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9-10월호 생태계경제 시대, 당신의 전략은? 마이클 G. 자코비데즈(Michael G. Jacobides)

생태계경제 시대, 당신의 전략은?

다섯 가지 핵심 질문에 답하라.

 

마이클 G. 자코비데즈

런던경영대학원 교수

 

 

 

 

Idea in Brief

문제

다양한 상황이 등장하면서 기업이 더는 홀로 전략적 주체로 활동할 수 없게 됐다. 여러 분야가 얽힌 생태계에서 성공하려면 다른 기업들과 힘을 합쳐야 한다.

 

원인

3대 구조적 변화가 맞물려 나타나는 가운데 생태계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 3대 변화는 (1)기존기업들을 보호해 주던 규제의 완화 (2)제품 및 서비스 간 경계가 흐려짐 (3)고객을 상대하는 방식을 혁명적으로 바꾸는 신기술의 등장 등이다.

 

대책

생태계에 중점을 둔 프레임워크를 이용해 기업은 다음 다섯 가지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할 수 있다. 다른 회사의 가치 창출을 도울 수 있는가? 우리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하나? 생태계 참여조건은 어떻게 해야 할까? 변화에 잘 적응할 수 있는가? 우리가 관리할 수 있는 생태계 수는 몇 개인가?

 

 

 

슬레가 일회용 에스프레소 캡슐을 본격적으로 팔아보려고 했을 때다. 이 회사는 자사 캡슐에 특화된 머신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제조업체 네트워크를 구축하기로 했다. 네슬레는 고객에게 스위스 주라JURA, 독일 크룹스Krups와 브라운Braun에서 만든 머신을 사라고 말하지 않았다. 그 대신에 네스프레소 머신을 제작할 업체를 찾아 명단을 작성했다. 네스프레소 캡슐과 그 인터페이스를 각각 특허로 등록해 다른 제조업체가 허락 없이 네스프레소 캡슐과 호환되는 머신을 만들 수 없도록 했다.

 

네스프레소가 이런 생태계를 디자인하고 조성한 결과, 여러 분야를 포괄하는 하나의 네트워크가 탄생했다. 이 네스프레소 네트워크에 속하는 여러 회사들은 제품, 서비스 호환성을 확보하고자 공동의 표준을 마련했고, 때로는 공동의 플랫폼상에서 일했다. 이에 더해 자신들 간의 연결고리를 늘려 외부 진입장벽을 높였다.

 

우리 경제에 3대 구조적 변화가 맞물려 일어나면서, 네스프레소 사례처럼 생태계를 설계하는 일의 중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첫 번째 변화는 전례 없을 정도의 규제 완화다. 한때 특정고객 니즈를 충족하는 권리를 독점했던 기업들에 대한 보호장치가 사라지고 있다. 보호장치가 사라지자, 마치 회계법인이 로펌과 협업하는 것처럼 여러 업계에 속한 기업들이 자유롭게 파트너십을 맺고, 보다 통합된 제품 및 서비스를 선보이기 시작했다. 둘째, 규제 변화와 디지털화의 영향으로 제품과 서비스 사이 구분이 모호해졌다. 특히 후자의 영향으로 제품과 서비스의 모듈화 추세가 가속됐고, 이는 다시 개별 공급업체들이 모여 만들어지는 네트워크상에서 제품-서비스 세트가 출시되는 결과를 낳았다. 셋째, 기술 변화로 기업이 고객을 대하는 방식에 혁명이 일어나고 있다. 우리 삶에서 모바일 기기가 차지하는 비중이 막대해지고 인터넷이 소비패턴에 영향을 미치면서 과거 생각지도 못했던 조합으로 묶은 제품 및 서비스 세트가 등장했다. 더구나 이 세 번째 변화는 앞선 두 개의 변화와 연동돼 변화의 파장들이 점점 커지는 모양새다.

 

이러한 변화를 고려하면, 개별 기업이 고객 니즈와 관련된 실험을 할 여력은 점차 줄어든다. 또 고객이 원하는 것을 전부 만족시키는 것도 쉽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생태계와 그 설계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사실, 점점 더 많은 분야에서 기업이나 심지어 산업 단위의 전략 분석은 무의미해지고 있다. 디지털 기반의 생태계가 전통적인 산업 경계를 넘나들고 복잡다단한 맞춤형 제품-서비스 세트를 선보이고 있는 지금, 초점은 여러 생태계 간 경쟁에 둬야 할 것이다.

