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1-2월호 성평등은 멀리 있지 않다 멜린다 게이츠(Melinda Gates)

성평등은 멀리 있지 않다

 

우리 앞에 전에 없던 기회가 나타났다.

이 기회를 어떻게 제대로 잡을 수 있을까? 멜린다 게이츠

 

 

2010 1, 리벳공 로지1가 커버로 실린 이코노미스트가 시애틀 근처 우리집 우편함에 도착했다. 자신의 상징이 된 이두박근을 자랑하는 모습이었다. 의기양양한 말투의 커버스토리 기사는 이렇게 적고 있었다. “세상에 축하할 일이 좀처럼 없는 요즘이지만 한 가지 좋은 소식이 있다. 앞으로 몇 달 후 여성이 50% 문턱을 넘어 미국 노동인구의 주류가 될 것이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이코노미스트는 로지의 유명한 문구 “우리는 할 수 있어!We can do it!우리가 해냈어!We did it!로 바꿨다.

 

 

나는 로지의 열의가 반가우면서도 승리를 선언하기엔 너무 이른 감이 있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2010년 미국 노동인구에서 여성의 비율은 절반을 넘어섰지만(2019년 현재 비농업 노동인구 가운데 여성 비율은 49.8%) 과거의 불평등이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여성은 여전히 남성보다 돈을 덜 벌고, 덜 승진하고, 의사결정을 내릴 때 남성과 동등한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한다.

 

모든 분야에서 정책을 결정하고, 자원을 배분하고, 기업을 이끌고, 시장을 형성하고, 누구의 입장을 널리 알릴지 결정하는 일은 대부분 남성이 맡고 있다. 한편 진보의 결실은 대개 모든 여성에게 돌아가지 못했다. 비백인 여성, 빈곤 여성, 레즈비언, 트랜스 여성 등 미국에서 역사적으로 가장 소외된 여성집단은 여전히 최저임금 일자리의 덫에서 벗어나지 못할 확률이 가장 높고, 관리직에 오를 가능성이 가장 낮고, 성희롱과 젠더 기반 폭력을 당할 가능성이 가장 높다.

 

 

세계경제포럼의 성 격차 지수Gender Gap Index는 노동인구 및 공직 내 여성의 대표성에 따른 성평등 수준과 건강 및 교육적 성과를 측정한다. 세계경제포럼은 현재의 변화 추세대로라면 208년 후에나 미국이 성평등을 실현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반면 캐나다의 예상 소요기간은 51, 영국은 74년이다.) 지나치게 더딘 진전속도에도 불구하고, 아니 어쩌면 이런 더딘 속도 덕분에 미국과 전 세계에서 어떤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여성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나누고, 행진에 나서고, 파업을 하고, 공직에 출마하고, 기록적인 수치로 선거에서 이기고 있다. 언론은 여성들의 이야기를 널리 전하고, 여성들을 계속 배제해 온 제도에 관한 까다로운 질문을 던지고 있다. 기업 리더들은 회사가 성평등에 관심을 갖고 해결책을 마련하는 데 동참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야 한다는 새로운 압박에 직면해 있다. 글로벌 리더들은 이제 전 연령대의 여성을 어젠다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기대를 받는다.

 

 

성평등에 대한 전례 없는 열정과 관심 덕분에 이제 놀라운 수준의 진보가 가능해지고, 대담하고 야심적인 목표를 추진할 수 있게 됐다. 여기서 우리가 시야를 너무 낮게 잡으면 여성들이 제대로 권익을 챙길 수 없다. 직장 내 평등을 목표로 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괴롭힘과 임금 격차를 더 광범위한 문제의 일부로 바라보지 않고 단편적으로 해결하는 것 역시 충분하지 않다. 이 기회를 제대로 잡으려면 목표를 신중하게 세워야 한다.

 

나는 우리가 사회 안에서 여성의 권력과 영향력 확대를 목표로 삼아야 한다고 믿는다. 내가 생각하는 권력과 영향력은 의사결정을 하고, 자원을 통제하고, 관점을 형성할 수 있는 능력이다. 여성들은 이 능력을 가정에서, 일터에서, 지역사회에서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 역사적으로권력과 영향력이라는 용어가 여성과 연관된 적이 없었고, 모든 여성이 이런 용어를 좋아하지는 않는다는 것도 안다. 나는 내 가족의 재력 덕분에 아주 극소수의 여성만이 누릴 수 있는 권력과 영향력을 가질 수 있었다는 사실도 인정한다. 불완전하고 부정확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이 용어를 사용한다. 오랫동안 미국의 남성들, 특히 백인 남성들이 배타적으로 누려온 것을 이보다 더 잘 표현할 수 있는 말이 없기 때문이다.

 

여성의 권력과 영향력을 확대하려면 많은 게 필요하다. 그중에서도 전략적 자본과 이해관계자의 협업이 가장 중요할 것이다. 미국의 성평등 촉진 활동들은 만성적인 자금난에 시달려왔다. 예컨대 비영리단체 캔디드Candid의 온라인 재단 명부 데이터에 따르면, 개인 기부자들은 여성문제에 1달러 기부할 때마다 고등교육에는 9.27달러, 예술분야에는 4.85달러를 기부한다. 우리가 원하는 결과를 내기 위해서는 젠더에 중점을 둔 활동에 투자하려는 자선가, 벤처투자자, 기업, 정책가가 더 늘어야 한다. 그리고 이들이 서로 협력하려는 의지를 보여야 한다. 이미 행동에 나선 이들과도 손잡아야 한다. 다년간 성평등 문제를 다뤄온 단체들과, 2017년부터 600개 도시에서 진행된 여성 행진에 참여한 400만 명 이상의 여성들과 말이다.

