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11-12월(합본호) 목표를 고수해야 할 때도 있지만 내려놔야 할 때도 있다 앙드레 스파이서(André Spicer)

목표를 고수해야 할 때도 있지만

내려놔야 할 때도 있다

 

앙드레 스파이서

 

 


 

 

미프로풋볼리그NFL 버팔로 빌스 소속 코너백[1]인 본태 데이비스Vontae Davis는 로스앤젤레스 차저스와의 경기에서 팀이 28 6으로 뒤진 하프타임에 돌연 경기장을 떠나버렸다. 데이비스는 팀 동료들과 함께 상대 팀과 싸우는 대신 바로 그 자리에서 선수생활 은퇴를 결정했다. 그는 그날 저녁 소셜미디어에 은퇴 성명을 발표하면서오늘 경기장에서 현실을 뼈저리게 깨달았고, 더 이상 거기에 있어선 안 된다고 느꼈다고 밝혔다. 그의 갑작스러운 은퇴에 많은 이들은 분노했으며 빌스의 라인백커[2]로렌조 알렉산더Lorzenzo Alexander데이비스가 동료를 깡그리 무시했다고까지 비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는 데이비스가빌어먹을 노동계급의 영웅이었다고 옹호하기도 했다.

 

 

데이비스의 이례적이고도 갑작스러운 경기 도중 은퇴는 여러 이유로 많은 이들에게 격한 감정을 불러일으킨 동시에 다음의 질문을 던졌다. “나는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얼마나 오래 붙들고 있어야 하나?” 이 물음의 해답을 찾겠다고 굳이 NFL의 해설자를 찾아가지 않아도 된다.

 

지금껏 다양한 분야의 연구자들이 끈기의 미덕을 지지했다. 그중 하나가 열정적 그릿grit에 관한 심리학자들의 연구다. 이들은 전미스펠링대회 아이들부터 미 육군사관학교나 아이비리그 학생 선발에 이르기까지 모든 성공을 설명하는 결정적 요인이 바로 어려움에 직면했을 때 한 과제에 매진하는 능력이라고 밝혔다.

 

또 역경에 굴하지 않고 끈기를 발휘하면 배움과 기량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스탠퍼드대 심리학과 교수 캐럴 드웩의성장 마인드셋growth mindsets’에 관한 연구는 도전과 한계상황을 발전과 배움의 기회로 삼는 사람들이 장기적으로 더 좋은 성과를 낸다고 밝힌다. 그런 사람들은 도전에 직면할 때 끈기를 발휘해서 더 깊고 폭넓은 기량을 보상받았다.

 

끈기를 통해 얻을 수 있는 마지막 이득은 변덕스러운 운과 관련이 있다. 최근 약 29000명에 달하는 예술가, 영화제작자, 과학자의 커리어에 대한 연구는 그들 대다수의 전성기가 업무성과를 널리 인정받았을 때라고 밝힌다. 하지만 그런 전성기에는 정해진 시기가 없었다. 나이나 경험, 심지어 생산성과도 무관했다. 그저 우연히 나타났다. 지금 일을 그만둘 생각을 하는 사람은 전성기가 바로 코앞에 다가왔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되새겨야 할지 모른다.

 

하지만 또 다른 연구는 이런 결과에 반론을 제기한다. 최근 660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메타분석 연구는 그릿이 성과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음을 밝혔다. SAT를 보는 학생 56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도 성장 마인드셋과 시험 성적 사이에 아무런 관련성이 없다고 밝혔다. 성장 마인드셋을 갖춘 사람이 다시 시험을 치더라도 더 좋은 점수를 받을 가능성이 적은 데다 애초에 시험을 다시 치를 가능성도 적었다. 예술가의 전성기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대다수가 단 한 번의 전성기를 경험하고 제2의 전성기는 비교적 드물었으며, 특히 영화제작자에게 이런 특성이 두드러졌다. 이미 연이은 성공을 경험했다면 또 성공할 확률은 적다는 얘기다.

