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7-8월(합본호) 재무보고서로 진실을 알기 어려운 이유 H. 데이비드 셔먼 (H. David Sherman)
S. 데이비드 영(S. David Young)

104(640)

 

그동안 개혁을 위한 많은 조치가 가해졌음에도 불구하고 기업 회계를 둘러싼 세계는 여전히 혼탁하다. 기업의 가치를 정확하게 평가하기 위해 당신이 꼭 알아야 할 점들을 소개한다.

데이비드 셔먼, 데이비드 영

 

한 세상에서라면 투자자와 이사회 이사진, 경영진이 회사의 재무제표를 전적으로 신뢰할 것이다. 재무제표상의 수치를 토대로 미래의 현금 흐름의 규모, 타이밍, 불확실성에 대해 정확한 평가를 내리고, 가치 평가가 현재 주가에 적절하게 반영됐는지 판단할 것이다. 그리고 어떤 회사에 투자할지, 또는 어떤 회사를 인수할지 현명하게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자본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일을 촉진할 수 있을 테고 말이다.

 

하지만 불행히도 현실에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기업의 재무제표는 경영진의 재량에 의한 판단과 평가에 필연적으로 의존한다. 그런데 문제는 이 판단과 평가가 크게 빗나갈 수 있다는 사실이다. 비록 선의에 의해 내려진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둘째, 표준이 되는 일반적인 재무평가지표들은 회사들을 서로 비교할 수 있도록 만든 기준이지만 특정 회사의 가치를 판단하는 데는 가장 정확한 방법이 아닐 수도 있다. 빠르게 변화하는 경제 환경에서 기업 활동을 하는 혁신적인 기업들의 경우에 특히 그렇다. 이런 문제점 때문에 여러 비공식적 평가 기준이 등장했다. 그런데 이 비공식적 측정 기준들도 각각 문제점이 있다. 셋째, 관리자와 경영진에게는 재무제표에 고의적으로 오류를 끼워 넣을 만한 강력한 동기가 항상 있다.

 

2001년 여름, 우리는 HBR분식회계를 유발하는 여섯 가지 위험지대(Tread Lightly Through These Accounting Minefileds)’라는 글을 게재했다. 경영진이 어떻게 기업회계보고를 이용해 경영실적을 조작하고 회사의 실제 가치를 속이는지를 주주들에게 알리기 위해서였다. 그 다음 달, 엔론Enron이 파산했다. 이 사건으로 미국에서 사베인스 옥슬리법Sarbanes-Oxley[1]이 앞당겨 통과됐다. 6년 뒤에는 금융계가 붕괴됐다. 이때 도드 프랭크법Dodd-Frank[2]이 통과되고, 미국에서 사용하는 회계관리체제accounting regimes와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회계관리체제 간의 차이를 조정하려는 글로벌 이니셔티브가 채택됐다.

 

이렇게 많은 개혁 조치가 시행됐음에도 불구하고, 기업 회계의 세계는 여전히 혼탁하다. 기업들이 시스템을 조작할 방법을 계속해서 찾아내기 때문이다. 한편, 온라인 플랫폼의 출현은 모든 비즈니스의 경쟁 환경을 극적으로 바꿔놓았다. 또 기존 성과지표의 단점을 극명하게 부각시켰다. 덕분에 우리는 최근 몇 년 동안 재무보고에 관한 가장 중요한 발전상을 목격할 수 있었다. 특히, 매출 인식을 결정하는 새로운 규칙이 영향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비공식적 성과 측정 기준이 꾸준히 확산되고, 자산가치를 정당하게 평가하려는 시도가 나타났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수치를 조작하는 행위가 더욱 교활해졌다. 이런 관행은 아마도 더욱 파괴적인 결과를 불러올 것이다. 바로, 경영자가 단기적 결과를 얻기 위해 재무보고서의 수치를 조작하는 대신 이 수치에 영향을 미치는 업무적 의사결정을 조작하는 것이다. 이런 관행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회계 업무에 종사하는 이들이 풀어야 할 과제가 됐다. 몇 가지 새로운 분석 기술을 이용하면 이 문제를 푸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어떤 문제점들이 있는지 차례로 살펴보자.

 

106_1(400)

 

[1]엔론 사태 이후 미국에서 공공 기업의 재무 보고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2002년 제정된 법. 기업 회계와 투자 보호법으로 알려져 있다.

