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7-8월(합본호) CMO의 눈으로 본 마케팅의 현재와 미래 신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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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MO는 왜 오래가지 못할까? WHY CMOS NEVERLAST

-CMO CIO의 강력한 파트너십 THE POWER PARTNERSHIP

-CMO 진화의 역사 THE EVOLUTION OF THECMO

-여섯 번의 CMO 재직 경험이 남긴 교훈 REFLECTIONS OF A SIX-TIME CMO

-CMO의 이직률을 낮추려면 REDUCING CMOTURNOVER



COMMENTARY ON SPOTLIGHT

 

 

CMO의 눈으로 본 마케팅의 현재와 미래

신현상

 

 

필자가 경영대학의 학부생이던 1990년대 초반의 일이다. 경영학 전공생들이 전공필수로 들어야 했던 마케팅원론의 모 원로교수님은 매년 똑같은 학기말 시험문제를 제출하시는 것으로 유명했다. 그 문제는마케팅이란 무엇인가?’였고, 수강생들은 소위 족보를 암기하는 것으로 시험 준비를 마치곤 했다. 그런데 기말시험 날 교수님께서 갑자기 칠판에라는 글자를 쓰시는 것을 보고 모든 학생이 경악했다. 다른 문제에 대한 준비는 전혀 돼 있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 경악은 곧 안도로 바뀌었다. 교수님이 내신 문제는도대체 마케팅이란 무엇인가?’였기 때문이었다.

 

그 당시엔 그것이 쉬운 문제라고 생각했는데, 경영대학의 교수가 된 지금 생각해 보면 마케팅을 정의하는 것은 쉽지 않은 문제다. 필자가 만나본 CEO들이나 마케팅 전문가들에게 마케팅이 무엇이냐고 물어보면 본인의 경험과 지식에 근거한 각자의 대답을 한다. 한편으로는 그만큼 마케팅의 범위가 넓고, 또 한편으로는 기술 발전과 사회 변화에 따라 마케팅의 역할이 다이내믹하게 바뀌어 왔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금번 HBR의 기획기사는 기업에서 마케팅을 총괄하는 CMO(Chief Marketing Officer)에 대한 내용이다. 그런데 이는 결국 기업이 필요로 하는 마케팅은 무엇인가 그리고 앞으로 필요하게 될 마케팅은 무엇인가에 대한 것이다. 학계와 실무의 다양한 전문가 이야기를 통해 마케팅의 현재와 미래를 살펴보고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하는 우리 기업들에 어떤 마케팅 역량이 필요할지, 이와 관련 CMO는 어떤 역량을 갖추어야 할지 생각해 보자.

 

 

좋은 CMO가 되려면?

 

버지니아대 다든경영대학원의 휘틀러 교수와 인디애나대 켈리경영대학원의 모건 교수가 주장한 CMO 직무설계의 중요성은 충분히 의미가 있는 지적이다. 하지만 문제는 기술 및 시장환경이 급변하는 현실 속에서 CMO가 담당하는 업무의 성격 역시 끊임없이 변화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마케팅 실무자인 캐런 플라이트가 쓴 이번 호 아티클 ‘CMO 진화의 역사는 마케팅 채널과 수단의 변화에 따라 CMO의 업무가 어떻게 달라져 왔는지를 잘 보여준다. 그나마 예측 가능한 속도로 세상이 변화했던 과거와는 달리 오늘날에는 몇 개월 아니 몇 주 전까지만 해도 잘 만든 것으로 평가되었던 CMO 직무설계가 어느 날 갑자기 쓸모없어질 수도 있다. 따라서 CMO의 직무설계는 지속적으로 업데이트돼야 한다. 이는 좋은 CMO가 되기 위해 필요한 역량 역시 계속 변화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마스터카드, 시그램, 코카콜라 등 마케팅으로 유명한 회사들의 CMO를 역임한 조 트리포디는 광고를 CMO의 일차적 업무로 보는 것은 지엽적인 시각임을 지적한다. 광고는 브랜딩을 위한 수단 중 하나일 뿐이며, CMO는 신제품 개발, 품질관리, 가격책정, 패키징, 유통, 고객경험 등 고객과 관련된 전반적인 프로세스를 관리할 수 있는 역량을 가져야 함을 강조한다. 또한 소셜미디어, 모바일쇼핑 등의 디지털 비즈니스 환경하에서 고객과의 디지털 인터랙션을 통해 고객 네트워크에 참여해야 하는데 이를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특히 CIO와의 협업역량이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휘틀러 교수 연구팀에 따르면 기술 발전과 함께 부서 간 업무경계가 점점 모호해지고 있으며, 이에 따라 어떻게 하면 보다 효과적인 부서 간 협업이 이루어지도록 만들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커지고 있다. 이때 공동목표를 세우고 여기에 성과 측정 및 보상 체계를 연동시키는수평적 정렬 측정법이 사용될 수 있다. 연구팀이 언급한리걸 엔터테인먼트케이스는 좋은 성공사례다.

