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5-6월(합본호) 양성 평등을 위한 조직문화 가이드라인 김민정

Commentary on the big idea

양성 평등을 위한 조직문화 가이드라인

-Commentary on the big idea 보기 전 the big idea 기사 먼저 보기
    > 미투 운동, 일터를 바꾸다

2017 9, 한국을 방문한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이렇게 말했다. “젊은 시절 로펌에 근무할 때 나도 커피를 타야 했다. 지금은 많이 변했지만, 여성이라는 이유로 차별받는 경우가 미미하게 있을 것이다. 여성에게만 커피를 타게 하고, 출산·육아 때문에 동료의 눈치를 보게 하고, 여성은 고위직에 맞지 않다고 여기는 무의식적 젠더 편견을 극복해야 한다. 기업에서 육아휴직 등 여성을 위한 제도가 잘 지켜질 때 여성들은 더 큰 충성심을 가지고 열심히 일하게 된다. 가족 친화적인 기업문화 형성이 필요하다.”

 

라가르드는 국제 금융계의 대통령이지만 지금의 자리에 오르기까지 여성으로서 사회적 차별과 편견에 맞서 치열한 삶을 살아야 했고 유리천장으로 인한 설움을 견뎌내야 했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경험에 빗대어 여성이 성장하고 국가가 발전하려면기업문화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모든 조직에는 구성원들 간의 권력관계가 존재한다. 직급과 직책, 나이, 성별에 따라 권력구조가 형성되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힘의 불균형이 생겨난다. 그런데 타국과 비교했을 때 한국의 가부장적이고 남성 중심적인 조직문화는 더 큰 차별과 불평등을 야기하고 있다. 이는 각종 지표에서 확인된다. 한국의 남녀 임금 격차는 36.7%(OECD, 2016)로 세계 최고 수준이며 여성의 대표성을 나타내는 유리천장 지수도 5년 연속 OECD 29개국 최하위에 이름을 올렸다. 여성 경제활동 인구는 52.7%(통계청, 2016)까지 오르긴 했지만 남성이 74.6%인 것에 비하면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그런데 최근 미투 운동이 변화의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문화가 단시간에 바뀌진 않겠지만조직문화를 바꾸자는 변화의 움직임이 시작됐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사법부에서 시작된 미투 폭로는 정재계를 비롯해 문화예술계까지 강타했다. 베일에 싸여 있던 각종 성범죄와 부조리가 수면위로 떠올랐고 우리 사회의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특히 미투 운동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권력형 성폭력이라는 점에 주목한다. 오랜 기간 사회에 뿌리 깊게 박힌 성차별적 구조 속에서 억눌려 왔던 여성들의 분노가 터져 나왔다.

 

때마침 HBR은 이번 호 빅아이디어 아티클에서 기업 내에서 발생하는 성희롱 사건을 구조적인 문제로 보고 사건 발생 시 대처 방법론을 명확히 제시했다. 미투 열풍의 후속대책을 준비하는 기업에 중요한 가이드라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조직문화를 바꾸는 제도를 마련하고 수용성을 높이기 위해선 리더의 개입과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과 중간관리자의 역할이 강화돼야 한다는 부분에 공감한다. , 조직 내 문제를 진단하는 설문조사는 외부 업체를 통해 익명으로 진행해야 한다는 주장도 신선하다. 현재 한국의 대다수 조직은 조직문화 진단과 평가를 하긴 하지만, 비용 부담으로 인해 내부적으로 설문을 진행하거나 진정성 없는 형식적 절차로 보는 경우가 많다. 신뢰도가 떨어지고 조사의 효과도 기대하기 어렵다.

 

