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11-12월(합본호) 일상에도 획기적 아이디어를 도입하라 마이클 웨이드(Michael Wade)
장루이 바르수(Jean-Louis Barsoux)
시릴 부케(Cyril Bouquet)

일상에도 획기적 아이디어를 도입하라

 

시릴 부케

IMD 교수

장루이 바르수

IMD 교수

마이클 웨이드

IMD 교수

IDEA IN BRIEF

 

문제점

첨단 디지털기술의 발전과 혁신 프로세스의 전파에도 불구하고 획기적 제품의 등장은 여전히 요원한 일이다.

 

원인

기존 혁신모델은 비현실적이고 미진한 점이 많다. 혁신에 필요한 디지털기술을 간과하고, 깊은 성찰보다 속도만 강조한다. 약점과 편견은 대충 얼버무리고, 사용자에게 지나치게 집중한 나머지 핵심 관계자에는 소홀하다.

 

해결책

획기적 아이디어로 좋은 결실을 이루려면 다음의 다섯 가지를 명심하자. 가까이서 새로운 시각으로 관찰할 것, 한 발 물러서서 관망할 것, 기존 조합에서 벗어날 것, 빨리 스마트하게 실험해 볼 것, 회사 내외부의 잠재적 적대성을 탐색할 것 등이다.

 

인도의 환경연구원 나라야나 피사파티Narayana Peesapaty 2003년 하이데라바드Hyderabad지역의 지하수 수위가 급격하게 내려가고 있다는 것을 알고 걱정하기 시작했다. 강우량 기록을 조사해봐도 딱히 지하수 감소를 설명할 만한 원인은 없었다. 좀 더 파고들자 농업방식의 변화라는 주범이 드러났다.

 

밀릿millet(, 기장) 농업이 거의 없어졌던 것이다. 밀릿은가난한 자의 주식으로 불렸던 전통 작물이었지만, 쌀농사에 밀려 거의 사라지고 있었다. 쌀 재배는 밀릿에 비해 물이 60배 정도 더 필요하다. 게다가 농민들은 전기요금을 보조받고 있었기 때문에 양수기로 논에다 물을 끝없이 댈 수 있었다.

 

 

피사파티는 정부 보고서로 이 문제를 문서화해 농업정책을 바꿔보려 했지만 허사였다. 그래서 그는 밀릿 수요를 키울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그러다 밀릿으로먹을 수 있는 숟가락를 개발해 보자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지하수 감소 문제뿐 아니라 넘쳐나는 플라스틱 쓰레기도 줄일 수 있는 해결책이었다. 그는 이 프로젝트를 위해 직장도 그만뒀다. 10년 후, 그는 밀릿으로 만든 숟가락에 대한 영상을 인터넷에 올렸고, 이 영상이 선풍적 관심을 끌면서 주문이 쏟아져 들어왔다. 두 개의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목표 금액의 12배가 넘는 자금이 모였고, 처음 기업체에서 받았던 주문건도 2016년부터 배송할 수 있었다. 지하수 수위가 안정되고 있는지 확인하기에는 아직 일렀지만 농민들이 이지속가능한작물을 다시 재배하기 시작했고, 정부 또한 밀릿의 재배를 권장하고자 ‘2018년 밀릿의 해를 발표했다.

 

피사파티의 사례는 어떤 솔루션이건 두 가지 루트가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순응(기존 채널을 통해 정책 변화 추구)과 독창성이다. 일상에서 마주치는 어려움은 첫 번째 루트로 해결하는 편이 낫다. 하지만 더 까다로운 문제라면 좀 다른 사고방식이 필요하다.

 

집중, 센스 메이킹(sense making·특정 경험이나 현상에 의미를 부여하는 활동), 혁신, 디지털혁명에 오랫동안 관심을 가진 학자로서, 우리는 지난 10년간 기업가, 의료인, 요리사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선구적인 사상가와 혁신가를 연구해 왔다. 우리가 기업 고객과 협업하는 프로젝트로는 최고경영진을 위한 혁신워크숍 운영, 본격적인 창업지원 프로그램 주최, 대혁신프로젝트 진행 등이 있다. 또한 혁신프로젝트에 참여한 수백 명의 임원들을 인터뷰하고 조사했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우리는 획기적 아이디어가 진화하면서 나타나는 반복적 패턴을 발견했고, 이런 패턴의 개발과 지속을 위해 다섯 개 분야로 구성된 프레임워크를 구축했다.

 

앞서가는 혁신가들은 가까이서 새로운 시각을 갖고 집중하고, 한 발 물러서서 관망하며, 기존 조합에서 벗어난 상상을 한다. 빨리 스마트하게 실험하고, 회사 내·외부의 잠재적 적대성을 탐색한다. 이 과정에서 창의성을 억누르고, 좋은 아이디어를 사장시킬 수 있는 편견이나 기존의 사고방식을 넘어서야 한다.

 

이 아티클에서 우리는 위에서 말한 프레임워크의 다섯 요소를 설명하고, 디지털도구를 이용해 이 요소를 강화할 수 있는 방법을 살펴보고자 한다. 하지만 먼저, 혁신에 대한 사회적, 조직적 기대가 이토록 높은데도 왜 여전히 획기적 혁신이 이뤄지기 어려운지 그 이유를 먼저 알아보자.