 

물론 제도적인 측면도 중요하겠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마케터와는 다른 유형의 동기와 인센티브를 가지고 있는 타부서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의견을 조율할 수 있는 능력, 다양한 시각과 백그라운드일 것이다. 이와 관련 조 트리포디는 다양한 국가에서 감각을 키우고, 다양한 업계에서 경력을 쌓고, IT, 기획, 영업 등 다양한 부서에서 경험을 쌓고 폭넓은 시각을 키우는 것이 유용할 것임을 조언한다.

 

 

한국 CMO가 헤쳐나가야 할 현실과 미래

 

한국의 마케팅 현실을 파악하기 위해 필자는 코스피와 코스닥 상장사 CEO들을 익명으로 인터뷰했다. 이들에 따르면 CMO가 일반화된 미국과는 달리, 한국에서 마케터가 C레벨 즉 CMO 포지션을 담당하는 것은 아직까지 흔한 일은 아니다. 보통은 CEO가 마케팅의 중요한 부분들을 담당하며, 큰 회사의 경우에는 실장/팀장급의 마케팅 담당 임원을 두는 경우가 많다. 마케팅 담당 임원의 핵심성과지표로는 브랜드 또는 카테고리의 매출, 점유율, 이익, 비용 등을 측정하며, 신제품의 경우에는 인지도 제고 정도를 고려한다.

 

만약 CMO를 뽑을 경우 어떤 기준을 사용하겠는가라는 필자의 질문에 대해 한 CEO는 기존 실적 및 회사와의 적합도(fit)를 중요하게 보겠다고 대답했다. 다른 CEO는 크리에이티브(creative) 내지 창의성과 ROI 즉 냉정한 분석능력을 겸비한 인재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첫째, 과연 그런 인재가 존재하는가. 둘째, 만약 존재한다면 과연 우리 회사로 올 것인가. 셋째, 만약 온다면 어느 정도로 대우를 해주어야 하며 어느 정도의 임파워먼트(empowerment) 내지 권한이양을 해주어야 할 것인가. 경영자들은 이런 현실적인 고민을 털어 놓았다.

 