 

내가 2015년에 설립한 투자창업지원 회사 피보털벤처스Pivotal Ventures는 미국의 여성과 가족을 위한 사회적 진보를 이끄는 활동을 펼치고 있다. 우리는 연구를 통해 다음 세 가지 효과적인 개입 활동에 신규 투자와 노력을 집중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첫째, 여성의 직업적 진출을 가로막는 가장 만연한 장애물을 허물어야 한다. 둘째, 우리 사회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분야에 여성의 진출을 가속화해야 한다. 셋째, 기존의 질서를 바꿀 수 있는 제도와 기관에 더 많은 압박을 가해야 한다. 이 세 갈래 전략을 활용하면 진보를 가속하고 2030년까지 주목할 만한 성과를 거둘 수 있다.

 

이 전략이 성공한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우리가 보는 뉴스, 엔터테인먼트, 공적 담론의 상당 부분을 여성이 만들게 된다. 수익성 있고 성장속도가 빠른 분야에 진출해 승승장구하는 여성이 더 많아진다. 공공, 민간, 사회 부문의 다양한 조직에서 고위직에 오르는 여성이 증가한다. 돌봄 등 여러 가사 책임을 남녀가 더 공평하게 분담한다. 근본적으로는 여성이 우리 사회에서 더 많은 권력과 영향력을 행사해야 한다고 믿는 미국인이 늘어난다.

 

 

전략 1: 장애물을 허물어라

 

직업적 성취 측면에서 나타나는 성불평등은 시스템 문제가 아니라 여성의 선택에 따른 결과라고 믿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보면 여성에게 애초에 주어진 옵션이 제한된 경우가 많았다. 이를테면 내 어머니는 그 세대의 대다수 여성들과 마찬가지로 대학에 진학하거나 직장생활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내 세대의 수많은 여성들과 마찬가지로 대학교육을 받고 직장생활을 했다. 이런 차이는 내 능력이나 야심, 혹은 선택보다는 법 제도와 더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미국 교육수정법 제9장은 1972년 통과된 기념비적 민권법으로, 연방정부의 자금을 지원받는 (사실상 거의 모든) 교육기관이 성별을 근거로 차별하지 못하도록 규정했다. 이 법이 미국 사회 안에서 여성의 역할에 끼친 영향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크다. 지난 50년 동안 학사학위를 받은 여성의 비율은 세 배 이상 증가했다. 대학에서 돈을 잘 버는 분야를 전공하는 여성도 늘었다. 교육수정법 제9장이 제정되기 전에는 법학, 의학, 공학 등 전문 분야의 대학원 프로그램이 여학생 선발 비율을 제한하는 경우가 흔했다. 그래서 변호사, 의사, 엔지니어 중 여성을 찾아보기가 힘들었다. 여성들이 해당 분야를 선택하지 않아서 이런 현상이 빚어진 건 당연히 아니다. 여성들이 전문 분야에 진출하지 못하게 만든 차별적 정책과 관행 탓이다.

 

이제 교육기관들은 더 이상 공공연하게 성차별을 할 수 없다. 그래서 오늘날 여성들이 마주치는 장벽은 예전만큼 분명하지 않고, 어떤 면에서는 맞서 싸우기가 훨씬 힘들게 됐다. 그중 가장 만연하고 치명적인 장벽, 즉 여성의 직업적 진출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되는 장벽들을 더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우리 팀은 인구통계학적 데이터, 인구조사, 학술문헌을 연구했다. 그 결과 여성들이 권력과 영향력을 갖지 못하도록 막는 세 가지 주요 장벽을 알아낼 수 있었다. 지금부터 각 장벽에 맞서 싸우는 방법을 알아보자.

 

정형화된 여성 묘사에 반기를 들어라. TV부터 교과서까지 우리가 권력 및 영향력과 관련해 접하는 이야기들은 거의 대부분 남성, 특히 백인 남성 위주다. 영화와 TV에는 전문직은 여성보다 남성이 훨씬 많고, 직장인 여성 캐릭터가 비서일 가능성은 남성 캐릭터보다 여섯 배가 높다. 그리고 우리는 세상이 원래 이렇다고 배워 왔다. 역사교과서에 등장하는 전체 단어 가운데 여성과 관련된 단어는 3%가 채 되지 않는다. 교과서에 수록된 역사적 인물의 전체 이미지 가운데 비백인 여성은 5%에 불과하다.

 

이렇게 접한 정보는 모두 우리가 자기 자신, 타인,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의 토대가 된다. 최근 발표된 한 연구에 따르면, 여섯 살 어린이들은 이미아주 아주 똑똑한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을 때 그 사람이 여성이 아니라 남성일 거라고 짐작하는 경향을 보인다. 똑똑함을 남성과 연관 짓는 사람이 만약 여성이라면, 그 사람은 자신이 특정 직종에 진출할 가능성이 더 적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하지만 이런 고정관념을 뒤집을 수 있다는 연구들도 있다. 여자아이들에게 과학자를 그려보라고 했을 때, 이공계 분야에 종사하는 여성이 나오는 TV 영상을 시청한 아이들이 시청하지 않은 아이들보다 여성 과학자를 그릴 확률이 150% 더 높다. 고정관념에서 벗어난 역할을 맡은 여성이 나오는 광고에 노출된 여성은 향후 리더 자리에 오르고 싶다고 말할 가능성이 더 크다.