획기적 혁신의 모호함

 

지난 20년간의 디지털기술 발전으로 창의적 지성을 표현할 수 있는 기회도 전에 없이 커졌다. 전 세계의 앞서가는 혁신가들은 스타트업을 시작하거나 훌륭한 아이디어를 개발하는 데 필요한 지식, 인재, 자본, 소비자에 유례없이 쉽게 접근할 수 있다. 혁신은 확실히 민주화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획기적인 제품의 등장은 여전히 요원한 일이다. 모바일 앱과 인터넷 기반 서비스에는 큰 변화가 있었지만, 그 외의 분야에서는 놀라울 정도의 혁신은 일어나지 않고 있다. 경제학자인 타일러 카우언Tyler Cowen과 로버트 고든Robert Gordon도 혁신이 정체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비즈니스 철학자 게리 하멜Gary Hamel도 기업에 넘쳐나는 아이디어가 결국 별 생각 없이 만든 점진적 개선일 뿐이거나 쓸모없는 것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우리도 혁신팀과의 컨설팅 작업에서, 기발한 아이디어들이 피상적이고 편협하고 왜곡되거나 아니면 다같이 사장돼 버리는 것을 목도했다.

 

많은 기업이 디자인싱킹design thinking과 린lean스타트업 개발방법 등을 통해 혁신프로세스에 대한 이해가 깊어졌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이렇게 변화가 없다는 것이 놀랍다. ‘사용자 중심’ ‘발상ideation’ ‘피벗pivot등과 같은 용어가 흔하게 쓰이고, 비즈니스 리더가 신규 제품을 개발하는 방식도 많이 바뀌었다. 그럼에도, 리서치회사 CB 인사이츠CB Insights의 조사에 따르면 전문가가 제대로 된 혁신 프로세스를 따르고 있다고 평가한 회사는 43%에 불과했다.

 

기업가나 임원들과 기존 혁신 프레임워크에 관해 이야기해 본 결과, 이들은 세 가지 문제를 공통적으로 지적하고 있었다. 첫째, 혁신모델이 비현실적이다. 예를 들어 아직도 많이 적용되고 있는 워터폴waterfall방식이나 스테이지 게이트stage-gate전략은 지나치게 직선적이어서, 혁신에 필요한 여러 활동을 지그재그 식으로 지속 관리해야 한다는 개념이 없다. 스와치Swatch를 공동 창업한 것을 비롯해 여러 기업을 설립했던 기업가 엘마 모크Elmar Mock 2016년 팟캐스트에서 이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혁신가의 본능은 비선형적으로 움직입니다. 콘셉트에서 출발해 노하우로 갔다가 다시 콘셉트를 살피고 다시 노하우를 찾고 콘셉트를 바꾸는 식으로 사고해야 합니다.” 둘째, 혁신모델은 불완전하다. 혁신에 필요한 디지털기술을 고려하지 않거나, 디자인싱킹에서 중시되는인간 중심적원칙과 혁신을 연관시키지 못한다. 기존 혁신모델은 행동과 빠른 반복을 강조하지만(린 스타트업 방법론의 핵심), 그 과정에서 와튼스쿨의 애덤 그랜트Adam Grant가 강조한전략적 지연strategic procrastination,’ 즉 자기 성찰을 위한 전략적 휴지기를 간과하곤 한다. 셋째, 혁신모델이 잘못된 길을 제시하고 있다. 창의성을 제약할 수 있는 함정과 편견에 대해서는 제대로 다루지 않는다. 또한 사용자에게 지나치게 집중함으로써 다른 이해 관계자의 역할을 간과하고,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고 사용하려면 창의적으로 지원을 이끌어내야 함에도 이를 무시한다는 것이다.

 

마지막 지적사항과 관련해, 기업 임원은 독창적 혁신을 이끌어 내려면 기존 패러다임을 깨고 사고방식도 바꿔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정작 실행에 옮기려면 늘 하던 사고방식대로 돌아가게 될 때가 많았다. 소니가 개발한 리더Reader의 실패를 예로 들어보자. 온갖 독창성 있는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개발에 들어갔지만 실행 단계에서는 오히려 독창성 부족으로 인해 이 아이디어의 실현이 불가능했다. 소니는 도서 출판산업과 동맹관계를 맺어야 한다는 사실을 간과했다. 14개월 후 아마존이 킨들을 출시했을 때, 비록 기술력은 열등했지만 엄청난 성공을 맛볼 수 있었다. 소니와 같은 실수를 저지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혁신적 아이디어를 개발하고, 기존과는 다른 파트너와 협업관계를 맺고, 활용도가 낮았던 채널을 찾아보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라. 제품을 도입, 실현할 때에도 처음 아이디어를 떠올렸을 때와 같은 창조적 에너지를 기울여야 한다. 소니가 우아한 디바이스를 설계했다면, 아마존은 독창적 솔루션을 설계했다.

 

우리 프레임워크는 디자인싱킹, 린 스타트업, 비즈니스모델, 기타 혁신전략을 보완한다. 이 프레임워크는 진정 획기적인 솔루션을 개발하는 데 있어 수반되는 혼란을 보다 수용적 태도로 다루며, 이에 필요한 활동이 예측불가능하고 다채롭게 서로 연결돼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 이 프레임워크의 다섯 요소는 독특한 것은 아니나 총체적으로는 혁신 프로세스 전체와 그 현실을 파악하고 있다. 기회 포착에 있어 자기 성찰이 얼마나 중요한지, 최종 시장 진출에 필요한 조직적 재구성은 어느 정도여야 하는지 등을 모두 다룬다. 이제 그 다섯 요소를 살펴보자.

 

집중 : 새로운 시각으로 살펴라

 

집중은 주어진 상황에 중점을 두고 그 역학과 잠정적 니즈를 이해하는 것이다. 문제는 전문성이 끼어들어 사람들의 이목을 끌고 무의식적으로 급진적인 인사이트를 맹목적으로 따르게 한다는 것이다. 프랑스에서는 이를왜곡된 직업관déformation professionnelle’이라고 부른다. 왜곡된 직업관은 직업병 또는 훈련의 결과로 왜곡된 렌즈를 통해 현실을 관찰하는 경향을 일컫는다. 이런 편견을 극복하려면, 어떤 관점이 당신의 주의를 이끌어내고, 그 결과 어떤 점이 간과되고 있는지 스스로 질문해 보라.

