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9-10월호 이사회 안의 ‘비공식 채널’ 하이디 K. 가드너(Heidi K. Gardner)

GOVERNANCE

이사회 안의 ‘비공식 채널

 

이사들의 사담(私談)이 이사회를 방해하지 않게 하는 법

 

 

 

하이디 K. 가드너

하버드법학대학원 특별연구원

랜들 S. 피터슨

런던경영대학원 교수

 

 

 

 

Idea in Brief

문제점

이사들 사이의 개별 대화는 이사회가 순조롭고 효과적으로 운영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사담이 부적절하게 이뤄지면 정치공작을 조장하고, 구성원을 소외시키며, 잘못된 의사결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

 

원인

이사회는 사담을 그저 지위가 높은, 바쁜 사람들과 일하는 데 드는 비용으로 치부하면서 건설적인 대화로 발전시키는 데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

 

해결책

이사회는 분명한 대화의 규칙을 정하고 이사들이 이를 준수하고 있는지 정기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신규 이사를 위한 온보딩 프로세스를 수립하고, 이사들 간 친분관계를 조성하며, 사담을 하는 동안에도 신뢰를 유지하기 위한 조치를 시행해야 한다.

 

 

 

 

이사회의 이사로 활동해본 적이 있다면 이런 기분이 뭔지 알 것이다. 정기 회의는 끝났는데 아직 하고 싶은 얘기가 있고 다음 회의까지는 몇 달이 더 남았을 때의 답답한 기분 말이다. 회의 때는 시간이 부족해 지적하지 못한 복잡한 기술적인 문제를 묻고 싶거나, 이사회 전체와 공유할 수 없는 민감한 사안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을 수 있다. 아니면 실체를 더 파악하고 싶은 사안이 있을 수도 있다. 그 내용이 뭐든지 당신은 다음 회의 때까지 기다리기가 힘들다. 이런 상황에서 많은 사람들은 옆 사람에게 말을 걸고 사담(私談)을 하게 된다.

 

사담은 조직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사담은 팀원들끼리 의견과 정보를 교환하고 서로 영향력을 주고 받음으로써 효과적으로 협력할 수 있도록 돕는다. 하지만 당신이 이사로 활동해 본 적이 있다면 이런 사담이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도 잘 알 것이다. 부적절한 사담은 사내 정치공작을 부추기고, 전문성을 갖춘 핵심 이사를 따돌리며, 부적절한 패거리문화를 만들어서 잘못된 의사결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 팀을 더 낫게 만드는 게 아니라 아예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다.

 

사담이 팀의 성과에 미치는 지대한 영향을 감안하면 이와 관련된 연구가 많을 것이라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특히 중대한 사안을 책임져야 하는 이사회 수준에서라면 말이다. 하지만 필자들이 3년 전 수십 개 조직의 이사회 역학에 관한 연구의 일환으로 사담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을 때 아무도 이 부분을 신경 쓰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우리는 또 이사들간의 사담이 여성 등 소수자 그룹이 회사에 기여하는 것을 방해함으로써 다양성을 저해한다는 점을 알고 놀랐다. 마지막으로 필자들은 많은 사람들이 사담을 그저 지위가 높고 바쁜 사람들과 일하는 데 드는 비용 정도로 받아들이고 있음에 흥미를 느꼈다. 그래서 대규모 설문조사와 심층 인터뷰를 통해 자세히 조사해 보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이사회가 비공식적인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의 노하우를 배울 수 있었다. 이는 이사회뿐 아니라 다른 팀을 운영할 때도 적용할 수 있다.

 

사담 관리의 어려움

 

이사회 의장과 이사들은 사담의 미묘한 단점을 알아채지 못한다. 그래서 적극적으로 사담을 줄이려고 노력하지도 않는다. 사담에는 다음과 같은 단점이 있다.