 

생태계를 설계하거나 생태계에 참여할 때 기존의 전략적 틀은 그리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기업이 아니라 생태계에 초점을 두고, 다음 다섯 가지 질문에 답할 수 있는 새 프레임워크가 필요하다.

 

1. 다른 기업의 가치 창출을 도와줄 수 있는가?

 

생태계 경쟁에서 성공이란 자사의 혁신뿐 아니라 타사의 혁신도 도와줄 수 있는지와 직결된다. 성공적으로 생태계를 조성한 기업을 보면, 전혀 상관없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찾아 여기에 자사 제품, 서비스의 기능이나 특징을 결합해 새 가치를 창출하는 등 점진적으로 활동했다.

 

원격조종 스마트디지털온도계를 개발한 구글 네스트Nest를 예로 들어보자. 네스트는 스마트온도계에 알람 기능을 추가해 편안함과 안전성을 제공하는 하나의 패키지를 만들었다. 이후 디지털이 지닌 연결성을 최대한 활용해 워크스 위드 네스트Works with Nest라는 생태계를 선보였다. 생태계를 통해 다른 기업이 혁신을 추진할 수 있도록 지원한 것이다. 가령, LED전구 제조업체 라이프엑스LIFX는 가스감지기나 기타 경보장치가 울리면 붉은빛 LED가 들어오는 네스트 호환 제품을 출시했다. 이 제품은 청력이 좋지 않은 이들에게 구명줄이 될 수 있다. 미국 웨어러블 피트니스 트래커업체 핏빗Fitbit은 사용자가 잠에서 깨면 네스트에 알려 집안 온도를 올린다. 메르세데스(벤츠) 차량은 내비게이션을 이용해 네스트에 연락해 사용자가 집에 도착하는 시간에 맞춰 난방을 시작한다. 이렇게 여러 기업 호환 제품을 통해 네스트 혼자일 때보다 소비자에게 더 값진 가치를 제안할 수 있게 됐다.(구글 최근 발표에 따르면, 워크스 위드 네스트는 단계적 철수를 거쳐 더 크고 강력한 생태계인 워크스 위드 구글 어시스턴트Works with Google Assistant로 옮길 예정이다.)

 

이는 기능성functionality을 공유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네스트가 원격조종 온도계로 시작하기는 했지만, 네스트 개발자들은 소비자들이 온도계 말고도 다양한 상황에서 다양한 서비스를 원격으로 조종하고 싶어 할 것이라 생각했다. 이에 협력기업으로 눈을 돌렸고 네스트는 점차 원격조종이 가능한 각종 집 장비와 기기를 제공할 수 있었다.

 

생태계를 조성할 때 기능성이 중요하고 공유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인지했다면, 이번에는 잠재적 협력기업에 인센티브와 동기를 부여할 필요가 있다. 협력기업 입장에서 생태계에 참여한다는 게 어떤 의미일까? 협력기업이 계속해서 조력자 위치에 머물까 아니면 생태계를 구축한 기업과 경쟁하려 할까? 네스트의 경우 메르세데스에 어떤 가치를 제안할 수 있었나? 다시 말해, 메르세데스가 생태계에 참여하면 고객 일상에 더 효과적으로 파고들 수 있는가? 생태계에 참여하지 않아도 고객 일상에 파고들 방법이 있을 때, 생태계가 우위를 지니는 지점은 어디인가?

 

협력기업들의 니즈를 놓친다면 생태계는 열매도 맺지 못한 채 시들 것이다. 강력한 브랜드와 시장지배력을 갖고 있어도 마찬가지다. 다른 기업에서 더 나은 대안을 제시해 다른 생태계로 유인할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기 때문이다. 노키아의 실패에서 우리는 교훈을 얻을 수 있다. 노키아 운영체제 심비안Symbian은 초기 모바일기술 분야를 사실상 군림했다고 볼 수 있지만, 노키아의 니즈에만 집중하다가 금세 몰락하고 말았다. 하찮은 하청업체 취급에 앱 개발자와 기타 협력기업들이 안드로이드로 옮겨간 것이다.

 

 

2. 어떤 역할을 해야 하나?

 

생태계를 구축한다면 우리 회사가 주축이자 중심점이어야 한다는 게 기업들 생각이다. 하지만, 꼭 그럴 필요는 없다. 외려 때로 역할을 분담하거나 보조적 역할만 할 때 더 나은 결과가 나올 때가 있다.

