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5-6월(합본호) 인재 관리와 맞벌이 부부 제니퍼 페트리글리에리(Jennifer Petriglieri)

FEATURE MANAGING PEOPLE

인재 관리와 맞벌이 부부

융통성 없는 순환근무제는 인재 양성에 좋은 방법이 아니다

 

In Brief

문제점

핵심인재들은 점점 자신의 커리어 못지않게 배우자의 커리어도 중시하는 경향이 커지고 있다. 기업은 핵심인재를 경영자로 키우기 위해 막대하게 투자한다. 하지만 기업 대부분은 이런 변화를 인재 육성방식에 어떻게 반영할지 모른다. 결국 인재들은 유연성과 이동성 문제와 부딪칠 때 허무하게 회사를 떠나고 만다. 그 결과 인재 채용과 유지는 큰 타격을 입는다.

 

원인

기업에서는미래 리더들이 전 세계에 흩어진 근무지에서 정해진 보직을 거쳐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팽배하다. 이 때문에, 맞벌이 직원들은 커리어 개발에 어려움을 겪는다.

 

해결책

기업은 단기잡스와프또는 ‘원격통근 근무등 더 창의적인 방법을 통해 직원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배려함으로써 커리어 개발을 가로막는 장애물을 제거할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조직문화가 바뀌어야 한다. 조직은 유연근무제를 부정적으로 볼 게 아니라, 그것을 포용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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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가명)는 다국적 대기업의 대규모 제조공장 책임자로 일하고 있었다. 그는 회사에서 유능하고 신뢰할 수 있는 관리자로 통했다. 핵심 사업부의 사장 자리가 갑자기 공석이 되자 회사에서는 데이비드를 후임으로 낙점했다. CEO는 데이비드를 사무실로 불러 함께 앉았다. 그리고 사장에 발탁됐다는 기쁜 소식을 전했다. 데이비드는 그 역할을 맡을 자격이 충분했다.

 

이와 같이 갑작스러운 인사 발령은 사실 매우 흔하다. 그렇더라도, 전혀 예상치 못했던 터라 데이비드는 뭐라 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함께 자리한 최고인사책임자CHRO도 데이비드가 당황스러워하는 것을 감지했다. 이른감이 없진 않은 제안이었지만, 데이비드의 직속 상사와 논의해 인사 이동에 동의까지 얻어 놓은 상황이었다. 데이비드에겐 절호의 기회였다. 다들 그가 성공하길 응원했다. 모든 준비에 필요한 시간도 주어지고, 사업부가 소재한 지역까지 가족과 함께 이사할 수 있도록 회사도 기꺼이 지원하겠다고 CHRO가 덧붙였다. 그는 4주 안에 새로운 사업장에서 일을 할 준비를 마쳐야 했다.

 

데이비드는 몇 가지 궁금한 점을 물어봤다. 승진과 함께 연봉도 크게 오른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CEO CHRO에게 감사를 표했다. 그리고 아내와 함께 저녁에 상의해 보겠다고 답했다. “물론 그래야죠.” CEO CHRO가 웃으며 말했다.

 

다음날 그 웃음은 충격으로 바뀌었다. 데이비드가 제안을 거절했기 때문이다. 데이비드는 회사와 본인의 커리어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내의 커리어도 그 못지않게 중요했다. 아내는 고생하며 수술 레지던트 과정 마지막 해를 보내고 있었다. 거처를 옮기면 아내 커리어에 지장을 줄 게 뻔했다. 데이비드는 다음 기회에 그 역할을 맡는 방안, 당분간 통근하는 방안, 원격으로 근무하는 방안 등을 제안했다. CEO는 모두 거절했다. “리더십을 발휘하려면 몸이 현장에 있어야죠.” CEO는 쏘아붙였다.

