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7-8월(합본호) 직장에서의 엔딩도 이니에스타의 작별인사처럼 팀 르베레흐트(Tim Leberecht)
잔피에로 페트리글리에리(Gianpiero Petriglieri)

PROFESSIONAL TRANSITIONS

직장에서의 엔딩도 이니에스타의 작별인사처럼

팀 르베레흐트, 잔피에로 페트리글리에리

 



기는 끝났다. 박수소리도 잦아들고 관중들도 집으로 돌아갔다. 할 일은 끝났고, 이제 쉴 수 있다. 그는 축구화도 벗어버리고 바닥에 앉았다. 누군가가 사진을 찍고, 이 사진이 화제가 된다. 동시대 가장 뛰어난 기량을 갖춘 성공한 축구선수 안드레스 이니에스타Andrés Iniesta는 축구팬들이바르카라고 부르는 FC 바르셀로나 소속으로 마지막 경기를 마친 뒤 홈구장 캄프 누의 바닥에 맨발로 홀로 앉았다.

 

스포츠에서 쓰이는 용어들은 다른 분야에서도 널리 사용된다. 슬램덩크, KO, 홈런 같은 말들이다. 이런 장면들은 주로 승패나 실책, 역전 등 경기의 성적에 초점을 두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니에스타가 바닥에 앉은 사진은 스포츠산업 치고는 매우 인상적인 장면이었다.

 

이니에스타의 스틸사진은 경기 장면과는 아주 다른, 훨씬 인간적인 순간을 포착했다. , 경기, 쇼가 끝나면 남는 건 텅 빈 공간과 사람이다. 과거는 역사가 되었고 미래는 아직 시작되기 전의 그곳에 사람만이 남는다. 일하는 기간이 길어지고 직업이 세분화되면서 우리 모두 대부분은 자의에 의해 이런 순간을 맞게 된다. 일생에 걸쳐 10여 번 직업을 바꾸는 것도 다반사인 세상이 되었다. 린다 그래튼과 앤드루 스콧이 100세 시대에 관해 쓴 책에서 언급했듯, 이런 변화 중에는 이직이나 승진이 아닌 경우도 있다. 그저 커리어의 전환일 뿐이다.

 

이니에스타에게 그 밤은 그런 변화를 기념하는 순간이었다. 그는 앞으로도 계속 선수생활을 이어갈 것이다. 마지막 월드컵도 남았고, 일본 클럽(비셀 고베)으로 이적할 것이며, 그 이후에도 새로운 일들이 남아 있다. 그럼에도, 그 사진이 그날 포착했던 것은 한 시즌의 마지막이 아니었다. 한 시대가 끝난 순간이었다.

 

이니에스타는 12살의 유망주로 바르카의 청소년 아카데미에 입단해 바르카의 프로선수로 데뷔했으며, 22년 후 스페인 역사상 가장 많은 트로피를 쥐고 이곳을 떠났다. 그는 바르카 소속으로만 뛰었다. 사람들이 아름다운 경기라 칭하며 열광하는 이 스포츠 종목에서 바르카가 톱이 된 것은 그의 공이 컸다.

 

그는 거의 모든 경기에서 박수를 받는 몇 안 되는 선수 중 하나였다. 상대팀의 팬조차도 그의 유려한 플레이뿐 아니라 그의 인성에 존경을 보냈다. 2010 월드컵 결승전 당시 스페인의 결승골을 넣은 이니에스타는 유니폼 상의를 벗고, 친구이자 동료인 다니 하르케를 위해 직접 언더셔츠에 쓴 글을 내보였다. 일년 전 심장마비로 사망한 하르케에게 이니에스타는영원히 우리와 함께라고 썼다.

