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1-2월호 동료평가 때 솔직한 점수를 줘야 할까, 원하는 점수를 줘야 할까? 앤서니 J. 메이요 (Anthony J.Mayo)
에이미 갤로 (Amy Gallo)
조슈아 D. 마르골리스 (Joshua D. Margolis)

 

CASE STUDY

동료평가 때 솔직한 점수를 줘야 할까, 원하는 점수를 줘야 할까?

앤서니 J. 메이요, 조슈아 D. 마골리스, 에이미 갤로

 

 

 

발단

 

“언제나 시간을 정확히 맞추는군요.” 니샤 나야드는 회의실로 들어서며 동료인 마크 크루즈를 보고 말했다.

 

1분 전에 왔어요.” 마크는 점심식사를 펼치며 미소 띤 얼굴로 대꾸했다. 두 사람은 벽에 걸린 시계를 쳐다보며 동시에 웃었다.

 

“네스에서 회의시간에 일찍 나타나는 사람은 우리 둘뿐인 것 같아요. 마크가 이 팀에 있어서 다행이에요.” 니샤가 말했다.

 

게임회사인 네스 엔터테인먼트는 시간 엄수에 그다지 중점을 두는 분위기가 아니었다.1 정오가 몇 분 지난 뒤에도 동료인 벤 라스너가 들어오지 않았다고 해서 니샤의 신경에 거슬리지는 않았다. 세 사람은 한 팀에서 일한 적이 거의 없었지만, 이제 그럴 기회가 생겼다. 이들은 네스에서혁신위원회의 구성원이 됐기 때문이다. 혁신위원회는 임원들과 함께 회사의 라인 확대와 신작 개발을 이끌도록 꾸려진 곳이다. 회사 전체에서 선발된 그들은 새롭고 매우 눈에 띄는 과제를 부여 받았다. 이 때문에 사업개발부 차장인 니샤는 기분이 들떠 있었다.

 

니샤와 마크, 벤은 일주일 전에 급히 모여, 네스의 인기 게임인소콘시아의 적절한 후속 스토리 라인을 짜고 속편 출시시기를 가늠하기 위해 고객데이터와 경쟁시장 분석을 위한 업무계획을 세웠다.

 

니샤는 두 동료가 모두 마음에 들었다.2 마케팅부 차장인 마크는 평판이 무척 좋았다. 품질관리 엔지니어인 벤은 신입사원 오리엔테이션에서 만나 줄곧 친구로 지냈다. 두 사람은 아직도 몇 달에 한 번 점심식사를 함께 했고, 부서는 다르지만 직급이 같아 업무에 관한 정보와 조언을 자주 교환했다.

 

12 10, 벤이 미안해하며 회의실로 들어섰다. “일주일이 순식간에 지나갔군요. 우리 팀은나이트 데이즈’ QC(품질검수)를 진행하고 있어요.” ‘나이트 데이즈는 네스의 기존 작품 중 하나이며, 곧 새로운 버전이 출시될 예정이었다. “점심을 같이 먹기로 한 것도 깜빡 했어요. 가서 먹을 것 좀 가져올게요. 나 없이 먼저 시작해도 괜찮아요.”

 

벤이 돌아왔을 때 니샤는 소콘시아의 고객데이터를 검토하면서 발견한 내용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이건 정말 빈틈이 없어요. 스토리라인은 대박이고, 그래픽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긴 하지만, 확장판을 일찍 내도 성공할 수 있다고 봐요.”

 

“동의합니다.“ 마크가 맞장구 쳤다. 마크는 마케팅 부서에서 일해 인플루언서들의 사용자 리뷰를 꼼꼼히 살펴보는 업무를 맡았었다. “몇몇 리뷰어들은 벌써부터 2.0 버전이 어떻게 나올지 이야기하고 있어요. 내가 강조 표시해서 보낸 PDF파일 읽어봤어요?”

 

마크는 니샤와 벤이 그 파일을 볼 수 있도록 노트북 컴퓨터를 돌려놓았다. 니샤는 지난밤에 그 파일을 세세히 살펴보았다.