[2]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2008년 금융위기 재발을 막기 위해 2010 7월 발표한 광범위한 금융개혁법안. 400개 법안을 담고 있는 대대적인 개혁안이지만 공화당과 금융권의 반대로 하부 규정 마련이 늦어지면서 실제로는 일부만 시행되고 있다.

 

 

문제1

보편적인 표준

 

2002, 이 세상은 회계 혁명이 임박한 것처럼 보였다. 단일한 국제 회계 표준을 수립하려는 계획이 진행 중이었다. 궁극적인 목표는 미국의 GAAPGenerally Accepted Accounting Principles와 유럽 국가들이 채택하는 과정에 있던 IFRSInternational Financial Reporting standards를 하나로 통합하는 것이었다. 2005, 이론적으로는 EU 내 모든 상장기업들이 자국의 회계 표준을 버리고 IFRS를 채택했다. 오늘날에는 전 세계에서 적어도 110개 국가가 어떤 형태로든 이 시스템을 사용한다.

 

하지만 넓은 의미에서는 이 통합 작업은 지연되고 있다. 더 이상의 실질적 변화는 가까운 미래에는 불가능할 듯하다. 어느 정도 진전은 있었지만, 기업의 진정한 가치를 이해하고 국가 간 기업회계를 비교하는 일은 여전히 어려운 문제로 남아 있다.

 

GAAPIFRS 통합 실패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생각해 보자. 투자할 대상을 찾거나 인수를 결정할 때나 경쟁사를 분석할 때, 많은 경우에 우리는 아직도 서로 다른 두 회계체제에 따라 작성된 재무제표를 비교해야 한다. 미국 제약회사 파이저 대 영국 제약회사 글락소 스미스클라인, 미국 석유화학회사 엑손 대 영국 석유화학회사 BP, 미국 유통업체 월마트 대 프랑스 유통업체 카르푸를 예로 들어보자. 각각의 경우마다 한 기업은 GAAP를 사용하고 다른 기업은 IFRS를 사용한다. 이런 차이가 재무 결과에 미치는 영향은 결코 사소한 게 아니다.

 

영국 과자회사 캐드베리의 경우를 살펴보자. 이 회사는 2009년 미국 식품기업 크라프트에 인수되기 직전에 IFRS 기준으로 69000만 달러의 이익을 냈다고 보고했다. 그런데 GAAP를 기준으로 한 이익은 총 59400만 달러에 불과했다. 거의 14%나 적은 금액이다. 마찬가지로, 캐드베리의 GAAP 기준 자기자본수익률(ROE) 9%였다. IFRS 기준으로 했을 때의 14%보다 5%나 낮다. 이런 차이는 인수 결정을 바꿀 정도로 큰 차이다.

 

더 복잡한 문제는, IFRS 규정이 적용되는 방식이 국가마다 크게 다르다는 사실이다. 국가마다 고유의 규정이 있고 규정 준수 의무가 있다. 그런데 규정을 준수하고 집행하는 데 있어서 엄격하지 않은 나라도 많다.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는 개발도상국에서는 특히 그렇다. 또 회계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자질과 독립성 역시 일관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또 한 가지 문제는, IFRS 시스템을 사용하는 많은 국가들이 자국만의 고유한 버전을 만들었다는 사실이다. IASBInternational Accounting Standards Board(국제회계기준위원회)가 공표한 공식 표준에서 위반 문구를 삭제하거나 추가하는 식으로 말이다. 인도와 중국의 경우가 대표적인 예다. 물론 호주와 캐나다처럼 IFRS를 변형시키지 않고 온전한 형태로 채택한 국가들도 있다. 하지만 기업의 재무보고서를 볼 때는 해당 기업이 평가 기준의 일부를 생략하거나 조악하게 왜곡된 버전을 채택했는지 항상 확인할 필요가 있다.

 

Idea in Brief

 

문제점

사베인스 옥슬리법이나 도드 프랭크법 같은 엄격한 회계 규정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과 이사회 이사들, 경영진은 어떤 회사에 투자하거나 그 회사를 인수하려는 결정을 할 때 아직도 재무제표를 전적으로 신뢰할 수 없다.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원인

첫 번째, 재무제표에는 잘못된 평가가 숨어 있다. 물론 선의에 의한 오류도 있다. 두 번째, 표준 측정 기준으로는 회사의 진짜 가치를 측정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신규 시장에서 활동하는 혁신 기업들의 경우에 특히 그렇다. 세 번째, 경영진은 수치를 조작하려는 강력한 동기를 항상 갖고 있다.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이 글에서 저자들은 최근의 회계 규정들이 이런 관행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검토하고, 성과 수치를 조작하는 관행과 싸울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한다.

