성능과 비용이 상충 했겠지만 이제는 그런 장애물도 극복하고 있다. 예를 들어 더 가벼우면서도 더 안전한 자동차를 만들수 있다. 기존 기술로는 도저히 나올 수 없는 매력적인 신제품을 경쟁사보다 앞서 만들고자 하는 많은 기업에 ‘생성적인 설계 generative design’는 적층제조분야로 뛰어들도록 설득하는 킬러 애플리케이션이 될 수 있다.

 

대규모 표준화

MASS STANDARDIZATION

마지막 모델은 전통적인 제조기업의 아성이라 할 수 있는 표준 대량 생산을 공략한다. 비관론자들은 3D프린팅을 소규모 생산에만 유용한 틈새기술로 치부하곤 한다. 하지만 특정한 여건만 갖춰지면 적층제조 기술을 사용해 저렴한 비용으로 표준제품을 대량 생산할 수 있다. 이 영역에서 3D프린팅 기술은 여전히 초기에 있지만 판도를 바꿔 놓을 잠재력이 충분하다.

 

영상 디스플레이를 예로 들어보자. OLED의 전통적인 제조과정에서는 값비싼 발광 전기화학 원재료의 낭비가 심하다. 현재 출시된 프린터들을 활용하면 이런 원재료를 더 정확하게 처리할 수 있기 때문에 저비용 고성능 스크린을 제조할 수 있다. 3D프린팅으로 제조한 OLED 디스플레이가 장착된 휴대전화와 기타 모바일 기기는 곳곳에서 볼 수 있다. 이 대열에 합류할 기회를 엿보는 TV 제조사들은 적층제조로 TV 디스플레이를 양산하기 위한 파일럿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대량 표준화 모델은 기술 수준이 낮은 제품에도 적용할 수 있다. 타미케어Tamicare가 만든 3D프린

팅 시스템인 코지플렉스Cosyflex는 이동하는 플랫폼에 다양한 고분자와 천연섬유 혼합물을 분사해 섬유를 생산한다. 이 완전 자동 시스템은 기존 생산방식보다 더 낮은 비용으로 완성품을 대량 생산할 수 있다. 타미케어는 아직 자체 기술을 상업화하는 도중에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결과를 보면 전망은 밝다.

 

시간이 흐르고 3D프린터의 효율성이 개선되면 적층제조는 표준제품 생산에 더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직접비용 절감 효과가 없더라도 마찬가지다. 전통적인 제조방식에는 간접비가 많이 들기 때문이다. 이해관계자가 많은 공급망은 불확실성이 크고, 자본 설비는 비싸다. 부품 조립은 복잡하고, 재고비와 운송비도 많이 든다. 적층제조는 이 모든 비용을 줄여준다. 게다가 3D프린터부터가 공작 기능을 갖춘 기존 설비보다 일반적으로 저렴하다. 대규모 표준화 모델의 주된 도전과제는 3D프린터를 제품에 얼마나 특화시킬 것인가이다. 특화 수준이 높을수록 대규모 표준화에 필요한 효율성을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된다. 하지만 특정 산업의 기업들로 고객이 제한되는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

 

 

 

인더스트리4.0의 유혹


지난 몇 년 동안 독일 정부와 일부 컨설팅기업들은 ‘인더스트리4.0
’을 홍보해 왔다. 인더스트리4.0이란 로봇, 인공지능, 사물 인터넷 등 기술 발전을 통한 제조업의 디지털화 프로그램을 말한다. 기업이 신기술을 도입해 디지털화하고 혁신하도록 유도하는 것은 나쁘지 않다. 하지만 인더스트리4.0의 일부 버전은 여전히 전통적인 자본집약적 제조기법과 공급망을 전제로 한다. 이는 좋을 게 없다. 프로토타이핑을 뒷받침하고 몇 가지 특수 부품을 만드는 역할로 적층제조의 역할을 제한하기 때문이다. 디지털화에 이렇게 점진적으로 접근하면 기존 관행을 보호하는데 급급하여 3D프린팅 활용을 극대화하는데 필요한 혁신적인 사고를 가로막을 것이다. 전통적인 설비에 막대한 투자를 하는 공장들은 제품 맞춤화, 정밀부품 생산, 조립 축소, 시장수요 변화에 따른 생산조정 등을 수행하 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결국 인더스트리4.0을 수용하는 기업들은 3D프린팅을 능수능란하게 활용하는 더 민첩한 경쟁기업들에 패배할 가능성이 크다. 인더스트리4.0 기업 중 다수는 고정비가 늘어나고 운영상 경직성이 커져서 장기적으로는 침몰하는 운명을 맞게 될 것이다.