 

기업은 여성을 새롭고 더 나은 방식으로 보여주는 것이 사업에도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엔터테인먼트 업계를 한번 보자. 어떤 영화가 여성 캐릭터를 어떻게 다루는지 측정하는 방법 중, 두 명의 여성이 남성과 관련되지 않은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있는지 알아보는 벡델테스트Bechdel test가 있다. 벡델테스트는 수익성과도 연관돼 있는 것 같다. 작년에 발표된 한 연구에 따르면, 2014~2017년 모든 고예산 영화 카테고리에서 벡델테스트를 통과한 영화의 평균 수익이 그렇지 않은 영화보다 더 높았다. 2012년 이후 10억 달러 이상의 수익을 거둔 영화들은 모두 벡델테스트를 통과했다. 강한 여성 캐릭터가 등장하는 프로젝트를 지지하는 엔터테인먼트 기업 임원들은 여성의 존재를 더 드러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더 높은 경제적 이익도 챙길 수 있다.

 

다른 업계도 나름대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예를 들면 교과서 출판사들은 다음 개정판 교과서의 내용과 이미지를 다양하게 만드는 계획을 추진할 수 있다. 자선가와 벤처투자자들은 다양한 배경을 지닌 기자를 적극 채용해서 여성에게 주로 영향을 미치는 이슈를 보도하는 언론매체를 지원할 수 있다. 우리가 영상과 글로 접하는 이야기들은 기존의 사회적 편견을 반영해선 안 된다. 이런 편견을 없애야 한다.

 

직장 내 성희롱과 성차별을 없애라.성희롱, 성차별, 성폭력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생존자 주도의 미투 운동은 이 문제가 얼마나 광범위하며 그로 인해 사회가 치러야 하는 비용이 얼마나 큰지를 극명하게 보여줬다. 여성의 85%가 평생 한 번 이상 성희롱을 경험하며, 이런 성희롱은 여성의 권력과 영향력에 파멸적 영향을 준다. 예컨대 남성 중심적 분야에서 일하는 여성은 성희롱을 당할 가능성이 더 높다. 어쩌면 이런 요인이 여성들이 수익성이 더 낮은 여초 분야로 몰려가는 이유 중 하나일지도 모른다. 또한 성희롱을 당하고 있다고 밝힌 여성의 80% 2년 안에 직장을 떠난다. 이는 직업적 성장에 차질을 준다.(대부분의 CEO는 그 자리에 오르기까지 15년 동안 근속한다.)

 

기업은 이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음을 보여줘야 한다는 상당한 압박을 받고 있다. 하지만 많은 리더들이 사내 성희롱과 성차별을 줄이는 실질적 방법을 알려주는 지침이나 증거가 턱없이 부족하다고 느낀다. 기업이 이를 해결하려는 의지를 보여주는 좋은 방법 중 하나는 지식을 구축하는 것이다. 사내에 적용할 수 있는 개입 방법을 시험하기 위한 연구 프로젝트를 외부에 의뢰하거나, 모범적인 사례를 널리 알리는 방법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물론 모든 여성이 직장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는 회사에서 일하는 것은 아니다. 많은 여성이 훨씬 위험한 환경으로 매일 출근하고 있다. 손님이 주는 팁에 의지하는 식당종업원은 집적거리는 손님의 심기를 건드릴 수 없다. 마사지사는 난폭한 손님과 단둘이 남겨지기도 한다. 농장에서 일하는 이민자 여성은 학대를 당해도 불안한 신분 때문에 신고하기가 어렵다.

 

따라서 기업, 자선가, 활동가들이 타임스업(TIME’S UP)과 여성의 안전과 존엄을 위한 공동행동(Collaborative for Women’s Safety and Dignity)의 선례를 따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 두 조직은 모든 여성이 직장에서 공평한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돕고 있다. 타임스업은 전미여성법센터, 미국 여자축구대표팀 등 주요 단체들과 손잡고 고위임원, 공장노동자 할 것 없이 모든 일하는 여성의 권리와 보호를 증진하기 위한 전혀 새로운 정책 옹호 어젠다를 홍보한다. 여성의 안전과 존엄을 위한 공동행동은 일터에서 성별 기반 폭력을 없애는 방안을 만들 때 성희롱을 겪은 사람들, 특히 비백인 여성들이 중심 역할을 하도록 돕는 일에 초점을 맞춘다.

 

직원들이 업무와 돌봄을 모두 챙길 수 있게 도와라. 미국 아이들은 보통 오후 3시 전후로 수업을 마친다. 하지만 학부모들은 빨라도 오후 5시가 돼야 퇴근할 수 있다. 이는 우리 사회가 여전히 낡고 잘못된 추정에 기반해 있음을 보여주는 크고 작은 예시 중 하나일 뿐이다. , 대부분의 가족이 생계를 책임지는 아버지와 전업주부인 어머니로 구성된 이성애자 부부 가정에서 살고 있다는 추정이다. 미국인의 삶이 이런 규범에 들어맞은 적이 있었는지 모르겠지만(많은 여성들, 그중에서도 비백인 여성들은 오래전부터 원하든 원하지 않든 밖에 나가 돈을 벌었다), 현재는 확실히 맞지 않는다.