 

화기애애하던 분위기가 채 하루도 지나지 않아 싸늘하게 변했다. CEO는 화가 났다. 회사는 데이비드를 위해 아낌없이 투자했다. 그런데 정작 헌신이 필요한 상황에서 데이비드는 거절했다. 근무지 이동 때문에 리더 역할을 거부하면서 어떻게 조직에서 성장하길 바란단 말인가? 데이비드의 반응을 보는 CHRO도 착잡하고 실망스럽긴 마찬가지였다. CHRO는 데이비드와 처지가 비슷한 직원을 지원하기 위해 일과 가정의 균형 정책을 도입하고 이주비를 넉넉하게 책정하도록 힘쓴 주인공이었다. 데이비드는 궁지에 몰린 기분이었다. 하필이면 곤란한 시기에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는 제안을 받았고 감히 조직과 밀고 당기기를 하려는 사람으로 찍혀버렸다.

 

사장 자리는 곧 다른 사람에게 돌아갔다. 데이비드는 변함없이 좋은 성과를 냈지만, 상황은 전과 같지 않았다. 회사가 더 이상 자신을 핵심인재로 여기지 않는다고 느꼈다. 그렇게 9개월이 흘렀다. 데이비드의 아내 헬렌은 레지던트 과정을 마쳤고 다른 곳으로 옮길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 두 사람 모두 새로운 커리어 기회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기다렸다는 듯이 경쟁사가 데이비드를 영입했다. 그리고 가장 큰 사업부를 맡겼다. 새로운 도시에 둥지를 튼 헬렌은 유명 병원에서 일자리를 얻었다. 데이비드의 커리어는 다시 정상 궤도로 돌아왔다. 아내도 새로운 커리어를 시작했다. 반면, 데이비드의 전 회사는 유능한 리더 한 명을 잃었다. 그의 가능성을 알아보고, 핵심인재로 육성해 요직까지 제안했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갔다.

 

데이비드의 사례는 그 회사의 CHRO로부터 전해 들었다. CHRO는 직원들이 승진을 원하는 만큼 배우자의 커리어에 대해서도 깊이 신경 쓰고 있는데 회사는 아직 이들을 어떻게 관리해야 최선인지 감을 못 잡고 있다고 푸념했다. 필자도 지난 몇 년간 이런 사례를 여러 번 목격했다. 라이스대 오틸리아 오보다루Otilia Obodaru 교수와 필자는 세대와 직업군을 골고루 반영해 100여 쌍의 맞벌이 부부를 선정한 뒤 인터뷰를 수행했다. 더불어, 필자는 테크, 헬스케어, 전문서비스 등 각종 산업의 32개 대기업 HR 부서장들과 심층 인터뷰를 진행했다. 필자가 공동 운영하는 인시아드 경영자 프로그램에 임원을 보낸 기업들의 HR 부서장들과도 긴밀히 협업했다. HR 임원 대부분은 맞벌이 직원들이 늘어나고 있음을 뚜렷이 인식하고 있었다. 미국의 두 부모 가정 중 풀타임으로 맞벌이하는 비율은 1970년엔 31%였지만 지금은 절반 가까이 된다. 하지만 기업들은 이런 변화가 인재를 키워내는 문제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예상하고 그 영향을 완화하는 데 여전히 어려움을 겪는다. 데이비드처럼 곤란한 상황에 처한 직원들이 그만둬버리면 그들에게 투자한 회사의 노력은 헛수고가 돼 버린다. 인재가 퇴사한 얘기는 조직 안에 삽시간에 퍼진다. 급기야 맞벌이하는 다른 핵심인재들도 조만간 기회를 봐서 탈출해야겠다고 마음 먹게 된다.

 

문제의 핵심은 기업이 리더를 양성할 때 정해진 경로만 고집한다는 데 있다. 리더가 되려면 일정한 보직을 거쳐야 하고 특정한 야망을 지녀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팽배하다. 이런 경직성이 직원에게는 단단한 장애물이 된다. 조직도 인재를 채용하고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상당 수 기업이 핵심인재의 커리어 경로를 계획할 때 그 직원이 처한 상황을 단편적으로만 고려하는 게 현실이다. 회사가 인적 자본에 투자해서 결실을 맺으려면 새로운 전략을 선택해 인재를 관리하고 양성해야 한다. 이 글에서는 그 전략에 대해 설명하고자 한다. 하지만 먼저 전통적 접근법이 종종 실패하는 이유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자.

