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1-2월호 마케팅 애널리틱스 역할의 수직확장과 수평확장 신현상

Commentary on ‘로열티 이코노미

 

마케팅 애널리틱스 역할의

수직확장과 수평확장

신현상

 

 

4차 산업혁명의 파고와 함께 데이터 사이언스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고객과 시장에 대한 정보를 생산하는 마케팅 애널리틱스(marketing analytics)가 점점 더 중요해지면서 마케팅 리서치(marketing research) 솔루션을 제공하는 회사들의 가치가 시장에서 높이 평가되고 있다. 2018년 독일의 SAP는 온라인 서베이에 널리 쓰이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한 퀄트릭스Qualtrics 80억 달러에 인수했다. 베인캐피털은 마케팅 리서치 전문회사인 칸타Kantar의 지분 60%를 매입한 바 있다. 필자의 박사과정을 지도한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 도미니크 한센Dominique Hanssens교수가 세운 마케팅 애널리틱스 회사 역시 5000억 원 상당에 매각됐다.

 

마케팅 애널리틱스의 실제 활용에서 가장 중요한 이슈는무엇을 측정하고 관리할 것인가. 이번 HBR코리아 신년호에서 롭 마키가 기고문을 통해 고객가치의 측정 및 관리 필요성에 대해 주장하고 있는 이유다. 그의 예시에 따르면 고객충성도 부문의 선도기업들은 매출 측면에서 동종기업보다 2.5배 빠르게 성장했고, 주주들의 수익 역시 동종기업 대비 2~5배에 달했다.

 

사실 이는 마케팅 분야에서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다. 1960년 하버드경영대학원의 시어도어 레빗Theodore Levitt교수가근시안적 마케팅(Marketing Myopia)’이라는 아티클을 HBR에 기고하면서 고객중심 사고의 기반을 제공한 이래 지난 60여 년 동안 마케팅은 고객의 니즈를 분석하고 이해하기 위해 노력해 왔으며, 고객과의 장기적 관계를 잘 만들고 관리하는 것이 기업의 생존과 성장에 필수임을 학계와 실무계 모두 잘 인식하고 있다. 이에 따라 고객만족(customer satisfaction), 고객충성도(customer loyalty), 고객평생가치(customer lifetime value), 고객자산(customer equity) 등의 성과지표가 기업 현장에서 많이 사용돼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키는 왜 굳이 이런 아티클을 썼을까? 그가 잘 지적한 것처럼 이는 우선순위의 문제다. CEO/CFO 등 기업의 최고경영진과 투자자들이 여전히 고객관계 지표보다 분기 이익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는 것이다. 그 결과 우스운 상황이 벌어지곤 한다. 그가 예로 든 기업용 소프트웨어 회사의 사례 또는 물류대기업의 사례는 고객 대신 장부상의 단기적 수치에 집착하는 것이 어떻게 고객과의 관계를 파괴하고 기업의 장기적 재무성과를 악화시키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마키는 이런 상황이 생기는 구조적 이유로 다음 세 가지를 지적한다. 첫째, 공개기업의 재무정보 공개규칙과 기업회계기준 안에는 고객가치와 관련된 요구사항이 거의 혹은 전혀 없다. 둘째, 대부분의 기업이 고객가치를 관리하는 데 필요한 역량이 부족하다. 셋째, 기업의 전통적 구조가 기능부서별 우선순위를 고객의 요구보다 앞에 두도록 만든다. 이 중에서 두 번째와 세 번째 이슈는 기업이 자체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부분이다. 이와 관련해 마키는 고객충성도 부문을 선도하는 기업들의 전략분석을 바탕으로 고객가치 측정도구 개발 및 관리 시스템 구축, 기술과 디자인사고의 결합, 고객니즈 중심의 사업조직 구성, 고객중심 사업으로의 전환과정에 있어서 조직 및 이해관계자(직원, 이사회 멤버, 투자자 등)의 참여를 통한 리더십 제고 등을 제안한다.

 

매카시 교수와 페이더 교수의 아티클은 마키의 글에서 깊이 다루지 못한 고객가치 측정도구와 관련해 생생한 사례와 구체적인 방법론을 제시한다. 사실 고객중심의 기업가치 평가는 1990년대 후반의 닷컴버블 때 큰 문제가 된 적이 있었다. 그 당시 인터넷의 등장과 함께 웹사이트를 기반으로 새로운 유형의 기업 가치를 평가함에 있어 가입자 수 중심의 평가가 이뤄졌다. 이에 따라 회사들이 경쟁적으로 광고를 통해 가입자 수를 늘려서 투자를 많이 받았지만 여기서 현금흐름이 창출되지 않고 대부분의 가입자가 허수로 밝혀지면서 다시 한번 전통적인 이익 개념의 중요성이 부각됐다. 그러나 이는 고객가치를 지나치게 고객 머릿수를 기준으로 평가했던 접근방식의 문제였지 고객가치 개념 자체의 문제는 아니었다.