 

오늘날 대다수 미국 여성이 풀타임으로 일하지만, 여전히 남성보다 약 두 배 많은 시간을 돌봄에 할애한다. 자녀가 있는 여성의 75%는 자녀 양육 때문에 일할 기회를 포기하거나, 직업을 바꾸거나, 일을 그만둔 경험이 있다. 어머니가 자녀 양육이나 가족 돌봄을 이유로 일을 그만둘 확률은 아버지에 비해 세 배나 높다. 직장에 다니지 않는 여성의 60% 이상이 일을 하지 않는 이유로 가족에 대한 책임을 꼽는다. 베이비부머 세대 여성의 3분의 1이 고령의 부모를 모시고 있으며, 이들 중 11%가 전일 돌봄을 위해 직장을 그만뒀다.

 

미국은 선진국 중 중앙정부 차원의 유급 가족휴가 및 유급 병가정책이 없는 유일한 나라다. 유급휴가가 보장되면 여성과 아동의 건강 결과가 개선될 뿐만 아니라, 가족의 경제적 안정도 강화되고 남성이 훨씬 적극적으로 돌봄에 참여하게 된다. 직장을 계속 다니는 여성도 늘어난다. 한 연구에 따르면, 유급휴가를 확대한 미국 기업들에서 출산한 여성직원의 퇴사율이 최대 50%까지 줄었다.

 

미국 내 여러 주에서 유급휴가법이 통과됐다는 사실은 이런 움직임이 탄력을 받고 있음을 일러준다.(최근 워싱턴 주, 매사추세츠 주, 코네티컷 주, 오리건 주, 워싱턴DC가 이 대열에 합류했다.) 심지어 유급휴가법이 없는 주에서도 수많은 기업이 가족친화적 정책 기준을 신설하고 있다. 이는 여성 직원들의 업무와 돌봄 책임을 동시에 챙길 때 기업과 직원에게 모두 도움이 된다는 증거에 보탬이 된다.

 

새로운 정책을 도입하는 것은 첫걸음이자 중요한 걸음이다. 하지만 기업은 직원들이 신설된 혜택을 적극 이용할 수 있도록 직장 내 문화를 바꾸는 노력도 기울여야 한다. 전국적으로 유급휴가법이 통과되는 날이 온다 해도, 이 법을 사내문화에 통합하는 것과 불이익을 당할 걱정 없이 유급휴가를 쓸 수 있고 써야만 한다는 사실을 직원들에게 알리는 것은 여전히 기업의 재량에 달려 있다.

 

 

전략 2: 여성의 진입을 가속화하라

 

지난해 뉴욕타임스에 실린 한 기사는 다음과 같은 암울한 관찰로 시작된다. “미국 권력기관의 복도에서이라는 이름의 남성을 마주칠 확률은 이름 관계 없이 아무 여성이나 마주칠 확률과 비슷하다.” 이 기사에서 가장 잊지 못할 대목 중 하나는 2018년 포천 선정 500 CEO 제임스라는 이름을 지닌 남성이 여성보다 더 많다는 사실이었다. 2019년에 여성 CEO의 비율이 약간 상승하기는 했지만, 500 CEO로 선정된 비백인 여성은 1%도 아닌 단 한 명이었다.

 

물론 미국을 이끄는 이들 중에 존과 제임스라는 이름의 남성이 비정상적으로 많다는 사실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세상은 원래 이랬다. 미국 독립선언문 서명자 56명 가운데 여덟 명, 미국 연방헌법 서명자 39명 가운데 일곱 명이 존이나 제임스였다. 우리 삶과 일터의 시스템은 이들에 의해, 이들을 위해 만들어졌다. 이 나라에서 가장 큰 힘과 영향력을 지닌 업계들이 수백 년의 역사를 스스로 극복할 때까지 기다리기보다는, 여성들이 핵심 분야에 하루 빨리 진입해 출세할 수 있도록 돕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어떤 업계를 최우선적으로 다룰지 결정하기 위해, 우리 팀은 여섯 가지 요인에 근거해 부문 간 비교를 실시했다. 우리는 규모, 성장률, 평균 보수, 고위경영진 내 성비 격차라는 네 가지 양적 지표를 활용했다. 더불어 가시성(해당 부문과 그 경영진이 사회 전반의 공적 담론과 내러티브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가)과 도달범위(각 부문의 기업 또는 리더가 경제 내 다른 부문의 경영방식과 행동방식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가)라는 두 가지 질적 지표도 포함했다. 분석 끝에 우리는 공직, 테크, 학계, 미디어, 투자, 기업경영 등 여섯 개 부문을 추려낼 수 있었다.

 

 

모든 산업에서 여성의 진출을 동시에 촉진하는 대신 몇몇 부문에 우선 집중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는 특별히 힘과 영향력이 가장 큰 부문을 공략하면 사회 전반에 파급 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고 본다. 그래서 최종적으로 다른 업계에서 일하는 여성, 혹은 일하지 않는 여성의 커리어도 가속화할 수 있다고 믿는다. 우리가 노력과 자금을 전 부문에 고르게 분산 투입한다면, 점진적인 개선밖에는 하지 못할 것이다.