 

 

 

전략적 행보

 

이들 여섯 가지 비즈니스 모델이 서로 배타적인 성격을 지닌 것은 아니다. 다양화와 정교화를 동시에 더 크게 추구하면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도 가능하다. GE의 제트엔진용 연료 노즐은 대규모 정교화과 대규모 세그먼트를 결합해 생산한 결과물 이다. 이 노즐은 여러 부품을 정밀하게 결합해 만들어야 하며 제트엔진 종류마다 각기 다른 모양의 노즐을 필요로 한다. 그래서 GE는 적층제조를 활용해 수십 가지 버전의 노즐을 중간 정도 물량으로 만든다. 아디다스가 3D프린팅으로 만드는 중간 신발창은 대규모 정교화 모델을 따른다. 하지만 대규모 맞춤화 모델을 적용한 생산라인을 별도로 두면서 러닝 마니아층이나 장애가 있는 특수 고객의 필요를 충족시키고자 한다. 아디다스는 고객의 취향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 제조기능을 고객과 더 가까이 두고자 한다. 일부 제조설비를 매장 내부로 재배치할 수도 있다.

 

3D프린팅 역량을 쌓았다면 다양한 경쟁 상황에 적용할 수 있다. 전통적인 생산방식에 의존하는 경쟁사에 대응할 때 사용할 수 있는 몇 가지 방법을 소개하고자 한다.

 

재적인 경쟁자 차단하기.회사가 시장에서 굳건한 위치를 점하고 있지만 특정 세그먼트에서 타사와의 경쟁에 취약하다고 가정해 보자. 이런 경우 3D프린팅을 활용해 능동적으로 제품라인을 확대해 경쟁사의 진입을 원천 봉쇄할 수 있다. 허쉬는 최근 적층제조에 투자하면서 이런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허쉬는 미국의 초콜렛 시장에서 독보적인 강자다. 하지만 외국산 고급 초콜릿 기업들의 공세로 시장점유율이 낮아지고 있다. 이들은 일반 초콜릿 시장까지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이탈리아나 벨기에의 프리미엄 초콜릿 브랜드와 경쟁하기 위해 전통적 방식의 생산라인을 신설하기엔 너무 큰돈이 들어간다. 과거 실적을 봐도 허쉬는 프리미엄 초콜릿 판매가 기대를 밑돌아 값비싼 설비에 투자한 자금조차 회수하지 못했다. 하지만 적층제조 방식을 적용하면 소형 3D프린터를 통해 경제적으로 초콜렛을 생산할 수 있다. 국가별 스타일을 반영한 일련의 레시피를 적용하기 때문에 외국 경쟁사의 세 확장을 막을 수 있다. 허쉬는 또한 이 새로운 초콜릿 프린터가 사용하기 쉬워져서 레스토랑, 빵집, 제과점에도 판매할 수 있길 바란다.

이들 채널을 통해 미국 시장에 진출하려는 경쟁사를 차단하기 위해서다.

 

선두 주자 끌어내리기.회사가 업계 선두 주자와 힘겹게 경쟁 중이며 그 1위 업체는 표준화된 제품 몇 가지만 시장에 내놓고 있을 뿐이라고 하자. 시장 점유율이 가장 높기 때문에 선두 주자는 규모의 경제를 활용해 당신의 회사보다 더 공격적으로 투자 할 수 있다. 이 업체와 경쟁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게임의 법칙을 바꿔버리는 것이다. 3D프린팅을 도입하면 저렴한 비용으로 표준제품을 다양하게 변형시켜 생산해 보고 고객이 관심을 보이는지 알아볼 수 있다. 고객의 관심도가 충분히 높아진다면 다양화에 기반한 비즈니스 모델 중 하나를 채택할 수 있다. 선두 주자의 제품보다 더 저렴하지 않더라도 시장점유율은 높아질 것이다. 고객은 자신의 취향이나 필요와 더 부합하는 제품을 선호할 것이기 때문이다. 당신의 회사가 제공하는 상품의 다양성을 늘려갈수록 선두 업체로부터 이탈하는 고객도 그만큼 많아진다. 선두 주자는 어쩔 수 없이 생산량을 줄이고 이익률도 곤두박질 칠 것이다. 위기감을 느끼더라도 대응하긴 쉽지 않을 것이다. 표준제품생산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달성한다는 패러다임이 선두 주자의 밑바탕에 너무 깊이 박혀있기 때문이다.