CEO들의 의견만 듣다보면 다소 치우칠 수도 있기 때문에 필자는 CMO들의 의견도 청취했다. 이를 위해 먼저 최명화 CMO캠퍼스 대표를 인터뷰했다. 최 대표는 40대 초반에 LG전자 최연소 여성임원(마케팅팀 팀장), 두산 전무를 거쳐 40대 후반에는 현대자동차 최초의 여성임원(마케팅전략실 실장) 자리에 오른, 한국의 대표적 CMO. 그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그동안 한국 기업들이 경쟁해 온 방식은 선진국에서 성공한 제품을 기민하게 카피한 후 비슷한 제품을 가성비와 품질을 내세워 빠르게 시장에 진입시키는패스트 팔로어전략이었고, 이에 따라 마케터의 역할도 세일즈나 마케팅커뮤니케이션에 한정되는 경우가 많았다. 회사 측에서도 영업본부 즉 세일즈 기능 밑으로 마케팅을 통합시키곤 했다. CMO의 역할도 좋은 에이전시를 만나서 마케팅 캠페인을 성공시키거나 인터브랜드 브랜드 순위 등의 인덱스에서 좋은 브랜드로 평가받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오늘날 글로벌 시가총액 톱10 기업들을 보면 애플의 스티브 잡스는 물론 테슬라, 에어비앤비, 우버 등 사실상 마케터가 이끄는 조직이 혁신과 성장을 주도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1990년대 후반에 한국 기업들이 OEM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기상표를 개발하고 브랜딩에 힘썼던 것을 기억해 볼 때 2020년을 향해 달려가는 지금 우리 기업들은 어떤 방식의 마케팅을 통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고 혁신을 선도할 것인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

 

최 대표는 4차 산업혁명과 함께 인공지능, 머신러닝, 빅데이터 등의 테크놀로지가 마케터에게 새로운 위기와 기회를 가져올 것이라 예측했다. CEO CMO에 대해 느끼는 가장 큰 문제점은 마케팅비용으로 인한 성과의 측정 즉 마케팅 ROI의 측정이 어렵다는 점이다. 결국 분석보다는 감에 의존하는 마케팅비용 집행이 많고, 이에 따라 예산 투입을 더욱 망설이게 된다. 그러나 앞으로는 데이터 기반 마이크로 타기팅이 가능해지게 되어 마케팅 성과에 대한 측정 및 평가가 실시간으로 이루어질 것이므로 마케팅 르네상스가 올 것이라고 그는 예측했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수익모델을 찾지 못해 전전긍긍하던 구글이 지금처럼 성장한 데에는 검색광고의 역할이 컸다. 2015년 구글의 검색광고 수입은 거의 60조 원에 달한다. 페이스북 역시 맞춤형 타깃 광고로 2015 20조 원의 수입을 올렸다. 네이버도 2016 3조 원의 검색광고 수입을 기록했다. 이는 국내 신문 4000여 개의 광고수입 총계 15000억 원, 지상파 방송 3사 광고수입 12000억 원을 능가하는 규모다.

 

네이버에서 디지털마케팅을 담당했던 김진 마소캠퍼스 대표에 따르면 디지털광고의 강점은 광고주 입장에서 실시간으로 광고효과 트래킹(tracking)이 가능하며, 데이터 분석을 바탕으로 예산을 즉각 조정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디지털마케팅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며, 이는 CMO에게 새로운 차원의 도전을 안겨 준다. 온라인 버즈 분석(e-Sentiment Analysis), 구글 애널리틱스(Google Analytics), SEO(Search Engine Optimization), 콘텐츠마케팅, 키워드마케팅 등의 테크닉은 물론, 컨조인트(Conjoint), 협업필터링(Collaborative Filtering), 고객평생가치(Customer Lifetime Value) 등 다양한 마케팅 계량모델을 익혀야만 우리 한국 기업들도 보다 효과적으로 고객여정(Customer Journey)을 설계하고 고객경험(Customer Experience)을 잘 관리할 수 있다.

 

 

마지막 질문: 도대체 마케팅이란 무엇인가?

 

1960년 하버드경영대학원의 시어도어 레빗 교수는근시안적 마케팅(Marketing Myopia)’이라는 논문을 HBR에 기고하면서, 제품이 아닌 고객의 니즈를 중심으로 마케팅을 바라보아야 함을 강조했다. 그 이후 1960년대 후반 마케팅의 구루인 필립 코틀러, 피터 드러커 등도 고객의 니즈를 중심으로 마케팅을 정의한 바 있다. 이후 마케팅은 지난 50년 동안 고객의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한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하기 위해 총력을 다했고 많은 성과를 거두었다.