 

통상적인 인재 양성 전략의 문제점

 

기업 대부분은 관행적인 경력 개발 경로가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임원이라면 다양한 부문과 부서를 두루 경험해야 한다는 기대심리가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기업에서도 널리 퍼져 있다. 이런 인재 개발 모델을 따르려면 보통은 근무지를 여러 번 옮겨야 한다. 이 관행은 1980년대 초부터 시작됐다. 당시만 해도 인터넷으로 업무를 효율적, 생산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기술이 없었다. 또 대부분 인재는매인 몸이 아니었다. 맞벌이 배우자의 커리어를 고민할 일이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배우자는 집안일과 가족을 돌보면 됐다. 임원들은 회사 요구에 자유롭게 응할 수 있었다.

 

세상이 변했지만 인재 관리 프로그램은 여전히 모든 부부 중 한 명이 가사일을 전담하거나, 인터넷이 없는 양 설계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배우자가 풀타임 직장에 다니는 임원들은 이 때문에 두 가지 큰 문제에 부딪친다.(필자의 연구도 두 가지 퇴사 사유를 제시한다.)

 

첫 번째는 이동성 문제다. 맞벌이 직원들도 임원으로 올라가려면 여러 부서와 지역으로 근무지를 옮겨 다녀야 한다는 점을 이해한다. 따라서 무조건 거부만 하진 않는다. 하지만 현재 하고 있는 모든 일을 내려놓고 회사가 발령내는 즉시 이동해야 한다면 자신과 배우자의 커리어 중 하나를 선택하고 나머지 하나는 희생하라는 말밖에 되지 않는다. 오늘날 그렇게 기꺼이 커리어를 타협하려는 커플은 전보다 줄었다.

 

멜리사와 크레이그 부부가 그 예다. 두 사람은 모두 각자 회사에서미래 리더 양성프로그램에 선발됐다. 이들은 해외에서 근무하는 오랜 꿈이 있었다. 하지만, 막상 런던에서 일할 수 있는다음엔 없는 절호의 기회가 왔을 때 크레이그는 사양했다. 그 이유에 대해 크레이그는 이렇게 설명했다. “멜리사도 런던에서 일자리를 구할 수 있었겠죠. 하지만 지금 같은 직급과 커리어 패스를 보장받진 못했을 거예요. 우리 부부에게는 동등함이 중요해요. 게다가, 임원 커리어는 불확실성이 크잖아요. 두 사람의 커리어를 균형있게 개발함으로써 리스크를 헤지하고 싶은거죠. 우린 좀 더 계획된 방식에 따라 움직일 필요가 있어요.”

 

결국 두 사람은 해외 근무 목표를 달성할 수 있었다. 우선 목적지를 정했다. 두바이로 마음을 모았다. 함께 일자리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멜리사가 중동에서 일하는 데 관심을 보이자 회사는 직급을 높여 두바이로 발령을 내줬다. 크레이그도 파견을 요청했지만 회사는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그런데 경쟁사에서 흥미를 끄는 새로운 포지션을 발견했다.

 

크레이그의 회사는 유능한 관리자를 경쟁사에 빼앗기는 꼴이 됐다. 직원이 근무지 이동을 할 수 없어서가 아니라 회사가 직원의 근무지 변경 요청에 맞춰줄 수 없었기 때문이다. 크레이그가 런던에서 근무하는 제안을 승락했더라도 마찬가지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회사는 대가를 치러야 했을 것이다. 임원의 배우자가 새로운 환경에서 적응하는 데 애를 먹거나 적절한 커리어 기회를 찾을 수 없는 경우 해당 직원이 주재원 파견기간이나 타 지역 근무기간을 다 채우지 못하는 경우가 잦기 때문이다. 크레이그가 두바이에서 좋은 직장을 얻은 덕분에 멜리사의 주재원 생활은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회사가 단기간에 몇 차례 근무지 이동을 기대할 때 그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이런 경우는 흔히 발생한다. 한 글로벌 화학기업의 사례를 살펴보자. 새로운 경영진 육성 프로그램에 선발된 임원들은 겨우 1년 반 동안 전 세계 3개 지역으로 이동하며 3개 부서에서 순환 근무해야 한다. HR 부서장은 “6개월마다 근무지를 옮겨야 합니다라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참가자들은 효율적으로 경험과 지식을 축적할 수 있다. 하지만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물론 배우자가 일을 하거나 가족을 해외 여기저기로 데리고 다니길 원치 않는 사람에겐 적합하지 않죠. 그래서 여러 뛰어난 인재가 지원할 엄두조차 못내기도 합니다.”