한편, 이 아티클에는 한국적 상황에선 아직 먼 이야기도 있다. 한국 기업에서 남성의 참여를 이끌어 내는 방법으로서 비공식적 남성 동맹을 만드는 것을 기대하기란 어렵다. 남성이 먼저 나서서 성차별적 행동을 지적하고 변화를 추구하면 이상적일 테지만, 현재 여성위원회를 갖고 있는 몇몇 기업에서조차 남성 조직원의 참여를 이끌어 내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필자가 기업과 조직문화에서의 여성 이슈에 주목하게 된 것은 2015년이다. 양성 평등 조직문화가 어떤 것인지, 어떤 기업들이 좋은 조직문화를 가지고 있는지 그 사례를 찾고 기업을 탐방하기 시작했다. 2015년에는 건강하고 성숙한 조직문화를 가진 기업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여성의 경제활동이 늘고 대표성이 커졌다곤 하지만, 출산과 육아, 유리천장이 가로막는 조직문화 등으로 인해 질 좋은 일자리와 고위직에서의 여성 비율은 여전히 낮았다. 여전히 강압적이고 수직적인 의사결정 구조가 존재했다. 여성의 수가 늘어난다고 해서 양성 평등이 저절로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후 3년간 체감하고 있는 변화가 있다. 해가 갈수록 자사의 조직문화를 드러내는 것에 적극적인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적극성은 자신감에서 비롯된다. 겉으로 드러낼 만큼 자랑할거리가 있다는 의미다. 특히 최근 미투 운동 이후 위기관리에 적극 나서는 기업이 늘어났다. 조직문화에 변화를 주려는 움직임도 활발해졌다. 예전엔 성(sex)과 관련된 조직 내 이슈는 개인적인 문제로 간주하곤 했지만 이제는 조직 내 구조적인 문제로 인지되고 있다. 조직원들이 바른 성관념을 갖게 하기 위한 교육부터 문제가 발생했을 때 원활한 해결을 위한 핫라인 구축 등 다양한 측면에서 기업의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성평등 조직문화는 단계별로 진화한다

 

필자는일하기 좋은 회사라고 꼽히는 국내외 기업 30여 곳을 다니면서 조직문화와 구조를 들여다봤고 인사조직 및 관리 분야에서 최소 10년에서 최대 30년 이상 실력과 경험을 쌓은 HR 전문가들을 만나 인사철학과 제도운영 방침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우수기업일수록 사람에 대한 존중의 가치를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겼다. 특정 성()과 상관없이 서로를 배려하고 존중하는 양성 평등을 바탕으로 건강하고 성숙한 조직문화와 소통구조를 만드는 것이 이들의 공통적인 목표였다. 또 필자가 경험한 바에 의하면, 성평등 조직문화는 단계별로 발전하면서 진화한다. 여성 친화 문화-가족 친화 문화-양성 평등 문화-다양성 문화의 단계다.[1]

 

먼저 1단계는 여성 친화적인 문화 구축이다. 이 단계에 있는 기업들은 그간 가부장적, 위계 중심적이던 기업문화에 눌려 약자로 지내오던 여성이 지속적으로 사회활동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 주고, 조직 내 여성 비율을 높이기 위한 방법을 고민한다. 즉 여성이 생애주기별로 겪어야 하는 일련의 과정과 관련된 제도(출산휴가, 육아휴직 등)를 정비하고 그로 인한 불이익을 없애는 데 중점을 둔다. 법적으로 보장된 최소한의 권리를 실질적으로 누릴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주력하는 것이다. HR 부문에서는 지속적인 공지를 통해 공감대를 이끌어내고 인사평가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하는 장치를 마련한다. , 임신기 근로시간 단축제도(임신 12주 이내, 36주 이후), 임신·출산기 여성을 위한 휴식공간 마련, 임산부 등록관리, 출산장려금 등을 마련해 모성보호제도를 시스템화하는 작업을 한다.

 

2단계는 조직체를 가족 친화적으로 만드는 것이다. 1단계가 탄탄하게 자리 잡으면 자연스럽게 육아휴직 후 복직하는 여성이 늘어나고, 이들이 계속 효율적으로 근로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게 된다. 일을 다시 하고 싶어서 복직했지만 일과 가정 양쪽에서 부대끼다가 결국 자발적으로 경력단절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는 여성들이 많다. 기업이 여성을 위한 모성보호제도가 장기적인 관점에서 긍정적 투자라고 보고 1단계 문화 구축에 적극 나섰는데, 결국 그 여성이 회사를 떠나면 인력 유출과 비용 손실을 감당해야 한다. 그래서 2단계에서는 여성 조직원의독박육아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육아는 여성만의 몫이 아닌 공동으로 해야 할 일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가족 친화적인 문화를 구축하는 데 초점을 둔다. 시차출퇴근제, 재택근무제 같은 유연근무제를 본격적으로 도입해 워킹맘을 지원하며, 정시퇴근제, 패밀리데이, 안식휴가제, 배우자 출산휴가 확대, 남성육아휴직 장려 등 각종 휴가·휴직제도를 개편한다. ‘워라밸을 존중해 남녀 모두가 일하기 좋은 환경을 만든다.