 

“언제 이걸 보냈어요?” 벤이 노트북 화면을 곁눈질하며 물었다.

 

“수요일에요.” 마크가 대답했다.

 

“아, 그랬군요.” 벤은 샌드위치를 한 입 베어 물며 말했다. “우린 이 내용이 사용량 통계와 얼마나 들어맞는지 확인해야 하는 거죠.”

 

“그렇죠.” 마크는 대답을 기대하며 고개를 끄덕였지만, 벤은 계속 먹기만 했다. 니샤는 혼란스러웠다. 통계분석은 벤이 맡기로 했었다. “사용량 통계를 검토하지 않았어요?” 마크가 조금 날이 선 목소리로 물었다. “아니, 우리가 보낸 자료를 하나라도 읽어 보기는 했어요?’

 

“아직이요.” 벤이 순순히 인정했다.

 

“그렇다면 우리가 그걸 다 설명해야겠군요.” 마크가 내뱉듯 말했다.

 

니샤도 기분이 상했고, 무슨 말이라도 해야 할까 싶어 불편했다. 네스의 인사팀은 동료 피드백을 중요시했다. 이 회사는 CEO인 마틴 스콜의 권유로 직원들이 서로 솔직하게 의견을 전달하도록 하기 위한 두 가지 조치를 시행했다. 먼저 곤란한 내용의 대화를 하는 훈련을 실시했고, 다음으로 직원들이 동료의 업무역량을 평가하고 직접적인 짧은 피드백을 제공하도록 하는 앱을 배포했다.

 

회의가 끝나갈 무렵, 니샤는 감정을 추스르며 되도록 차분하게 벤에게 물었다. “본인이 하기로 한 일을 왜 하지 않은 거죠?”

 

벤은 약간 움찔했지만, 그 역시 같은 대화법 훈련을 받았으므로 화내지 않고 말해야 한다고 느꼈을 것이다.

 

“내가 실수했어요. 다 내 탓이에요. 이 프로젝트를 맡기로 한 다음날, ‘나이트 데이즈품질관리 업무를 떠맡았어요. 이 일 때문에 나와 우리 팀은 꼼짝도 못하고 있어요. 5월부터 인원도 부족한 상태거든요. 다시는 이렇게 준비 없이 회의에 나오지 않을게요. 약속합니다.”

 

벤은 먼저 자리를 떴고, 니샤와 마크는 엘리베이터 쪽으로 함께 걸어갔다. “난 자신의 업무를 대신 해주길 바라는 사람들과 수많은 프로젝트를 진행했어요. 이번에는 그런 일이 없어야 돼요.”3마크가 말했다.

 

니샤는 마크와 생각이 같았지만, 벤이 곤란한 상황에 처해 있으리라고 짐작했다. 그의 상사는 팀원에 대한 기대치가 지극히 높은 사람으로 악명이 높았다. 또 누구나 어쩌다 기한을 넘긴 적이 있지 않은가? 과거에 그들이 소규모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했을 때 벤은 약속을 어긴 적이 없었다. 그러므로 그녀는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난 벤을 믿어요. 그는 약속을 지킬 거예요.” 니샤는 마크를 안심시켰다.

 

“그래야 할 걸요.” 마크는 경고하듯 말했다.

 

 

당연한 결과

 

3주 뒤, 니샤는 기차 안에서 노트북 컴퓨터를 펼쳐놓은 채 일하고 있었다. 그는 늘 기차를 타고 퇴근하는 45분 동안 하나의 업무만 처리했다. 오늘은 임원진 앞에서 보여줄 프레젠테이션 자료를 살펴보고 있었다. 니샤와 마크, 벤은 회의를 3번 더 했고, 그 결과 종합된 자료에는 니샤가 볼 때 빈틈없는 분석과 공격적인 제안이 담겨 있었다. 혁신위원회는 다음주 월요일에 임원진과의 회의에서 되도록 빨리 소콘시아의 확장판을 출시하도록 제안할 예정이었다. 이제껏 회사가 그토록 빠른 일정으로 확장판을 낸 적은 없었다.