 

 

문제2

매출인식revenue recognition

 

매출인식은 규제라는 퍼즐에서 상당히 까다로운 부분이다. 예를 들어, 스마트폰이나 인터넷 서비스, 또는 3000만 달러짜리 소프트웨어 패키지를 개인이나 회사에 판매한다고 가정해 보자. 이런 제품이나 서비스 계약에는 대개 앞으로 제공할 업그레이드가 포함된다. 그런데 업그레이드에 드는 비용은 판매 시점에는 예측할 수가 없다. 따라서 이 판매에서 이윤이 얼마나 창출될지 결정하기란 불가능하다.

 

현재 GAAP 규정에 따르면, 이런 업그레이드 비용을 미리 측정할 객관적 방법이 없을 경우에 이 회사는 업그레이드 서비스를 모두 제공하고 그 비용을 산출하기 전까지는 이 판매에서 발생한 매출을 기록할 수 없다. 그때까지 몇 년이 걸릴 수도 있다. 이런 규정 때문에 일부 소프트웨어 회사들은 계약서를 쓸 때 업그레이드를 비롯한 가치를 매기기 어려운 서비스를 제외하고 가격을 각각 따로 매긴다. 이렇게 하면 회계 문제는 해결된다. 하지만 더 유리할 것이 분명한 일괄판매 전략을 채택할 수 있는 기회를 잃게 된다. 바로 이런 문제점 때문에 시스템이 왜곡되기 시작한다. 회계 규칙이 기업의 성과를 보고하는 방식에 영향을 미치기보다는 비즈니스가 이뤄지는 방식에 영향을 미치는 식으로 시스템이 왜곡된다.

 

“GAAP IFRS 기준에 따른 결과의 차이는 인수 결정을 바꾸기에 충분할 정도로 크다.”

 

또 이런 매출인식 관행의 단점 때문에 기업들이 재무성과를 보고할 때 비공식적 기준을 많이 사용하게 됐다. 가상 공간에서 활동하는 기업들의 경우에 특히 그렇다. 페이스북, 트위터, 런런왕 같은 소셜 네트워크, 창유, 징가 같은 판타지 스포츠와 게임 사이트, 아마존, 이베이, 알리바바 같은 온라인 마켓플레이스들은 어마어마한 성공을 거두었다. 그러자 매출과 비용을 인식하고 측정하는 데 사용되는 기존 가이드라인이 이 사업체들의 가치를 회계보고서reported accounts에 실제적으로 반영하지 못하게 막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 회사들은 수익earnings을 보고하는 다른 방법을 선택하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2015년 트위터는 GAAP 기준 순손실 52100만 달러의 실적을 발표했다. 동시에 다른 기준을 사용해 흑자도 보고했는데, 비일반회계non-GAAP 기준의 2가지 수익 측정기준이었다. 그 하나는 조정 EBITDA[3]55700만 달러, 그리고 다른 하나는 비GAAP 기준의 순이익 27600만 달러였다.

 

내년에 변경되는 IFRS GAAP 규정에서는 현재의 비뚤어진 매출인식 관행을 바로잡아야 한다. 새로운 규칙에 따르면 미래의 상품과 서비스를 일괄 판매하는 기업들은 미래의 비용과 매출을 추정해 그해의 매출을 인식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어떤 방식으로 처리될까? 어떤 회사가 5년 동안 소프트웨어와 업그레이드 두 부분으로 구성된 3000만 달러 소프트웨어 계약을 제시했다고 가정해 보자. 이 소프트웨어는 개발하는 데 400만 달러가 들었고, 판매가는 2000만 달러다. 업그레이드의 경우에는 그 비용은 알 수 없지만, 나머지 1000만 달러에 포함된 채 일괄 판매된다. 현재 GAAP 규정에 따르면 이 회사는 5년이 지날 때까지 업그레이드 매출이 없다. 5년이 지나야만 총원가 정보를 사용할 수 있다. 그런데 새로운 규정에 따르면(그리고 현재 IFRS 규칙에 따르면), 이 회사는 업그레이드 제공 비용을 추정해 매출로 인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업그레이드 비용을 500만 달러로 추정하면, IFRS 500만 달러를 5년 동안의 평균을 낸 금액을 이익으로 인식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하지만 이런 변화가 문제점을 완벽하게 근절하지는 못할 것이다. 결국은 비용을 추정하려면 관리자가 판단을 내려야 한다. 그런데 관리자는 매출이 재무 목표에 근접하도록 만들기 위해 선의의 오류를 저지르거나 고의적으로 평가를 왜곡할 수 있다. 그러므로 GAAP IFRS에 따라 매출 인식에 대한 새로운 표준이 채택되고 시행되면, 투자자들은 비용을 추정하고 매출을 보고하는 데 사용된 가정과 방법을 면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3]Earnings Before Interest, Taxes, Depreciation and Amortization, 법인세·이자·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