 

생태계를 조직하고 선도하고자 한다면 다른 곳에서 함부로 모방할 수 없는 제품이나 서비스가 필요하다. 지식재산권 보호와 대규모의 사용자 네트워크, 강력한 브랜딩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앞서 사례처럼 네스프레소는 캡슐로 특허를 등록했다. 우버와 페이스북 모두 사용자 친화적 앱을 사용하면서 빠른 속도로 대규모 사용자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었다. 이미 특허와 사용자층을 모두 보유한 애플의 경우, 강력한 브랜드와 방대한 스케일 덕분에 참여하는 생태계 어디든 생태계 설계에도 관여할 수 있는 위상을 확보했다.

 

조직문화적 요소 역시 중요하다. 생태계를 조직하는 기업이라면 다음 세 가지에 집중해야 한다. 새로운 도전자의 출현에 민첩하게 대응하고, 고객 니즈에 귀 기울여야 한다. 다른 기업에 영감이 될 만한 비전을 제시하는 것도 필요하다. 굳이 이런 당연한 이야기를 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그렇다면, 주주가치 극대화와 비용 조절이라는 목표만을 추구할 때 이 세 가지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주주가치 극대화와 비용 조절에 역량을 집중할 경우 자연스럽게 장기적 가치보다는 단기적 가치를 우선시한다는 비판에 자주 맞닥뜨린다. 게다가 하나의 생태계를 성공적으로 만들어내는 데 필요한 시간을 고려할 때, 주주가치 극대화와 비용 조절이라는 목표만을 좇는다면 효과적 생태계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 우리 회사의 뿌리가 기술이나 경영에 있다고 여기는 곳에서도 애로사항이 생긴다. 이를테면, 통제력에만 집착하다 정작 기술발전에 일조할 수 있는 창의적인 과학자들과 멀어질 수 있다. 내부 개발역량에 의존한 유기적 혹은 자생적 성장organic growth에 무게를 둘 때에는, 자기 영역을 침범하느냐의 문제로 협력기업들과 마찰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

 

만일 나의 회사가 생태계를 직접 만들기에는 역량이나 배경이 부족하지만 지식재산권으로 보호받는 제품이나 서비스가 있어서 그것을 중심으로 생태계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생각된다면, 최상의 방법은 지분을 팔거나 라이선스를 지불하는 형태로 대기업이 관여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냉난방공조HVAC를 설치하는 소규모 업체가 원격조종 온도조절 장치를 만든다고 할 때, 과거 구글이 한 것처럼 수많은 협력기업이 참여하는 생태계를 조성하지는 못할 것이다. 하지만, 이 아이디어를 구글에 제안해 협력업체로 남으면서 라이선스 매출을 올릴 수 있다. 중간규모 기업은 많은 생태계에 참여하는 것을 핵심전략으로 삼을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라이프엑스는 아마존 알렉사, 구글 홈, 애플 홈키트 등 여러 생태계에 참여해 더 많은 소비자와 만난다.

 

좋은 제품이나 서비스가 있고 협력업체를 끌어들일 조직적, 문화적 역량을 갖췄더라도, 임계점에 도달하기 위해 다른 회사와 파트너십을 맺고 생태계를 조직할 수 있다. 최근 독일 자동차업체 다임러와 BMW는 차량공유 및 호출, 주차 등 여러 서비스를 결합한 모빌리티 관리managed-mobility생태계를 공동으로 구축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우버와 리프트 같은 기업들로 인해 시장지형이 변하자 이를 우려한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자사 브랜드를 활용한 고가의 서비스를 함께 제공하기로 한 것이다. 이들의 브랜드는 타사와 뚜렷하게 차별화되는 지점이자 핵심 가치 요소였다. 그러나 업계 패러다임이 자동차 소유 개념을 약화시키는 이동수단(MaaS) 서비스로 이동하면서 위협을 받고 있기 때문에 타 브랜드와 손을 잡은 것이다.

 

또한, 대기업은 생태계 지분을 일부 살 수도 있다. 특히, 자사 제품 또는 서비스가 타사의 것으로 대체 가능할 때 도움이 되는 방법이다. 최근 도요타는 MaaS의 등장으로 저렴하고 안정적인 차량에 대한 수요가 올라가리라 판단해 동남아시아 차량호출업체 그랩Grab 15억 달러를 투자했다. 이 파트너십으로 도요타는 자동차업체로서 직접적인 경쟁우위를 가질 뿐만 아니라, 소비자들의 차량이용 패턴을 잘 이해함으로써 현대자동차와 닛산 등 경쟁업체보다 앞서갈 수 있길 기대하고 있다.