 

사담은 일부 이사들에게 불완전한 정보만을 남긴다.이는 바람직한 의사결정을 방해한다. 어떤 비영리단체에서 한 직원이 비상임 이사회 의장의 참모에게 회사 CEO의 행동에 대한 우려를 사적으로 표명했다고 치자. 의장은 정식으로 문제를 제기하기에 앞서 이사들이 어떤 부적절함을 감지했는지 알아보고자 했다. 그는 각 이사에게 개별적으로 연락했다. 그런데 대화가 진행될수록 해당 사안에 대한 그의 입장이 조금씩 바뀌면서 개별 이사들도 그로부터 조금씩 다른 버전의 이야기를 듣게 됐다. 결국 다음 회의에서 의장이 초반에 대화한 이사들은 자신들이 전체 내용을 파악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일부 이사들은 자신들이 속았다고 느꼈고, 의장의 리더십과 진실성에 문제를 제기하며 사임했다. 분열된 이사회는 정작 중요한 사안, 부적절한 행동을 한 혐의를 받고 있는 CEO를 어떻게 할지, 시의적절하게 판단을 내리지 못했다. 결국 나중에 직원들이 공식적인 불만을 제기하면서 CEO가 사임했고, 조직의 평판은 땅에 떨어졌다.

 

사담은 이사회를 편견에 취약하게 만들 수 있다.  이사회 의장이 라운드로빈 방식의 일대일 대화[1]를 통해 정보를 공유하다 보면 문제에 대한 공통의 이해와 그에 따른 해결책을 왜곡시킬 가능성이 있다. 의장 본인의 해결책은 더 왜곡될 것이다. 사람들은 먼저 한 대화보다 나중에 한 대화를 더 잘 기억하기 때문이다. 심리학자들은 이런 경향을 최신 편향recency bias이라고 부른다. 결과적으로 의장은 자신이 가장 마지막에 이야기를 나눈 사람의 의견을 더 중요하게 생각할 것이다. 그 의견이 전문지식으로 뒷받침되고 있는지와는 상관없이 말이다.

 

이뿐만 아니라 관련 주제에 대해 처음으로 발언한 사람은 논의의 방향을 설정하는 데 과도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행동경제학자들은 이런 편견을 앵커링 효과anchoring effect 라고 부른다. 한 선임 사외이사는 인수 제안을 평가하는 과정에서 이 문제가 어떻게 자신을 혼란스럽게 만들었는지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이 문제를 논의하려고 처음 통화한 이사는 글로벌 대기업의 CEO였어요. 나는 그가 CEO로 있는 동안 수십 건의 대규모 인수합병 거래를 성사시켰음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는 우리가 마땅히 제안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가격을 제시했어요. 그리고 다른 모든 이사와 이야기를 나눠봤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이후의 조언 하나하나를 액면 그대로 고려하기보다는 그의 조언과 비교해 저울질했음을 깨달았습니다. 하지만 그가 내놓은 가격은 우리 같이 빠르게 성장하는 기업에는 터무니없는 수준이었습니다. 우리 회사는 그의 예전 회사와는 상대가 안 될 정도로 규모가 작고 경쟁 분야도 완전히 달랐어요. 우리는 시간을 낭비했고 결국 입찰에서 떨어졌습니다.”

 

이사들이 자기가 배제된다는 느낌을 받으면 신뢰가 깨진다. 측근 그룹으로 분류되지 않는 이사들은 비공식적인 대화에서 배제되기 쉽다. 가장 자주 배제되는 그룹이 바로 여성이다. 하버드경영대학원의 보리스 그로이스버그Boris Groysberg가 주도한 연구에 따르면, 설문에 응한 여성 이사 300여 명 중 5분의 1가량이 자신이내부 그룹에 속하지 못했기 때문에 효과적으로 일하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설문에 응한 남성 이사의 3분의 1도 나이든 남성 위주의 이사진 구성이 여성 이사들의 의견을 받아들이는 데 걸림돌로 작용했다고 밝혔다. 고작 성별 때문에 이사진의 전문성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할 거라면 애초에 유능한 사람들을 이사회에 둘 필요조차 없을 것이다.

 

특히 새롭게 선임된 이사는 성별에 상관없이 사담에서 배제될 가능성이 크다. 기성 고참 이사들과 유대관계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신임 이사들이 과거 이슈와 관련한 문제를 이사회에서 제기하면 기존 이사들은 이를 성가신 일로 취급하거나 심지어는 공격으로 받아들인다.