 

하지만 2004년 전미마케팅협회(American Marketing Association)는 마케팅을고객을 위한 가치를 창조하고 소통하고 전달함과 동시에 고객과의 관계를 관리하여 기업과 이해관계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기능 및 프로세스라고 정의했다. 고객만이 아닌 이해관계자들까지 고려하는 것이 필요함을 주장한 것이다. 2007년에는 마케팅의 정의를 업데이트하면서고객과 클라이언트, 파트너, 그리고 사회 전반을 위한 가치가 있는 아이템을 창출하고 소통하고 전달하며 교환하는 활동, 제도, 프로세스로 정의했다. 이는 오늘날까지도 그대로 쓰이고 있다. 이처럼 마케팅에서 이해관계자 관리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2013년 인시아드경영대학원의 크레이그 스미스 교수 연구팀은에 게재한새로운 근시안적 마케팅(New Marketing Myopia)’이라는 논문을 통해 협의의 고객 즉 돈을 내고 우리 물건을 사주는 사람만이 아닌, 광의의 고객 즉 이해관계자를 고려하는 마케팅이 필요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큰 대가를 치를 수 있음을 경고하였다. 대한항공 땅콩회항 사건, 남양유업 갑질 사건, 옥시 가습기살균제 사건, 그리고 최근 유나이티드 에어라인 사건, BBQ 사건 등이 좋은 예시다. 이러한 사례들은 스마트폰과 소셜미디어 등 기술의 발전에 따라 사람들 간의 연결성이 높아지고, 정보 공유의 폭과 속도가 크게 증가한 것이 기업 입장에서는 여전히 좋은 물건을 만들고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더라도 순간의 잘못으로 평판을 훼손당하고 고객의 마음을 쉽게 잃어버릴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처럼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기술의 발전은 디지털 마케팅을 통한 마케팅 성과 측정 및 효율화의 기회요인 이외에도, CMO가 기업의 평판을 실시간으로 체크하고 이해관계자와 좋은 관계를 만들어 나가야 하는 새로운 도전과 임무를 부여하기도 한다. 이와 관련 조 트리포디는 CMO가 내부고객 즉 직원은 물론 애널리스트, 블로거, 오피니언리더, NGO, 공급업체, 정부 등 다양한 외부 이해관계자 네트워크도 관리해야 함을 강조한다.

 

최명화 대표에 따르면 CMO의 어려움 중 한 가지는 R&D 부서에서 신제품을, 세일즈 부서에서 성과를, 파이낸스 부서에서 예산을 가져가는 상황에서 브랜드가 설 자리가 마땅치 않다는 점이었다고 한다. 이처럼 마케팅만의 고유영역이 없다는 점이 예전에는 약점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디지털 기술과 함께 부서 간 협업이 중요해진 상황에서는 오히려 이것이 마케팅에서 피벗 역할을 할 수 있는 강점이 될 수도 있다고 한다. 특히 여성들이 협력을 위한 수평적 리더십과 소통능력에 있어서 강점을 가진다는 점을 고려해 볼 때 앞으로는 여성 마케터들의 역할이 더욱 기대된다.

 

그동안 살펴본 것처럼 마케팅은 마치 생물과 같이 계속 변화해 왔고 앞으로도 진화해 갈 것이다. 따라서 마케터는오늘날의 마케팅은 무엇인가?’, 그리고앞으로의 마케팅은 어떠한 모습으로 바뀌어 갈 것인가?’라는 가장 기본적인 질문에 대한 답을 끊임없이 고민해야 할 것이다.

 

 

신현상교수는 서울대 경영학과에서 학사와 석사학위를 받았고, 미국 일리노이대에서 경제학 석사,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뉴욕 롱아일랜드대 경영대 조교수,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조교수를 지냈다. 현재 한양대 경영대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 연구분야는 마케팅 ROI, 신제품 개발, 사회혁신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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