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3-4월호 누구나 소프트웨어를 만들 수 있는 세상이 온다 시셔 메로트라(Shishir Mehrotra)

Entrepreneurship

누구나 소프트웨어를 만들 수 있는 세상이 온다

시셔 메로트라

 

 

 

2008, 아직 넷플릭스가 우편으로 DVD를 배송하던 시절의 일이다. 나는 당시 구글이 막 인수한 영상 플랫폼에 합류하기로 결정했다. 지금은 상상도 못할 일이지만, 그때만 해도 유튜브에 대한 시선은 회의적이었다. 저화질의 고양이 동영상이나 잔뜩 올라와 있는 적자 사업이었다. 하지만 내 생각은 달랐다.

2개월 후 산업계 임원들이 모인 자리에서 프레젠테이션을 하게 됐다. 나는 그날의 첫마디를 이후 10년간 외치고 있다. “케이블이 지상파 방송에 영향을 끼친 것처럼, 온라인 영상이 케이블을 바꿔 놓을 겁니다.”

 

나는 한때 지상파 방송 채널은 3개뿐이었지만 케이블이 등장하면서 300개나 되는 채널이 생겼다고 설명을 이어갔다. 3개 채널에서 300개 채널이 된 것처럼 온라인 영상이 활성화되면서 300개 채널에서 300만 개 채널 시대가 열릴 것이며, 유튜브가 그 선두에 서는 것이 내 희망사항이라고 설파했다.

 

청중들은 멍하게 나를 바라볼 뿐이었다. 유튜브가 ESPN, CNN, MTV와 같은 문장에 들어 있는 자체가 이상했을 것이다. 당시 유튜브는 할리우드에 도전할 수준이 아니라 마이스페이스[1]나 플리커[2]의 비교 대상이었다.

 

하지만 증거가 계속 쌓여 가고 있었기에 나는 자신이 있었다. 전혀 엉뚱한 사람이 하룻밤에 구독자 100만 명을 얻는 일은 매일 일어났다. 거실에서 찍은 노래 영상을 올리던 열세 살 아이가 저스틴 비버가 될 것이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내가 가장 좋아하는뜻밖의 성공 사례는 대학 친구 살 칸Sal Khan의 이야기다. 살은 조카를 가르치려고 유튜브 영상을 올리기 시작했다. 대수학 문제를 푸는 과정을 간단히 보여주는 방식이었는데, 쉽게 말하면 TV에서 볼 수 있는 프로그램들과 정반대의 것을 만들어 올린 것이다. 하지만 그의 영상은 많은 사랑을 받았다. 어느 날 살은 믿기 힘든 조회수를 언급하며 헤지펀드 애널리스트라는 안정된 직업 대신 온전히 유튜브에 집중해도 괜찮겠냐고 내 조언을 구했다. 당시 임신 중이던 살의 아내가 따가운 시선을 보냈다. 나는 아무것도 약속할 수는 없지만 내가 이미 온라인 영상에 커리어를 걸었다고 대답했다. 살은 직장을 그만뒀고 현재 칸 아카데미는 세계 최대 교육 네트워크 중 하나다.

 

살과 같은 메이커Maker들은 유튜브에서 불쑥 등장한 것이 아니라, 이미 여러 사업 분야에서 속속 나타나고 있었다. 엣시Etsy에서 공예품을 팔거나 에어비앤비에서 숙식을 제공하는 사람들이 있다. 포트나이트와 마인크래프트도 이러한 트렌드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게임에서도 유저가 스스로 경험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이런 경우 플랫폼은 유저 커뮤니티가 메이커 커뮤니티가 될 수 있도록 한 발 물러나 있었다.

 

나는 이를메이커 세대로 명명했다.

 

예측하건대 소프트웨어가 다음 변화 대상이 될 것이다. 소프트웨어의 메이커들은 실리콘밸리의 엔지니어만이 아니라, 유튜버들이 그랬듯 예측불가의 광범위한 분야에서 모인 문제 해결사, 도구 창조자일 것이다.

 

컴퓨터의 초창기에는 취미로 소프트웨어를 만들었다. 홈브루 컴퓨팅 클럽[3], 스티브 잡스, 워즈니악, 빌 게이츠를 생각해 보자. 이들 사이에는 컴퓨터라는 놀라운 신기술로 인해 누구나 자신이 원하는 것을 만들 수 있게 되리라는 집단적 의식이 있었다.

 

그러나 SAP가 등장했고 초대형 애플리케이션 기업으로의 전환이 있었다. 이 세대에서는, 회사 전체의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거대한 단일 시스템을 IT팀이 구매했다.

 

그리고 2000년대에는 패키지 앱이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비즈니스 세계에서는 서비스로서의 소프트웨어software-as-a-service·SaaS라는 용어를 썼다. 문제가 있으면 IT 자문을 받을 필요 없이, 이를테면 세일즈포스닷컴에 신용카드를 들고 가서 수많은 솔루션 중 하나를 사면 됐다. 각 팀은 업무를 위한 맞춤형 소프트웨어무더기(stack)’를 자유롭게 고른다. 한편, 스마트폰과 태블릿의 앱스토어와 플레이스토어에서 살 수 있는 앱은 400만 개에 이른다.