 

에볼라 퇴치를 위해 정기적으로 기니의 여러 지방으로 출장을 다녔던 미국의 전염병 전문가 빌리 피셔Billy Fischer의 사례를 보자. 2014 5, 그는 지금까지 권했던 치료법이 효과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 기니의 현지 치료시설에서는 바이러스에 노출된 사람을 격리해서 전염병의 확산을 막는 데 주력했지만, 사람들은 격리되지 않으려 숨어 있었다. 피셔 박사는 환자들과 이야기하면서 진짜 문제는 두려움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격리 환자의 사망률은 90%에 달했다. 그러니 사람들이 격리를 사형 선고로 생각하는 것도 당연했다. 그는 클리닉이 환자 회복을 더 우선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규 치료법 테스트를 통해 피셔와 동료들은 사망률을 50%로 낮췄고, 이를 통해 검역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뒤집어 감염을 막아냈다.

 

선입견을 제쳐 두면 사람들이 말하고 행동하는 것을 더 예리하게 관찰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당신이 집중하는 방식뿐 아니라 집중하는 대상도 바뀐다. 이전에는 무시했던 틈새인구가 예상치 못한 고충을 드러내기도 한다. 장난감회사 레고는 성인 애호가들의 불만사항에서 많은 것을 배웠고, 위생제품 전문회사 SC 존슨S.C. Johnson은 결벽증세가 있는 강박증 환자들을 관찰하며 배운 바가 많았다. 가구전문회사 이케아는 이 회사의 제품을 커스터마이징해서 용도를 바꾸는 이른바이케아 해커들이당사 제품에 대해 말해주는 의견을 들으려 노력한다.

 

디지털기술 덕분에 이전보다 훨씬 큰 규모로 행동추적이 가능해졌고, 암묵적 니즈를 감지할 수 있는 보완책도 가능하다. 예를 들어, 의료분야 연구원들은 지원자들의 스마트폰을 이용해 파킨슨병을 생생하게 연구할 수 있다. 환자들이 떨림(풍경을 가로와 세로로 모두 찍을 수 있는 기능), 근긴장(마이크로 환자 후두의 근력을 측정), 비자발적 움직임(터치 스크린에 기록), 보행(전화기가 주머니에 들어 있으면 환자가 불안정하게 움직일 때 감지) 등을 측정하게 해 여러 기록을 받을 수 있게 된 덕분이다. 연구원들은 투약 전후뿐 아니라 시간 경과에 따른 약물의 효능을 추적할 수 있다. 또한 환자의 증언에만 기대지 않고, 실제로 어떤 활동을 하는지를 보다 광범위하게 파악할 수 있다.

 

사이버 스페이스도 기업이 사용자 커뮤니티에서 전문가를 찾아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의료기기 회사는보디 해커온라인 포럼에서 인사이트를 얻기도 한다. 보디 해커들은 인간의 능력을 증강하고자 마이크로칩, 자석, LED 조명, 기타 기술을 스스로 몸에 이식하는 사람들이다. 메드트로닉Medtronic은 보디 해커들의 철학에 자극을 받아 알약 크기의 심박조정기를 개선해 건강한 사람들에게 이식하는 프로젝트를 고려 중이다. 이를 통해 생체인식 피드백을 수신해 평생 치료를 개선할 방법을 찾으려는 것이다.

 

기업은 디지털기술을 사용해 트렌드세터들과 직접 소통하거나, 사용자 포럼 또는 블로그를 엿보아 변화하는 니즈를 파악할 수 있다. 2009년 니베아는 200개의 소셜미디어 사이트를 활용해 온라인상 데오도런트 사용에 관한 토론을 분석하는 네트노그래피netnography(조사자 참여형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기대와는 달리, 사용자들의 주요 관심사는 향기, 효과, 자극이 아니라 옷에 남는 얼룩이었다. 이런 인사이트를 얻게 된 니베아는 2011년 얼룩이 남지 않는 데오도런트를 개발할 수 있었고, 이 제품은 니베아의 130년 역사에서 가장 큰 성공을 거뒀다. 공공 부문에서는 운동, 복제약품 등의 이슈 탐색에 온라인 미디어 분석을 이용하며, 의료 사회복지사의 개입을 강화하기 위한 방법으로 예방접종에 관한 거부감 등을 탐색하기도 한다.

 

물론, 디지털기술이 직접 경험을 대신할 수는 없다. 그러나 더 많고 다양한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어 사용자가 만든 풍부한 콘텐츠를 걸러지지 않은 있는 그대로 볼 수 있게 된다.



관점 : 한 걸음 물러서 더 넓게 이해하라

 

집중 단계를 통해 어떤 상황, 니즈, 문제에 대한 인사이트를 모았다면, 이제 원거리에서 새로운 관점을 가져야 한다. 이슈를 보이는 대로 받아들이고 서둘러 문제를 해결하도록 유혹하는 프레임이나 행동 편향에 빠지지 않도록 맞서야 한다.

 

학습한 것을 개발하려면 일단 분리가 필요하다. 활동을 바꾸거나 전략적인 휴지기를 취하라. 스위스의 정신과 의사 베르트랑 피카르Bertrand Piccard는 열기구를 타고 지구를 도는 모험가다. 그는 1999년 세 번째 탐험에서 연료 보전 방법에 몰두하게 됐다. 액체가솔린이 거의 남지 않은 상태로 세 번째 비행을 끝낸 그는 20여 일을 연료가 떨어질까 두려워하며 하늘을 떠돌았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이집트 사막에서 구조를 기다리며 반나절을 보내던 피카르는 연료 관리가 문제가 아니라 연료 없이 버티는 것이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이슈를 다시 정리하자 다음 비행을 위한 과제가 분명하게 드러났다. 완전 태양열 구동 비행선을 만드는 것이었다.