 

이때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최근 비혼과노키즈인구가 늘어나면서 여성 혹은 가족 친화적인 조직문화 제도가 확대되는 데 대해서 불편함을 느끼는 조직원도 있다. 좋은 혜택을 동일하게 온전히 누리지 못하는 상대적 박탈감과 인력 공백으로 인한 업무차질, 부담이 갈등을 초래할 수 있다. 이에 대해 회사는 대체인력 마련으로 적극 대처해야 한다. 가령 육아휴직 예정자가 발생하면 육아휴직 발생 시점 최소 한 달 전부터 대체인력을 마련해 업무 인수인계 절차를 밟고 업무공백을 메우도록 제도화해야 한다. 또 육아휴직으로 공석이 되는 직무를 대상으로 기존 직원의 자원을 받을 수도 있다. 이는 당사자에게 커리어 개발의 기회가 될 수 있다.

 

3단계는 양성 평등한 조직문화로의 발전이다. 1단계와 2단계를 거치면서 여성인력의 비중이 늘었지만 조직 내 주요 의사결정 과정에서 여성이 목소리를 내지 못할 수 있다. 인구의 절반은 여성인데, 기업의 여성임원은 2%에 불과한 것이 한국의 현실이다. 여성 CEO 1%도 안 된다. 유리천장도 부족해 유리벽이라는 말까지 등장했다. 그래서 양성 평등한 조직문화 형성단계에 접어든 기업은 중간관리자급 이상, 임원급 이상의 고위직에서의 남녀 비율을 동등하게 만드는 노력을 한다. 특정 기한 내 목표 달성 비율을 정해놓고 역산해서 여성임원 비율을 해마다 늘려나가기도 하고, 여성 인재의 파이프라인을 구축한다.

 

마지막 4단계에서는 포용과 다양성에 눈을 돌리게 된다. 성별뿐 아니라 직급에서 오는 세대 간의 차이, 문화적 차이를 이해할 수 있게 한다. 다양한 배경을 가진 구성원들을 성장시켜 조직의 성과를 이끌어 내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나간다.

 

그렇다면 경영자가 아닌 일반 여성직원이 가장 원하는 기업문화는 어떤 모습일까? 필자가 여러 기업에 재직하는 여성들에게 의견을 모아보니 크게 3가지로 정리됐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자기 계발과 성장 가능성이다. 출산과 육아로 인한 불이익 혹은 성차별을 경험하지 않고, 커리어를 키워 나가면서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 있느냐다. 다음으론여성위원회운영이다. 여성임원들이 주축이 돼 운영되는 여성위원회는 사회생활을 지속할 수 있는 방법과 방향을 제시해 주는 나침반과 같은 역할을 한다. 여성리더십 강화를 위한 멘토링과 교육계발, 강연 등 다양한 프로그램과 제도를 통해 여성리더의 자질을 배우고, 서로의 고민을 공유하는 장으로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여성직원들에게 만족도가 높다. 마지막으론 워킹맘을 배려한 유연한 조직문화다. 일과 가정을 양립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얼마나 뒷받침돼 있는지를 말한다. 특히 직장어린이집에 대한 니즈가 크다. 육아에 대한 부담이 줄어드니 업무몰입도와 업무성과가 향상된다는 의견이 많다.

 

‘일하기 좋은 회사는 이유가 있다

 

필자가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은그래서 어느 기업이 가장 좋은 문화를 가졌다고 생각하느냐이다. 회사마다 강점이 다르므로 특정할 수는 없지만, 인상적인 기업 사례를 몇 개 소개한다.

 

1. 가족 친화적 제도

 

휴직제도와 모성보호제도 측면에선 KT&G가 인상적이다. 이 회사는 남녀 모두가 경력단절 없이 성장할 수 있도록 각종 제도가 촘촘히 마련돼 있다. 여성직원의 평균 근속연수(19)가 이를 증명해 준다. 여성 친화적이라 하는 백화점업계도 평균 근속연수가 8년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KT&G 2003년 민영화 당시부터 적극적으로 여성, 가족 친화적 기업을 표방해 왔다. 2015년에는 자동 육아휴직제를 도입했고, 육아휴직을 기존 1년에서 2년으로 확대했다. 특히 육아휴직 시 경제적 부담을 낮추고자 현실적인 육아휴직비를 지급한다. 육아휴직 1년차에겐 월 100만 원, 2년차에는 월 200만 원을 준다. 이는 남성육아 휴직자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휴직 후 복직 시에는 동일직무 배치를 원칙으로 하며, 휴직기간 인사고과 및 평가에서는 평균 이상의 등급을 부여해 불이익이 없도록 한다. 과거에는 육아휴직 직전 받았던 고과 혹은 최하위 등급을 자동으로 부여했다고 한다.