 

잘나가는 기업이 주의할 점이 몇 가지 있다. 회사 규모가 클지라도 구글이나 애플 등 IT 대기업에서 촉발한 가공할 혁신에는 취약할 수 있고, 이런 글로벌 대기업 생태계에 협력기업으로 참여하는 편이 스스로 생태계를 조직하는 것보다 이점이 더 많을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최종소비자가 어떤 제품과 서비스에 만족할지 가늠하기 어려울 때, 제품 및 서비스 조합 범위가 넓을 때 그렇다. 혁신적이고 창조적인 아이디어를 꼭 직접 고안할 필요는 없다. 가령, 비디오게임 업계에서 게임제작자는 빠르고 효율적으로 제작할 수 있는 기본도구와 틀이 마련된 게임엔진을 활용해 게임을 만든다. 자사 고유의 생태계 구축이 궁극적 목표일지라도, 타사 생태계에 참여해서 경험을 쌓고 고객과 협력기업의 니즈를 이해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생태계 조직에 필요한 기술도 익힐 수 있다.

 

3. 생태계 참여 조건은 어떻게 해야 할까?

 

생태계의 거버넌스(지배구조) 연구는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그러나 실패한 거버넌스 사례는 여기저기 있다. 예를 들어, 앞서 봤듯이 심비안은 노키아가 하청업체 등 다른 기업의 이익을 등한시해 실패했다. 심비안 실패 사례는 애플과 애플앱 개발자 사이의 관계와 대조된다.

 

 

거버넌스를 구축할 때는 다음 두 가지가 핵심이다.

 

생태계 접근성.초기 단계에서 생태계를 구축할 때는 시스템을 개방형으로 할지, 관리형이나 폐쇄형으로 할지 정해야 한다. 개방형 생태계의 예로는 운전자에게 생태계를 개방한 우버가 있다. 여기서는 협력업체가 특정한 기본 조건만 충족하면 간단하게 참여할 수 있다. 관리형 생태계의 대표적 예시는 애플의 앱스토어가 있다. 협력업체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있고 그 수도 어느 정도 제한적이다. 또 기능, 가격 등 관련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존재한다. 폐쇄형 생태계로는 폴크스바겐 커넥티드 카connected car와 필립스의 디지털 헬스 솔루션 등이 있다. 여기서는 협력업체 승인 및 참여 규정이 아주 엄격하다.

 

대개 시스템 개방성이 클수록 끌어들일 수 있는 협력업체와 제품이 광범위해진다. 그러나 제품과 서비스의 질 역시 천차만별이다. 최종소비자에게 가장 중요한 게 무엇일지 반영해 개방 수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고객층이 다양한 모바일 앱 플랫폼의 경우, 같은 제품에 여러 선택지가 있는 개방형 생태계가 좋을 수 있다. 하지만, 제품 서비스 질과 안전 문제 때문에 생태계 진입장벽이 필요할 때도 있다. 중국 최대 차량호출업체 디디 사례를 보자. 2018년 디디의 카풀서비스 히치Hitch를 이용한 승객 두 명이 운전사들에게 피살되는 사건으로 위기에 직면한 뒤, 디디는 개방의 문턱을 높였다. 현재 디디는 철저한 검증을 거쳐 운전사들의 차량 가입을 받아들인다.

 

생태계와의 연계성.생태계의 접근성 정도를 조정하는 가운데 협력기업과 생태계의 관계도 고려해 봐야 한다. 둘이 배타적인 관계를 맺을지 그보다 느슨한 관계로 충분한지 결정할 필요가 있다. 협력업체가 생태계에 어디까지 맞춰야 할지가 관건이다. 생태계에서는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잃는다. 어떤 모바일 운영시스템에서 쓰는 앱을 다른 시스템으로 포팅(어느 한 운영체제용 프로그램을 다른 운영체제에서 쓸 수 있게 변경하는 것)하는 게 금지돼 있다면, 그만큼 앱 개발자와 생태계 관계는 공고해진다. 그러나, 이 제약 때문에 개발자들이 다른 생태계를 선택할 가능성도 있다. 이와 반대로, 다른 생태계에서 쓰던 앱을 제약 없이 차용할 수 있다면, 협력업체를 끌어들이기는 쉽겠지만, 자사 생태계에 대한 특별한 결속력을 기대할 수 없다.