 

선두 주자와 공존하기.다양한 제품에 대한 고객 수요가 시장 선두 주자를 금방 따라잡을 만큼 충분치 않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3D프린팅은 유지하되 특정 세그먼트들에 집중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 여기서도 다양화에 기반한 비즈니스 모델을 추구하도록 한다. 당신은 경쟁사의 성장기회를 선점해서 현재 시장에 묶어둘 수 있다. 그렇지 않은경우, 제품의 다양화와 틈새시장을 활용해 직접 경쟁을 피하는 방법을 택할 수도 있다.

 

강력한 공급망이나 유통망을 보유한 경쟁사 극복하기. 강력한 가치사슬은 극복하기 쉽지 않다. 하지만 완전히 새로운 재료와 부품 공급망을 구축함으로써 3D프린팅은 게임의 법칙을 바꿀 수 있다.특히 대규모 정교화 비즈니스 모델이 여기에 적합하다. 더 적은 부품과 재료로 새로운 버전의 제품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적층제조 역량을 갖춘 공급사가 있다면 회사의 여러 소량 부품은 그 업체가 생산하도록 맡길 수 있다. 3D프린팅은 소규모 묶음들을 오가며 생산하기 쉽기 때문이다. 비슷한 논리를 유통에도 적용할 수 있다. 3D프린팅을 사용하면 고객과 가까운 곳에 소형 공장을 지을 수 있다.(모바일 적층제조 공장을 운영하는 기업들도 있다. 트럭에 3D프린터를 싣고 필요로 하는 고객에게 이동하기 위해서다.) 적층제조를 도입하면 공장과 공급사를 더 유연하게 관리할 수 있기 때문에 공급망의 복잡성이 줄어드는 게 일반적이다.

이런 운영방식은 공급과 유통의 리스크를 헤지하는 효과가 있다.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되면서 이런 리스크는 점점 커지고 있다. 관세, 자연재해, 지정학적 긴장 고조 등으로 특정 부품이나 재료의 가격이 예상치 못하게 급등한다면 해당 부품이나 재료를 적게 사용하도록 재설계하면 된다. 아니면 설계 파일을 다른 적층제조 공장으로 전송해서 더안전한 곳에서 생산이 이뤄지도록 재배치할 수도 있다.

 

경쟁사가 오랫동안 지리적, 기술적으로 복잡한 공급망이나 유통망에 의존하는 경우, 이런 접근방

식이 가장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신시장 탐색, 확보하기.게임의 법칙을 바꾸는 한 가지 방법은 인접 시장이나 완전히 새로운 시장

으로 뛰어드는 것이다. 인접 시장이나 신시장에서 통할 만한 아이디어나 기회가 보인다면 신속하고 경제적인 3D프린팅의 장점을 활용해 신제품을 개발하거나 시장을 테스트해 볼 수 있다. 제품을 수정해 매출을 개선하거나 선점 효과를 누릴 수도 있다. 3D프린팅을 이용하면 탐색적인 접근방식이 쉬워진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수준을 뛰어 넘어 제품의 형태와 구조를 뚝딱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신시장에서 얻은 이익을 기존 시장에서 더 나은 경쟁력을 갖추는 데 재투자할 수도 있다. 이런 접근방식에는 리스크가 따른다. 하지만 야심과도전정신이 충만한 기업에는 강력한 한 방이 될 수 있다.