 

 

문제3

비공식적인 수익 지표

 

매출을 측정하는 여러 비공식적 기준들이 상대적으로 낯설게 느껴지는 기업들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비GAAP와 비IFRS 수익 측정 방식은 거의 모든 유형의 비즈니스에서 오랫동안 사용돼 온 방식이다. 아마도 인기가 많은 방식은 EBITDA일 것이다. 이 기준은 특히 개인 주식투자자들 사이에서 인기가 있다. 채무를 상환하는 데 쓰일 수 있는 현금 흐름의 양을 대신한다고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기술 분야에서는 비GAAP 기준을 많이 쓴다. 1의 닷컴 물결이 일었을 때, 이 기업들은 비록 이익을 못 내고 (때로는 매출도 없을 때가 있지만) 자신들의 비즈니스가 가치를 지니고 있다는 점을 애널리스트들과 투자자들에게 알리기 위해안구 운동 수eyeballs페이지뷰page views[4] 등을 기준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오늘날, 사베인스 옥슬리법에서는 미국 증권거래소의 기업들에 GAAP 수익 측정기준을 버리고 비GAAP 기준을 사용하도록 요구한다. IFRS 기준을 사용하는 기업들도 이와 유사한 요구를 받는다. 그뿐만 아니라 미국증권거래위원회SEC는 경영진이 재무상태를 공개할 때 이론적 근거를 댈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근거에는 대안적 측정기준도 포함된다. 예를 들어, 기업은 채권 계약의 요구 사항이라는 이유를 들어 비GAAP 측정기준 사용을 정당화할 수 있다.

 

이런 변화는 올바른 방향으로 가는 단계다. 하지만 아직 해결하지 못한 문제가 남아 있다. 회계 보고서에도 막대한 차이가 남아 있다. 예를 들어, 2014, 트위터는 GAAP 기준으로 주당 손실 0.96 달러를 보고했다. 그런데 비GAAP 기준 이익은 주당 0.34 달러였다. 2015, 아마존은 GAAP 기준으로 주당순이익 0.37 달러, GAAP 기준으로는 주당순이익 4.14 달러를 올렸다고 발표했다. 대안적 측정기준으로 산출한 주가수익비율PER 106으로 비교적 크지 않았다. 1192처럼 믿기 어려운 수치는 아니었다. 이는 비공식적인 측정기준이 수익을 더 잘 반영해 드러낸다는 뜻이다.

 

그런데 한 가지 위험한 점이 있다. 이런 대안적 기준들은 대부분 개별 회사의 회계 작업에만 적용할 수 있는 방식이라는 것이다. 심지어 EBITDA처럼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기준을 활용하더라도 회사들 간 비교가 어렵고, 같은 회사에서도 올해와 내년 간 비교가 불가능할 수 있다. 계산에 무엇이 포함되고 무엇이 배제됐는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투자자와 애널리스트는 비공식적인 수익 측정기준에 따라 작성된 보고서를 해석할 때 지속적으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기업 설명서도 면밀하게 관찰해야 한다. 기업 설명서는 경영판단에 관한 내용을 정당하게 사용했는지, 아니면 남용했는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2014년 트위터는 한 가지 측정 기준을 사용해 주당 0.96 달러의 손실을 보고했는데, 다른 측정 기준을 사용한 주당 이익은 0.34 달러였다.”

 

109_400

 

[4]인터넷 사용자가 실제로 클릭을 해서 열어본 화면 수. 웹사이트의 접속통계 용어 중 하나로 광고료 산정의 기준이 된다.

 

 

문제4

공정가치회계

 

경영진과 투자자는 회사의 자산 가치를 결정할 때 두 가지 측정 기준을 사용할 수 있다. 처음에 지불한 가격(취득가액 또는 취득원가)과 당장 오늘 시점에서 팔았을 때 이 자산이 가져올 총액(공정가치)이다.