 

협력기업과 얼마나 긴밀하게 연계돼야 할지는 대개 생태계를 조성하는 기업이 얼마나 매력적이고, 해당 기업을 대체할 만한 곳이 얼마나 많은지에 달렸다. 애플은 앱 개발자에게 애플의 수많은 충성고객 네트워크에 다가갈 수 있는 다리를 놓아줄 수 있는데, 이처럼 놀라운 매력을 자랑하는 기업들이라면 신생기업보다 더 강한 결속력을 요구할 수 있다. 애플과 비교할 때 안드로이드는 참여가 쉬운 생태계다. 이는 구글이 세를 확장하기 위한 동력을 원했던 까닭이다. 이처럼 개발자들이 대안으로 고를 수 있는 생태계가 늘어나는 상황을 심비안은 좌시했다. 그 결과 애플과 구글로 개발자들이 떠났고 심비안은 무너졌다.

 

애플과 구글처럼 힘도 세고 매력적인 IT 대기업은 지금까지 생태계 접근성과 연계성을 마음껏 조정할 수 있는 무제한의 자유를 얻어왔다. 대안이 없는 경우라면 더욱 그랬다. 그러나 기술이 발전하고 사람들의 인식이 변하면서 수직적인 위계구조가 덜한 생태계들이 점점 인기를 얻고 있다. 위워크는 단순 업무공간의 공유를 넘어 커뮤니티를 형성해 시장 강자로 급부상할 수 있었다. 위워크 앱을 통해 회원들은 서로 크게 간섭하지 않으면서도 함께 일하고 서비스를 공유할 수 있다. 비영리단체 역시 서열을 깨뜨린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다. 순환경제circular economy를 실천하는 기업을 지원하는 엘런 맥아서 재단Ellen MacArthur Foundation CE100 네트워크가 대표적 예다. 작은 덩치의 벤처기업들도 비슷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 런던에 기반을 둔 플랫폼 업스타트 커먼오브젝티브Common Objective는 자신들의 규칙을 강요하지 않고 패션업계 회사들을 자유롭게 연결해 주고 있다.

 

더 급진적인 예도 있다. 블록체인을 포함한 전자장부 기술이 급성장하면서 상호연결된 기업의 그룹이 출연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이 생태계에 참여하는 기업들은 한 개의 중심기업으로 움직이는 게 아니라 분산시스템을 통해 연결돼 있다. 한 기업이 시스템을 세웠을지라도 여러 기업이 사용하는 구조다. 멕시코시티를 중심으로 우버와 치열한 다툼을 벌이며 성장하고 있는 블랑 랩Blanc Lab의 넥소Nekso사례를 보자. 한 개 앱을 통해 이용객이 여러 개인운전자를 만나는 것(우버식 모델)과 달리, 넥소의 인터페이스는 택시회사들을 보여주고 승객이 이를 고르는 방식이다. 탈중앙화 생태계지만 우버 못지않게 매끄러운 서비스를 제공한다.

 

4. 변화에 잘 적응할 수 있는가?

 

생태계에 참여한다면 빠른 적응력은 필수다. 최종사용자의 니즈는 물론 협력기업의 역량과 원하는 바가 크게 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이키 제품들과 연동해 사용자 운동량을 추적하는 나이키 퓨얼밴드FuelBand모델을 한번 보자. 핏빗에 이어 다른 경쟁제품들이 출시되자 나이키는 생산을 중단했다. 퓨얼밴드가 아니더라도 쉽게 니즈를 채울 수 있게 되자, 나이키에서 나오는운동량 추적기라는 상품의 부가가치가 떨어진 탓이다. , 나이키는 소프트웨어 부문에서도 실패해, 이제는 협력기업 형태로 앱을 출시해 다른 생태계에 참여하고 있다. 애플과 제휴를 맺고 애플워치를 개발에 참여해 손해를 만회하려고 하는 것이다. 기존의 수직통합된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나이키는 미래 변화를 예측하는 데 뒤처졌고, 그래서 웨어러블 생태계를 조직할 기회를 놓쳤다.

 

애플은 나이키와 달랐다. 2008년 애플은 스마트폰에 필요한 모든 앱을 애플에서만 만든다는 기존 전략이 잘못됐다고 판단했고 그 덕분에 아이폰은 크게 히트했다. 스티브 잡스는 처음에 애플이 아닌 곳에서 앱을 출시하는 것에 반대했지만 방향을 급전환해 아이폰 앱스토어를 개장했다. 이 덕분에 애플은 앱 판매 매출액 일부를 수수료로 거두는 데다가 다른 기업들이 아이폰 활용법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유도할 수 있었다.