 

범산업적 제조PAN-INDUSTRIAL MANUFACTURING시대가 온다

강력한 소프트웨어 플랫폼과 결합한 3D프린팅은 기업들이 다각화할 수 있는 범위를 전보다 훨씬 확장시켰다. 예를 들어 GE 2015년 인도 푸네에 돌연변이처럼 놀라운 공장을 지었다. 전까지만 해도 GE의 모든 공장들은 저마다 특정사업 부문의 제품만 만들었다. 항공제품 공장, 헬스케어제품 공장, 발전제품 공장이 따로 존재하는 식이다. 푸네 공장에서는 3D프린터로 부품을 생산해 여러 사업 부문에 공급할 수 있다. 덕분에 단일사업 부문을 위해 생산할 때보다 설비가동률을 높게 유지할 수 있다.(푸네 공장은 전통적인 생산설비도 보유하고 있다. 아직 적층제조가 경제성이 없는 부품을 생산하기 위해서다.) 제트엔진 판매가 호조를 보이면 공장은 생산력의 상당 부분을 제트엔진 부품 제조에 투입한다. 그러다 제트엔진 사업이 침체되고 신재생에너지 분야에 수요가 커지면 풍력터빈 생산라인을 늘리는 식이다. 전통적인 공장에서는 이렇게 생산라인을 조정하는 데 엄청난 비용과 시간이 든다.

 

푸네 공장은 대규모 세그먼트화 비즈니스 모델에 의존해 GE의 다양한 제품을 생산한다. 하지만

노하우가 쌓이면 대규모 정교화 모델도 도입할 수 있다.

 

푸네를 비롯해 다른 곳에 가동 중이거나 향후 건설 계획 중인 이런 ‘똑똑한 공장들’ 덕분에 GE의 다각화된 사업은 상당한 이득을 볼 것이다. 이를 충분히 실현하기 위해 사업 부문들은 협업이 필요하다. GE가 전통적인 기업집단의 모습을 탈피할 날도 머지 않았다. 다양한 사업에 진출해 있으면서 적층제조와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결합해 조직 전체의 운영상 시너지를 내는 제조기업. 우리에겐 이런 기업을 설명할 수 있는 새로운 이름이 필요하다. 필자는 ‘범산업’이란 표현을 제안한다.(필자가 슬론 매니지먼트 리뷰 2017년 여름호에 기고한 ‘Choosing Scope over Focus’ 참고)

 

범산업 기업이라고 해서 아무 산업에나 마구잡이로 뛰어드는 것은 아니다. 기술적인 전문성, 비즈니스 모델, 또는 가용 재료 등이 제약조건으로 작용할 것이다. 내구 소비재나 금속 부품, 산업용 플라스틱 제품에 치중할 수도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월스트리트로 대표되는 투자자들이 인정하는 수준 보다 훨씬 넓게 범위를 확장할 수 있을 것이다. 적층제조의 모든 잠재력을 활용할 수 있을 정도로 기업의 노하우가 쌓이면 다각화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적인 전략이 될 수 있다. 각 산업의 공룡기업들 사이에 경쟁이 펼쳐지는 새로운 시대가 열리는 것이다.

 

많은 기업3D프린팅의 잠재력에 관심을 보이지만 리스크를 두려워한다. 기껏해야 시제품이나 소량의 틈새시장 제품을 3D프린팅으로 만드는 데 그친다. 이제 적층제조를 대규모 상업생산을 위한 대안으로 진지하게 고려해야 할 시기다. 기업들은 더 이상 뒷짐만 지고 있어서는 안 된다. 신기술과 친숙해지고 어떻게 해야 경쟁구도를 바꿀 수 있을지 탐색해야 한다.

 

적층제조는 개별 산업을 넘어 제조업 전체를 재편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3D프린터는

한때 엔지니어들로부터 느림보라고 조롱받았다. 하지만 그 기술이 경제에 막강한 영향을 끼치는 동력으로 부상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번역: 류아람 /
에디팅: 최한나

리처드 A. 다베니(Richard A. D’Aveni)는 다트머스대터크경영대학원 전략담당 교수다. HBR에 몇 차례 기고한 바있으며 <  The Pan-Industrial Revolution: How New Manufacturing Titans Will Transform the World  > 10월에 출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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