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7-8월(합본호) 인적 다양성이 주는 또 다른 혜택 실파 코발리
폴 곰퍼스

인적 다양성이 주는 또 다른 혜택

팀원의 구성이 다양할수록 현명한 의사결정이 가능하다. 투자도 마찬가지다.

폴 곰퍼스, 실파 코발리


 

In Brief

문제점

학자들은 조직의 인적 다양성과 재무성과의 인과관계를 규명하려고 애써 왔다.

의사결정 권한의 배분 및

개개인의 이해관계가 복잡한 대기업의 경우, 이를 파악하기가 훨씬 까다롭다.

 

연구

필자들은 비교적 이해하기 쉬운 벤처캐피털(VC)산업으로 범주를 좁혔다. VC업계에서는 모든 투자자가 결정에 참여하고 선택에는 분명한 결과가 따른다. 그리고 투자가들에게는 뚜렷한 공동의 투자목적이 있다.

 

결론

증거는 명확하다. 조직의 인적 다양성은 VC기업의 재무성과를 개선하는 데 상당히 기여한다. 이 결과는 수익성 투자를 포함한 포트폴리오 기업들의 활동과 전체 수익률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필자들은 다양성을 확대함으로써 경영성과를 높이기 위한 방안을 제시한다 

 

인적 다양성이 기업의 조직 전체 또는 팀에 어떤 영향을 주는가를 논할 때면 으레 나오는 얘기들이 있다. 여러 사람이 함께 일할 때 얻을 수 있는 정확성과 객관성, 분석적 사고, 혁신성 등이다. 학자들은 조직의 인적 다양성과 그 조직의 객관적인 재무실적 사이에 어떤 인과관계가 존재하는지를 규명하려고 애써 왔다. 특히 대기업에 있어서 그 관계를 이해하는 일은 훨씬 까다롭다. 우선 대기업은 의사결정 권한의 배분 상황, 그리고 의사결정의 이면에 내재하는 각 개인의 이해관계가 복잡하다. 게다가 특정한 결정사항 하나가 회사의 영업이익이나 시장점유율 등에 끼치는 영향을 콕 집어 구별해내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그래서 우리는 벤처캐피털(VC)산업으로 범주를 좁혀 인적 다양성의 영향을 연구하기로 했다. VC기업들은 다양성의 파급효과를 이해하는 데 걸림돌이 될 만한 요소가 적다. 투자결정을 내리는 파트너들이 조직의 주가 되며 주니어급 직원들의 수는 상대적으로 적은, 꽤 수평적인 구조를 지닌다. 투자역은 누구나 의사결정에 참여하고, 모든 선택에는 분명한 경영상 결과가 뒤따른다. 어떤 회사가 어디에 투자하는지를 파악하는 것 역시 그리 어렵지 않다. 의사결정권자가 포트폴리오 기업의 이사를 겸하는 사례가 흔하니, 전체 투자과정을 누가 이끄는지도 알기 쉽다. 공개된 정보를 활용하면 VC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성별, 인종 같은선천적 특징뿐만 아니라 학벌, 경력 등의후천적 특징도 얼마든지 분석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이 VC들의 유사점과 차이점을 구분하고, 투자실적을 바탕으로 각각의 의사결정이 얼마나 좋았는지 결과 비교가 가능하다는 뜻이다. VC들은 주로 다른 투자파트너들과 투자이익의 일부를 나눠 갖는 방식으로 보상받는다. 따라서 VC들의 실적은 파악하기도 쉽고, 이해관계 역시 명확하다. 개개인의 특징이나 판단의 결과를 분석하는 데 지장이 있을 만큼 이해관계가 복잡하지 않다. 모든 VC 투자자와 VC회사의 목적은 미래에 최고의 성과를 낳을 스타트업 기업을 선별, 육성하는 것이다.