 

관리자들이 공식적인 순환근무를 하지 않는 경우에도, 다수 기업은 인재들이 어떤 역할이든 3년 정도 경험한 후 새로운 도전에 나서길 기대한다. 그런 페이스에 맞추지 못하는 사람들은 정체돼 있는 것으로 간주돼 회사를 떠나야할지도 모른다. 한 글로벌 물류기업의 HR 부사장은 이렇게 탄식했다. “유능하지만 회사를 떠나려 하는 여성 임원이 한 명 있어요. 현재 보직에서 3년을 다 채웠는데, 남편 직장 때문에 근무지를 옮길 수 없기 때문이죠. 그녀의 상사가샬럿에 살면서 일주일에 3일은 애틀랜타로 통근해도 된다고 유연하게 나왔으면 좋았겠지만 그러지 않았어요. ‘하면 하고 안 하면 안 하는 거예요. 중간은 없어요. 본인이 싫다면 내보내야죠라고 하더군요. 답답한 심정이에요. 임원급 여성 인재를 유지하는 것이 우리에게 최우선과제이지만 이렇게 경직돼 있기 때문에 진척이 없어요.”

필자는 연구표본 중 약 40%에서 이와 비슷한 사례를 접했다. 우수한 업무성과를 내고 있더라도 3년이 되면 다른 근무지로 옮겨야 하는 관행은 비상식적으로 보인다. 하지만 기업 대부분은 임원을 평가할 때 성과와 더불어 잠재력을 중시한다. 자리를 옮기길 원치 않는 사람은 잠재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평가한다. 성취욕이 부족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신입 또는 중간관리자들의 상당수가 승진이 좌절되기도 한다. 임원급이 되면 수평이동조차도 쉽지 않다. “승진하지 않으면 회사를 떠나야 한다는 압박이 크기 때문이다.

 

유연성 문제. 어떤 가정이든 꼭 필요한 일이 있다. 식료품을 사고, 음식을 만들고, 정비와 수리를 위해 자동차를 맡기고, 아이가 학교와 기타 활동을 오가는 데 운전을 해줘야 한다. 전통적인 부부들은 직장에 다니지 않는 쪽이 그중 상당 부분을 도맡아 했다. 맞벌이 부부 입장에서 직장업무에 이 모든 일까지 더해지면 일상은 늘 전쟁이나 다름없다. 가사도우미를 고용하더라도 마찬가지다. 맞벌이 부부들을 연구해 보니, 이들은 일을 적게 하고 싶은 게 아니었다. 다만, 일을 더 똑똑하고 유연하게 하길 바랐다.

 

하지만, 리더십 역할과 경로는 대부분 유연성이 부족하다. 유연하게 일하려는 사람은 불이익을 받는다. 임원인 에밀리는 이것을 “‘오늘은 둘 중 누구의 업무가 더 중요하지?’라는 이름의 룰렛 게임이라 불렀다. 에밀리의 남편인 자말은 가정 일을 처리하는 시스템을 정교하게 만들었다. 에밀리는 아침에 아이들을 학교에 데려다 주고 저녁 늦게까지 일한다. 자말은 그 반대 패턴으로 생활한다. 하지만, 아이가 아프거나, 집안에 수리할 일이 생기거나, 부모님이 갑자기 편찮으셔서 도움이 필요한 경우 등, 시스템이 무너지는 경우가 생긴다. 이 경우 서로 일 처리를 누가 맡느냐에 대한 치열한 협상이 시작된다. 시스템이 잘 돌아가더라도 불이익을 겪기도 한다. 경영컨설턴트인 자말은 승진에서 누락된 얘기를 꺼냈다. “시니어급 관리자 중 작년에 저보다 영업실적이 좋은 사람은 없었어요. 다만 전 매일 오후 5시 반에 사무실을 나왔을 뿐이죠. 그런데 그게 이상했나봐요. 일을 안 하는 게 아닌데도 말이죠. 전 아이들을 재운 후 항상 두세 시간씩 집에서 일을 해요. 사람들은 사무실에 없다는 것이 곧 회사에 대한 책임감이 부족하다는 신호라고 하더군요.”