 

25년 전, 인터넷이 부상하기 이전에 기업의 재무제표는 취득가액에 의존했다. 쉽게 검증할 수 있다는 중요한 덕목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늘날, 기업들은 갈수록 종류가 늘어나는 여러 자산군을 측정할 때 공정가치를 점점 더 많이 사용하는 추세다. 대차대조표를 검토하면 현재 그 기업의 경제 현실을 더 정확하게 알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무엇이공정가치인가에 대해서는 많은 이견이 있다. 이 때문에 이 측정 방식은 회계보고 절차의 성격을 엄청나게 주관적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이 문제는 재무제표를 준비하는 사람과 사용하는 사람 모두에게 새로운 도전과제가 됐다.

 

2008년 금융위기가 닥쳤을 때, FASB(미국재무회계기준위원회) SEC, IASB(국제회계기준위원회), PCAOB(상장회사회계감독위원회, 상장회사들의 감사들을 감독하기 위해 사베인스 옥슬리법에 의해 설립된 비영리기구)는 공정가치를 적용하는 방법을 대폭 조정했다. 회계감사관들에게 공정가치를 확인하는 방법을 알려주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이 조치는 혼란을 줄이기는커녕 가중시켰다. 측정 절차가 어려웠고, 대부분의 경우에 매우 주관적이었으며, 논란의 여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2011, 유럽 은행들이 그리스 채권을 회계 처리한 경우를 살펴보자. 당시 유럽은 그리스 정부 부채를 비롯해 끝날 것 같지 않은 위기의 한가운데에 있었다. 유럽 은행들이 그리스 채권을 감가상각한 비율은 21%에서 51%까지 다양했다. 유럽의 대형 금융기관들이 전부 다 동일한 시장 데이터를 사용했고 똑같은 회계회사 4개의 감사를 받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놀랄 만한 차이다. 예를 들어, 스코틀랜드 왕립은행은 2011 2분기 수익에 대한 상각비(73300만 파운드)를 인정했다.

 

이 은행의 그리스 정부 채권 포트폴리오에서 대차대조표상의 가치 145000만 파운드를 51% 감가상각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스코틀랜드 왕립은행은 IFRS( GAAP) 공정가치 체계를 따랐다. 주목할 만한 시장가격observable market prices을 사용할 수 있으면 그렇게 해야 한다고 명시된 체계를 말한다. 이런 근거에서 이 은행은 그리스 채권의 시장가격이 처음 발행됐을 때보다 절반이 살짝 넘는 가격으로 떨어졌다고 판단했다.

 

관리자들은 보고서가 아닌 업무적 의사결정을 조작함으로써 수치를 부풀린다.”

 

한편, 두 프랑스 금융기관 BNP 파리바와 CNP 아슈랑스는 같은 데이터를 검토한 뒤에 채권을 21%만 상각하기로 했다. 이 은행들은 시장가격을 거부했다. ‘공정한평가를 제공하기에는 시장이 지나치게 비유동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그 대신 모형법mark to model[5]으로 알려진 프로세스에서 소위레벨3level3[6]공정가치 평가를 사용했다. (반면 스코틀랜드 왕립은행은 시가평가mark to market[7]를 적용했다.)

 

만약 거래 가능한 유가증권tradable securities에 이런 문제가 발생한다면 무형자산(영업권, 특허, 차후정산계약earn out agreements[8], 연구개발프로젝트 등)에 공정가치 원칙을 일관되게 적용하기가 얼마나 어려울지 한번 상상해 보라. 설상가상으로, 무형자산을 평가한 방식을 공개할 때는 그런 추정치가 나오도록 만든 가정에 대해 아주 기본적인 정보만 제공해야 한다. 이런 상황이 앞으로 어떻게 개선될 수 있을지는 파악하기 어렵다. 미국증권거래위원회 연례 보고서(10K[9])에서 150쪽이 넘지 않는 보고서를 찾기란 이미 불가능한 일이다. 이 보고서에 공정가치 평가의 근거가 된 가정이 전부 공개된다면(혹여 그런 일이 가능하기나 하다면) 보고서의 길이는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가 될 것이다.

 

[5]시장이 가격을 결정하게 하지 않고 재무 모델(financial models)이 결정한 가격을 포지션이나 포트폴리오에 매기는 방식

[6]NASDAQ(전국증권딜러협회)의 사용자 등급 중 하나로서 모든 증권에 대하여 완전한 매수 및 매도호가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자신의 호가로 시스템에 들어가는 것이 허용되는 가장 포괄적인 NASDAQ 사용딜러등급이다. 이 딜러등급은 장외거래시장에서 거래되는 증권에 대하여 시장조성을 하는 기관투자가의 주요 거래대상이 된다.