 

대체적으로 보면, VC업계는 다양성 탐구에 관한 한 최적의 실험 모델이다. 필자 중 한 명인 폴 곰퍼스는 지난 몇 년간 수천 명에 이르는 VC 투자자의 결정과 수만 건의 투자 사례를 검토했다. 결과는 명확했다. 조직의 다양성은 재무성과를 개선하는 데 상당한 기여를 한다. 투자 포트폴리오에 있는 개별회사 단위로도, 혹은 펀드 단위의 전체 수익률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물론 사람들은 자기와 비슷한 사람과 사귀거나 함께 일하려는 욕구가 있다.(학계에서는 이를 동종선호homophily라고 한다.) 그렇게 하면 문화적 공감대나 소속감 같은 사회적인 유익을 누릴 수 있다. 그러나 투자에 있어서 이런 동종선호 성향은 많은 돈을 벌 기회를 놓치게 만들 수도 있다.

 

우리는 이 글을 통해 앞서 언급한 결론들을 뒷받침하는 연구의 내용을 설명하고, 다양성을 활용해 경영상 이득을 얻는 방법에 대해 조언할 것이다. 가장 훌륭한 결정을 내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의사결정자는 자신과 비슷한 배경의 사람을 선호하는 성향을 공개적으로 인정하고, 그 문제를 조기에 다뤄야 한다. 그리고 사고방식과 행동의 미세한 변화도 조직에 지속적이고 폭넓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을 이해하고, 개인적 인맥과 업무적 인맥을 다각화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사업 실적에 끼치는 영향

VC산업은 성별과 인종 구성비의 편향성이 깜짝 놀랄 정도로 심하다. 1990년 이후 미국에서 활동한 VC 조직과 투자자 데이터를 종합해 보면 지난 28년간 이 업계가 거의 변하지 않았음을 볼 수 있다. 전체 VC 투자자 중 여성은 8%뿐이다. 소수인종도 존재감이 미약해서 히스패닉은 2% 정도고 흑인은 1% 미만이다. 타 분야에서는 여성과 소수인종의 영향력이 상당히 커졌고 전문학위 과정이나 이공계 학위를 따는 비율도 올라갔다. 그러나 VC산업만큼은 여전히 예외다. VC 투자자들이 이렇게 제한적 상황에서 외부 투자파트너를 물색하고, 공동으로 자금을 투자하며, 스타트업의 이사회에 참여한다. 투자자들은 보통 한 가지 산업이나 분야에 특화돼 있고, 비슷한 시기에 동일한 종류의 거래에 투자한다. 그래서 우리 같은 연구자들은 VC들이 파트너로 고려할 만한 사람이 누구인지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동성이거나 같은 인종인 VC 투자자들은 서로를 파트너로 택할 가능성이 훨씬 높다. 학문적 배경이 같거나 같은 회사에서 일한 경험이 있다면 가능성은 더 커진다. 같은 인종이면 함께 일할 가능성이 39.2% 증가하고 같은 학교 출신인 경우는 34.4% 늘어난다. 이런 현상은 일회성 거래에 국한되지 않는다. 자신과 배경이 비슷한 사람과는 오랫동안 같이 일하는 경향이 있다.

성과 측면에서 이 수치들은 무엇을 의미할까? 비슷한 성향의 사람끼리 모인 파트너십과 다양한 이들이 만나 협력하는 파트너십의 재무성과를 비교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그 차이는 뚜렷하다. 파트너가 서로 닮을수록 투자실적이 저조하다. 이 결론은 측정 가능한 모든 측면에서 거듭 확인된다. 예를 들어 같은 학교를 졸업한 사람들이 투자파트너가 되면 기업 인수 및 IPO가 성공할 확률은 타 학교 출신 간 파트너십에 비해 평균 11.5% 낮았다. 동일 인종인 경우는 훨씬 강력한 상관관계가 형성돼서 투자성공률이 26.4~32.2%나 낮아진다.