 

이런 인사이트는 피카르가 한 발 물러섰을 때 나타났다. 한창 활동 중일 때에는 깊이 성찰하며 아이디어를 떠올리기 쉽지 않다. 셰프 페란 아드리아Ferran Adrià의 경우를 보자. 그는 고급 요리, 예술, 과학을 모두 혼합한 선구자로, 20년간 그를 대표하는 요리 1800종을 만들었고, 그의 레스토랑 엘 불리El Bulli세계 최고라는 평가를 다섯 번이나 받았다. 아드리아가 HBR에 설명한 바에 따르면 그의 창의성은 레스토랑을 매년 6개월씩 닫는 데서 비롯된다고 한다. 그는매일 레스토랑을 운영해야 한다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창의성을 발휘하는 데 필요한 평온한 시간을 가질 수 없습니다라고 말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쇄신을 위한 시간을 남겨두는 것입니다.” 이런 사고방식은 일본의()’ 관념에도 나타난다. 마는 성장과 깨달음을 위한 공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한다.

 

디지털도구를 사용하면 이런 여유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 자동화를 통해 자유시간을 가질 수 있고, 잠깐 휴지기를 가지며 미약한 변화의 신호를 감지할 수 있는 역량을 끌어올릴 수 있다. 낸시 루블린Nancy Lublin의 경우를 보자. 젊은이들과의 협력을 통해 사회변화를 이끄는 글로벌 비영리조직 두섬싱DoSomething CEO인 낸시는 자선행사를 운영하면서 텍스트 메시지로 자원봉사자를 모집했다. 일반적인 캠페인 한 건당 시간을 내 자선봉사에 참여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보내는 메시지만 20만 개에 달했는데, 이와 함께 문제 청소년들이 보내는 관련 없는 메시지도 많이 들어왔다. 직원들은 이와 관련해 도움을 줄 수 있는 단체를 소개하며 메시지에 답을 보내곤 했지만, 아버지에게 강간당한 소녀가 보낸 당혹스러운 메시지를 받은 후에는 이런 방식을 다시 검토해볼 수밖에 없었다.

 

이 주 동안이나 밤잠을 이루지 못하고 고민하던 루블린은 왜 청소년들이 자신들의 고민과 관련도 없는 두섬싱에 메시지를 보내는지 깨달았다. 문자메시지는 익명 발신이 가능하고, 비밀스럽고, 주변에 알려지지 않는다. 도움을 청하며 괴로워하는 청소년들의 목소리도 일종의 충족되지 않고 있는 니즈라 생각한 루블린은 24시간 카운슬링과 중재를 제공하는 무료 서비스크라이시스 텍스트 라인Crisis Text Line·CTL’을 창설했다. 이 서비스는 소리소문 없이 출시됐지만 페이스북보다도 빠른 속도로 미 전역에 확산됐다.

 

 

기업은우리가 지금하고 있는 일을 중단하면 어떻게 될 것인가?” 같은

질문을 할 수 있다. 반드시 지금 하고 있는 활동을 그만두라는 의미는 아니다.

이런 질문을 통해 기존의 강점과 새로운 기회를 연결하는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상상 : 예상치 못한 조합을 찾아보라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만들어 내려면 자유롭게 상상하고, 전통적 관념을 부정하고, 기존 틀에서 벗어나야 한다. 하지만기능적 고착functional fixedness’때문에 창의적 사고력, 혹은 익숙한 개념이나 사물의 용도를 바꿔 생각하는 능력이 제한되는 경우가 많다. 이 장벽을 극복하기 위해서는왜 안되죠?” “이러면 어떨까요?” 같은 질문을 거리낌없이 물어야 한다. 밴 필립스Van Phillips는 인공 팔다리가 인간의 팔다리와 비슷해야 한다는 조건에 대해 이렇게 의문을 제기했다. 그가 발명한 C자형 블레이드 덕분에 사지절단 수술을 받은 이들도 뛰어난 운동선수처럼 달리고 점프할 수 있게 됐다.

 

상상력을 자극하기 위해 기업에서는우리가 지금하고 있는 일을 중단하면 어떻게 될 것인가?” 같은 질문을 할 수 있다. 반드시 지금 하고 있는 활동을 그만두라는 의미는 아니다. 이런 질문을 통해 기존 강점과 새로운 기회를 연결하는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다. 2009, F1 레이싱으로 유명한 맥라렌그룹McLaren Group이 던진 질문이 바로 이런 것이었다. 그 덕분에 맥라렌의 사람들은 소재과학, 기체역학, 시뮬레이션, 예측분석, 팀워크 등 맥라렌의 뛰어난 역량을 다른 분야에 적용하면 어떨지를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이런 질문을 통해 맥라렌그룹은 자사의 역량을 이용해 엘리트 조정, 사이클링, 세일링 팀, 의료시스템, 항공관제 서비스 등 다양한 고객의 기량을 개선할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맥라렌은 성공한 포뮬러원 팀까지 보유한 컨설팅 및 기술기업으로 변모했다.