[7]자산 가치를 매입가가 아닌 시가로 평가해 장부에 계상하는 것을 의미한다. 시가평가가 적용되면 보유 증권 가격이 떨어질 때마다 곧바로 손실처리하게 된다. 이렇게 손실 폭이 커지면 궁극적으로 자본이 줄어들게 되는데, 이는 금융회사 대출 자산을 축소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8]매수자와 매도자 간 회사의 전망이 달라 가격이 크게 차이가 나면 일정기간 후 실현수익을 참조해 매수대금의 나머지를 지급하는 협약이다.

[9]미국의 상장기업이 미국증권거래소에 매년 제출해야 하는 기업실적리포트         

 

 

문제5

회계 장부가 아니라 의사결정을 조작한다

 

회계사, 애널리스트, 투자자, 임원들이 회계 조작에 대해 얘기할 때는 대부분 회사 보고서에서 비용이 어떻게 발생했는지에 초점을 맞춘다. 예를 들어, 관리자는 충당금을 과대계상overprovision하는 방법을 선택한다. 대손금bad debts이나 리스트럭처링 비용 같은 지출이나 손실을 고의로 과장하는 방법이다. 과자가 담긴 항아리를 잠시 숨겨뒀다가 다음 회계기간에서 이익을 인위적으로 부풀릴 필요가 있을 때 내놓으려는 것이다. 또는 과소계상underprovision할 수도 있다. 당해 연도의 지출이나 손실 인식을 고의로 지연시키는 방법이다. 이런 경우에 이익은 다음 회계기간에서 빌려온다. 현재의 이익을 부풀리기 위해서다.

 

최근 개정된 GAAP IFRS 규칙 아래에서는 이런 행동이 이전보다 줄어들게 됐다. 물론 과대계상 관행이 완전히 사라지는 일은 없을 것이다. 관리자들은 예비금을 몰래 보유함으로써 회계상의 유연성을 확보하기를 원하고, 외부 회계감사관들은 이런 행동을 어느 정도까지 묵인할 것이다. 기업이 이익을 줄여서 보고했다는 이유로 고소를 당하는 일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회계감사관들은 고객이 비용을 줄여서 평가하고, 그 결과 이익을 과장하는 것을 훨씬 더 두려워한다.

 

각종 규제로 말미암아 재무보고서를 조작하는 기업들의 역량은 전반적으로 시들었다. 그러자 결과를 조작하는 관행은 회계 규칙의 힘이 좀처럼 뻗치기 힘든 곳으로 이동해버렸다. 기업의 의사결정을 조작하는 관행이 퍼진 것이다. 이처럼 기업의 의사결정을 조작하는 행동은 단기 보고에는 유리하지만 장기적으로 기업의 성과를 잠식하는 폐해를 낳는다

 

<Journal of Accounting and Economics>에 소개된 연구를 살펴보자. 이 연구에서는 400명 이상의 고위경영진을 대상으로 기업의 실적 보고서를 어떻게 관리했는지 조사했다. 연구자들은 경영자들에게 회사가 이번 분기의 실적 전망치를 달성하지 못하는 시나리오를 상상하도록 했다. GAAP의 규제 하에 수익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이들은 어떤 선택을 할까?

 