 

이처럼 단일 성향을 보유한 팀의 성적이 저조한 이유를 알기 위해서는 의사결정이 어려워지는 시기를 정확히 판별하는 것이 중요하다. 흥미롭게도, 프로젝트의 투자 여부를 결정할 시점에서는 동질한 사람들로 구성된 팀이나 다양한 파트너로 구성된 팀이나 성공 가능성이 비슷하다. 그런데 이들이 내리는 의사결정의 질과 실적은 시간이 흐르면서 차이를 드러냈다. 전략을 수립하고 인력을 모집하는 등 스타트업의 생존과 발전을 위해 투자자들이 창업자들을 도와주는 시점에서부터다. 경쟁이 치열하고 미래가 불확실한 환경에서 스타트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바로 이런 영역에서 창조적 사고가 필요하다. 다양한 배경을 가진 조력자들이 이런 측면에서 더 큰 도움이 된다.

 

VC산업에 이미 내재돼 있는 동종선호 성향은 각 회사의 직원채용 과정을 거치며 꾸준히 강화된다. 일반적으로 VC 조직은 작다. 3~5명의 투자전문가로 구성된다. 그리고 2~4년에 한 번 채용이 있을까 말까 할 정도다. 그래서 기존 파트너와 유사한 후보를 선호하는 기미가 아주 약간만 있어도 오랫동안 영향을 끼친다. 이 사실을 증명하는 한 가지 예가 있다. 하버드경영대학원 동문들은 유망한 VC기업들을 다수 설립했다. 지금도 MBA 학위를 보유한 전체 VC 투자자의 4분의 1 정도를 하버드 졸업생들이 차지한다. 다른 학교와 비교해 보자. 와튼경영대학원 출신 VC는 겨우 9%, 스탠퍼드는 11%. 이런 명문 대학들도 하버드의 위세에 비하면 현격한 차이를 보인다.

 

이러다 보니 여성이 벤처투자업계에 진출할 가능성은 더 작다. 앞서 살펴본 대로 VC 투자자들 가운데 여성은 겨우 8%. 놀랍지도 않다. VC회사 중 약 4분의 3은 단 한 번도 여성을 투자역에 채용한 이력이 없다. 압도적인 다수를 점하는 남성편향적인 회사들과, 여성 투자역을 채용하는 일부 회사를 구분 짓는 요소는 무엇일까? 투자파트너들의 자녀 성별이야말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포인트다. 파트너들의 자녀 중 딸이 아들보다 많을 경우 그 회사가 여성 투자역을 채용할 확률은 큰 폭으로 증가한다. 아들 한 명만 딸로 바꿔도 여성을 채용할 가능성이 25%나 늘어난다.

물론 남성편향성을 줄이고 팀 내 다양성을 높이기 위해 남성 VC 투자자들이 반드시 딸을 낳아 길러야 한다는 말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연구결과가 다양성의 효과를 평가할 수 있는 구체적 증거임에는 틀림없다. 자녀의 성별은 누구도 선택할 수 없기 때문이다. 소위딸 바보 효과덕분에 여성의 진출이 늘어나면 다양성은 경영성과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다. VC회사에서 여성을 파트너로 채용하는 비율이 평균 10% 증가할 때 그 회사가 운영하는 펀드의 수익률은 연 1.5% 증가했다. 성공적인엑시트’(상장이나 지분 매각) 비율도 9.7% 올라갔다. 전체 VC 투자 중 이익을 남기는 엑시트 비율이 28.8%에 불과한 점을 고려하면 무척 인상적인 수치다.

 

인적 다양성의 경제적 효용은 VC업계 외 다른 여러 산업 부문에서 볼 수 있다. 최근에 전미경제연구소(NBER)는 법률, 의학, 과학, 학계, 경영 분야의 전문직에 관한 분석자료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노동인력의 다양성과 미국 GDP(국내에서 생산된 재화와 서비스의 총 가치)에는 양(+)의 상관관계가 있다. 해당 연구는 1960년 이후의 GDP 추이를 추적했다. 1960년만 해도 전문직군에 진출하려는 백인 여성 및 흑인 남녀의 앞에는 높다란 진입장벽이 버티고 있었다. 아직 이런 직군에서 남녀성비와 인종비가 전체 인구비례에 가까워지기까지는 갈 길이 멀지만, 그래도 지난 50년 동안 성별 다양성과 인종 다양성이 현저히 개선된 것은 분명하다. 같은 시기 미국의 경제도 성장가도를 달렸다. NBER은 선천적 자질이 여러 젠더와 인종 그룹에 고르게 분포돼 있다는 가정하에 미국 1인당 GDP 상승분의 25%가량이 백인 여성과 흑인 노동자의 증가에서 비롯됐다고 결론 지었다. 한마디로 미국이 갖고 있는 인재풀을 좀 더 잘 활용하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다양성이 낳는 이득