 

고성과자라면 사무실을 지켜야 한다는 기대가 적절한 시절도 있었다. 비즈니스 대부분이 지역 단위로 이뤄지고 사람이 직접 업무를 진행해야 했던 때다. 하지만 오늘날은 글로벌 비즈니스 시대다. 휴일도 없이 24시간 일이 진행된다. 상당수 업무를 온라인으로 처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무실에 물리적으로 없다는 이유로 여전히 낙인이 찍힌다. 한 엔지니어링기업의 HRD 부서장이 필자에게 속내를 털어놨다. “우리 회사는 오래전부터 유연근무제를 운영했어요. 그런데 낙인이 찍힐까 봐 직원들이 제도를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고 있답니다. 유연근무를 선택한 직원들은 커리어에서 손해를 봤어요.”

 

아이러니하게도, 연구에서는 유연근무가 오히려 이익이라는 결과를 얻었다. 가령, 유연근무제를 실시하면 효율성이 개선되고 지식 공유도 더 활발해진다. 필자가 인터뷰에서 얻은 결론도 마찬가지였다. 조직이 유연한 업무환경을 얼마나 조성하고 중시하는지가 맞벌이 부부에겐 핵심 고려사항이다. HR 부서는 이런 장점을 잘 알고 있다. 유연근무제를 시행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기업들은 무엇이 효과적인지 이론적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왜 기업들은 옛날 방식으로 인재를 관리하려고 하는가? 한 가지 주된 이유는 변화를 거부하는 관성이다. 오랫동안 해온 방식이기 때문에, 전면 개편보다는 점진적으로 변하는 쪽을 선호한다. 더불어, 보상심리가 관여한다는 점도 알게 됐다. 고위경영진이과거에 나도 그랬으니 다음 세대도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옛 시절만 경험해서 부부가 모두 커리어를 추구하는 제약조건을 겪지 않았다면 공감하기 어려울 수 있다. 요즘 세대의 핵심인재들은 배우자의 커리어를 희생하길 원치 않는다. 따라서 조직과 개인 사이에 약간의 줄다리기가 발생한다. 하지만 이동성과 유연성 문제는 거의 해결되지 않는다.

 

대형 리쿠르팅기업의 HRD 부서장은 이렇게 설명했다. “밀레니얼 세대도 다른 세대와 마찬가지로 야심이 많고 본인의 커리어를 중시합니다. 하지만, 삶의 일부분은 배우자를 위해 남겨두고 싶어 합니다. 이 점이 일을 하고 커리어를 개발하는 방식에 영향을 끼치는 거죠. 우리가 신세대에 맞춰 변할 수 없다면, 인재를 더 많이 잃게 될 겁니다.”

 

세대 변화로 인해 결혼 패턴이 달라졌고 이는 조직에 중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지난 30년간, 비슷한 가치관과 교육 수준, 커리어 목표를 지닌 사람들끼리 결혼하는 동질혼assortative mating이 거의 25% 증가했다. 요즘, 기업에서 30대 관리자를 채용하면 그 배우자도 빠르게 커리어를 쌓고 있는 야심 찬 전문가인 경우가 많다. 이런 트렌드는 기업이 인재 풀을 확장하는 데 도움이 돼야 정상이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풀이 커지기는커녕 오히려 축소된다. 조직이 인재를 양성하는 방식이 시대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새로운 인재 전략

 

맞벌이 직원에게 효과적인 리더십 개발 경로를 설계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변화가 필요하다. 첫째, 성장과 커리어 개발에 필요한 조건이 무엇인지에 대한 과거 인식을 바꿔야 한다. 둘째, 인재를 양성하는 과정에서 유연성을 수용할 수 있는 조직문화로 변해야 한다.