 

한 금융서비스 기업 임원인 빅터의 경험을 살펴보자. 빅터는 성장 중인 수십억 달러 규모의 상장기업 이사회에 합류했다. 그는 유용한 전문성과 업계 지식을 갖고 있었지만 다른 이사들은 회의 초반부터 그의 질문에 퇴짜를 놓거나 형식적으로 답하곤 했다. 그는 매달 시간이 갈수록 긴장감이 고조되는 걸 느꼈다. 그가 이사가 된 지 약 1년 반이 지났을 때 결국 이사회에서 사달이 났다. 그는 이사회가 대규모의 전략적 기업인수 건을 두고 섣부르게 합의하는 것 같아 정중하게 이의를 제기했다. 한눈에 보기에도 불만에 가득 찬 이사회 의장은 휴회를 요청했고 한 이사는 빅터를 불러 따졌다. “정상적인 절차를 거쳐 이미 결정한 사항을 왜 다시 끄집어내는 거죠?” 빅터는 아연실색했다. 이사회 자체가 정상적인 절차가 아니라면 무엇이 정상적인 절차란 말인가?

 

이사들은 사담을 정당화하는 경향이 있다. 공식 이사회 사이사이의 사담을 통해 의견을 조정하고, 시의적절한 정보를 얻고, 공개 전인 은밀한 이슈의 심각성을 알아볼 수 있다고 장점을 내세운다. 하지만 이런 효과적인 메커니즘도 누군가가 비밀스럽거나 정치적이라고 생각한다면 거부당할 수 있다. 예컨대 어떤 비상장기업의 이사는 창업자 겸 CEO이자 이사회 의장이 자기 리더십에 대한 잠재적인 비판을 막기 위해 이사들과 일대일로 대화한다고 믿었다. 그 이사는 “CEO는 이사회 내부 소수의 친구들과 뒷거래를 하면서 우리가 이사회에서 토론했어야 할 모든 문제를 회피했다라고 말했다.

 

사담의 가장 파괴적인 영향은 이미 내려진 결정의 성과가 좋지 않을 때 나타난다. 결정에 동의하지 않았던 멤버들이 화풀이하면서 전혀 건설적이지 않은 방향으로 논의가 흘러가는 것이다. 한 이사는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결정이 내려진 다음의별도 논의는 정말 독입니다. 만약 사후 논의를 할거라면 반드시 모두 함께해야 하며 모든 건 공개적으로 이뤄져야 합니다.”

 

이사진 사이의 상호작용은 이미 충분히 복잡하다.한 기업의 이사회에서, 국가간 무역 제재 가능성이 그 회사의 제조공장이 위치한 지역과 공급망, 장기적 글로벌 성장에 미칠 영향을 검토하고 있다고 가정해 보자. 이런 문제를 풀려면 일반 경영, 오퍼레이션, 전략, 규제, 거시 및 미시경제, 정치 예측, 홍보 등에 관한 전문지식이 필요하다. 이런 사안의 복잡성 때문에 이사회는 이사들의 인적 다양성을 유지하려고 노력할 뿐 아니라 다양한 유형의 관점을 통합하고자 한다. 이런 노력은 이사 수가 많고 이사회가 자주 열리지 않을수록 어려워진다. 그래서 많은 이사회가 대관(代官)업무나 준법 감시 같은 특정 분야를 다루는 위원회를 구성하고, 이사회 밖에서 이사들에게 조언을 하는 특정 분야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자문단을 만들며, 이사회 자체에도 전문가를 추가한다. 결과적으로 사담은 더욱 늘어나게 됐다. 사담은 위원회 내부뿐 아니라 위원회 구성원, 자문위원, 다른 이사들, 전문가 이사와 비전문적인 이사들 사이 등에서 발생할 수 있다. 이 모든 사담들이 잠재적인 문제를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한 비상임 이사회 의장은 위원회에서의 복잡한 문제에 대한 의사결정이 얼마나 많은 양의 사담을 이끌어낼 수 있는지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내가 새로운 주식 기반 인센티브 프로그램이 임원들의 행동과 주주 인식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하지 못했다고 칩시다. 그러면 나는 전체 이사회에서 이를 논의하기 전에 보상위원회 위원들과 다른 이사들에게 연락해 가능한 시나리오를 이해하고자 할 겁니다. 나 혼자서 일방적으로 많은 의견을 듣게 되는 셈입니다.”

