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7-8월(합본호) 또 다른 형태의 기업 행동주의 알렉산더 허텔-페르난데스(Alexander Hertel-Fernandez)

또 다른 형태의 기업 행동주의

 

CEO는 직원들의 지원을 얻을 때 더 큰 정치사회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하지만 행동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스타벅스 바리스타의 업무는 보통 이렇다. 고객이 주문한 음료와 간단한 식사거리를 효율적으로 준비해 친절하게 제공하면 된다. 그런데 2015년 미국을 떠들썩하게 한 경찰의 인종차별적 폭력사건이 여러 번 발생한 뒤로 이들의 업무가 하나 더 늘었다. 커피컵에모든 인종과 함께라는 문구를 적어서 스타벅스 고객들이 미국 내 인종차별에 대해 생각하고 대화하도록 유도하는 일이다. 바로 CEO 하워드 슐츠의 지시였다. 이렇게 스타벅스 바리스타들도 당면한 정치사회적 이슈에 대한 사측의 입장에 동참하는 미국인 노동자 대열에 합류하게 됐다.

 

CEO 행동주의에 대한 평사원 차원의 지원이라고 할 수 있는 직원의 정치적 참여는, 기업이 공공정책과 선거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데 점점 중요한 전략이 되고 있다. 내가 기업 경영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경영자들은직원 동원mobilization of employees을 로비스트를 고용하는 것만큼이나 효과적인 도구로 여겼다. 또 정치세력에 기부하거나 정치광고를 구매하는 것보다 훨씬 효율적이라고 답했다. 그리고 미국 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는, 전체 응답자의 4분의 1이 최고관리자나 수퍼바이저와 정치적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업무 현장에서 벌어지는직원 참여employee engagement활동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이를테면 상사가 부하직원에게 어떤 후보가 회사에 가장 도움이 될지 설명해 줄 수 있다. 직원들에게 특정 법안을 찬성 또는 반대하는 탄원서를 내달라고 부탁할 수도 있다. 더 나아가 경영진이 지지하는 정치인의 집회, 모금행사, 간담회 등에 참석해 달라고 독려할 수도 있다. 지난해 말 UPS가 감세 법안을 추진하는 공화당 의원들과 직원들이 만나는 타운홀미팅을 마련했던 것처럼, 이런 동원 활동은 보통 부탁하는 형태를 띤다.

 

하지만 직원들이 참석을 강요당한다고 느끼는 경우도 있다. 머레이 에너지Murray Energy가 소유한 한 탄광에서, 15명이 넘는 인부가 2012년 대선 당시 밋 롬니 공화당 후보 집회에 무급으로 참석하라는 압박을 받은 적이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로버트 무어 최고운영책임자는 라디오 인터뷰에서참석은 의무였지만 누구에게도 강요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인부들은 상사가 불이익을 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참석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내가 40명이 넘는 대정부 업무 최고책임자를 인터뷰하고 기업 임원 수백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하면서 알게 된 사실은, 고용주가 주도하는 정치 활동의 중요성이 커지는 현상이 혼잡스러운 정치판 상황을 반영하고 있다는 점이다. 예전에는 주정부 및 연방정부 정치계에 목소리를 내고 싶은 기업은 동업자 단체에 가입하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기업이 자체 정치활동위원회를 구성하고, 노련한 대정부 업무 책임자를 고용하고, 완성도 있는직원 참여프로그램을 마련해야만 워싱턴 정가와 주 정부 관계자들 사이에서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다. 이런 활동은 규제가 심한 업계의 기업과 정치 개혁의 최전선에 있는 기업에 특히 중요하다.