 

실제로 한 대형 연구는 끈기의 단점도 보여준다. 포기하지 않는 행동은 이득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끈질기게 매달리는 것을 의미할 수도 있다. 한 연구는 온라인 플랫폼 업무를 하는 사람들에게 매우 지루한 과제를 줬다. 스스로 매우 끈기 있다고 말한 사람일수록 지루하고 금전적 보상이 거의 없는 과제임에도 불구하고 계속 매달리는 특성을 보였다. 다시 말해 가치 있고 보상이 따르는 일에 끈기 있게 매진하는 것은 유익할 수 있지만, 포기를 모르는 사람들은 종종 재미 없고 보람도 없는, 쓸모없는 일에 매달려 시간과 재능을 낭비하기도 한다.

 

오래 추구한 목표에 집착하는 것은 더 나은 대안을 간과하는 것일 수 있다. 마이너리그 팀 야구선수들의 사례가 잘 보여준다. 이 선수들은 대개 연봉이 낮고 고용 안정성도 떨어지지만, 구단의 눈에 띄어 메이저리그로 진출할 수 있다는 희망 속에 산다. 하지만 그 꿈을 이루는 선수는 11%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나머지 89%는 오랜 시간 고달프게 버틴다. 그들은 야구를 그만두면 더 안정적이고, 연봉이 높으며, 커리어 노선이 분명한 대안적 직업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다시 말해 자기 꿈에 도취된 사람은 더 유익한 다른 선택을 모색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그만둘 줄 모르는 사람은 영원히 만족하지 못할 수 있다. 자기가 원했다고 생각한 것을 마침내 얻게 되는 순간에도 마찬가지다. 이 사실은 대학 졸업을 앞둔 취업 준비생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명확히 입증됐다. 연구자들은 선택의 폭을극대화하고, 되도록 최고의 직업을 얻는 데 집착하는 학생들이 결국 급여를 20% 더 받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하지만 그들은 대체로 자기 직업에 더 불만족스러웠고 그 직업을 얻기까지의 과정이 남들보다 더 고통스러웠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제때 그만두지 못하는 사람의 손해는 이뿐만이 아니다. 그들은 더 위험한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 끈기에 이끌려 어떤 일을 계속하거나, 심지어 더 끈질기게 매달려서 방향성을 잃어버릴 위험이 있다. 한 연구는 특히 투지 있는 사람들은 실패했을 때 포기할 가능성이 낮다고 밝힌다. 이런 사람들은 단지 과제를 계속하기 위해 금전적 손해까지 감수할 가능성이 높다. 발명가 지망생을 대상으로 한 연구는 믿을 만한 사람이 발명의 치명적인 결함을 지적해도 지망생 절반 이상이 발명을 계속 진행해서 프로젝트에 헛돈을 쏟아붓는 사실을 발견했다. 우리는 끈기 있는 사람들이 방향성을 잃어버리는 함정에도 쉽게 빠진다는 사실을 염두에 둬야 한다.

 

아무리 오래 추구해 온 목표더라도 이룰 수 없는데 버리지 못하면 정신과 신체 건강에 해로울 수 있다. 불가능한 목표를 쉽게 떨치지 못하는 사람은 스트레스를 더 많이 느끼고, 우울 증상에 더 많이 시달리며, 원치 않는 침투적 사고에 시달리고, 잠을 못 이루는 경향이 있다. 습진, 두통, 소화불량을 일으킬 가능성도 더 높다. 불가능한 목표에 집착하면 체중증가, 고혈압, 부정적 기분, 수면장애 등을 유발하는 코르티솔과 우리 몸의 염증과 관련된 C-반응성단백질 수치가 올라간다.

 

그러므로 과제나 목표를 고수해야 할지, 내려놓아야 할지 고민할 때는 끈질긴 인내 때문에 감수해야 할 근시안의 비용과 위험 부담, 배움을 통해 발전할 가능성이 얼마나 될지를 따져봐야 한다.

 

 

번역 정유선 에디팅 배미정

 

 

앙드레 스파이서(André Spicer)는 런던시티대 카스경영대학원 조직행동학 교수이며, <  Business Bullshit  >의 저자다.

 

 

[1]상대팀의 패스를 끊는 수비수

 

[2]상대팀 선수들에게 태클을 걸어 방어하는 수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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