 

사담이 야기하는 이런 문제에도 불구하고 이를 없애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며 바람직하지도 않다. 필자들은 바람직한 이사회를 연구함으로써 사담의 긍정성을 극대화하고 부정성을 최소화할 수 있는 여러 방법을 찾아냈다. 이런 접근방식은 성과가 높은 팀이 어떻게 협력하는지에 관한 조직행동 연구 결과와 비슷하다.

 

솔루션은 사담이 일어나기 전과 사담이 진행되는 과정, 그 이후의 세가지 파트로 나눠서 정리해 볼 수 있다.

 

 

이사회 준비시키기

 

사담을 생산적으로 활용하는 이사회는 공식적인 온보딩onboarding프로세스[2]를 만들고, 그들이 효과적인 상호작용을 위한 원칙을 준수하는지 정기적으로 검토하며, 이사들 간 유대를 지속적으로 강화한다. 구체적인 방식은 다음과 같다.

 

다양한 이사회 멤버를 온보딩에 참여시킨다.많은 이사회 의장들이 이사회의 구조, 운영 절차, 주요 안건들에 관해 신임 이사들에게 직접 브리핑을 하는데, 가장 좋은 방식은 이사회의 구성원들도 이 과정에 참여시키는 것이다. 한 이사회에서는 각 위원회의 위원장이 위원회 이슈를 신임 이사에게 소개하고, 다른 이사들에 대한 개괄적인 내용도 전달한다. 가장 이상적으로는 위원장이 이사를 직접 만나서 얘기하는 게 좋겠지만 그게 안 된다면 전화로 얘기해도 괜찮다.

 

이런 소통은 새로운 멤버들이 동료들과 관계를 형성하는 데 도움을 줘서 앞서 빅터가 처한 상황이 발생하는 것을 사전에 방지한다. 이로서 신규 이사들은 전체 이사가 참여하는 이사회에서 보다 편안하게 발언하고 사담에도 생산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

 

신임 이사들의 역할에 초점을 맞춘다.런던경영대학원의 댄 케이블Dan Cable과 동료들의 온보딩 관련 최근 연구는 신입직원의 독특한 관점과 강점에 초점을 맞추면 직원들이 질문을 하고 생각을 공유하는 경향이 더 강해진다는 사실을 밝혔다. 이는 결과적으로 직원들을 더 효율적으로 일하게 만든다. 신임 이사도 마찬가지다. 그들이 자신의 전문지식이 그룹에 어떤 기여를 하는지, 또 이사회가 어떻게 자신들을 신뢰할지를 명확히 이해한다면, 이사회에서 문제를 제기할 정당성과 책임감이 커져서 불필요한 사담을 시작할 필요성도 줄어들 것이다.

 

명확한 개입 원칙을 정한다.많은 이사회 의장들이 이사로 초빙된 사람들은 성공한 사람들이니까 이사가 되면 알아서 잘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가장 경험이 많은 이사조차도 본인에게 기대되는 역할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알고 싶어한다. 따라서 의장은 신임 이사를 환영하는 한편 이사회의 관리 책임뿐 아니라 비공식적인 논의를 할 때 문제를 제기하는 방법도 설명해줘야 한다. 민감하게 경청하고, 정중하게 질문하며, 건설적으로 토론하고, 엄격하게 도전하며, 냉정하게 결정하라는 내용은 당연한 상식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개개인의 영향력이 큰 스타급 인재일수록 이런 식의 행동에 익숙하지 않다. 우리가 인터뷰한 한 이사회 의장은 단순히 규칙을 논의하지만 말고 신임 이사들에게 보내는 편지에 명확하게 적어서까지 설명하라고 주장한다.

 

이사회가 규범을 준수하는지 정기적으로 검토한다.신임 이사가 이사회에 합류하는 시점은 상호 소통의 기준과 책무를 모두에게 환기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여기에 더해 이사회는 정기적으로 원칙이 잘 이행되고 있는지를 평가하고, 원칙을 지키게 만들기 위한 방법을 논의해야 한다. 가장 좋은 타이밍은 리스크 평가, 임원과의 소통, 요구사항 보고 등 핵심 업무를 평가하는 연례 리뷰 때이다.