 

여성의 힘을 급속도로 높일 수 있는 방법은 크게 다음 두 가지다.

 

주요 분야로 들어가는 새로운 길을 열어라. 얼마 전만 해도, 성별간 격차가 크지만 이 문제에 거의 무관심한 기업과 업계에서는 체념하듯이 그 원인을인재 파이프라인탓으로 돌렸다. 쓸 만한 여성 인재가 충분하지 않아서 여성을 더 채용할 수 없다고 말이다. 이제 우리는 남성 중심적 업계로 연결되는 파이프라인이 오랜 세월 동안 남성 인재를 배출한 이유가, 그 파이프라인이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애초부터 그렇게 설계돼 있었기 때문이라는 점을 잘 안다. 예를 들어 테크 업계로 연결되는 전통적 파이프라인은 생애 초기에 컴퓨터공학에 대한 흥미를 발견한 이들에게 가장 유리하다. 어린 시절부터 비디오게임을 즐기며 컴퓨터에 흥미를 갖기 시작하는 남자아이들에게는 별 문제가 없다. 하지만 남자아이들보다 늦게 컴퓨터에 대한 열정을 발견하는 경향이 있는 여자아이들에게는 이 파이프라인이 불리하다. 그래서 컴퓨터공학 학위를 취득하는 여성이 19%에 불과한 상황이다. 이들은 대부분 백인이나 아시아계 여성이다.

 

핵심 산업의 지형을 바꾸는 방법을 강구할 때, 우리는 남성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했던 전통적 파이프라인을 새로운 진입통로를 열어주는 시스템으로 바꾸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모두가 동일한 파이프라인을 통과해 자연스럽게 동일한 기회를 얻을 거라고 가정하지 말고,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이 생애 다양한 시기에 갖가지 방법으로 이들 분야에 더 많이 진입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

 

아울러 신규 진입통로를 만들기 위한 개입방법을 고안할 때 성별이나 인종을 고려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오래된 불평등을 또다시 심화하고, 역사적으로 가장 많은 특혜를 누려온 이들에게 혜택을 줄 위험이 있음을 이해해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기존 시스템으로부터 가장 소외된 이들을 우선시하는 신규 진입로를 설계해야 한다. 예를 들면, 앞서 말했듯이 컴퓨터공학 학위를 취득하는 여성은 대부분 백인과 아시아인이다. 전체 인구의 약 16%를 차지하는 흑인, 라틴아메리카계, 원주민계 여성 가운데 컴퓨터 학위 취득자는 4%에 불과하다. 이들이 컴퓨터 분야에 진출할 수 있는 신규 진입로를 만들기 위해, 나는 10여 개의 선도적 테크기업과 손잡고 2025년까지 컴퓨터 학위를 취득한 흑인, 라틴아메리카계, 미국 원주민 여성의 수를 두 배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하는 리부트 리프레젠테이션 테크 연합(Reboot Representation Tech Coalition)을 조직했다. 이 연합이 설립 초기에 투자한 사업 가운데 뉴욕 여성 기술인 및 기업가(Women in Technology and Entrepreneurship in New York·WiTNY)는 학생 인턴십과 겨울방학 동안 진행되는윈턴십winternship을 제공할 지역 테크기업을 모집하는 등 젊은 여성들이 해당 분야의 진로를 고려하도록 북돋는 프로젝트다.

 

정치권도 여성의 신규 진입로가 필요한 분야 중 하나다. 현재 추세대로라면 미국 의회가 성평등을 달성하기까지 최소 60년이 걸린다. 상하원의 여성 비율은 24%에 불과하다. 26개 주에서는 비백인 여성이 의원으로 당선된 적이 단 한 번도 없으며, 20개 주는 여성 주지사를 배출한 적이 없다.

 

하지만 데이터를 살펴보면 문제가 여성의당선율이 아니라출마율에 있음을 알 수 있다. , 후보자로 나서는 여성의 수가 적다. 국회의원에 출마한 여성의 수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던 2018년 중간선거에서도 전체 출마후보의 77%가 남성이었다. 매 선거마다 여성 정치인을 당선시키기 위해 개인과 조직이 수백만 달러를 투입하지만, 대부분의 자금이 개별 여성의 선거운동에 쓰인다. 그중 아주 일부만이 더 많은 여성의 출마를 독려하는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투자된다. 정부의 지형을 바꾸려면쉬 슈드 런(She Should Run)’과 같은 조직의 역량을 구축하고 강화해야 한다. 이들을 비롯한 많은 단체가 비전통적인 방법을 통해 진보, 중도, 보수, 비백인, 이민자 등 각계각층에서 여성 공직선거 출마자를 모집하고 있다. 예컨대 여성 공공 리더십 네트워크는 상공회의소, 부동산중개인협회, 미국농민단체와 손잡을 경우, 각 지역사회에서 활약하고 있는 여성들을 발굴해 선거 출마를 독려할 수 있을지를 시험 중이다.

 

단체마다 전략은 조금씩 다르지만 전반적인 기본 원칙은 같다. 여성이 남성에 비해 불리한 기존 파이프라인을 통해 남성과 동등한 권력과 영향력을 쟁취하기를 마냥 기다리기만 한다면 아주 오래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다.