인적 획일성은 재무적 손해를, 인적 다양성은 재무적 이익을 가져온다. 그러니 다음 단계는 조직의 다양성을 높이기 위해 매니저가 할 수 있는 일을 알아보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 몇 가지 실질적 제안을 하고 싶다.

 

일찍 시작하라.타이밍은 중요하면서도 간과하기 쉬운 요소다. 특히 회사를 설립하는 초기단계에는 인적 다양성에 그다지 관심을 두지 않을 수도 있다. 창업자의 시각에서 볼 때, 다양성은 일단 회사가 성장하고 난 뒤 고려해 봄직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단 규모가 커지고, 복잡해지고, 동질화된 조직에 다양성을 높이려 하는 것보다는 애초부터 다양한 구성원으로 조직을 구성하는 편이 한결 쉽다.

 

프리랜서 소개사이트인 태스크래빗TaskRabbit CEO 스테이시 브라운필팟Stacy Brown–Philpot도 그 점을 지적했다. 그녀는 구글에서 재무담당 디렉터로 일하던 시절을 회상하며 이렇게 말했다. “제가 입사했을 당시 구글의 직원 수가 1000명이었어요. 2년 반 정도 지나고 주변을 돌아볼 여유가 생기면서 저 같은 흑인이 별로 없다는 걸 깨달았죠. 그래서 동료 데이비드 드러몬드와 저는 모임을 만들었어요. 정말 늦은 시점이었죠. 구글이 가진 문제라고 생각해요.” 브라운필팟은 태스크래빗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아프리카계 미국인 의회의원들의 모임인 CBC가 이끄는테크2020 이니셔티브와 파트너십을 맺었다. 테크2020은 미국의 IT회사들이 더 많은 흑인 인력을 활용하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이에 발맞춰 브라운필팟은 신생회사였던 태스크래빗에 색다른 정책을 도입했다. 2016년에 그녀는 태스크래빗의 흑인 직원 비율을 그해 연말까지 11%에서 13%로 끌어올리겠다고 공언했다. 흑인들에게 정당한 대표성을 부여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었다.

이미 조직 곳곳에 편향성이 뿌리내린 다음에야 문제를 해결하려는 뒷북치기식 접근방식에는 몇 가지 단점이 있다. 사회학 연구가 그것을 잘 보여준다. 한 연구진은 이메일을 이용해 대학생들 사이의 관계를 조사했다. 새로운 수업을 듣거나 새로운 활동에 참여하는 등 학생들 사이의 인터랙션이 반복되는 상황에서, 비슷한 사람을 사귀는 개인의 사소한 성향이 누적되면 그 획일성은 그룹 차원으로 놀랍게 확대됐다. 이 연구는, 이미 편향적인 조직이 규모가 커지면서 점점 더 편향적인 집단으로 변해간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러므로 조직을 구성하는 초기단계에 최대한 다양성을 체질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존 조직들은 변화가 절대 불가능하다는 뜻이 아니다. 고질적 편견을 바로잡으려는 시도도 상당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블라인드 서류전형을 실시하거나 실적평가 기간에 객관적 매트릭스를 활용해 프로세스를 표준화하면 된다. , 여기에는 여러 단계에 거쳐 표준화 프로세스를 계속 수정하고 보완해야 한다는 전제가 붙는다. 하지만 프로세스 개발과 개선을 담당한 팀 스스로가 광범위한 구성원을 대표하지 않는다면, 해당 팀원들은 자신의 선입견이 이런 제도를 만들고 시행하는 데 있어서 투영되지 않도록 특별히 주의해야 한다.