 

니샤가 다음날까지 팀의 프레젠테이션 자료를 하나로 합치기로 했다. 이제 그녀는 벤이 보내주기로 한 마지막 슬라이드 두 페이지를 기다리고 있었다.

 

오후 5 40분 다시 이메일을 확인한 니샤는 감감무소식인 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자료 아직이야?”

 

벤은 슬라이드 파일을 그날 안에 보내주기로 약속했었다. 그에게 바로 답장이 왔다. “정말 미안한데, 대략적인 데이터를 보내면 나 대신 슬라이드 좀 만들어줄 수 있어?”

 

니샤는 한숨이 나왔다. 그가 정말 약속을 지킬 줄 알았다. 그녀는 자판을 두드렸다. “아니, 못해. 적당히 좀 해라. 이ㅂ하지만 이내 그 메시지를 지웠다. 임원진에 좋은 인상을 줄 수 있는 기회를 망칠 만한 행동은 조금도 하고 싶지 않았다. 벤이 이 프로젝트에서 얼마나 태만했는지 비난받아야 마땅하지만, 지금은 그와 싸울 수 없었다. 게다가 그녀가 만드는 슬라이드가 더 나을 게 뻔했다.

 

니샤는 다시 메시지를 보냈다. “물론이지. 자료 보내줘.”4

 

“내가 신세졌다.” 벤이 답장했다.

 

‘당연히 그렇지.’ 그녀는 생각했다.

 

니샤는 동료 피드백 앱이 퍼뜩 떠올랐다. 지난달 혁신위원회 회의에 HR팀 사람이 들어와서는, 모든 사람들이 프로젝트 다음 단계에서 그 앱을 이용해야 한다고 말한 바가 있다. 그러므로 니샤는 조만간 벤과 마크의 업무역량에 대해서 5점 척도의 점수를 매겨야 할 터였고, 그녀 또한 그들에게 평가받을 예정이었다.5회의에서 그런 이야기를 나누지는 않았지만, 그 생각이 니샤의 뇌리를 스쳤고,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지금 기차 안에서 니샤는 벤의 이름 옆에 0을 입력하는 상상을 했지만, 이내 죄책감을 느꼈다. 벤은 친구였다. 그리고 인사팀은 평가에서 뜻밖의 결과가 나오지 않아야 한다고 했다. 그 말은 팀 동료들이 스스로 업무태도를 개선하거나 자신이 받을 점수를 예측할 수 있도록, 일하는 동안에도 서로 피드백을 주고받아야 한다는 뜻이었다.6

 

니샤는 벤에게 다시 메시지를 보냈다. “잠깐 통화할 수 있어? 역에 도착하면 전화할게.”

 

벤은 니샤의 전화를 받으며 미안해했다. 그녀는 그의 말을 잘랐다. “괜찮아. 아니, 안 괜찮아. 내가 기분이 나쁘다는 걸 네가 알았으면 해. 그 동안 네 일을 대신해 준 기분이야.”

 

“내가 다른 업무가 많아서,”

 

“그 말은 여러 번 했잖아.” 니샤는 일부러 퉁명스럽게 대꾸했다. 이번 일에서 자신의 감정을 포장하고 싶지 않았다.

 

벤은 잠시 잠자코 있다가 입을 열었다. “정말 모든 걸 고마워하고 있어. 나도 널 위해 똑같이 했을 거라고 알아주면 좋겠어.”

 

‘과연 그럴까. 행여 그렇더라도, 난 결코 네게 그렇게 해달라고 부탁 따위는 하지 않을 거야.’ 니샤는 생각했다.

 

그날 밤 니샤는 이전 직장의 멘토인 데니스 호지스에게 짧은 메시지를 보냈다. “내일 뵐 수 있을까요? 조언을 얻고 싶어요.”