 

여성의 경력개발을 지원하라.물론 특정 분야에 진입한 여성이 그 안에서 성공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주지 않는다면 제대로 문제를 해결했다고 볼 수 없다. 데이터를 보면, 앞서 언급한 모든 산업부문에서 인맥, 멘토, 후원자, 자본에 대한 여성의 접근성은 남성에 비해 제한돼 있다. 다시 말해 직업적 성공에 필요한 지원 하나하나를 따져봤을 때, 여성은 모든 면에서 남성보다 지원을 덜 받는다.

 

잠시 테크 업계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이 일은 대학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하고 10년 가까이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일한 나에게 개인적으로도 의미가 있다. 하지만 컴퓨터 분야의 성 격차를 좁히는 것은 반드시 컴퓨터공학 학위가 있는 이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 분야에서 일어나는 일은 우리 모두에게 영향을 미친다. 테크는 건강과 의료산업을 발전시킨다. 시민과 정부의 관계를 바꿔 놓는다. 고용자와 피고용자가 일의 미래를 재구상하게 해준다. 테크는 지식을 전파하고, 사람들을 모으고, 경제 전반의 혁신을 이끌기 위한 핵심 요소다. 여성이 테크 업계에서 계속 배제되는 한 우리가 미래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여성이 남성과 동등한 권력과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테크 업계에 진입하는 여성만큼이나 그 안에서 버티는 여성도 적다. 전미여성정보기술센터에 따르면, 2017년 전체 컴퓨터 인력 가운데 여성은 26%에 불과하다. 앞서 말했듯이 문제의 일부는 테크 업계로 연결되는 파이프라인이 여성에게 불리하다는 점에 있다. 하지만 컴퓨터 업계에 진입한 여성들이 업계를 이탈하는 비율도 남성의 두 배가 넘는다. 테크 업계의 다양성 촉진을 목표로 하는 케이퍼센터Kapor Center 2017테크 업계 종사자들의 자진 퇴사 사유를 조사한 최초의 전국 단위 연구테크 리버Tech Leavers연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직장의 문화가 직원의 이직, 그중에서도 특히 여성과 소수집단의 이직을 유발하는 주요 요인 중 하나로 밝혀졌다. 응답자 2000명 가운데 회사가 조직문화를 개선했더라면 그만두지 않았을 거라고 답한 사람이 거의 3분의 2에 달했다. 이 연구는 조직문화 문제로 인해 테크 업계가 부담하는 비용이 한 해 160억 달러를 넘는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하버드대 케네디행정대학원의 아이리스 보넷Iris Bohnet행동경제학 교수는 연구자, 스타트업, 유수의 테크기업과 함께 채용, 인재관리, 기업가활동, 직장문화와 관련해 작용하는 편향을 극복할 수 있는 우수 사례를 발굴하고 있다. 보넷 교수 연구팀은 직장 내 편향을 없애려는 기업을 위해 증거에 기반한 열 가지 권고사항을 마련했다. 그중 하나는 임금격차를 해소하는 데 목표와 투명성을 활용하라는 것이다. 또한 모든 직원이 고위경영진 앞에서 자신의 역량을 선보이고 승진에 도움이 될 만한 중요 업무에 참여할 기회를 동등하게 누릴 수 있도록 업무 할당에 보다 신중을 기하라고 제안한다.

 

보넷 교수 연구팀은 관리자가 승진과 직무 배치에 관한 결정을 내릴 때 편향을 줄이려면, 후보자들을 따로따로 평가하는 대신일괄 결정을 하는 게 좋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 특정 직무나 승진의 적임자를 결정할 때 여러 대상자를 동시에 평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각 대상자를 개별로 평가하면 성 편견이 작용하기 쉽다. 하지만 여러 대상자를 같이 놓고 비교하면 과거 성과와 같은 요인들에 기반해 평가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보넷 교수가 2018 2월 노벨상위원회에일괄 결정에 관한 연구 결과를 소개한 이후, 위원회는 후보 추천자들에게 최대 세 명의 후보자를 추천해 달라고 요청했다. 2018년 가을 노벨상 수상자가 발표됐을 때, 사상 최초로 과학 분야에서 두 명의 여성 수상자가 나온 건 우연이 아닐 것이다.

 

기존 시스템에서 편향을 없애는 방법을 고안하는 한편, 더 개선된 새로운 시스템을 만든다면 여성의 진출을 가속할 수 있다. 테크 업계가 실리콘밸리를 넘어 애틀랜타, 시카고, 피츠버그 등 여러 도시로 확장되고 있는데, 신흥 중심지가 실리콘밸리의 불평등을 답습해야 한다는 법은 없다. 이들 도시가 성장하면서 여성의 대표성과 포용성을 최우선과제로 삼는다면, 테크 업계의 성 격차를 좁히는 데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앞서 언급한 WiTNY는 이미 자체 지역사회 모델을 전국으로 확대하기 위한 준비작업에 들어갔다. 그리고 더 많은 여성 기술인이 진출할 수 있도록 포괄적 규범과 관행을 구축하기 위해 테크기업, 대학, 혁신 생태계와 파트너십을 맺을 계획도 갖고 있다.