 

섬세하게 계획된 정책 변화는 파급효과를 가져온다.이 원리는 벤처캐피털과 창업 부문은 물론, 일부 그룹이 독단적으로 의사를 결정하는 어떤 상황에나 적용이 가능하다. 재능 있는 여성이나 소수 인종 몇 명만 새로 들어와도 조직의 상대적인 세력 균형이 변하기 시작한다. 최근 연구보고서들에 따르면 조직 내 마이너리티에 해당하는 사람이 채용 프로세스에 참여하면 미래의 조직 구성도 자연스럽게 바뀐다. 한 온라인 실험에서는 실험 참가자들을면접관그룹과후보자그룹으로 나누어 배치했다. 1명의 여성과 1명의 남성 후보를 놓고 면접관 그룹이 여성을 채용한 비율을 살펴봤더니, 여성 면접관들은 여성 후보자를 50% 선택했는데 남성 면접관들은 여성을 40%만 선택했다.

이는 자신과 비슷한 사람에게 친근감이 작용한 탓으로 생각할 수 있다. , 조직 내에서 주류그룹의 동종선호적 편견이 작용하면 다양성을 저해하게 되지만 상대적 약자들이 지닌 동종선호적 편견은 다양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작동한다는 얘기다. 혹은, 다른 해석도 가능하다. 차별을 받아온 사람들은 동병상련의 처지에 있는 다른 사람을 덜 차별한다는 것이다. 두 가지 견해 모두 어느 정도 사실일 것이다. 그런데 필자 중 한 명인 곰퍼스가 참여한 최근 연구에 따르면, 창업 준비팀을 구성할 때 백인 남성에 비해 백인 남성이 아닌 사람들이 자신과 다른 그룹의 사람들을 찾아 나설 확률이 높았다. 충분한 자격을 가진 사람이라면, 주류그룹에 속했다고 해서 비주류그룹 사람들에 의해 배제될 위험은 높지 않다는 것이다. 게다가 그룹의 동종성향은 시간이 갈수록 배가되기 마련이다. 이런 점들을 고려할 때, 장기간에 걸쳐 균형 잡힌 인적 다양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변화의 타이밍이 빠를수록 좋다. 비주류로 분류되는 그룹의 구성원을 더 많이 고용해야 한다. 선입견을 시정하기 위해서라면 미온적이기보다는 과도하다 싶을 정도로 강력한 처방이 차라리 바람직하다.

 

다양성을 확대한다는 명목으로 특정 인종이나 젠더에 드러내 놓고 특혜를 부여할 필요는 없다. 이따금씩 채용과정을 간단히 손보기만 해도 조직의 다양성이 향상된다. 하버드대 케네디행정대학원의 행동경제학자 아이리스 보넷Iris Bohnet이 주도한 연구를 보자. 여기서 면접관의 역할을 맡은 학생들은 수학이나 언어적 과제를 잘해낼 만한 사원을 선발해야 했다. 성별은 업무성과를 예측할 수 있는 기준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입사지원자를 평가하는고용주들은 고정관념에 쉽게 좌우된다. , 언어관련 과제에서는 여성을 선호하고, 수학관련 업무는 남성에게 맡기는 식이다. 하지만 두 후보를 나란히 놓고 평가했을 때, 남성 혹은 여성이라는 성적 정체성은 갑작스레 의미를 잃었다. 그 대신 심사위원들은 그들의 과거 실적을 미래의 성공을 가늠할 실질적 척도로 활용했다.

 