 

 

솔직히 평가하면

 

다음날 아침 니샤는 데니스의 회사 근처 식당에서 그를 만나 프로젝트 기간에 있었던 일을 설명했다.

 

“제가 그 친구 일을 다 해줬다는 뜻은 아니에요. 하지만 그가 기한을 지키지 않아 문제가 생겼을 때 그가 시작한 일의 일부를 분명 제가 마무리했어요. 팀의 다른 동료인 마크도 화가 나있지만, 저만큼 벤의 게으름을 알아채진 못했어요.7그건 제 탓이기도 해요. 사실 제가 그렇게까지 해 줄 필요가 없었지만, 이번 일이 잘됐으면 했어요. 아마 잘될 거예요. 월요일에 저희가 기대 이상으로 잘 해내리라고 믿어요. 자료를 꼼꼼히 분석했고, 데이터도 있고, 준비한 내용도 강렬해요.” 그가 말했다.

 

데니스가 미소 지었다당연히 그렇겠지. 그래, 마음속에 어떤 생각이 있는 거지?”

 

“전 동료평가 제도가 가장 신경 쓰여요. 제가 솔직하게 평가하면 벤에게는 2점을 줄 거예요.”8

 

“그런데 무엇 때문에 망설이는 거야?” 데니스가 물었다.

 

니샤는 잠시 그 문제를 생각했다. “그게 전적으로 그의 잘못은 아닌 것 같아서요. 그는 다른 업무가 무척이나 많고, 상사에게 심한 압박을 받고 있어요. 게다가 저희는 네스에 입사할 때부터 알고 지낸 사이예요. 그래서 그의 인사 기록에 낮은 점수를 주는 게 걱정돼요. 가뜩이나 마크는 벤에게 3점을 주겠다고 말했거든요. 벤은 꿋꿋한 사람이어서 바로 회복하겠지만, 아마 섭섭함은 남을 거예요.”

 

“이 문제를 벤과 직접적으로 이야기 나눈 적이 있나?”

 

“네, 여러 번 이야기했어요.”

 

“그렇다면, 난 그의 업무태도에 합당한 점수를 줄 것 같아.” 데니스가 말했다.

 

 

이번 한 번만

 

프레젠테이션 당일 아침, 벤은 니샤에게 회사 근처 카페에서 만나자고 했다. 니샤는 벤이 자신의 슬라이드를 검토하고 싶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프레젠테이션을 앞둔 마당에 그는 그 파일들을 니샤만큼 제대로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저 모든 게 고맙다고 다시 말해주고 싶었어. 내 이름이 거기에 오른 게 마음이 불편할 지경이야.” 벤이 말했다.

 

니샤는 반박하는 게 예의인 줄 알면서도 입을 꾹 다물었다. 그들은 잠시 어색하게 앉아 있었다.

 

“몇 주 동안 정말 힘들었지.” 벤이 어색함을 없애려 애쓰며 말하자, 니샤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가 피드백 앱을 통해 내게 낮은 점수를 줘도 할 말이 없겠지만,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어.” 벤이 말을 이었다. 니샤는 벤이 왜 따로 만나자고 했는지, 그리고 왜 그녀의 커피값을 냈는지 문득 이해가 됐다.

 

“네가 지금 나와 같은 상황에 처했다면, 난 너의 뒤를 받쳐주고, 점수도 5점이나 적어도 4점은 줄 거야.” 벤이 말했다.

 

“어떤 점수를 줄지 아직 결정하지 않았어.” 니샤는 솔직히 대답했다.

 

“누구에게나 힘든 날들이 있잖아.”

 

“우린 몇 주 동안이나 이 일을 해왔어.” 니샤는 자신의 어조가 날카로워지고 있음을 깨달았다.

 

벤의 말투도 퉁명스러워졌다. “내가 무슨 말하는지 알잖아. 내가 낮은 점수를 받으면 상사가 기겁할 거야. 그리고 마크는 3점 줄 거라고 알고 있어. 네가 5점을 주면 균형이 맞을 거야. 내가 그럴 자격이 없는 줄은 알지만, 네가 친구로서 이번 한 번만 도와주면 좋겠어.”