 

‘어디where’보다는무엇what’이 더 중요하다는 점을 인식하라. 조직은 미래의 리더들이 어디에서 근무하는지에 대해 너무 신경을 써서는 안 된다. 그 대신 무슨 스킬을 습득하고 어떤 네트워크를 구축하는지에 더 초점을 둬야 한다. 한 글로벌 엔지니어링 기업의 HR 부서장은 회사의 접근방식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우리는 미래 리더에게 필요한 경험들을 목록으로 정리해놨습니다. 근무지와 상관 없이 쌓을 수 있는 경험들이죠. 위기상황에 처한 사업을 경영한다든가 적자에서 흑자로 전환시키는 경험이 그 예입니다. 이런 경험을 쌓기 위해 꼭 근무지를 옮길 필요는 없습니다.” 승진하려면 정해진 근무지를 돌아야 한다고 주장하던 CEO들도 있었다. 지금 제도는 그런 생각과 상당히 다르다. 초점을어디에서 일하느냐에서무슨 성과를 달성하느냐로 옮기면 창의적인 해결방안이 보인다. 업무교환job swap과 같은 다양한 조직이나 사업 단위로의 단기파견, 원격통근 근무가 그 예다.

 

대형 제약회사 임원인 인디라의 사례를 살펴보자. 인디라는 중국 시장에 대한 경험과 지식을 쌓을 필요가 있었다. 그렇지만 중국으로 근무지를 옮기면 배우자의 커리어에 지장이 생길 수 있었다. 이런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회사는 인디라가 중국 현지 임원과 6주간 잡스와프를 한 후 두 사람이 6개월짜리 전략 프로젝트를 함께 수행하도록 배려해줬다. 인디라는 필자에게 소감을 말했다. “잡스와프이기 때문에 서로에게 도움이 돼야겠다는 책임감을 느꼈어요. 우리는 서로에게 코치 역할을 했어요. 사전에 업무에 대해 세세하게 설명해줬고, 스와프 기간 중에도 매일같이 얘기를 나눴답니다. 이어지는 프로젝트도 긴밀히 협력했어요.” 인디라는 동료코치와 함께 집중적으로 경험을 쌓는 이런 모델이성장의 가속 페달역할을 했다며그 과정에서 정말 많이 배웠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인디라는 중국에서 빠르게 양질의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었다. 그 중국 임원은 인디라가 좋은 사람이라며 사람들에게 소개했고잘 돌봐 달라는 부탁을 아끼지 않았다.(미국에서 인디라도 똑같이 그 중국 임원을 정성껏 사람들에게 소개시켜줬다.) 주어진 시간이 6주밖에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각별히 인식했기 때문에, 인디라는 한시도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밤낮과 주말을 가리지 않고 일하는 등 엄청나게 노력했다. 그러는 동안 중국 현지시장에 관해 중요한 지식을 습득했다. 중국에서 비즈니스를 할 때 고려해야 하는 문화 차이와 양국 법인 간에 조직문화가 어떻게 다른지도 배웠다. 미국 밖에서 근무한 경력이 전무했던 인디라에게는 새로운 관점을 배우는 소중한 경험이었다. 인디라는고양이 가죽을 얻는 데는 다양한 방법이 있다는 속담을 현실에서 보고 느꼈다. 문제 해결과 불확실성을 다루는 역량도 더 좋아졌다.

 

인디라와 같은 사례는 많이 찾아 볼 수 있다. 잡스와프와 같은 단기파견을 활용하면 커리어 개발에 필요한 인적 네트워크와 스킬, 관점을 신속하게 개발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동성 문제를 피해가거나 적어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의미다.