 

죽음을 인지하면 좀 더 의미 있는 활동에 참여하게 되고 직업에서도 더 큰 의미를 찾게 된다고 학자들은 말한다. 시간이 한정돼 있다는 걸 깨달으면 이 시간을 좀 더 의미 있게 쓰고 싶어진다. 이니에스타의 동료이자 전설적인 골키퍼인 잔루이지 부폰도 말했듯이, 운동선수처럼 일에 자기 자신을 모두 쏟아부은 사람들은 두 번 죽는 축복이자 저주를 겪게 된다. 첫 번째 죽음은 자신의 인생을 가득 채웠던, 그리고 젊은 시절 자신의 정체성을 만들어 준 경기에서의 은퇴다. 전설로 남게 될 선수라 해도 은퇴로 인한 첫 번째 죽음을 견뎌내야 한다.

 

이니에스타의 작별인사는 느긋하면서도 감동적이었다. 9만 명의 관중이 그의 마지막 경기가 시작하자마자 다같이 그의 이름을 연호했고, 마지막 호루라기 소리가 울린 후에는 팀 동료와 팬들이 기념식을 갖고 오랫동안 그와의 작별을 기념했다. 파티가 끝난 후, 바르카는 그가 빈 경기장에 남아있을 수 있도록 했다. 그는 승리와 패배의 순간을 함께 했던 경기장 중앙의 원 위에 앉아, 그의 오랜 축구인생을 되돌아보며 쉬었다. 그가 경기장을 떠난 시간은 밤 1시였다.

 

아주 흔치 않으면서도 의미 있는 엔딩이었다. 시끌벅적하고 시간에 쫓겨 제대로 축하도 하지 못하고 끝나는 기념식과는 달랐다. 이 사진은 두 가지 삶 사이의 공간에 가만히 앉아 있는, 그러나 여전히 살아 있는 이니에스타의 모습을 포착했던 것이다. 사람들이 이 사진을 보고 감동받았던 것은 아마 이런 이유에서였을 것이다.

 

학자들은 이런 공간에 리미널리티liminality라는 이름을 붙였다. ‘경계를 뜻하는 라틴어 ‘limen’에서 따온 말이다. 여기도, 저기도 아닌 어떤 두 공간의 사이에 있는 상태로, 마음 상태를 뜻하기도 하고 사회적 공간을 의미하기도 한다. 주업이 무엇이건 간에, 모든 활동을 유보한 이 상태에서는 방황하거나 답답해지기 쉽다. 하지만 우리를 인도해 줄 일종의 기념식이나 우리를 잡아 줄 공간이 있다면, 이렇게 활동이 유보된 상태에도 활기를 불어넣어 휴식기간으로 삼을 수 있다. 과거의 나와 새로운 나 사이에 의미 있는 휴식기를 갖는 것이다.

 

현대의 직업에 있어 리미널리티를 통찰력 있게 설명한 허미니아 이바라와 오틸리아 오보다루는 현대적 의미의 직업에서 리미널리티는 더는 일시적인 상태가 아니라고 말한다. 리미널리티는 만성적 상태다. 우리는 항상, 잠재적으로라도 이곳에서 저곳으로 움직이는 상태에 있다.

 

직장에서 내 자리가 없다고 느끼는 순간 우리는 외로워진다. 자리를 찾으려 들면 더 외로워지기 쉽고 이렇게 외로움을 느끼는 것이 유별난 것도 아니다. 하지만 인간은 결국, 또는 어떤 순간 모두 혼자일 수밖에 없다고 이니에스타의 사진이 말해 주고 있다. 언제나 활기에 차 있을 수는 없다.

 

이니에스타의 사진을 다시 보자. 경기 중간에는 살아있다는 느낌, 내 자리가 있다는 걸 느끼기 쉽다. 하지만 경기가 끝났을 때 살아있는 느낌을 갖지 못하고, 제자리를 찾지 못한다면 우리는 욕망이나 보상, 또는 그 둘의 플레이어가 아니라 노예가 된다는 걸 말해 주는 듯하다. 기념을 위한 의식도 없고, 정적과 고요, 슬픔을 위한 공간이라고는 없는 조직생활에서 완전히 인간성을 지키는 것은 어렵다.