연구 결과, 관리자들은 결과를 조작하는 경향을 보였다. 그런데 대부분 성과를 보고하는 방식을 조작하기보다는 업무적 의사결정을 발동하는 시기를 조절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예를 들어, 응답자의 거의 80%가 수익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상황이라면 재량으로 결정할 수 있는 지출(R&D, 광고, 유지보수, 고용, 직원훈련 등)을 줄이겠다고 말했다. 웅답자의 55% 이상이 비록 회사의 가치를 약간 희생시키더라도 신규 프로젝트 시작을 미루겠다고 말했다. 또 거의 40% 비중에 해당하는 응답자들은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상황이라면 고객들이 그 분기에 더 많이 구매하도록 인센티브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또 관리자들은 생산을 조절함으로써 수치를 부풀리는 방법을 사용한다. 예를 들어, 회사의 여력이 충분할 경우에 관리자는 생산량을 늘리는 방법을 선택한다. 고정 제조비용이 더 많은 생산 단위에 걸쳐 반영되도록 말이다. 그러면 단위비용이 감소하고, 판매비용이 낮아지고, 이익이 증가한다. 하지만 이 방식은 완제품 재고가 늘어나는 결과를 초래한다. 그러면 단기적 마진 향상은 다시 회사에 큰 부담으로 돌아온다. 한 자동차산업 연구에서 이런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막대한 수량의 판매되지 않은 자동차가 오랜 기간 주차장에 놓여져 있으면 이 차량들에 해로운 일이 발생할 수 있다(비용도 많이 든다). 자동차 방풍유리와 타이어에 균열이 생길 수 있고, 와이퍼가 부러질 수 있고, 배터리가 방전될 수도 있다. 그러면 자동차 회사는 소비자가 자동차를 구입하도록 만들기 위해 마케팅 비용을 늘리고, 가격을 내리며, 무이자 할부 같은 값비싼 덤을 제공한다. 게다가 가격을 인하하는 행동은 자동차 제조업체가 그간 애써 얻은 쌓아 올린 브랜드 자산 가치를 희생시킬 수 있다.

 

이런 조작관행이 널리 퍼져 있을 뿐만 아니라 GAAP IFRS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사실은 더욱 당혹스럽다. 기업 경영진은 회계감사관이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아는 터라 이런 일을 마음대로 저지를 수 있다. 게다가 이런 파괴적 행동은 현재의 공시 규정으로는 탐지해 내기가 무척이나 어렵다.

 

 

새로운 분석 툴이 해답이 될 수 있다

 

단기적으로 더 높은 수익을 보고하기 위해 업무적 의사결정을 조작하면 결과적으로 회사의 장기적 경쟁력이 손상될 위험이 있다는 사실을 투자자와 이사회 이사들은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의 단기적인 목표를 달성하려는 경영 수뇌부의 동기는 여전히 강력하다. 회계규정이 계속 개선되고 회계 조작이 더욱 어려워지면, 기업들은 장부보다는 의사결정을 조작하는 방법을 선택하게 될 것이다. 업무적 의사결정을 조작하는 편이 더 쉽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투자자와 임원들은 기업이 업무적 의사결정에 대해 더 많이 공개하도록 요구해야 할 것이다. 이런 결정이 사업상의 건전한 이유로 내려졌는지 혹은 재무 결과를 인위적으로 부풀리기 위해 내려졌는지 판단해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기업이 업무적 의사결정을 공개하더라도 실질적인 문제가 남아 있다. 보고된 정보량이 엄청나게 많기 때문이다. 게다가 여기에는 검증하기 어려운 가정도 포함돼 있을 것이다. 사실, 규정에 따라 보고서가 길어지면 규제 효과는 다시 줄어들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사용 가능한 데이터를 분석하는 더 효율적인 방법이 필요하다. 다행스럽게도 애널리스트들과 투자자들이 새로운 테크놀로지를 점점 더 많이 사용하는 추세다.

 

벤퍼드 법칙. 최근에 금융시장에서 회사 보고서를 분석하는 방법으로 인기를 얻은 도구는 벤퍼드 법칙Benford’s Law이다. 벤퍼드 법칙은 숫자로 된 데이터 세트에서 첫 자릿수의 빈도 분포에 관한 법칙이다. 이 법칙은 오래전에 발견됐는데, 최근에야 회계와 금융 부문에 적용되기 시작했다. 보험회사들은 이 법칙을 부정청구를 탐지하는 데 활용하고, 미국 국세청IRS은 탈세를 탐지하는 데 사용한다. 4 회계회사들은 회계부정행위를 탐지하는 데 사용하기 시작했다.

 

20세기 초 영국 과학자의 이름을 딴 벤퍼드 법칙에 따르면, 자연적으로 발생한 데이터(신용카드 청구, 구매 장부, 현금 영수증 등)에서 나온 숫자 리스트에서, 각 숫자의 첫 자릿수가 1인 경우(예를 들어, 1157, 1820)가 전체의 약 30%라고 한다. 첫 자릿수가 2일 확률은 18%이고, 뒤이은 숫자들은 점점 더 적은 비율로 나타난다. 9가 첫 자릿수에 나타날 확률은 전체의 5%. 이 분포는 강의 길이(단위가 피트로든 미터로든), 도시와 시골의 인구, 주식거래소의 거래량, 프로 테니스선수들의 랭킹 순위, 화학물질의 분자 질량,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빌딩의 높이 등 실제로 무한한 일련의 데이터 세트를 설명하기 위해 발견됐다.