 

개인적인 관계를 형성한다.외부에서 열리는 이사회에서는 기업전략 같이 중요한 문제들이 많아서 개인적인 유대관계를 형성할 시간이 거의 없다. 이사진들이 서로를 잘 알 수 있도록 친교 목적의 다른 모임이나 필드트립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사들은 이런 모임을 통해 스트레스가 큰 민감한 사안이 생겼을 때 효과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신뢰를 쌓을 수 있다. 다음에 이사들을 소집할 때는급할수록 돌아가라는 철학을 받아들여 이사들이 더 깊게 대화하면서 친해질 수 있는 시간을 주면 좋다.

 

 

한 외부 이사회에서는 의장이 참신한 방식을 썼다. 바로 이사들에게 가장 좋아하는 노래를 적어내라고 한 뒤 휴식시간 때마다 그 노래들을 틀어준 것이다. 이사들은 자기가 추천한 노래가 나오면 왜 그 곡을 골랐는지를 간단히 이야기했다. 이사들은 처음에는 투덜거렸지만 회의가 끝난 후에는 그동안 외부에서 한 회의 중 가장 좋았다고 말했다. 그들은 노래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서로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됐을 뿐 아니라, 이전에는 어색했던 사적인 이야기도 나눌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현장 견학도 서로간 긴장을 푸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식품업체의 한 이사는 유명 대학교의 교통연구소를 방문해 대중교통 혁신이 식습관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를 배웠다고 열정적으로 이야기했다. 하지만 그는 연구소를 오가는 차 안에서 동료 이사들과 나눈 개인적인 대화가 훨씬 큰 수확이었다고 인정했다.

 

사담 중 신뢰 유지하기

 

의장과 개별 이사들은 다음의 방법을 활용해 사담을 건설적으로 진행해서 이사진 사이의 신뢰를 강화시킬 수 있다.

 

불평불만을 억제한다.우리가 인터뷰한 한 의장은 다른 이사가 계속해서자신에게 CEO 욕을 하고 후련해한다고 말했다. 화를 내는 건 옆 사람과 이야기하는 정당한 이유가 될 수도 있겠지만, 기업 임원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이런 사담은 부정적 감정을 키워서 관계를 망치고 결과적으로 개인과 팀의 성과를 저해한다.

 

이사들은 동료에 대해 불평하지 말아야 할 뿐 아니라 다른 이사가 불평을 시작한다면 적극적으로 대화의 방향을 바꿔야 한다. 한 가지 좋은 방법은 동료가 불만인 사람의 입장에 서 볼 수 있도록 질문하는 것이다. 예컨대그 사람이 왜 그렇게 행동을 했을까, 상황적인 압박 때문은 아닐까?’라고 물어보는 것이다. 불평불만이 줄어들면 이사들은 더 긍정적으로 업무에 집중할 수 있다.

 

포용적이어야 한다.당신이 의장이든 평범한 이사든 사담을 해야 할 필요가 생긴다면 한 명의 이사도 빠뜨려서는 안 된다. 일부러 누군가를 배제시키는 게 아니라면 말이다. 예를 들어 이사회 내 소규모 TF팀이 그들 권한 범위 내에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집단적으로 대화하는 것은 정당하다. 하지만 TF 책임자와 이사회 의장은 적절한 시기에 다른 모든 이사가 참여할 수 있도록 논의가 어디까지 진전됐는지 알고 있어야 한다.

 

당신이 이사회 의장이거나 선임 이사일 경우, 전체 이사회 사안에 대한 대화가 이미 이사들 사이에서 시작됐다면 누가 누구에게 어떤 관점으로 이야기했는지 파악하고 모두가 해당 사안에 대해 같은 수준의 지식을 가질 수 있도록 신경 써야 한다. 비공식적 논의는 최대한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예컨대 의장은 논쟁의 여지가 있는 기업 인수에 관한 회의를 열기 전에 해당 업계를 가장 잘 아는 이사로 하여금 개별적으로 이사들에게 전화해 우려되는 사항이나 전문가적 관점을 제시하도록 요청할 수 있다. 당신이 위임한 사람이라면 이사들에게 이런 대화는 정치공작이 아니라 의장을 대신해서 하는 소통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 물론 그 과정에서 제기된 문제는 하나도 놓치지 않고 알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모든 종류의 사담에 관해 최대한 투명성을 유지함으로써 어느 누구도 자기가 속고 있다고 느끼는 사람이 없어야 한다. 누가 누구와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공유하는 것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주지시켜야 한다.