 

외부지향적 문화와 함께 협력기업들과 관계를 조율할 역량이 있어야 생태계에 참여할 수 있다. 이런 배경과 역량은 기존 시장 참여자로서는 확보하기가 어려운데, 이들은 대개 두 가지 접근법을 취하기 때문이다. 하나는 노키아처럼 수직적 통합구조와 엄격한 네트워크 통제를 특징으로 하고, 다른 하나는 개방형 혁신 및 생산 시스템에 편승해 플랫폼만 제공하고 생태계 관리는 외부에 맡기는 경우다. 호스트가 힘을 실어주거나 인센티브를 제공하지 않는 이상 외부 참여가 저조할 가능성이 있다. IBM 인공지능 개발자 플랫폼 왓슨Watson이 바로 이런 경우다. 초기에 개발자들이 관심을 보였는데도, 이를 실제 활동이나 참여로 끌어내는 데 실패했다.

 

사실, 생태계 구축에 필요한 근본전략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어디를 어떻게 개방할지 신중히 결정하고 현재의 시장경쟁 지형에도 맞춰야 한다. 네스트는 이 일을 해냈다. 집안 경보기능을 개방하면 네스트의 집 기기·환경제어 측면에서 타격을 입으리라 우려해, 스마트폰 플랫폼업체 알람닷컴Alarm.com 또는 하니웰Honeywell과의 협업보다는 네스트에서 알람과 모니터링을 자체적으로 해결한다는 전략적 결정을 내렸다. 그 대신, 비전략적 영역에서 협력기업을 포섭했다. 알람닷컴은 온도계 시장에 진출했을 때 네스트 기기와 호환을 택했다. 설치 기반도, 영향력도 구글보다 약해 제어력은 다소 포기해야 했지만 효과적으로 더 많은 가정에 스며들 수 있었다.

 

생태계 조성에는 전략만이 아니라 조직관리도 필요하다. 회사에서 현재 수익이 창출되는 사업부문에서는 혁신을 회사 통제 아래에서 이루고 협력기업에 대한 경계를 게을리하지 않으려고 할 것이다. 새로운 사업부문만 외부와의 협력 위주로 진행하려고 할 것이다. 대기업은 이렇게 조직을 두 개로 나누는 경향이 있다. 핵심조직은 이익을 지키는 거대한 유조선으로 굳게 자리를 지키고쾌속정으로 구성된 소규모 함대가 생태계를 관리하고 회사를 앞으로 이끌어 주기를 바란다. 이를테면, 은행과 보험사들은 옛 조직구조와 IT시스템을 고수하려 애쓰고, 몇몇 기능을 추가하는 정도로 디지털시대와 생태계시대에 적응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하지만 성공을 원한다면, 핵심 조직과 생태계는 더욱 긴밀하게 연결돼야 한다.

 

기존의 조직구조보다 효과적으로 문제에 대응할 수 있는 새 조직구조가 나오고 있다. 일례로 중국 최대 가전업체 하이얼의 직원과 고객의 거리를 좁힌다는인단합일人單合一모델이 있다. 하이얼은 직접 소유하거나 소유하지 않은 독립적인 초소형기업microenterprise의 집합으로 구성돼 있다. IT시스템을 통해서 정보가 이 초소형기업들을 통해 흐르고, 초소형기업들은 각각 그 자체만으로 내부 생태계의 역할을 한다. 또 그들간의 경계엔 구멍이 많아서, 하이얼 회사 전체적으로 큰 규모의 생태계 역할을 할 수 있게 해 준다.

 

 

5. 관리할 수 있는 생태계의 수는 몇 개인가?

 

성공적으로 생태계를 조직한 기업들은 시너지 효과를 노릴 수 있는 여러 생태계를 동시에 관리하고 있다. 이 생태계들은 사업에서 각자 맡은 부분이 다르고 확장하는 방법도 제각각이다.