 

 

 

Case Study Classroom Notes

1.2018년 글로벌 비디오게임 산업은 1300억 달러 이상의 수익을 올렸으며, 그중 모바일게임의 비중이 가장 크고 또 가장 빠르게 커지고 있다.

2.협업방식에 대한 사전협의 없이 모인 임시(ad-hoc) 팀에서 일할 때의 장점이나 단점은 무엇인가?

3.팀 구성원이 다같이 하는 업무 프로세스에 관심을 덜 보이고 기여를 하지 않는 ‘사회적 태만(social loafing)’ 현상은 흔히 일어난다.

4.이럴 때 니샤는 침묵할 게 아니라 벤에게 어떤 메시지를 보낼 수 있었을까?

5.제트블루항공의 리프트(Lift) 프로그램과 초콜릿 제조업체 허시의 스마일(Smiles) 프로그램 같은 여러 동료 피드백 제도는 건설적인 비판보다 긍정적인 칭찬을 장려한다.

6.전문가들은 피드백을 할 때 당사자의 행동, 그 행동의 영향, 그 영향을 받은 사람들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을 포함하라고 권장한다.

7.제 역할을 다하지 않는 팀원에게 남녀가 왜 다르게 대응할까?

8.니샤는 이런 피드백을 할 때 자신의 목적을 인지하고 있는가? 전문가들에 따르면 명확한 의도를 지니고 피드백을 할 때 피드백의 질이 향상되고, 상대의 마음이 열리며, 관계가 더욱 굳건해지고, 차후의 토론과 학습의 가치가 올라간다.

 

 

 

 

앤서니 J. 메이요(Anthony J. Mayo)는 하버드경영대학원 조직행동연구소의 경영학 부교수다.

조슈아 D. 마골리스 (Joshua D. Margolis)는 하버드경영대학원 경영학 교수이며, 조직행동연구소 소장이다.

에이미 갤로(Amy Gallo)는 하버드비즈니스리뷰의 객원 에디터이며, <HBR Guide to Dealing with Conflict>의 저자다.

 

 

 

 

전문가 의견

니샤는 벤에게 몇 점을 주고, 무슨 말을 해야 할까?

 

 

댄 골든버그(Dan Goldenberg)는 글로벌 게임회사 액티비전

블리자드의 임원이며, ‘콜 오브 듀티자선기금 활동을 이끌고 있다.

 

게임업계에서는 다른 부서원들끼리 임시로(ad-hoc) 협업팀을 운영하는 일이 흔하다.

 

 

이런 팀의 구성원들은 낯선 환경에서 새로운 동료와 신속하고 원만하게 협업해야 한다. 니샤가 이런 팀 내 인간관계에 맞닥뜨리는 일은 이번이 마지막은 아닐 테니, 지금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니샤가 이용할 수 있는 도구는 여러 가지가 있다. 하지만 그녀가 가장 먼저 이용해야 할 도구는 동료 피드백 앱이 아니다. 먼저 그녀는 매우 진솔한 대화를 통해 벤과의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

 

나는 군인 출신이다. 군에서는 이 앱 같은 도구를 조롱하며동료를 찌르는 창이라고 부른다. 그것들이 대개 동료들에게 상처를 주고, 반드시 그들의 역량을 향상시키지도 않기 때문이다. 가령 벤이 그녀의 의견을 듣지 않고, 앞으로 비슷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지 않는다면 결국 니샤는 이 앱을 이용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니샤가 벤에게 실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므로, 그녀는 벤에게 낮은 점수를 주기 전에 그와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눠야 한다.