상상은 신비롭고 어려운 것으로 보일때가 많지만, 사실 예상치 못한 조합을 수용하느냐가 핵심이다. 가장 아랫단계에서 보자면 어떤 영역에서 주로 사용되는 한 가지 솔루션을 다른 영역에 적용해볼 수 있다. 전쟁뉴스 기자이자 이코노미스트의 아프리카 특파원을 지냈던 조너선 레가드Jonathan Ledgard는 드론을 이용해 아프리카 오지에 의료용품을 배달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설립하면 어떨까 하는 상상을 했다. 이렇게 탄생한 레드라인Redline 2016년 최초로 르완다에서 시험 운영을 시작했다. 드론 배터리의 가격과 효율성이 기체의 발전속도를 따라잡지 못했기 때문에 레가드는 항공노선을 따라 화물 배송을 지원하기 위한 드론공항 개발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이질적인 생각을 연결하는 데에는 아웃사이더들이 인사이더보다 더 뛰어나다. 아웃사이더들이 편견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필립스는 엔지니어도 아니었고 인공사지 실험실에서 일한 적도 없었다. 그의 달리기용 블레이드는 사고로 다리를 잃기 전 장대높이뛰기 선수와 스프링보드 다이버로서의 경험에서 얻은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최근 남미지역에서 성공적으로 테스트를 마치고, 벡턴 디킨슨Becton, Dickinson()가 사용허가를 받은 혁신적 난산 보조기구는 아르헨티나의 자동차정비공인 호르헤 오돈Jorge Odón의 발명품이다. 빈 와인병 안의 코르크를 꺼내기 위해 비닐봉지를 사용하는 유튜브 비디오를 본, 아이가 다섯이 있는 아버지는 같은 원리로 산도birth canal에 걸린 아기를 구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WHO의 한 고위의료인은 뉴욕타임스 기자에게부인과 의사라면 겸자나 진공추출기를 고쳐보려 했겠죠. 하지만 정작 난산을 해결한 건 기계공이군요라고 말했다.

 

거리 두기가 있어야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은 연구결과에서도 확인된다. 한 연구에서는 목수, 지붕수리공, 인라인스케이터를 그룹으로 묶어놓고 목수의 방진마스크, 지붕수리공의 안전벨트, 스케이터의 무릎보호대 설계를 개선하는 방법에 대해 물었다. 각 그룹은 자신이 속하지 않은 다른 그룹에 대해 훨씬 나은 솔루션을 만들어냈다.

 

조직은 다양한 지식기반과 관점을 가진 사람들을 모아 이런 연결고리를 만들어내려 한다. 기술진보 덕분에 네트워크를 훨씬 뛰어넘는 전문가의 지혜를 활용할 수도 있다. 특정 시장이나 산업이 익숙하지 않지만 색다른 경험을 가진 사람들의 지혜를 공유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오일유출 복구 연구소Oil Spill Recovery Institute는 북극 연안에 유출된 기름 때문에 골치를 앓던 끝에 2007년 크라우드소싱을 활용해 아이디어를 모집했다. 채택된 아이디어는 석유업계의 전문가가 아니라 화학자 존 데이비스John Davis가 제안한 것이었다. 그는 콘크리트 산업에서 쌓은 자신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액체 오일을 펌핑하면서 괴어 둘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 냈다. 하버드경영대학원의 카림 라카니Karim Lakhani는 이노센티브InnoCentive혁신 플랫폼에 게시된 166 개의 문제해결 콘테스트 결과를 조사했고, 그 결과 입상자들이 해당 문제와는 관계가 없는 분야에 종사하는의외의 참가자인 경우가 많다는 것이 드러났다.

 

또한 디지털혁명은 예기치 않은 조합을 촉진해 산업 간 경계를 흐리게 한다. 통상적으로 한 분야에서 수집되던 데이터가 다른 분야의 종사자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다. 활용도가 낮았던 자산에도 새로운 용도가 생길 수 있다. 마스터카드는 거래 데이터와 애널리틱스를 익명 처리해 기업이나 금융기관에 판매한다. 마스터카드 임원인 멜린다 롤프스Melinda Rolfs는 이 데이터를 무료로 자선단체나 비영리기구에 제공하면 기금모금 활동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멜린다는 마스터카드의 데이터 자선 프로그램을 주도하여 비즈니스와 사회를 위한 가치를 새로운 방식으로 창출하고 있다.

 

 

자신의 아이디어에 대한 믿음 때문에 과거의 장애물을 피해가는 데

필요한 노력을 과소평가하게 되기도 한다. 조직 내부의 면역체계를 비롯해

주변 환경의 적대성을 날카롭게 읽어낼 수 있어야 한다.

실험 : 스마트하게 테스트 하고, 빨리 익혀라

 

실험은 좋은 아이디어를 효율적 솔루션으로 바꾸어 실질적 니즈를 충족시키는 과정이다. 일단 테스트를 시작한 이후 맞닥뜨릴 수 있는 가장 큰 리스크는 수정을 요구하는 피드백을 받게 되더라도, 이 피드백에 상응하는 액션을 취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확증편향과 매몰비용효과 때문이다. 성공적인 혁신가는 더 빨리 더 낮은 비용으로 배울 수 있도록 실험을 설계하고, 급격한 방향 수정이 요구되더라도 개방적 자세를 취한다. 증명이 아니라 개선을 위한 실험이기 때문이다.

 

린 스타트업 방법은 학습을 매우 중요시한다. 하지만 학습이라는 목표가 아무리 중요하다 하더라도, 속도를 중시하는 경향과는 부딪칠 수밖에 없다. 린 스타트업 모델의 지지자들도 속도를 더 중시할 때가 많다. 제작-측정-학습이라는 사이클을 정신없이 따라가다 보면 기업은 그저 시장적합성product market fit을 갖춘이만하면 괜찮은제품에 만족하게 되고, 보다 나은 솔루션을 내놓겠다는 야심은 잊어버리게 된다.

 

당신의 아이디어를 빨리, 자주 구체화해 다른 사람들이 이 아이디어를 보고, 느끼고, 피드백을 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의사에게 난산 보조기구를 설명하기 위해 호르헤 오돈은 자궁 대신 유리병을, 산도에 걸린 아기 대신 인형을, 기구 대신 그의 아내가 꿰맨 천가방을 사용했다. 이렇게 저비용으로 하는 데모를프랑켄슈타인 프로토타입이라고 부른다.