익명으로 실시된 채용평가 결과들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스크린으로 가리고 오케스트라 단원을 뽑는 오디션을 치른 경우, 여성이 선발될 확률이 획기적으로 증가한다는 것도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다른 산업 분야의 현장을 살피면 흥미로운 점을 발견하게 된다. 예전에 심야 정치풍자 프로그램인사만다 비의 정면충돌Full Frontal With Samantha Bee에서 신규 작가를 채용한 적이 있다. 당시 프로그램 책임자였던 조 밀러는 본인의 목표에 맞게 변형한 새로운 평가시스템을 도입했다. 원고를 제출하는 1단계 심사에서는 초보작가도 지원할 수 있도록 대본 쓰는 법을 자세히 안내했다. 추상적 경력이 지원자의 재능과 취향, 그리고 잠재성을 가리지 않게 하려는 배려에서였다. 대본은 블라인드 방식으로 평가되었고 이례적으로 많은 후보가 다음 단계에 진출했다. 2단계의 심사 대상은 작가로서의 경험, 성별, 인종 등이 고려됐다. 참신한 선발과정을 통해정면충돌은 더없이 다채로운 구성을 갖춘 대본작가 팀을 탄생시켰다. 50%는 여성이고, 30%는 유색 인종이었다.

채용과정에 근본적인 변화가 있었지만, 무엇보다도 프로그램 담당자인 조 밀러와 진행자인 사만다 비의 의도가 중요하게 작용했다. 두 사람은 시사성이 강한 주제들과 거칠고 공격적인 방송 분위기를 고려해 다양한 배경의 작가들을 뽑는 것이 우선이라고 여겼다. 심사과정은 그 목적을 위해 설계된 결과에 불과하다. 그러나 대부분의 조직에서는 상황이 이와 다르다.

 

일반적인 뉴스 보도국의 현실을 떠올려 보자. 미국신문편집인협회가 발표한 2017 고용다양성 설문조사는 미국의 실상을 그대로 보여준다. 그에 따르면, 뉴욕타임스, 보스턴글로브, 워싱턴포스트 등 주요 일간지의 백인 구성비는 그들의 구독자층이 거주하는 도시의 백인 비율보다 높다. 한번은 뉴욕타임스 매거진의 기자이자 소위 천재들의 상이라고 불리는 맥아더 펠로십의 2017년 수상자인 니콜 한나 존스Nikole Hannah-Jones가 이 설문조사 결과에 대해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그녀와 같은 유색인종 기자들에게 필요한 조언을 구하는 내용이었다. 그녀는 대답 대신 보도국 책임자들에게 그들이 내세우는 목표가 진짜 그들이 바라는 것인지 깊이 생각해 보라고 주문했다. 그녀는보도국장들이 진심으로 다양성 높은 보도국을 만들고 싶었다면 실제로도 다양성 높은 보도국을 갖게 됐을 겁니다라고 덧붙였다.

 

다른 미디어업계 유명인사들도 같은 의견이었다.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인 찰스 블로Charles Blow는 최근 트위터를 통해 25~37세 사이의 젊은 보도국 책임자로서 느낀 심경을 털어놓았다. “나는 사람들이 좋아하는소프트 스킬이라는 것이 문화적으로 배타적이라는 데 항상 충격을 받는다.” 방송기자이자 프로듀서인 솔레다드 오브라이언Soledad O’Brien도 격하게 공감한다. 그는 “(다양성을 갖추는 것이) 별로 어려운 일이 아닌데도 그렇다고 말했다.

 

직장 밖으로도 다양성을 확장하라.개인의 사생활과 직장생활은 종종 경계가 겹친다. 구성원들이 개인적으로 비슷한 사람들과 어울리기를 좋아하면, 궁극적으로 그 조직의 다양성에도 해가 된다. 그런 까닭에 어떤 회사들은 채용에 있어 임직원의 지인 추천을 받지 않거나 적어도 그 위험성을 경계한다. 그러나 일부 업계는 아직도 사적 네트워크를 상당 부분 활용하고 있다. VC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보면 사회적 인맥이 계약을 성사시키는 데 중요하다는 것을 볼 수 있다. 하지만 투자자 개인의 인맥은 폐쇄적 경향이 강하다. 주로 학벌, , 인종적 배경이 동일하거나 비슷한 회사에서 일한 적이 있는 사람들과 어울린다. 그 결과, 새로운 투자 기회를 놓치는 일이 심심치 않게 벌어진다.