 

논의 주제가 민감할수록 계획이 중요하다. 한 이사회의 비상임 의장이 해 준 얘기다. 어떤 회사에서 실적이 좋지 않았던 CEO자리를 유지하거나, 아니면 적어도 이사회에서의 평판을 좋게 유지하기 위해 몇몇 이사를 쫓아내려고 한 경우가 있었다. 이사회 의장은 개별 대화를 통해 이사들을 감시할 필요가 있었다. 여러 차례 별도로 논의를 한 끝에, 그는 모두가 한 번에 같은 정보를 듣고 토론을 통해 합의에 이룰 수 있도록 특별 비상임 이사회를 소집했다. 이때 이미 모든 이사들은 적어도 한번씩 의장과 개별 대화를 나눈 뒤였고, 의장은 각자의 우려가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결국, 의장은 이사회를 지켜냈고, CEO는 사임 요청을 받았다.

 

대화 내용을 기록한다.만약 당신이 이사회 의장이거나 선임 사외이사라면, 당신이 나눈 사담의 내용을 전부 기억하기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토론을 하면서 자신의 생각이 어떻게 변화해왔는지를 이해하는 것은 중요하다. 그래야 사람들에게 당신이 의견을 왜 바뀌었는지를 설명하고, 그들과 대화한 후에 퍼즐 조각이 어떻게 맞춰졌는지를 알려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야 사람들은 당신이 정직한 사람이라는 인상을 받을 것이다.

 

의장은 개별 대화 중 수집한 정보와 그로 인해 견해가 어떻게 바뀌었는지를 기록하자. 이로써 당신은 시간적으로 나중에 들은 정보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오류도 피할 수 있다. 대규모 제약회사의 한 이사는 이런 접근방식을 매우 신뢰했다. 그는우리는 폭격을 당하는 것처럼 많은 정보를 보고 듣는다면서특히 중요한 문제와 관련해서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어떤 사람이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그건 정말 불가능하다. 가끔은 뒤로 물러서서, 고개를 숙이고, ‘이 모든 게 무엇을 의미하는가?’라고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 좋은 성찰을 위해서는 좋은 기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담 후 관점 통합하기

 

전체 이사회가 열리면 적극적인 이사들은 어서 빨리 일에 착수하고 싶어 안달이겠지만 다른 이사들은 자기만의 확고한 입장을 갖고 회의에 임할 것이다. 하지만 이사진은 모든 문제에 대해 공통의 이해를 공유해야 한다. 그래야 모두가 충분한 정보를 가진 상태에서 가능한 해결책에 관한 건설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다. 다음에서 이사회가 통합된 전체 그림을 그리는 데 참고하면 좋을 팁을 제시한다.

 

견해가 일치하는 부분을 만들어 낸다.이사회가 만날 때마다 첫 번째 단계로 해야 할 일이다. 어떤 사람들은 모두가 상황 파악을 하는 게 시간 낭비라고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의장은 이런 작업의 필요성을 설명할 필요가 있다. 사람들마다 갖고 있는 정보가 서로 일치하지 않으면, 문제와 적절한 해결책이 무엇인지에 대한 전제부터 충돌할 수 있다. 의사결정에 관한 고전적인 연구 결과에 따르면 팀원들이 정보를 공유하지 못한 채, 정보의 조각들이 개별 구성원들 사이에 흩어져 있으면 그 팀은 쉬운 논리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서조차도 어려움을 겪는다. 또 사람들은 독특한 정보 혹은 대세를 거스르는 정보를 공유하기보다는 사안의 대세를 그대로 따르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개별 이사들의 다양한 생각을 면밀히 조사하는 것은 아주 중요한 일이다.