 

직장에서는 프로젝트나 임기의 종료를 기념하는 행사나 장소를 찾기 힘들다. 우리는 축구선수들이 자신들의 노력을 묘사할 때 말하는 것처럼힘들게 경기를 끌어왔다고 말하지는 않는다. 우리는 기쁨, 행복, 열정과 같은 강렬한 감정뿐 아니라 좌절이나 분노와 같은 감정도 우리의 원동력이 될 수만 있다면 기꺼이 받아들인다. 우리는내 일을 사랑하고, 사랑하는 일을 하기위해 사랑을 참지만, 사랑이 우리의 마음을 찢어놓는 시간을 위한 공간은 부족하다. 우리는 열정을 다해 일에 집중하고 싶어하고, 이 시간이 지속되길 바란다.

 

우리 대부분은 직업적인 죽음 그리고 신체적 죽음과 맞서 싸운다. 하지만 일하는 삶에 엔딩이 없다면 글을 쓰고 마침표를 찍지 않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대로 이야기가 이어지면 이어질수록, 개연성은 더 떨어진다. 직장에서 좀 더 유연한 사람이 되려면, 언제나 새로 시작할 수 있는 사람이 되려면, 엔딩을 제대로 맞을 줄 알아야 한다. 그것은 조직도 마찬가지다. 엔딩을 축하할 수 없다면, 엔딩을 축하할 장소조차 챙겨주지 못한다면, 일은 의미를 찾을 수 없다.

 

디자이너 얀 칩체이스Jan Chipchase는 힘든 프로젝트가 끝나면 긴장해소용 캠프를 주최해 팀에 일이 완전히 끝났다는 것을 상기시키는 일종의사후 부검절차를 밟는다. 의미 있는 조직생활에 대해 기업컨설팅을 제공하는 프리야 파커Priya Parker는 대중이 친밀감을 느끼는 행사를 가지라 조언한다. 마치 르네상스 위크엔드Renaissance Weekend에서세상에 남기는 마지막 말이라 가정하고 마지막 세션에서 참석자가 한 마디씩 하는 것처럼 말이다. 직업적 엔딩도 즐거운 행사가 될 수 있다. 네타포르테Net-a-Porter CEO 마크 세바Mark Sebba의 은퇴 기념식이 그랬다. 혹은 헬리콥터를 타고 미지의 장소로 떠나는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 퇴임식처럼 보다 진지한 형태일 수도 있다. 파커는커리어의 한 챕터가 중단stop된 것이 아니라 마무리end되었다고 인식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FC 바르셀로나의 모토는 ‘more than a club(클럽 그 이상의 클럽)’이다. 이는 바르카가 단순한 경쟁 이상을 추구한다는 의미다. 승리로는 충분하지 않다. 바르카의 승리는 스타일이 있어야 한다. 이번 시즌, 바르카는 스페인리그와 코파델레이컵에서 모두 우승했지만 팬들은 그다지 열광하지 않았다. 바르카의 상징인 아름다운 플레이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기 자체에 대한 실망과는 별도로, 팬들은 이니에스타에게 작별의 인사를 전했다. 작별식이 끝났는데도 바르카가 이니에스타를 위해 스타디움을 열어 둔 것은 실용적인 목적이 있어서가 아니다. 그런다고 아무런 경제적 이익도, 승점도 나오지 않는다. 그것은 FC 바르셀로나의 기풍, 스타일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그날 밤, 바르셀로나는 최상급 선수 한 명을 잃었지만 팬들에게는 잊을 수 없는 추억을 남겼다. 인간다움이 살아있는 사진 한 장이 팬들과 인간적으로 공명했다. 엔딩을 중요하게 여기는 조직의 힘은 이런 것이다.

 

번역: 송채영 / 에디팅: 조진서

팀 르베레흐트(Tim Leberecht) The Business Romantic Society의 창립자이자 < The Business Romantic: Give Everything, Quantify Nothing, and Create Something Greater Than Yourself >의 저자다.

잔피에로 페트리글리에리(Gianpiero Petriglieri)는 인시아드의 조직행동학 부교수로, 새로운 리더를 위한 인시아드의 대표 프로그램인 Management Acceleration Programme를 이끌고 있다. 의학박사이자 정신과 전문의로서 리더십 개발을 연구, 실행한다. 트위터 계정@gpetriglie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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