 

회계변수accounting variables도 벤퍼드 법칙에 따라 분포돼야 한다. 의도적인 데이터 조작이 없는 한 회계변수는 이 법칙에 따라 분포되고 있다. 실제로, 재무제표상의 수치가 한 통화에서 다른 통화로 전환되더라도 이는 유지된다. 만약 어떤 회계 데이터가 벤퍼드의 법칙에 어긋나면, 데이터가 조작됐다는 증거로 받아들일 수 있다.

 

어떤 회계 법인이 특정 회사의 재무제표를 검토한다고 가정하자. 이때 회계 데이터의 첫 자릿수가 7이나 8이나 9처럼 비정상적으로 높은 숫자라면, 이는 관리자가 원하는 재무 결과를 얻기 위해 숫자를 의도적으로 조작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언어적 단서.비양심적인 행동을 탐지하는 도구가 하나 더 있다. 이 도구는 회계학자 두 명이 2003년부터 2007년까지 미국 CEO CFO들이 했던 약 3만 건의 콘퍼런스콜 회의록을 분석한 연구 덕분에 나왔다. 이 연구자들은 사람들이 거짓말을 할 때 말하는 패턴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보여주는 심리학 연구를 이용했다. 그 결과, 회사의 회계에 오류가 있을 때 듣는 사람이 힌트를 얻을 수 있는 몇 가지 언어적 단서를 발견했다. 예를 들어, 뭔가를 속이고 있는 상사들은 다음과 같은 패턴을 보였다.(이 회사들은 나중에 미국 증권거래위원회로부터 주요 재무에 대해 전면적으로 다시 작성하라는 요구를 받았다.)

 

• 주주의 가치를 비교적 덜 언급했다.(아마도 소송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 극도로 긍정적인 단어를 사용했다.(어떤 것을좋다라고 묘사하는 대신환상적이라고 말했다.)

라는 단어 사용을 피하고 ‘3인칭을 선호했다.

이나같은 망설이는 단어들을 더 적게 사용했다.(속이려는 의도가 있음을 암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외설스러운 말을 더 자주 사용했다.

 

물론 거짓말을 하려고 작정한 관리자들이 이런 표시를 드러내지 않도록 교육을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적어도 그 전까지는, 언어적 단서가 이사회 이사들이나 다른 관련자들이 정직하지 않은 행동을 찾아내는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112_400

 

 

초기 몇 년 동안.최근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재무 성과를 조작하는 일은 CEO의 임기 초기 몇 년 동안 가장 많이 발생하고, 시간이 지나면서 감소한다. 그 이유는, 초기 몇 년이 CEO의 능력이 가장 불확실한 기간이기 때문이다. 이때 CEO들은 일자리를 잃지 않기 위해 수익을 왜곡하기 쉽다. 그러므로 새 CEO가 부임하면 이사회 이사들과 투자자들은 회사의 회계 실태를 특별히 주시해야 한다.

 

재무제표가 중요한 사회적, 경제적 기능을 완수하기 위해서는, 비즈니스에 숨겨진 경제적 진실을 드러낼 수 있어야 한다. 재무제표가 회사의 진실을 보여주지 못하는 한 기업의 희소한 자본이 잘못 배분되는 일이 계속해서 벌어질 테고, 우리의 부() 와 직업은 파괴될 것이다.

 

물론, 모든 보고서가 완벽하고 신뢰할 수 있는 세상은 오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보고서의 단점을 이해하고 조작을 탐지할 수 있는 새로운 도구를 이용하면 이상적인 세상에 도달하려는 노력을 계속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요즘 기업들은 성과 수치를 인위적으로 부풀리기 위해 업무적 의사결정을 내리는 타이밍을 교묘하게 조절하는 방법을 많이 사용한다. 그리고 이런 행동을 탐지하고 규제하기란 매우 어렵다. 그러므로 더욱 경계하고 주의를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한다.

번역: 민영진

 

 

H. 데이비드 셔먼은 현재 노스이스턴대 다모르-매킴D’Amore-McKim경영대학원 회계학 교수다. 미국증권거래위원회(SEC) 기업재무 분과 연구원을 지냈다.

S. 데이비드 영은 인시아드경영대학원 회계 및 규제학 교수다.

 

페이스북 트위터

2016 7-8월(합본호) 다른 아티클 보기

목록보기

무료 열람 가능 아티클 수 0/1 회원가입 | 서비스상품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