 

마크 안드레센Marc Andreessen의 말이 현재 상황을 잘 표현한다. “소프트웨어가 세계를 집어삼키고 있다.” 엄청나게 증가한 앱은 모든 면에서 현대인의 생활을 형성하게 됐다. 직업, 커뮤니케이션, 교통, 금융 시스템, 심지어 식품 생산까지. 매우 작은 전문가 집단이 세계의 엄청나게 큰 부분을 만든다니 이상하지 않은가?

 

나는 소프트웨어가 메이커 세대에 들어서는 단계에 왔다고 생각한다. 이제 사람들은 타인이 만든 만병통치식 솔루션을 사기보다 자신만을 위한 소프트웨어를 만들고 싶어할 것이다. 마크의 말을 빌려 소프트웨어가 세계를 집어삼키고 있다면, 곧 메이커가 소프트웨어를 집어삼킬 것이다.

 

지난 20년간 소프트웨어 산업은 이러한 민주화에 어려움을 겪었다. 나는 그 이유가 인터페이스라고 주장한다.

 

미래주의자이자 전 애플 디자이너인 브렛 빅터Bret Victor는 수학을 대입해 굉장한 비유를 했다. “로마 숫자를 곱하려 해 본 적이 있는가? 놀랍게도 엄청나게 어렵다. 그래서 14세기 전까지 모두가 곱셈을 수학 엘리트만 할 수 있는 어마어마하게 어려운 개념으로 생각했다. 자리 값이 있는 아라비아 숫자가 등장하면서 7살 꼬마도 곱셈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곱셈의 개념에는 어려운 점이 전혀 없다. 문제는 숫자였다. 당시 유저 인터페이스가 매우 나빴던 셈이다.”

 

소프트웨어도 이와 마찬가지다. 암호 같은 응용 프로그램 인터페이스, 완벽한 위치에 있는 세미콜론, 정교하게 명령된 커맨드 라인 파라미터, 등호를 사용하는 세 가지 방법 등. 모두 소프트웨어의 로마 숫자와 같다. 소프트웨어는 새로운 인터페이스, 새로운 언어를 필요로 한다.

 

이미 여기에 뛰어든 기업도 있다. 글리치Glitch, 자피어Zapier, IFTTT는 개발자들만 하던 일을 모두가 할 수 있게 하려고 시도 중이다. 에어테이블AirTable과 퀵베이스Quickbase는 대중이 데이터베이스에 접근할 수 있도록 했다. 내가 창업한 코다Coda는 새로운 인터페이스가 우리가 알고 신뢰하는문서의 형태일 것이라고 믿는다. 메이커는 빈 캔버스에서 깜박이는 익숙한 커서로부터 워드 문서를 작성하듯 앱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새로운 구성 요소가 필요할 뿐이다.

 

예를 들어, 호프Hope라는 제빵사는 버지니아에서 작은 그래놀라 회사를 운영한다. 호프는 소매점관리법에 대한 구체적 아이디어가 있지만 이를 구현할 소프트웨어를 찾지 못한다. 그래서 문서 몇 장을 만들어 문제를 해결한다. 적절한 구성요소만 있으면 소프트웨어 구매자는 개발자가 될 수 있다.

 

메이커 세대는 어떤 모습일까? 오늘날 세상은 소프트웨어 개발자와 소프트웨어 사용자가 인위적으로 나뉜 상태다. 보다 나은 인터페이스, 즉 소프트웨어의 아라비아 숫자가 개발되면 그 경계는 무너질 것이다. 일상에 소프트웨어가 넘쳐나고, 결국 사람들은 자신의 소프트웨어를 만들게 될 것이다.

 

그러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대중이 아닌 소수를 위한 앱이 설계될 것이다. 각 팀과 프로젝트, 미팅마다 맞춤 제작된 자체 앱 수백 개를 사용해서 기업이 운영될 것이다. 소프트웨어 메이커 세대에 예외 사례란 없다. 그전까지 충분한 서비스를 누리지 못한 팀과 개인은 엔지니어에게 사정할 필요 없이 완벽한 맞춤형 솔루션을 가질 수 있다.

 

소프트웨어의 전망은 넓어지고 흥미로워지겠지만 문제도 많아질 것이다. 훌륭한 솔루션이 하나라면 별 볼일 없는 솔루션은 100개는 될 것이다. 생각지도 못한 소프트웨어가 쏟아져 나오고 아이디어가 폭발할 것이다. 메이커 세대는 그렇게 돌아간다.

 

나는 그날이 조바심 나게 기다려진다.

 

 

 

번역 석혜미 에디팅 이방실

 

유튜브의 전 부사장 시셔 메로트라(Shishir Mehrotra)는 코다(Coda)의 공동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

 

 

[1] MySpace. 크리스 드월프와 톰 앤더슨이 설립한 인터넷 커뮤니티 서비스 사이트.

[2] Flickr. 온라인 사진 관리 및 공유 응용 프로그램.

[3] Homebrew Computing Club. 1975 3월에서 대략 1977년까지 지속된 실리콘밸리에 있는 초기 컴퓨터 취미생활자 클럽. 애플의 창업자들이 속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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