 

역량을 개발하는 데 6개월에서 2년과 같이 더 긴 시간이 필요한 때도 있다. 이런 경우, 맞벌이 부부를 배려하기 위해 리모트 리더십Remote Leaderahip을 실험적으로 도입하는 기업들도 있다. 관리자가 일주일에 3, 4일은 파견된 곳에서 근무하고 나머지 시간은 재택근무를 하는 식이다. 지금까지 이런 근무형태는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곱지 못했다. 한 글로벌 광산기업의 HR 부서장은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비즈니스 리더들은 그렇게 근무하는 사람들이 회사에 대한 헌신이 부족하다고 생각했어요. 일을 적게 하고 싶어서 꼼수를 쓴다고 보기도 했죠.” 하지만, 회사들은 생각이 바뀌고 있다. 이 기업도 마찬가지다. “인재 풀에 있는 사람들의 요구가 점점 더 커졌어요. 재택근무를 해도 일을 원활하게 처리할 수 있는 기술도 있고요. 그래서 직원들, 특히 파견 후에 원래 근무지로 돌아올 직원들의 요구에 훨씬 더 열린 자세로 응합니다.” 재택근무하는 직원이 사무실의 동료보다 일을 적게 하지 않는다는 연구결과가 속속 나오면서 이런 관점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사실, 재택근무자들이 업무에 시간을 더 투입하고 근무시간에 더 생산적인 경우도 많다.

 

잡스와프나 단기파견, 리모트 리더십 근무를 통해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스킬과 경험을 축적할 수 있다. 하지만, 커리어 개발을 위해 풀타임으로 근무지를 옮겨야 하는 경우도 있다. 맞벌이 직원들도 그 점을 알고 있다. 하지만, 어느 임원이자원은 풍족하지만 실질적인 지원은 거의 없다고 설명한 상황에 직면할 때 이들은 실망하기 일쑤다. 근무지를 이동하는 인재들을 위해 회사에서 제공하는 자원은 대게 풀타임 직장을 다니는 배우자가 아니라딸려 가는전업 주부나 부업 삼아 일을 하는 배우자에게 맞춰져 있다. 일반적으로, 여기에는 문화적응 프로그램, 주부 네트워크 소개, 다양한 사회활동 정보 등이 포함돼 있다. 커리어에 도움이 되는 지원도 기껏해야 파트타임 비서 또는 교사나 자원봉사 자리를 알아봐주는 수준에 그친다. 따라서, 자원은 풍부하지만 맞벌이 부부에겐 적합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일부 기업은 국제 듀얼 커리어 네트워크International Dual Career Network와 같은 자원을 쌍방 헤드헌터로 활용해서 이런 단점을 보완하고 있다. 근무지를 이동하는 직원의 배우자는 워크숍, 취직 지원, 기타 구직자 서비스에 등록할 수 있다. 회사는 빈 자리가 생기면 헤드헌터에게 수수료를 지불할 필요 없이 네트워크에 있는 자격을 갖춘 사람들로 채울 수 있다. 이들은 근무지 요건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다. IDCN 회원 한 명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네트워크를 통해 중요한 몇몇 임원직을 채웠어요. 이들은 단순히 배우자를 따라 온 사람들이 아니에요. 우리는 고도로 숙련된 인재 풀을 활용하고 있다고 봐요. 어떤 경우에는 근무지를 이동한 배우자보다 더 뛰어난 스킬을 지닌 인재도 있답니다.”

 

유연성을 달성하기 위해 회사에 내재된 문화적 장애물을 제거하라. 기업이 인재 전략을 재설계해서 직원들이 네트워크, 역량, 경험을 새로운 방식으로 확장할 수 있도록 하더라도 문화적인 장애물에 부딪치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배우자의 커리어 활동을 크게 신경 쓸 필요가 없어 비교적 개인의 활동이 자유로웠던 세대의 리더가 맞벌이 부부의 이동성과 유연성 문제를개인이 알아서 해결해야 하는 문제로 치부할 때 이런 리스크가 특히 커진다. 그런 리더들은 맞벌이 직원을 지원하겠다고 공언하지만 립 서비스에 불과할 수 있다. 아니면 진정 지원을 잘하고 있다는 착각에 빠져 있을 수도 있다. 실제로는 의도적이든 그렇지 않든 유연근무제를 사용하는 사람이 위축감을 느끼거나 불이익을 당하는 상황인데도 말이다.