 

마이애미에서 열린 일자리 창출 네트워크Job Creators Network회의에서 CEO 행동주의와직원 참여의 중요성을 설파하던 한 기업협회 리더는 이렇게 말했다. “여러분 회사에 직원이 1000명 있다면, 직원 한 명 한 명이 가족과 지역사회의 구성원 20, 30, 50명과 접촉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접촉한 사람들이 자신의 생계와 연관된 정치 문제에 대해 제대로 알게 된다면, 올바른 결정을 내려서 기업 활동의 자유를 굳건히 지켜줄 겁니다.” 내가 만난 한 통신회사의 대정부 업무 담당자는 직원들에게 탄원서를 의회에 보내도록 요청하면특정 이슈의 중요성을 부각시킬 수 있고, 의회 의원들에게당신 지역구에 우리 직원 3500명이 일하고 있다. 이 이슈는 그들에게 매우 중요하다라는 신호를 보낼 수 있다고 말했다. 전략은 뚜렷했다. 직원들을 탄원서를 제출하는 데 동원해서 주요 정치인들이 회사에 먼저 다가와 이슈를 해결하게 만드는 것이다.

 

 

확산되는 직원의 정치적 참여

 

직원의 정치적 참여가 이처럼 확산된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직원을 정치 활동에 동원하는 일이 전보다 훨씬 쉬워졌기 때문이다. 대다수 기업이 이메일이나 사내 웹사이트를 통해 직원들과 주기적으로 소통하고 있어서, 회사에 중대한 영향을 끼치는 정치적 이슈를 직원들에게 알리는 방법이 이미 마련된 셈이나 다름없다. 게다가 미국 상공회의소, 전미제조업자협회, 비즈니스-산업 정치행동위원회 등 여러 업계 단체에서 직원들에게 보낼 정치적 메시지를 해당 직원의 직위나 근무지의 지리적 위치에 맞게 조정해 주는 소프트웨어를 제공하고 있다. 내가 미 전역의 기업 고위경영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를 보면, 직원들을 정치활동에 동원하는 조직의 3분의 2 이상이 이런 패키지를 활용하고 있다. 이런 도구를 활용하면 기업이 특정 이슈에 관해 중요한 역할을 하는 행정구역이나 주()에 거주하는 직원들을 선별해, 중대한 선거나 계류 법안에 대한 정보를 전해줄 수 있다. 관리자가 정치적 활동 참여 요청에 응답한 직원과 응답하지 않은 직원을 계속 추적해서, 이 정보를 이후 캠페인에 활용할 수도 있다.

 

둘째, 2017년 노동조합에 소속된 민간기업 종사자의 비율이 겨우 6%에 지나지 않을 만큼 민간 부문에서 노동조합이 거의 사라지다시피 한 오늘날, 관리자가 직원이 정치활동에 참여하도록 유도하기가 전보다 쉬워졌다. 한 세대 전만 해도 사측이 옹호하는 정치적 입장과 노조가 옹호하는 정치적 입장이 충돌하는 일도 있었겠지만, 노조의 존재감이 거의 없는 환경에서는 그런 일이 발생할 가능성이 더 적다.

 

셋째, 기업이 직원들에게 정치활동에 참여하도록 요청하는 행위를 규제하는 연방법이 거의 없다. 지난 수십 년 동안 기업이 직원의 정치적 행동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일에 대한 연방정부의 제한이 점차 모호해졌다. 일례로 2010년 대법원의 시민연합 대 연방선거관리위원회Citizens United vs. Federal Election Commission판결은, 기업이 회사의 자금뿐만 아니라 직원의 시간과 노력이라는 또 다른 형태의 기업 자원을 활용해 선거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길을 열어줌으로써 직원을 동원할 수 있는 범위를 넓혔다.

 

회사가 특정 후보를 지지하거나 정치운동을 벌이는 행위는 대부분 합법적이다. 그렇더라도 노사관계가 동등하지 않기 때문에, 특정 후보에게 투표하거나 특정 법안을 지지하도록 직원을 동원하는 행위가 강압으로 느껴질 수 있다. 연방공무원을 이런 활동에 동원하는 행위를 불법으로 규정한 이유 중 하나다. 게다가 내가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대다수 직원이 회사 차원에서 공공연하게 특정 후보를 지지하거나 선거운동에 참여하는 행위에 반대했다.