 

전문지식을 이끌어 낸다.사람들은 저명 인사와 중요한 일을 할 때 그들에게 잘 보이고 싶어한다. 이사회 안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자신이 토론에 얼마나 기여하는지를 의식하고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 이사들은 동료에게서 이례적이거나 예상치 못한 질문을 받았을 때, ‘신입이거나엔지니어 출신이라서 도대체 뭐가 문제인지 모른다는 식으로 무시하고 결론으로 건너뛰는 경향이 있다. 어떤 리더들은 높은 지위를 이용해 다른 이들에게 겁을 주기까지 한다. 한 이사는 다음과 같이 회상했다. “당신이 유나이티드항공 462편을 타고 왔는데 나머지 이사들은 전용기를 타고 왔다면 주눅들기 쉽죠. CEO가 회의를 시작할 때 당신에게 일반 항공사 비행기를 타고 왔냐고 묻는 건 분명히 지위로 누르겠다는 표시로 받아들여질 겁니다.”

 

이해관계가 첨예한 민감한 사안을 두고 싸울 때 이사회 내 권력관계의 영향은 더 커질 것이다.(‘Coming Through When It Matters Most’, HBR 2012 4월호 참조) 집단은 압박을 받을 때 지위가 높은 사람에게 결정을 미루는 경향이 있으며, 그 와중에 일부 멤버의 전문지식을 무시하거나 요구하지 않을 수 있다. 이들은 위험을 회피하는 쪽으로 움직이면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받아들이지 않게 된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이사들은 곤란한 문제에 목소리를 높이거나 집단의 일반적인 생각에 도전하는 경향이 줄어들게 된다. 또 사람들은 위협을 느끼면 오랫동안 알고 신뢰해 온 사람들에게 더 많이 의존하게 된다. 신규 이사, 혹은 외부 출신의 이사가 낸 아이디어들이 종종 무시되는 이유다.

 

 

바람직한 의장과 이사들은 지위를 이용해 상대방을 억압하지 않으면서 여러 멤버들로부터 적극적으로 의견을 구하며, 조용한 동료들도 입을 열도록 격려한다. 자신들의 전문지식을 쉬운 용어, 이해하기 쉬운 맥락과 함께 개별적으로 설명하기도 한다. 리더는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에서 이사회장에 맴도는 긴장감을 인지할 필요도 있다. 그럼으로써 격해진 감정을 추스르고, 권력이 강한 멤버들의 자기 중심적인 강경한 입장을 누그러뜨리며, 무엇이 중요한지에 관심을 집중시켜야 한다.

 

앞으로 이사회는 더욱 복잡한 문제를 다루고 더 많은 전문가들을 모아 도움을 받으면서 더 많은 비공식적 대화를 필요로 하게 될 것이다. 동시에 이사회는 그런 사담들이 효과적인 의사 결정을 하는데 방해가 되지 않도록 신경써야 한다. 모든 의장이나 선임 사외이사들은 진행 중인 대화를 알고 있어야 하며 건설적인 대화가 이뤄지도록 조치를 취하고 모두가 모든 중요한 정보를 알게 해야 한다. 하지만 의장이 혼자서 모든 걸 다 통제할 수는 없다. 서로간 이해를 촉진시켜야 할 사담이 비밀스러운 거래의 수단이 돼 잘못된 결정으로 이어지도록 만들지 않는 건 모든 이사들의 책임이다.

 

번역 김선우 에디팅 배미정

 

[1]돌아가면서 일대일 대화를 나누는 방식

[2]조직 내 새로 합류한 사람이 빠르게 조직의 문화를 익히고 적응하도록 돕는 과정

 

 

하이디 K. 가드너(Heidi K. Gardner)는 하버드법학대학원 법조센터 특별연구원이며, 속성 리더십 프로그램 및 기타 경영자 교육 과정의 학장을 맡고 있다. 그는 <  ‘Collaboration: How Professionals and Their Firms Succeed by Breaking Down Silos’  > (Harvard Business Review Press, 2017)의 저자다.

 

랜들 S. 피터슨(Randall S. Peterson)은 런던경영대학원 리더십연구소 소장이자 조직행동학 교수다. 이 학교의 고위경영자 프로그램도 이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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