 

부정적 반응 또한 긍정적인 반응만큼 중요하다. 큰 대가를 치러야 하는 에러를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극단적인 예를 하나 들자면 건축계의 선구자 프랭크 게리Frank Gehry는 고객을 불편하게 하기 위한 목적으로 일명 슈렉Shrek모델이란 것을 만든다.(슈렉은 이디시어로 두려움을 뜻한다). 그 이후 만드는 후속 모델은 이전에 만든 모델을 기반으로 하지 않고, 완전히 다른 접근법을 보여줄 수 있도록 제작한다. 이런 방법은 게리가 클라이언트의 불편함을 탐구하고 학습할 수 있게 해 줄 뿐 아니라 아이디어를 숙성시킬 수 있는 기회를 열어 준다.

 

프로토타입에 지나치게 투자하지는 않도록 해야 한다. 프로토타입의 목표는 제작 전 테스트 기회를 갖는 것이다. 이를 위한 한 가지 방법은 바로 쓸 수 있는 기존 기술이나 사람의 개입을 활용해 기능성 제품이나 서비스를 가짜로 만들어 보는, 소위오즈의 마법사프로토타입이다. 의료용 로봇 보조요법을 연구하는 연구원들은 주로 오즈의 마법사 테크닉을 사용해 새로운 디자인에 대한 사용자 반응을 평가하곤 한다. 환자에게 알리지 않고 로봇을 인간이 제어하는 것이다. 이런 종류의 실험을 통해 연구원들은 개념을 충분히 탐색해 본 후 코딩에 들어갈 수 있다.

 

디지털도구는 시뮬레이션에 큰 도움이 된다. 웹사이트나 비디오로 아직 존재하지 않는 상품의 상상도를 만들 수 있다. 파일공유 소프트웨어 드롭박스Dropbox는 아무도 원치 않는 제품을 출시하는 오류를 피하려 프로토타입을 영상 데모로 만들었다. 또한 디지털기술을 이용하면 A/B 테스팅을 단순화해서 제품을 두 가지 버전으로 제공함으로써 사용자가 어떤 것을 더 선호하는지 알 수 있다. 낸시 루블린도 처음에는 유료 전화상담센터의 카운슬러를 긴급구조 핫라인에 사용하려 했다. 하지만 디지털문자 메시지 분석을 통해 실전에서 훈련된 자원봉사자들과 유료 카운슬러를 비교해 본 후 마음을 바꿨다. 메시지 분석에서 나타난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를 주어로 한 문장이 상담을 지속시키는 데 세 배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었다. 보통 카운슬링에서는를 주어로 대화하지 않도록 한다. 이런 현장 지식으로 무장한 자원봉사자들은 모든 지표에서 전문가보다 앞섰다. 더 빠르고 비용도 저렴하며 평가등급도 더 높았다. 그 덕분에 루블린은 기존에 구상한 사업 모델을 뒤엎고, 유료 카운슬러가 아닌 훈련된 자원봉사자들을 택했다.

 

디지털기술을 이용하면 테스트의 궁극적 목표에 더 근접할 수 있다. 베르트랑 피카르는 태양광 구동 기구를 만들기 위해 기존 항공기 제조업체에 접근했지만 이들은 별로 관심이 없었다. 그래서 그는 항공기제조업 외부의 파트너를 접촉했고, 80여 개 회사를 찾아냈다. 첨단 소프트웨어와 솔루션 제공 업체와 협력해 이들은 설계한 항공기의디지털 쌍둥이버전을 만들었다. 3D 소프트웨어를 사용해 개별 부품 및 복잡한 조립구조를 설계하고 테스트하는 작업이었다. 이를 통해 비싸고 느린 실제 프로토타입 대신 디지털로 다양한 조건에서 비행기의 성능을 시뮬레이션해 실패를 크게 줄일 수 있었다. 피카르의 시도는 순전히 기술적인 실험을 해 보려는 의도에서 시작되었지만 가상세계에서의 공동 작업이 가능한가를 알아보는 실험으로서도 성공적이었다.

 

탐색 : 격추되기 전에 피하라

 

아이디어를 실행에 옮기려면 성패를 좌우할 수 있는 세력에 맞춰 움직여야 한다. 그러나 자신의 아이디어를 믿고, 주변 상황이 지나치게 익숙해진 나머지 지지자들을 동원하고 과거의 장애물을 피하가는 데 필요한 노력을 과소평가하게 되기도 한다. 주변 환경의 적대성을 날카롭게 읽어낼 수 있어야 한다. 즉 조직 내부의 면역체계를 파악하고, 주변을 설득해 나가야 한다. 독창적 사고는 아이디어를 떠올릴 때뿐 아니라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할 때에도 꼭 필요하다.

 

아이디어가 구성되는 방식에 따라 사람들이 인식하는 가치도 달라진다. 디지털카메라를 발명한 코닥 엔지니어 스티브 새슨Steve Sasson은 자신이 개발한 혁신제품을필름 없는 사진기라 부른다면 필름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회사에서 내부 지원을 받는 데 오히려 큰 장애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열정 때문에 자신이 다른 이들에게 위협이 되고 있다는 사실을 잊기도 한다. 혁신적 제품을 사람들이 모르게 개발해 믿을 만한 주변인들에게만 선보인다면, 회의론자들에게 공개됐을 때 살아남지 못할 수도 있다.