 

카카오는 인력 유출 방지 전략으로 판교 사옥에 대규모 어린이집(300명 수용 가능)을 만들었다. 직원 평균연령이 33.5세로 젊은 조직인 데다 IT기업 특성상 이직이 잦기 때문이다. 어린이집을 회사가 단독으로 운영하기 어려운 경우 회사 인근 어린이집과 위탁운영계약을 체결해 직장어린이집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 한독은 지난해 본사 인근 어린이집과 위탁운영 계약을 체결하고 보육료 50%와 별도의 주차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이베이코리아에는 안식월 휴가제도가 있다. 5년 장기근속자에게 1개월간 유급휴가를 준다. 더불어 배우자 출산휴가를 2(유급)로 확대했으며, 난임시술 유급휴가도 운영한다.

 

2. 평등한 공간 구축

 

사옥, 사무실 인테리어 등 공간적 변화로 조직문화를 바꿔보려고 노력하는 기업들도 있다. 공간의 변화는 제도의 변화와 어우러져 양성평등하고 수평적인 소통구조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 특히 한국 기업들은 보수적이고 수직적인 의사소통 구조를 바꿔보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공간의 변화를 추구한다. 자유로운 업무환경을 만듦으로써 소통을 활성화하고 상명하복식의 폐쇄적 문화를 없애다 보면 자연히 조직 내 힘의 불균형으로 인한 성차별 문제도 줄어들 수 있다.

 

유한킴벌리는 오픈오피스를 구축해 자유로움과 편안함을 추구하기 시작한 기업 중 하나다. 지정좌석제를 폐지하고 유선전화와 휴대전화를 단일화해 자유롭게 이동하며 유연하게 근무할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직원이 집과 영업현장, 사무실, 해외 등 어디서든 원하는 곳에서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어 만족도가 높다. 풀무원도 마찬가지다. 2015 11월 가족 친화적인 기업문화 구축의 일환으로 스마트오피스를 도입하고 자율좌석제를 도입했다. 임원실도 없앴다. 또 직급제를 폐지해 수직적인 의사소통 구조를 개선하고 남녀가 서로 배려하고 이해하는 소통문화를 만들고자 했다.

 

3. 인사평가

 

앞서가는 기업은 출산과 육아휴직 등으로 인해 인사평가와 승진심사에서 불이익이 없도록 한다. 한독에서는 육아휴직자가 발생하면 대체인력(계약직)을 채용해 다른 직원에게 업무가 전가되지 않도록 하는 한편 인사평가와 승진심사에서도 배제하지 않는다. 2002년부터 지난해까지 육아휴직 중 승진한 사람이 27명이다. 롯데그룹도 육아휴직 사용에 따른 경력단절 불안감을 완화하고자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육아휴직자를 정기인사에서 승진시키고 있다.

 

4. 성폭력에 대한 대처

 

“요즘 세상에 두 다리 뻗고 자는 사람은 여성뿐.” 미투 운동이 시작된 이후 종종 듣는 이야기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남성이 아무런 죄의식 없이 여성에게 무심코 던진 말, 무심코 한 행동들이 얼마나 많았는지를 보여준다. 기업들도 미투가 임직원 개인의 문제가 아닌 구조적 문제라 인지하고 리스크 대응에 적극 나서고 있다.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겠다는 차원이다. 회식 자제령이 내려지는가 하면 1차에서 간단하게 끝내고 노래방 등 밀폐된 공간은 피하라는 상세한 공지까지 띄우기 시작했다. 위기대응 시스템도 확대되고 있다. 특히 여성인력 비중이 많은 유통업계가 적극적이다. 롯데홈쇼핑은 3월 성희롱(성폭력)대책위원회를 신설했다. 성폭력 발생을 예방하고 사건이 발생했을 시 신속한 조사와 엄정한 처리를 위해서다. 롯데백화점도행복상담실에 여성상담원을 배치해 사고가 있을 경우 신고토록 했다. 신세계백화점도 점포별 인사 담당자를 중심으로 24시간 운영되는 핫라인을 구축해 성희롱 문제에 대응하고 있다.