 

새로운 인재 전략이 효과를 발휘하려면 조직문화가 변해야 한다. 우선, 기업은 시니어 리더들에게 요즘 인재들이 어떤지, 그들을 유치하고 양성하는 최선의 방법은 무엇인지 교육해야 한다. 필자가 자문했던 한 기업은 시니어 임원이 밀레니얼 세대 인재로부터 조언을 얻는 역멘토링reverse mentoring을 실시해 신세대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있다. 그 회사의 HR 부서장은 역멘토링이매우 효과적이라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리더들이 이런 애로사항을 이해하고 나면 문제 해결에 훨씬 나은 모습을 보입니다. 물론, 정말로각성한임원들은 최고의 인재를 흡수할 수 있겠지요.” 필자가 본 가장 효과적인 사례는 양방향으로 역멘토링을 하는 경우다. 임원은 밀레니얼 세대 직원에게 커리어와 조직 문제에 관한 멘토링을 해준다. 밀레니얼 멘토들은 임원에게 다양한 최근 이슈에 대해 멘토링을 제공한다. 가끔씩 기술과 소셜미디어에 대한 내용도 다루지만, 주로 신세대의 동기 부여 요인은 무엇이고 어떤 삶을 살아가는지 배운다.

 

다른 세대와의 대화에 노출될 때 사고방식이 달라지는 현상은 심리학의 연구결과와 일맥상통한다. 커리어가 있는 아내를 둔 남성들이 직장에서 여성을 덜 차별하고 그들의 커리어 개발을 더 적극적으로 지원한다. 여기서는 개인화personalization라는 심리적 메커니즘이 작용한다. ‘타인의 상황을 직접 경험한 사람은 그것을 더 잘 이해하고 지지하는 방식으로 반응할 가능성이 더 크다.

 

시니어 임원들이 리버스 멘토링을 경험하고 유연근무의 검증된 장점을 이해하는 등 최근 트렌드를 제대로 아는 경우 유연근무에 대한 태도도 빠르게 바뀐다. 조직문화는 그렇게 변하기 시작한다. 그 과정은 다음과 같다. 밀레니얼 세대를 비롯한 직원들이 유연근무제를 사용하면서도 여전히 근면성실하게 업무에 임하며 성과를 내는 모습을 보게 된다면 임원들은 편견에서 벗어나 자신이 일하는 방식을 조정하기 시작할 것이다. 임원의 행동 변화는 파급 효과를 낸다. 아무리 작은 변화라도 조직의 리더가 변화의 주체가 되면, 신호는 영향력이 크다. 다른 사람들에게 유연하게 근무해도 괜찮다는 암묵적인 신호를 보낸다.

 

한 제조기업의 HR 담당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 리더들이이따 야구경기 때문에 좀 일찍 나갑니다혹은저녁 먹으러 나갑니다라고 말하며 유연하게 일하는 모습을 먼저 보여주고 있어요. 덕분에 유연한 업무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도움이 돼요.” 특히 남성 임원들이 이렇게 행동할 때 효과가 크다. 그런 모습은 성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에 도전하면서 회사를 맞벌이 직원이 일하기에 더 좋은 직장으로 만들어준다. 맞벌이 가정의 남편이자 글로벌 소비재기업의 관리자로서 핵심인재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조슈아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핵심인재 집단에서는 어떤 임원이 유연근무를 장려하는지 입소문이 나면 다들 그 임원과 함께 일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한답니다.”

 

미래의 리더를 유치하고 유지하기 위해 기업은 인재관리의 새 모델을 수용해야 한다. 핵심인재들은 조직에서 성장하고 커리어를 개발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 때 이동성과 유연성 문제에 대해 안심하고 의견을 개진할 수 있다. 그 결과, 조직은 미래를 위해 더 나은 계획을 수립하고 사람에 더 적절한 투자를 할 수 있을 것이다. 회사와 개인 모두가 승리하는 길이다.

 

번역: 류아람 / 에디팅: 이미영

제니퍼 페트리글리에리

제니퍼 페트리글리에리(Jennifer Petriglieri)는 인시아드경영대학원의 조직행동 분야 조교수다. 인시아드 MBA 과정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으며 미래 리더 육성 프로그램과 글로벌 기업을 대상으로 경험을 통한 리더십 개발 워크숍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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