 

기술이 미래의 기반이라면, 더 공평한 기술은 더 공평한 미래의 토대가 될 수 있다.

 

 

전략 3: 외부 압력을 증폭시켜라

 

2008년 당시 상원의원이던 버락 오바마는 선거운동 중 동성 간의 결혼을 수용하는결혼 평등반대 입장을 거듭 밝혔다. 캘리포니아 새들백 교회에서 주최한 대선토론회에서는저는 결혼이 남녀간 결합이라고 믿습니다라고 말했다. 당시 여론조사에서도 국민 대다수가 같은 입장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2012년에는 형세가 달라졌다. 오바마 대통령은 ABC방송 앵커 로빈 로버츠와의 인터뷰에서저는 동성 커플에게도 결혼이 허용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그로부터 3년 후, 대법원은 결혼이 모든 커플이 누릴 수 있는 시민권리라는 판결을 내렸다. 이때 여론조사에서도 국민 대다수가 대법원의 판결과 같은 입장인 것으로 나타났다. 비교적 짧은 기간 안에 대중의 여론과 공공정책이 변화했다. 상당히 극적이고 빠른 변화였다.

 

이 이슈의 진전을 촉진한 요인 가운데 하나는 시민결혼 공동행동(Civil Marriage Collaborative)이라는 단체였다. 2004년 여러 자선재단이 함께 설립한 이 조직은, 결혼 평등과 관련된 조직화된 전략을 짜기 위해 성소수자 리더 26명과 손을 잡았다. 시민결혼 공동행동은 아예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거나, 오랫동안 이 이슈에 전념해 온 단체들을 대체하지 않았다. 단지 기존 단체들이 서로 협력할 수 있는 메커니즘을 마련하고, 이들이 세운 전략을 실행할 수 있도록 융통성 있는 장기 자본을 제공했을 뿐이다.

 

지난 10년 동안 시민결혼 공동행동은 30개 주에 15000만 달러 이상을 투입해 법원, 미디어, 주의회에 압력을 가하고 가두시위를 벌였다. 이렇게 가한 외부압력이 얼마나 효과적이었던지 리더들 스스로도 놀랄 정도였다. 2004년에 이 단체는 2020년까지 열 개 주에서 완전한 결혼 평등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리고 애초 계획된 기한보다

5년 일찍 40개 주에서 목표를 달성했다.

 

이 사례를 통해 우리는 조직화의 촉매효과에 대해 배울 수 있다. 여성의 권력과 영향력 강화를 열망한다면 사람들의 도덕성이나 이해관계에 기댈 수만은 없다. 이들이 느끼는 압력을 증폭시켜야 한다. 주주, 소비자, 피고용자는 제도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집단이다. 이들을 규합해 이 영향력을 특정 타깃에 대한 압력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

 

주주. 주주행동주의는 가능성이 많은 영역이다. 이를테면 얼마 전 캐나다 연금투자위원회는 주주로서의 권력을 행사해 포트폴리오에 속한 기업들 중 여성이 없는 이사회를 해산시키기 위해 표를 던지겠다고 압박했다. 그 후 1년 안에 이사회에 여성이 없는 45개 기업 가운데 절반이 한 명 이상의 여성을 임명했다. 주주행동주의는 이사회 구성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 말고도 다양한 방법으로 쓰일 수 있다.

 

주주는 투표를 통해 기업이 임금과 승진의 투명성을 강화하는 등 성평등을 촉진하기 위한 전면적인 변화를 단행하도록 압박할 수 있다.

 

소비자. 개인은 평소 구매활동을 통해 성평등에 기여하는 기업에는 보상을, 저해하는 기업에는 벌을 줄 수 있다. 2017년 우버가 택시운전사 파업을 기회로 삼으려 했다는 비난을 사면서 우버 삭제(#deleteuber) 운동이 동력을 받자,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우버의 시장점유율은 10%나 하락했다. 여성의 권력 및 영향력과 관련된 기업의 이력을 고려해 소비자가 구매결정을 내린다면 기업의 행동도 변화할 것이다.

 

그래서 수많은 단체들이 성평등과 관련된 기업이력 정보를 공개하고 있다. 이를테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젠더 페어Gender Fair는 경영진 내 여성 대표성, 성별 임금 및 수당 격차, 광고에 나타난 여성의 이미지, 성평등을 위한 기업 자선활동이라는 네 가지 범주에 대해 점수를 매긴다. 소비자는 이 정보를 이용해 자신이 구매하는 제품을 만든 기업이 성평등을 실천하도록 압박할 수 있다.

 