 

 

기업 행동주의 제대로 하는 법

 

이 새로운 영역을 헤쳐 나가는 고용주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 조사에 따르면, 상사의 요청을 받은 직원의 절반가량은 고용주의 정치활동을 그리 불편해하지 않았다. 하지만 20%의 적지 않은 사람은 자신이 동의하지 않은 행위를 강요 받는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특히 최저임금 문제, 노조 문제처럼 직원과 회사의 이해가 엇갈릴 수 있는 이슈에 대한 메시지, 선거기간 중 정치활동에 참여해 달라는 요청, 당파적 발언은 직원들에게 불쾌감을 줄 수 있다. 기업의 입장 표명은 고객에게까지 적대감을 일으켜서 고객들이 회사에 등돌리게 할 수도 있다. 실제로 2010년 미국 대형마트 체인 타겟이 공화당의 미네소타 주지사 후보를 지지하는 정치단체에 거액을 기부했을 때 이런 일이 일어났다. 동성 결혼에 대한 이 후보자의 입장에 반대하는 고객들은 타겟을 보이콧하겠다며 불만을 표시했다. 이후 타겟의 CEO는 서한을 통해 직원들에게 사과의 뜻을 전했다. “우리는 경제 발전과 일자리 창출을 지원할 목적으로 정치기부금을 냈습니다. 이런 결정이 여러분에게 예기치 않은 영향을 끼쳤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이에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정치인의 입장에서는 정치적 행동주의가 너무 해롭다고 판단해, 일부러 특정 기업과 거리를 두려고 할지도 모른다. 그렇게 되면 직원을 동원한 본래 목적이 퇴색될 수도 있다.

 

이처럼 불확실성이 높은 환경에서 경영자가 직원을 정치 활동에 동원할 수 있는 방법과 상황을 명확히 규정한 연방 규칙을 신설한다면 기업에 유용할 것이다. 경영자와 직원의 권리를 함께 명시한 이런 법안이 마련된다면 노사 모두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법이 제정되기 전까지는 경영자 스스로 이런 활동이 역효과를 불러오지 않도록 몇 가지 사항을 주의해야 한다.

 

자발적으로 참여하게 하라. 기업은 선출 공직자에게 연락을 취하거나 기타 정치활동에 참여해 달라고 직원에게 부탁할 때, 이 요청은 강제성이 없으며, 수락하든 안하든 인사고과나 전문성 개발에 어떠한 영향도 끼치지 않으리라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한 가지 좋은 방법은 정치활동에 참여해 달라고 요청할 때, 참여 의사가 있는 직원만 자발적으로 참여하면 된다는 문구를 눈에 잘 띄게 표기하는 것이다. 내가 인터뷰한 한 제약회사가 바로 이 방법을 썼다. 자발적 참여라는 점을 직원들에게 명확하게 전달한 결과, 직원의 정치활동 참여율이 더 높아졌다.

 

공통점을 찾아라. 또 다른 방법은 직원 참여 활동을 노사 양측의 이해에 모두 부합하는 활동으로 제한하는 것이다. 스타벅스와 메리어트는 직원들이 터보보트[6]를 통해 선거인 명부에 등록하고 투표하도록 열심히 독려했다. 더불어 이런 활동이 초당파적이며, 회사의 대정부 활동과 별개라는 사실을 확실히 하기 위해 자발적 서약서에도 서명했다.

 

 

정치가 미국인의 삶 곳곳에 스며들어 있는 만큼, 기업 차원의 정치활동이 증가했다는 점은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직원들을 정치활동에 참여시키는 CEO에게는 위험과 보상이 따른다. 기업 행동주의를 실천하려는 CEO, 직원들에게 정치 참여의 중요성을 알리는 일과 회사 로비활동에 참여하도록 직원들을 압박하는 일 사이에서 현명하게 균형을 찾아야 할 것이다.

 

 

알렉산더 허텔-페르난데스(Alexander Hertel-Fernandez)는 컬럼비아대 국제공공정책대학원 조교수다. 주요 저서로 <   Politics at Work: How Companies Turn Their Workers into Lobbyists   > (Oxford University Press, 2018)가 있다

 

[6] TurboVote, 온라인 선거 등록, 부재자 투표 서비스 등 각종 선거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문자메시지와 이메일을 통해 투표일을 미리 알려줘서 젊은 세대가 손쉽게 선거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초당적 비영리 디지털 플랫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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