 

중국 IT대기업 알리바바는 고객정보를 적극 활용해 그 니즈를 더 정교하게 파악해 나가면서 한 시장에서 시작해 다른 시장으로 옮겨가는 확장된 연결생태계를 만들어 성장했다. 알리바바는 1688닷컴(도매 사이트)에서 시작해 타오바오(C2C 사이트)를 만들고 티몰닷컴(3자 브랜드 판매자를 위한 B2C 플랫폼)을 선보인 뒤 주화수안Juhuasuan(판매 및 마케팅 플랫폼)까지 만들어 세를 넓혔다. 게다가, 세계적으로 가장 높은 가치를 자랑하는 핀테크 기업이자더 많은 소비 시나리오로 일상생활을 파고들어 생태계를 확장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앤트파이낸셜Ant Financial지분을 일부 소유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알리바바와 같은 몇몇 기업들이 중국의 이커머스와 e서비스 산업을 지배하게 됐다. 중국에서는 텐센트와 바이두가 알리바바와 겨루고 있는데 이들은 덩치나 여러 면에서 비슷하다. 서구에서는 구글과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이 이들과 비슷하다. 이런 기업들은 통일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더 많은 분야에 발을 들이고 있으며, 다양한 기기를 넘나드는 음성인식도우미 기능과 같은 다양한 인터페이스를 사용한다. 모빌리티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우버잇츠 등 우버가 벌이는 모든 신규사업들(‘우버 에브리싱’)을 보면, 여러 생태계를 통합하고 고객 인터페이스를 관리하려는 우버의 야심이 드러난다. 싱가포르의 그랩과 인도네시아의 고젝Go-Jek 등 동남아 모빌리티기업은 결제시스템도 갖춰 최종이용객의 삶과 분리할 수 없는 일부가 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최근 마르코 이안시티Marco Iansiti교수와 카림 라카니Karim Lakhani교수에 따르면, 이러한 생태계 허브기업은 가장 큰 파이를 자기 몫으로 가져가며 전략적 관점에서 병목bottleneck역할을 한다. 그러나, 막대한 자금력과 뛰어난 기술을 보유한 기존 대기업들이 미래를 선도할 것으로 보일지라도, 그보다 작은 신흥기업( 20년 전 알리바바)이나 기술력을 보유하지 않은 기업도 얼마든지 끼어들 수 있다. 중국의 보험 및 금융서비스 재벌 핑안(平安)그룹은 최신기술을 빠르게 받아들이고 자신의 것으로 만든 뒤 헬스케어부터 라이프스타일 등 인접 분야에 진출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핑안은 세계적으로 가장 높은 가치를 받은 보험사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의사와 AI를 합쳐서 의료 조언을 해주는 핑안 굿닥터, 중국 최대 부동산 온라인전자상거래 핑안 하오팡 등으로 생태계 구축에 힘썼다. 중국 최대 중고차 시장과 엔터테인먼트 시장을 노리고 각각 오토홈Autohome과 화유브러더스Huayo Brothers에도 투자했다. 그 다음 이들 기업과 핑안은행과 중안보험 등 핑안그룹 산하 기업들을 합해 핑원어카운트PingOne account를 만들어 모든 고객과 상호작용할 길을 찾았다.

 

협력기업 입장에서 생태계가 다르면 시장 진출 경로도 달라진다. , 통합을 주도하는 기업 대부분은 경쟁 생태계에 협력하고 있다.(안드로이드에서 제공하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워드, 애플에서 제공하는 구글맵, 마이크로소프트 시스템에서 제공하는 애플 소프트웨어 등 이런 예는 상당히 많다.) 구체적으로 어떤 생태계를 허용할지, 다른 생태계로 옮겨 차용할 때 드는 비용은 얼마나 될지, 여러 생태계에 진출할 때의 고객도달률은 얼마나 될지 등을 고려해 기업은멀티홈multihome방식을 취할 수 있다.

 

하나의 생태계에 참여하다 보면 다른 생태계에도 참여하거나 새로운 생태계를 조직하고 싶을 수 있다. 충분히 그런 전략을 짤 만하다. 삼성이 판매하는 안드로이드 탑재 스마트폰은 전체 안드로이드폰의 40%를 차지한다. 삼성은 안드로이드 생태계 최대이용 기업이라는 위치를 이용해 구글이 원하는 바를 들어주지 않으면 다른 경쟁 운영시스템으로 넘어가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결국 두 기업은 절충안을 찾았지만, 디지털도우미 등 기능적인 측면을 두고 다투고 있는 데다 구글 생태계와 삼성 스마트폰 생태계 사이의 경계가 어디인지도 여전히 논란 중이다. 이런 기업과 기업관련 생태계 사이 전략적 상호작용은 앞으로도 증가할 것이다.