피고용자. 마지막으로 피고용자들이 힘을 모으면 고용주의 행동을 바꿀 수 있다. 얼마 전 성희롱 혐의를 받은 고위임원이 퇴직금을 두둑이 챙겼다는 사실이 드러나자, 이에 반발한 구글 직원들이 파업에 나섰던 일을 생각해 보라. 50개 도시에서 2만 명이 참가한 이 파업으로 구글은 내부의 성희롱사건 처리 관행을 재고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다양한 유형의 외부압력은 모두 주요 단체와 조직의 행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하지만 여성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많은 이들이 힘을 합쳐 압력을 가한 사례는 아직 없다. 부정적인 언론 보도, 주주의 반란, 소비자 불매운동, 직원 파업 앞에서 기업은 여성의 권력과 영향력을 증대하는 방법을 강구하라는 요구에 부응하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런 시너지를 만드는 가장 중요한 도구 중 하나가 바로 데이터다. 하지만 지금은 데이터가 충분하지 않다. 특히 젠더에 대한 데이터가 턱없이 부족하다. 공중보건 관련 일을 할 때는 질병통제예방센터, 보건계측평가연구소, 세계보건기구 등에서 관련 데이터를 찾으면 된다. 하지만 미국 젠더 관련 데이터가 필요한 성평등 운동가 및 활동가들은 극히 제한적이고 불완전한 데이터를 이리저리 꿰어 맞추고, 없는 데이터는 추정에 의존하는 수밖에 없다. 이 부분에서 자선기부자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공중보건에 대한 데이터를 총체적으로 관리하는 세계보건기구처럼 젠더 관련 데이터를 전담하는 조직이 있다고 상상해보자. 통합적이고 정확한 젠더 관련 데이터를 모조리 수집해 분석하는 중앙화된 제도적 기관 말이다. 이런 기관이 생긴다면 불평등의 실태를 더 많은 사람들이 명확하게 알게 되고, 행동에 나서려는 사람들이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자선자본과 개인자본이 있으면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힘을 규합해 변화를 요구하는 여건을 조성할 수 있다. 이 같은 요구의 목소리가 충분히 크고 명확해지는 날, 그리고 이런 압력이 충분히 강해지는 날이 오면 바위처럼 단단해 보이는 오래된 장벽이 허물어지기 시작할 것이다.

 

 

우리가 정말 할 수 있을까?

 

우리는 이 장벽을 허무는 날이 오기를 오랫동안 고대해 왔다. 미국 민주주의 초기에 애비게일 애덤스2는 미 헌법 기초자들에게 여성이발언권이나 대표성을 보장하지 않는 법에 묶인 채 잠자코 있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충고하며여성을 잊지 말라고 당부했다. 남북전쟁이 일어나기 10년 전 소저너 트루스3는 자신을 노예였던 사람으로만 대하는 모든 이들을 향해나도 여성의 권리입니다라고 말하면서, 당시 성평등 운동가들에게 비백인 여성을 더 포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세기를 목전에 두고 엠마 라자루스4자유롭게 숨쉬기를 갈망하며엘리스 섬에 도착한 이민자 가족들을 수세대 동안 반겨준 시를 지어 미국의 정체성 형성에 일조했다.

 

이들 여성은 모두 더 나은, 더 평등한 미국의 비전을 만드는 데 기여했고, 우리는 아직도 그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애비게일, 소저너, 엠마, 이름을 알 수 없는 수백만 명의 용감한 여성들, 리벳공 로지 그 어느 누구도 지금 우리처럼 변화의 속도를 높이고 추세를 바꿀 수 있는 기회를 얻지 못했다. 우리가 이 기회를 제대로 잡지 못하면 성평등을 달성하는 데 208년이 걸린다. 애비게일 애덤스 탄생 500주년이 될 때 즈음에야 목표에 근접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오래 기다릴 수는 없다.

 

다른 많은 사람들처럼 나 역시 빌&멜린다 게이츠 재단과 내가 운영하는 피보털벤처스를 통해, 이 시점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에 대해 생각해 왔다. 나는 전 세계에 성평등을 촉진하고 미국 여성들의 권력과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나의 권력과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다. 이것이 나 혼자만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HBR 독자들 역시 미국 여성들에게 더 나은, 더 평등한 미래를 만들어 주기 위한 노력에 다양한 방법으로 동참할 수 있다. 여러분은 고위임원, 기업가, 혁신가, 투자자, 직장의 상사, 이사회 멤버, 주주, 미디어 수용자, 유권자, 피고용자, 소비자, 가족의 일원 등 다양한 역할을 맡고 있다. 모든 사람이 각자의 위치에서 지금의 제도가 실패하는 부분을 찾아내 밝히고 바꾸는 데 일조할 수 있다.

 

우리의 선택에 달렸다. 우리가 이 기회를 제대로 잡는다면 다음 번에 리벳공 로지가 우편함에 나타나우리가 해냈어!”라고 말할 때, “당신 말이 맞아라고 답할 수 있을 것이다.

 

노트: 이 아티클을 쓴 멜린다 게이츠는 본문에서 언급된 하버드대 케네디행정대학원 여성공공정책 프로그램, 미첼 케이퍼 재단, 전미 여성정보기술센터, 리부트 리프레젠테이션 테크 연합, 여성의 안전 및 존엄을 위한 공동행동, 타임스업 재단, 뉴욕 여성기술인 및 기업가에 자선투자를 했다.

 

 

 

 

1.Rosie the Riveter, 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의 군수공장에서 일한 여성들을 대표하는 문화적 상징. 작업복 소매를 걷어 올리고 이두박근을 자랑하는 모습을 하고 있다.

 

2.미국 제2대 대통령 존 애덤스의 아내이자 제6대 대통령 존 퀸시 애덤스의 어머니. 건국의 주역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히기도 한다.

 

3.아프리카계 미국인 노예 해방론자이자 여성인권 운동가

 

4.미국의 작가이자 시인. ‘자유의 여신상받침대에 새겨진 시구, “가난하고 지친 이들, 자유롭게 숨쉬기를 갈망하는 무리여, 내게로 오라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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