 

대조적으로, 조너선 레가드는 아프리카의 물자수송 문제에 대한 답으로 드론을 생각하며 노련한 솜씨로 프레임을 구성해 사람들이 이를 쉽게 받아들일 수 있게 했다. 그는 드론이 사람들에게 위협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무해하고 구체적이면서도 재미있는하늘을 나는 당나귀란 이름을 붙였다.(짐을 운반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었다.) 설득력 있는 프레임은 친숙한 것을 이용해 덜 친숙한 것을 설명하고 연속성을 강조한다. 프레임이 효과가 있다면 디지털 채널을 통해 더욱 흥미를 유발할 수 있다. 나라얀 피사파티의 먹을 수 있는 숟가락이 바로 그런 경우다

 

파괴적인 혁신을 제시할 때 조직의 집단 DNA에 부응할 수 있는 방식을 택하는 것도 중요하다. 2002년부터 2013년까지 프랑스 국립 우편서비스국La Poste의 대변혁을 주도했던 장폴 베일리Jean-Paul Bailly변화를 통해 정체성이 유지될 수 있다는 점을 증명해야 합니다라고 말한다. 2010년 우편서비스국이 민영화되기 시작할 때에도 베일리는 공공서비스로서의 가치와 대중의 신뢰를 계속 강조했다. 이러한 핵심 자산이 전자 상거래, 은행, 이동통신 등 우편서비스의 새로운 활동을 지원했다. 이렇게 쌓은 대중의 신뢰를 바탕으로, 우편서비스국은 노령인구를 위한 서비스를 도입했다. 프랑스의 노령화와 줄어드는 우편배송에 대한 혁신적 대응이었다. 고객들이 지역 우편배달부에게 부탁해 연로한 친척들을 찾아가볼 수 있도록 했고, 우편서비스국의 근로자들은 서비스를 제공하며 발생할 수 있는 상황에 대해 훈련을 받았다. 이런 대응 덕분에 대량해고 없이도 우편서비스국의 혁신이 가능했고 매출도 지속적으로 성장했다.

 

내부자들을 설득하고 사용자의 관심을 확보했다 해도 당신과 당신의 타깃고객 사이에 놓여 있는 거대 생태계를 기억해야 한다. 관계자들의 피드백, 커넥션, 협력에 따라 제품의 성패가 결정될 수 있다. 아울럿Owlet은 병원 환자의 생체신호를 모니터링할 수 있는 무선 손목밴드를 개발했다. 환자나 간호사 모두 유선 제품을 좋아하지 않았기 때문에, 개발팀은 이미 성공한 것이나 마찬가지라 생각했다. 하지만 유선이냐 무선이냐는 병원 행정국에는 그다지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고, 이들은 이 밴드를 구입하지 않으려 했다. 사용자에게만 초점을 맞춘 아울럿은 정작 구매자를 간과했던 것이다. 아울럿이 정작 성공을 거두었던 것은 잠자는 유아의 맥박과 호흡을 추적하고 필요한 경우 보호자의 스마트 폰에 경보를 보내는 스마트 양말이었다. 이 경우에는 자녀를 걱정하는 부모들, 즉 구매자에게도 도움이 되는 상품이었다.

 

성공적인 탐색은 장애물을 예상하는 것만은 아니다. 의외의 동맹으로부터 지원을 받는 것도 중요하다. 멕시코에서 시작된 테마파크 키자니아KidZania는 일종의 실내도시로서, 어린이들이 롤 플레이를 통해 성인의 직업을 경험할 수 있다. 키자니아 창업자는 개발기금이 동나자 기업스폰서에게 도움을 청했다. 재정지원뿐 아니라 전문가의 전문지식을 위해 소품, 활동, 건축물, 인테리어 등에서 보다 현실적인 경험을 제공하고 싶었다. 키자니아의 기업파트너는 상점, 은행, 사무실 등의 미니 버전을 만들어 롤 플레잉을 진짜처럼 보이게 했다. 어린이들은 DHL 배달원처럼 입고 택배를 나르기도 하고, 영국항공의 비행 시뮬레이터에서 조종사 훈련을 받기도 한다. 이런 콘셉트가 적중해 지금 키자니아는 세계에서 가장 빨리 성장하는 체험학습 프로그램이 됐고, 오대륙에서 운영되고 있다.

 

디지털기술을 이용하면 새로운 형태의 협업 기회를 찾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스위스에 본사를 둔 질병통제기업 베스터가드 프란젠Vestergaard Frandsen(VF)은 독창적인 정수필터 상품군을 개발했지만, 정작 이를 가장 필요로 하는 아프리카나 인도의 마을에 공급하기에는 너무 비쌌다. 이 정수필터를 쓰면 모닥불에 물을 데워 정수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오염물질 배출을 줄일 수 있다. 베스터가드는 탄소 상쇄 프로그램에서 자금을 조달해 정수필터를 무료로 분배한다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하지만 신규 자금원을 사용하려면 외부 감사인들에게 실제로 수십만 개의 필터가 실제로 사용되고 있다고 설득해야 했다. 이 플랫폼의 개발자는 워싱턴대에서 개발한 오픈 소스 데이터 수집 플랫폼을 사용해 스마트폰 앱을 만들었다. 이 앱으로 현장 파견인들이 필터를 받은 사람을 사진으로 찍고 집의 GPS 좌표를 기록할 수 있었다. 그런 후 각 수령인에게 연락해 정수필터 사용에 관한 후속 조치도 알려줄 수 있고, 감사 목적도 달성할 수도 있게 돼, 확장 가능하며 지속가능한 솔루션의 탄생이 가능했다.

 

 

당신과 당신의 타깃고객 사이에 놓여 있는 거대 생태계를 기억해야 한다. 관계자들의 피드백, 커넥션, 협력에 따라 제품의 성패가 결정될 수 있다.

유연한 순서배치

 

편의상 우리는 우리가 세운 프레임워크를 일종의 프로세스로 표현했다. 실상 이 다섯 가지 요소가 어떤 순서나 주기를 따르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여러 활동이 혼합된다. 이는 기존의 혁신 방법론이 간과한 두 가지 문제를 다루기 위한 것이다.