 

이런 대화를 나눌 때, 니샤는 동료 멘토로서의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 내가 동료들에게 즐겨 이용하는 기법은다섯 번 왜라고 묻기(Five Whys)’. 이것은 문제의 뿌리에 도달하도록 도와주는 반복 기법이다. 예를 들면, 니샤는 벤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잇달아 던질 수 있다. “왜 약속을 지키지 못했어?”(“내 업무 때문에 너무 바빴거든.”), “왜 네 업무 때문에 너무 바빴어?”(“우리 팀에 인원이 부족해.”), “너희 팀에 왜 인원이 부족해?”(“우리 상사가 직원 채용을 우선시하지 않았어.”), “너희 상사는 왜 직원 채용을 우선시하지 않는 거야?” 등등. 니샤는 직원을 더 뽑도록 상사에게 건의하는 것 등 결국 벤을 위한 실행 항목을 도출하게 될 것이다. 그 항목들은 그녀 자신이나 그들의 프로젝트, 동료 평가는 포함하지 않지만, 두 사람 모두와 회사의 성과 향상에 보탬이 된다.

 

또 다른 옵션은 벤과 대화할 때 마크를 참여시키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더 대립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지만, 네스처럼(또는 내가 일하고 있는 액티비전 블리자드처럼) 높은 성과를 요구하는 높은 조직에는 제 역할을 다하지 않는 사람이 있을 자리가 없다는 얘기를 해야 할 때는 말하는 사람의 수가 많을수록 유리할 수 있다. 두 사람은 서로의 의견을 보충해 주면서, 벤이 자기 역할을 소홀히 하지 않도록 막을 수도 있을 것이다.

 

나는 전에 일했던 회사에서 벤과 니샤 같은 직원들을 관리한 적이 있다. 새로운 사업부를 꾸리는데, 팀원은 적고 기한이 빠듯했다. 나는 우리 팀 분석담당 직원 중 한 명이 지독히 열심히 일했고, 매우 지쳤음을 알게 됐다. 그와 이 문제를 이야기하면서, 그가 부당하게 한 동료의 업무를 떠맡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툭 터놓고 몇 차례 상담한 뒤, 결국 나는 태만한 직원을 내보냈다. 그는 부담이 적은 일을 원했던 것이 명확했기 때문이다.

 

니샤에게 바로 상사를 찾아가라고 권유하고 싶지는 않다. 조직에서 문제가 생겼을 때는 언제나 되도록 낮은 직급에서 해결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니샤는 나중에 상사와의 면담을 할 수도 있지만, 지금은 좀 더 직접적인 방법을 채택해야 한다. 평가제도는 당당함을 권장하기 위한 장치고, 당당함 없이는 높은 성과도 낼 수 없다.

 

 

 

아이코 베시아(Aiko Bethea)는 레어 코칭 앤드 컨설팅의 대표다.

 

 

니샤의 멘토 의견에 동의한다.

 

 

니샤는 벤에게 과분한 점수를 주지 않아야 한다. 그는 시간에 쫓기리라는 걸 처음부터 알고 있었지만, 프로젝트에 계속 관여하면서 제 역할을 다하지 않았다. 이제 와서 자신이 받을 자격도 없는 점수를 달라고 니샤에게 잔꾀를 부리고 있다. 니샤는 자신의 의견을 고수해야 한다.

 

때때로 우리는 가족의 죽음이나 자녀와의 갈등, 이혼 등을 겪고 있는 동료들을 너그러이 봐주기도 한다. 하지만 벤에게 이러한 문제가 있는 것 같지는 않다. 과중한 업무가 그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고, 자신의 임무를 완수하지 못하리라고 생각했다면 미리 물러났어야 했다. 니샤가 벤의 친구라고 해서 그를 봐줘야 할 이유는 없다.

 

물론 전후 사정을 설명하지 않고 그에게 낮은 점수를 준다면 공정하지 않을 것이다. 코칭 일을 하는 입장에서, 나는 숫자로 된 점수만 적으라고 돼있는 360도 다면평가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사람들과의 면담을 선호한다. 면담을 하면서 당사자와 긴밀히 협력하는 모든 직원에게 피드백 뒤에 숨겨진 사례와 스토리, 뉘앙스를 묻는다. 니샤는 벤에게 직접적으로 이야기해야 한다. “난 네게 3점을 줄 거야. 그 이유는···.” 그러고 나서 그가 완수하지 못한 임무가 무엇인지 하나하나 알려줘야 한다.