 

 

사익(私益)에서 공익(公益)까지

 

생태계로 촉발된 경쟁 때문에 전략적 틀과 조직모델을 새로 도입해야 할뿐만 아니라 정책과 규제도 새로 정비할 필요가 생겼다. 특히, 그 수가 끝없이 증가하고 있는 생태계에서 통합을 시도한 기업들이 하나둘 성공하고 생태계 조직역량이 강화되는 상황으로 인해 새로운 시장지배력이란 무엇인지 의문이 제기된다.

 

정부는 건강한 기업환경을 관리하는 가운데 사회공동체 보호에도 힘써야 한다. 어디에 그 균형을 맞출지에 대한 국제적 합의는 없다시피 한 실정이다. 중국에서는 데이터 접근 관련 규제가 없는 상황을 이용해 많은 기업이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다. 반면, 유럽은 데이터 수집과 이용에 엄격한 규제를 적용하고 있다. 그렇다면 유럽은 규제로 인해 경제성장에서 중국에 뒤처질까? 그럴 가능성이 있지만, 많은 유럽인이 사생활 보호라는 공익을 감안할 때 느린 성장을 감수할 가치가 있다고 여길 것이다.

 

각 사회가 우선하는 가치가 무엇이든 모든 국가는 독점금지법에서 독점을 규정하는 기본요소들에 대한 생각을 바꿀 필요가 있다. 그동안은 개별 기업의 시장점유율을 관리하는 데만 집중해 왔다. 영국 재무부가 공개한 최신보고서에서도 경쟁과 규제에 대한 접근법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특히, 우리는 생태계 참여조건이 어떻게 되는지, 생태계를 조직하거나 통합할 때 주력기업이 어떤 영향력을 얼마나 행사하는지, 이런 기업들이 보유한 고객데이터는 어떤 것들인지, 주도기업과 협력기업 측은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 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애플이라는 회사는 하나뿐이지만 애플 앱 개발자는 200만 명이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생태계를 조성하는 기업이 쌓는 막대한 이윤보다 더 사회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는 것은 협력기업들의 운명이다. 그래서 규제조치를 취할 때 생태계 거버넌스와 참여규정, 절대다수이자 을의 입장인 협력기업들의 이익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또한, 기업이 세력을 확장하고 생태계 통제권을 확장하는 것이 시장경쟁을 억제하는 결과를 초래할지에 대해서도 질문해야 한다. 이를 위해 생태계의 M&A 활동을 면밀히 모니터링해야 한다.

 

이런 문제를 다루는 정책담당자는 그렇다고 해서 모든 생태계가 퇴치해야 할 괴물이라고 여기는 사고의 함정에 빠져서는 안 된다. 생태계의 등장은 사익과 공익을 연결시킬 수 있는 새로운 다리가 될 수 있다.

 

미국 디자인혁신기업 아이디오IDEO의 코랩CoLAb순환경제 포트폴리오는 섬유 혹은 식품기업들이 자원의 재활용을 장려하고 폐기물을 줄일 수 있도록 생태계를 구성할 것을 권고한다. 트레입스Traipse의 마이로컬토큰My Local Token에서는 미국 다운타운을 대상으로 현지화한 디지털화폐를 만들어 여행객과 거주민을 잇는 한편, 지역기업과의 연계도 강화한다. 벨로시아Velocia는 더 나은 출퇴근길을 위한 차량공유 주문형서비스와 대중교통수단 이용을 권장하는 온디맨드 서비스를 마련해 이용자에게 보상을 주는 생태계를 구축했다.(이해관계 명시: 필자는 이 세 회사에 조언을 제공했다.)

 

비즈니스는 디지털 혁신이 촉발한 패러다임 전환을 겪고 있다. 경쟁의 본질이 변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경쟁은 단순히 더 나은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아니라 협업과 연계를 위한 새로운 방법을 찾는 방향으로 기울고 있다. 하지만, 이처럼 기회가 늘어나는 만큼 디지털 생태계 앞에 선 기업임원들의 혼란도 커진다. 디지털 생태계가 복잡하다고 해서 이해하려는 노력을 멈춰서는 안 된다. 우리가 적응할 필요가 있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기존 관행에 맞춘 경직된 전략은 버려야 한다. 깊은 탐구의 과정을 거쳐 나온 역동적인 실험이 필요하다. 앞에서 소개한 다섯 가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보라.

 

번역 노이재 에디팅 김성모

 

마이클 G. 자코비데즈(Michael G. Jacobides)는 런던경영대학원 전략담당 교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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