 

복수의 진입 지점.논리적으로는 집중이 혁신의 출발점이지만 다른 요소도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상상이 혁신의 출발점이 되는 경우도 흔하다. 호르헤 오돈은 기존의 출산장비를 개선하려 들지 않았다. 난산 보조장치에 관한 그의 아이디어는 자다가 떠올린 것이었다. 상상은 피카르에게도 태양광 구동 비행선을 생각할 수 있었던 출발점이었다. 피카르의 이야기는 획기적 혁신을 이루기 위해 다른 사람이 모르는 것을 꼭 알 필요는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아무도 믿지 않는 것을 생각해서 혁신을 이룰 수 있다. 디자인싱킹은 보폭이 큰 혁신을 수용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극적인 혁신일수록 현재의 니즈나 기술에 기반하기보다는 가능성에 대한 남다른 확신을 가진 인물이 톱다운 방식으로 추진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인간이 가진 천재성 중 하나는 현재 이룰 수 없는 것을 상상하는 힘이다. 하지만 디자인싱킹은 몇 년 안에 사용할 수 있을지 모를 아직 미숙한 기술에 집중하지는 않는다.

 

또 다른 진입 지점은 실험이다. 실험으로 우연히 발견한 결과를 통해 제자리걸음이 아닌 리부팅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몇 년 전 IBM 리서치의 화학자 지넷 가르시아Jeannette Garcia는 특정 폴리머 합성 방법을 찾는 과정에서 어떤 화학반응을 일으킨 후 다른 재료를 가지러 잠시 자리를 비웠다. 플라스크를 다시 들여다봤을 때, 그녀는 아주 단단한 물질이 생겨난 것을 발견했다. 수십 년 만에 처음으로 신종 폴리머를 발견했던 것이다. 이 신물질은 유사물질에 비해 매우 강력하면서도 가벼운 데다 간편한 방식으로 무한한 재활용이 가능했다. 지금은 문제탐색 과정의 솔루션으로 주로 인용되고 있을 뿐이지만 그녀가 발견한 고유의 조합은 항공우주, 자동차, 전자, 3D프린팅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 잠재력이 큰 획기적 발견이었다.

 

복수의 경로.창조과정에서는 어떤 지점에서든 시작할 수 있고, 마찬가지로 어떤 방향이건 진행할 수 있으며, 필요에 따라 초점을 바꿀 수도 있다. 기존 혁신모델은 이런 자유를 드러나게 인정하지는 않는다. 그러다 보니 문자 그대로 받아들여져서 경직되고 비현실적인 방법에 그칠 때가 많다.

 

가르시아의 폴리머 발견 사례를 생각해 보라. 앞일을 생각하면 IBM이 해결해야 할 시급한 안건은 두 가지였다. 관련된 고객 니즈가 있는지를 확인하면서(집중) 이 솔루션을 실행으로 옮길 파트너를 결정해야 했다(탐색). 이 과정에서 추가 실행을 진행하며 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야 할지도 모르고(프로토타입 제작) 가끔은 뒤로 물러서기도 해야 할 것이다.(원거리를 유지하고 지나친 몰입을 방지)

 

창의적인 과정이란 곤경으로 가득 찬 여정이다. 이 과정에서 혁신가는 원래의 질문, 대응 옵션, 파트너 선택 등을 바꿔야 할 수도 있다.(크라이시스 텍스트 라인은 기존 상담 전문가를 선택하지 않았다.) 파트너십이 형성되면 인사이트가 형성되기도 한다. 실험을 통해 얻은 지식은 사용자와 사용자가 직면한 문제를 더 깊게 이해할 수 있게 해 준다. 창의적 프로세스의 후반단계에서 적절한 사람들에게 적절한 질문을 물었어야 한다는 걸 깨닫기도 한다. 아울럿은 무선 헬스모니터가 병원 행정국에는 필요하지 않지만 이제 막 부모가 된 사람들에게는 절실히 필요하다는 것을 나중에야 알게 됐다. 어떤 순서이건 효과적인 쪽을 따르면 된다. 프로세스를 고정하게 되면 그 자체로 혁신에 장애가 된다.

 

마무리 시 주의사항: 순서는 유연하게 짜더라도, 각 요소를 한 번씩은 다뤄야 할 필요가 있다. 각 요소가 완화할 수 있는 편향성이 다르기 때문이다. 하나라도 무시하면 엉뚱한 문제, 아이디어, 솔루션에 에너지를 낭비하게 될 수 있다. 창의는 비상식을 상식으로 만드는 과정이다. 다섯 가지 요소를 모두 감안해야 이 여정이 끝날 때 진정으로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혁신에 이를 가능성이 극대화될 것이다.

 

시릴 부케(Cyril Bouquet) IMD에서 전략과 혁신 담당 교수로 재직 중이다.

장루이 바르수(Jean-Louis Barsoux) IMD 연구 교수다.

마이클 웨이드(Michael Wade) IMD에서 전략과 혁신 담당 교수이며, IMD의 디지털비즈니스혁신센터에서 Cisco Chair를 맡고 있다.

 

번역 송채영 에디팅 장재웅

 

 

더 읽을거리

 

집중

Becoming a First-Class Noticer”

Max H. Bazerman

HBR, July–August 2014

 

A Practical Guide for Improving Your Observational Skills

 

James H. Gilmore

Greenleaf Book Group,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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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점

Are You Solving the Right Problems?”

Thomas Wedell-Wedellsborg

HBR, January–February 2017

 

The Pause Principle: Step Back to Lead Forward

Kevin Cashman

Berrett-Koehler,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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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

Find Innovation Where You Least Expect It”

Tony McCaffrey and Jim Pearson

HBR, December 2015

 

The Dance of the Possible:

The Mostly Honest Completely Irreverent Guide to Creativity

 

Scott Berkun

Berkun Media,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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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

Increase Your Return on Failure”

Julian Birkinshaw and Martine Haas

HBR, May 2016

 

The Innovator’s Hypothesis:

How Cheap Experiments Are Worth More Than Good Ideas

Michael Schrage

MIT Press,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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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색

How to Get Ecosystem Buy-In”

Martin Ihrig and Ian C. MacMillan

HBR, March–April 2017

 

The Obstacle Is the Way:

The Timeless Art of Turning Trials into Triumph

Ryan Holiday

Portfolio,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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