 

니샤는 벤에게 0점을 주는 상상을 할 수도 있고, 또 벤은 그래도 마땅하겠지만, 나는 3점 미만을 주는 데는 반대하고 싶다. 니샤가 벤의 그런 행동을 받아줬기 때문이다. 니샤는 명확한 경계와 기대치를 설정하고, 그의 기여도(또는 태만함)가 평가에 미칠 영향을 강조했어야 했다. 예컨대 니샤는 첫 회의에서 이렇게 말할 수도 있었다. “우리는 시간이 많이 걸리는 일을 맡았고, 업무성과에 따라 서로 평가해야 할 거야. 정말 이 일을 할 수 있겠어?” 그랬다면 동료 피드백 제도에 대한 그녀의 생각을 명확히 전달했을 테고, 나중에 그가 점수를 후하게 달라고 부탁하는 일도 미리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니샤가 의견을 분명히 말할 수 있었던 기회는 또 있었다. 니샤는 벤에게 자신의 생각을 말하려고 여러 차례 고민했지만, 그러지 않았다. 다음에 또 이런 일이 생긴다면 자신의 직감을 따라야 한다. 그녀는 동료를 냉혹하게 대할 필요는 없지만, 친구인 동료와 터놓고 대화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

 

지금 니샤는 벤의 요구가 옳지 않다고 알려줘야 한다. “나한테 이러는 게 타당하다고 생각하니?”라고 물을 수 있다. 벤은 니샤를 얼마나 불편한 위치로 몰아넣었는지 깨달아야 한다.

 

나는 다양성과 포용을 추구하는 일을 하는 사람으로서, 마크가 벤에게 걱정 없이 낮은 점수를 주려는 데 주목한다. 연구에 따르면 직장에서 여성들은 종종 부드러운 보호자 역할을 해야 한다는 기대를 받곤 한다. 그래서 많은 여성들은 다른 사람들을 화나게 하거나 잠재적으로 관계를 망칠 수도 있는 행동을 하는 데 주저한다. 니샤는 이런 사고방식에 맞서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그런 사회적 고정관념이 계속 이어지게 하는 셈이고 본인의 기분도 나쁠 것이다. 본인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나는 학교에서 공부하고 직장에서 일하는 내내 공동 과제에서 동료들만큼 기여하지 않는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그것에 관해 이야기를 꺼내는 일이 언제나 쉽지는 않지만, 대개 나는 꽤 솔직하게 말하는 편이다. 그랬다가 역풍을 맞을 때도 가끔 있지만, 내가 목소리 높여 이야기하지 않았다면 상황은 더 나빴을 것이다.

 

니샤는 친구로서 벤을 도와주고 싶어한다. 하지만 아무렇지도 않게 자신의 일을 동료에게 떠맡기고 완수해 달라고 부탁하는 벤은 판단력과 자아인식능력이 떨어지는 사람인 셈이다. 그러므로 니샤는 친구로서 그의 잘못을 감싸지 말고, 짚어줘야 한다. 만일 니샤가 자신의 입장을 고수하겠다고 할 때 벤이 그런 선택을 존중하지 않는다면, 니샤는 그와의 우정에 어떤 가치가 있는지 의문을 품어야 할 것이다.

 

 

번역 정유선 에디팅 김성모

 

HBR의 가상 케이스스터디는 실제 기업에서 리더가 직면할 수 있는 문제와 그에 대한 전문가의 해법을 제공합니다. 이번 사례는 앤서니 J. 메이요, 조슈아 D. 마골리스의 하버드경영대학원 사례연구 ‘Ramesh Patel at Aragon Entertainment Limited(case no. 412042-PDF-ENG)’를 토대로 했고, 원문은 HBR.org에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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