 

이제는 기술의 발전과 함께 매카시-페이더 교수가 지적한 것처럼 고객이 언제 들어와서 어떤 행동을 보이고 얼마나 돈을 쓰는지, 그리고 언제 이탈하는지 등의 정보를 쉽게 추적할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고객의 신규유입, 유지기간, 이탈확률, 1인당 구매액 등의 정보를 기반으로 보다 정확한 고객가치 분석이 가능해졌다. 특히 최근 구독기반(subscription-based) 비즈니스 모델이 인기를 얻게 되면서 고객 분석의 용이성 및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매카시-페이더 교수는 고객자산이 기업의 존속과 성장에 있어서 차지하는 중요성을 고려할 때 이런 정보가 주주 및 이해관계자들에게 공개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렇지 않다면 이런 정보들이 결국 마케팅 부서에 고립된 채 남아있을 것이고, 이는 마키가 주장한 것처럼 회사의 중요한 의사결정에서 고객가치 정보의 우선순위가 계속 밀리는 결과로 이어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그들은 결국 시장의 추세는 보다 많은 고객가치 정보 공개 방향으로 갈 것이므로 지금부터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잭 브래넌과의 인터뷰 역시 매카시-페이더 교수의 주장과 궤를 같이 한다. 그에 따르면 이미 프라이빗에쿼티 회사들은 고객가치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포트폴리오 매니저들도 고객과 관련된 정보를 적극 수집해 투자정책에 반영한다고 한다. 물론 규제기관 입장에서는 지나치게 많은 정보를 제공하거나 검증이 어려운 정보, 큰 의미가 없는 정보 등을 공개하는 경우에 대한 부담이 있고, 기업 입장에서는 경쟁기업에 도움이 될 정보를 공개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고객가치 정보가 정말로 투자자들에게 중요한 것이라는 컨센서스가 생겨나게 된다면 규제기관 및 기업 역시 이에 대응할 수밖에 없으리라는 것이 브래넌의 예측이다. 이처럼 세 개의 아티클은 서로를 보완하며 로열티 이코노미 또는 고객가치 기반 사고의 중요성을 깊이 있게 잘 제시하고 있다.

 

 

이해관계자의 가치도 측정한다면

 

여기서 한 가지 더 생각해 봐야 할 점이 있다. 바로 고객의 범위다. 전통적인 고객의 정의는 우리 회사의 제품과 서비스를 구매하기 위해 돈을 지불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2013년 인시아드의 크레이그 교수 연구팀의새로운 근시안적 마케팅(New Marketing Myopia)’ 기고문에 따르면 이제는 보다 넓은 의미에서의 고객, 즉 이해관계자를 고려하는 마케팅이 필요하다. 그들은 이해관계자를 무시할 경우 큰 대가를 치를 수 있음을 경고했는데, 한국에서도 최근 옥시, 미스터피자, 대한항공, 남양유업 등이 큰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

 

이러한 사회 변화를 반영해 2007년 전미 마케팅협회(American Marketing Association)는 마케팅을고객과 클라이언트, 파트너, 그리고 사회 전반을 위한 가치가 있는 아이템을 창출하고 소통하고 전달하며 교환하는 활동, 제도, 프로세스로 정의했다. 이는 마케팅에서 이해관계자를 이해하고 관리하는 것이 중요함을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스마트폰과 SNS 등 기술의 발전에 따라 사람들 간 연결성이 높아지고, 정보 공유의 용이성이 커지면서 기업의 나쁜 평판이 바로 재무성과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위에 열거한 사례들은 기업 입장에서 여전히 좋은 물건을 만들고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더라도 순간의 잘못으로 평판이 훼손될 경우 기업 실적에 타격을 받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2020년 기준 전 세계 인구의 3분의 2를 차지하게 될 밀레니얼세대와 Z세대는 특별히 기업평판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이를 자신들의 구매의사결정에 반영하는 세대다. 따라서 이제는 외부고객, 내부고객(임직원)은 물론 광의의 고객(공급채널, 유통망, 파트너, 지역주민, 언론, 정부, 시민사회)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까지 고객가치 분석 또는 마케팅 애널리틱스의 범위에 들어가야 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접근방법을 통해 기업의 존속과 성장에 보다 유용한 정보를 도출할 수 있을 것이다. 

 

 

신현상 한양대 교수는 서울대 경영학과에서 학사와 석사학위를 받았고, 미국 일리노이대에서 경제학 석사,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국 롱아일랜드대 경영대 조교수,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조교수를 지냈다. 현재 한양대 임팩트사이언스연구센터장, 스탠퍼드소셜이노베이션리뷰 한국어판 편집인, 임팩트리서치랩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주요 연구분야는 마케팅 애널리틱스, 신제품 개발, 사회혁신, 임팩트 측정 및 관리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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