 

5. 사내 여성기구

 

한국에서 활동하는 선진 글로벌 기업들은다양성을 존중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성별과 인종, 국적 등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배려하면서 다양성이 존중되는 조직문화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그래서 사내 다양성의 가치를 실행할 조직인 여성위원회 혹은 다양성위원회를 설치하곤 한다. 이런 위원회들은 여성인력의 비율을 높이고, 멘토링 프로그램을 통해 사회생활의 어려움을 공유하고 고민을 나누면서 여성의 성장을 돕는 역할을 한다.

 

듀폰코리아는 1999년 조직 내 여성기구인 DWN(DuPont Women’s Network)을 구성해 여성 친화적인 조직문화를 만들어 나갔다. 르노삼성도 프랑스 본사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다양성의 가치를 실현하고자 2012 CEO 직속 여성기구 Women@RSM을 출범시켰다. 20명 내외의 여성직원이 4개의 하위 위원회를 구성해 워크숍, 멘토링, CSR 활동, 차세대 여성리더 콘퍼런스 등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적극적으로 조직의 분위기와 문화를 바꿔나갔다. 한국오라클도 여성기구아울(OWL·Oracle Woman Leadership)’을 만들었다. IT업계 특성상 여성리더의 비율이 낮다보니 그런 부분을 보완하고자 차세대 여성리더를 키우는 데 주력한다. 이와 같이 글로벌 기업이 사내에 여성기구를 두는 목적은 여성들이 상대적으로 약하다고 평가받는 사내 네트워크를 구축을 돕기 위해서다. 여성동료, 선후배간 관계를 맺고 어려움을 공유하면서 상호간의 협력 기회를 만들고 영향력을 넓혀갈 수 있는 힘을 키울 수 있게 해 주는 것이다.

 

미투 운동 이후 한국 기업이 갈 길

 

미투 운동이 한국사회의 성차별적 구조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기업문화를 바꾸는 변혁을 일으키는 시발점이 된 것은 분명하다. 기업들이 적극 나서 개선의 의지를 드러내고 있는 것, 여성이 더 일하기 좋은 환경이 마련되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이 변화의 흐름이 유행처럼 일시적인 현상에 그치지 않도록 하려면 성평등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 변화와 함께 성숙한 젠더 감수성을 조직문화에 담아내는 노력이 필요하다. 업무에 있어서 남녀의 역할을 구분하지 않고, 동등한 인격체로서 존중해 주어야 한다. 동시에 일이든, 가사든, 육아든 남녀가 함께 해야 한다는 사회구조적, 문화적 변화가 필요하다.

 

조직 내 성평등은 이제 시대의 거대한 흐름이다. 변화의 흐름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오히려여성과는 단둘이 만나는 식사자리도 피해야 한다펜스 룰을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특히 고위직에서 남성비율이 높은 조직에서는 여성 없이도 얼마든지 세상을 주도하고 이끌어 나갈 수 있다는 자신감, 왜곡된 젠더 인식이 조직원들의 마음 바닥에 깔려 있을 수 있다. 이런 왜곡된 성관념은 오히려 또 다른 차별을 낳는다. 세상이 바뀌었다. 여성의 사회활동이 활발해지고 여성의 영향력도 커지고 있다. 변화하는 사회적 가치관과 환경에 대한 적응을 거부하는 것은 고립을 자처하는 일이다. 이제는 남성과 여성이 어떻게 조화롭고, 평등하게 동등한 파트너로 존중하면서 사회구조 속에서 관계를 맺으며 함께 성장해 나갈지 고민하고 해법을 찾아야 할 때다.

 

[1] 특정 이론을 바탕에 두고 접근한 것이 아니라, 필자가 현장을 통해 얻은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나름의 공통점을 찾은 뒤 결론 내린 것이다.

 

김민정

김민정은 고려대를 졸업하고 동대학 언론대학원 언론학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2012년 경제지 이투데이에 입사해 산업부 기자로 일하고 있다. 여성의 경제활동 활성화와 사회적 지위향상의 중요성을 알리고자 여성금융포럼과 여성국제포럼을 기획·운영했고, 2016년부터 ‘W기획­–양성 평등 기업시리즈를 39회째 진행하면서일하기 좋은 기업건강한 조직문화를 지닌 기업을 발굴·탐방하고 있다.

페이스북 트위터

2018 5-6월(합본호) 다른 아티클 보기

목록보기

무료 열람 가능 아티클 수 0/1 회원가입 | 서비스상품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