그래서 기업은 구성원간 편견을 해소하고 다양성을 확대하기 위한 여러 방법을 동원한다. 멘토 제도와 여타 프로그램들은 관리자들과 일반 사원들이 서로 다른 유형의 사람들과 교류하도록 돕는다. 그러나 인위적으로 맺어진 관계는 본질적으로 위계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며, 실제로 개인이 지닌 편견을 더욱 강화시키기도 한다. 한 연구는 백인과 흑인을 상사와 부하 관계로 설정하고 실험을 진행했다. 그랬더니 이들이 갖고 있던 인종에 관한 편견이 더욱 심해졌다. 동일 인종이 상사와 부하로 짝을 이룬 실험에서는 인종차별적 태도에 변화가 없었다.

 

개인 차원에서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동등한 위치에서 자신과 다른 사람들과의 사회적 접촉을 늘리는 것이 더 지혜로운 전략이다. 동성애자와 친구가 되면 성적 편견을 감소시키는 데 유용하다는 대표적인 연구도 있다. 또 어느 보고서에 의하면, 백인들이 라틴계나 아프리카계 유색인종과 사귀면서 그들이 지니고 있던 암묵적인 편향성도 줄어들었다고 한다.

 

동종선호 성향이라는 것을 긍정적으로 해석하자면, 자기와 큰 차이가 없는 부류에 친근감을 느끼는 자연스러운 성향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앞서 살펴본 대로 창업 준비팀들의 인적 구성을 들여다보면 심각한 문제가 드러난다. 동종선호 성향에 있어서, 성별이나 인종 등 개인의 노력으로 바꿀 수 없는 타고난 특성이 학력이나 경력 같은 후천적 특성보다 강한 흡인력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탁월한 자격을 갖춘 인재들이 조직에 새로운 피를 수혈할 기회가 차단되고, 나와 닮은꼴만 허용하는 경직된 조직은 혁신을 시도하거나 새로운 분야에 뛰어 들어 성장하기 어렵다. 편견을 줄이려 노력하고 다양성을 추구하는 기업은 조직원들에게 서로 다른 사람과의 소통을 장려한다. 그러면 동종선호의 프레임에 갇힌 사람도나와 비슷하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되돌아보게 된다. 성별, 나이, 지역 등 단순한 통계지표가 갖는 한계를 벗어나 사고하는 것이다. 그로 인한 긍정적 효과는 일터에까지 영향을 끼친다. 조직 구성원의 인간관계와 사고의 폭이 확장될 때, 개인의 성과는 물론이고 조직 전체의 실적도 향상될 수 있다.

 

우리가 말하고자 하는 핵심은 이것이다. 나와 다른 존재를 포용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려면, 자신의 편견을 공개적으로 인정하고 다루려는 의지가 필요하다. 사람들은 이미 내재돼 있는 편견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거나 부인한 채, 스스로와 닮은 사업 파트너와 동료, 부하직원을 찾아 나선다. 그러는 와중에 다양성이라는 나무가 맺는 확실한 열매들을 놓쳐 버린다.

 

누군가에 의해 자신의 시각이 한쪽으로 치우쳤다고 지적당하면, 사람들은 보통 분노하거나 짜증내기 마련이다. 사회학 연구에 따르면, 상대의 견해가 일리 있다고 판단할 경우에는 더하다. 내 약점이 노출되면 당연히 심기가 불편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의 비판을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받아들여야 그릇된 행동을 고칠 수 있다. 타인 앞에서 나의 편향성을 시인해야 하는 상황이 되면, 그것을 성장을 위한 기회로 흔쾌히 받아들이길 바란다. 개인 또는 조직 차원에서, 한 방향으로 치우쳐 왜곡된 사고방식은 얼마든지 측정이 가능하고 또 개선할 수 있다. 편향성을 인정해야 극복할 수 있다. 또 나의 협조자가 될 인맥을 넓히는 동시에 재무성과도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이다.

 

폴 곰퍼스(Paul Gompers)는 하버드경영대학원 유진 홀먼 경영학 석좌교수로 재무·창업경영 부문도 맡고 있다.

실파 코발리(Silpa Kovvali)는 하버드경영대학원 연구원으로 애틀랜틱, 보스턴글로브, 슬레이트지에 기고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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