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11-12월(합본호) 유럽에서 가장 카리스마 넘치는 CEO, 그 허구의 진실 도미니크 루지에(Dominique Rouziès)
뤼도빅 프랑수아(Ludovic François)

ARTICLE

유럽에서 가장 카리스마 넘치는

CEO, 그 허구의 진실

 

두 교수는 어떻게 10년간 살아남은 신화를 구축했을까

뤼도빅 프랑수아, 도미니크 루지에

 

 

 

 

 

르뎅연구소Laboratoires Berden는 한때 꽤 잘나갔다. 1996년 에릭 뒤몽피에르Eric Dumonpierre CEO가 세운 베르뎅연구소는 비만치료제인 뮤토렉스를 상품화하는 데 성공했다. 뒤몽피에르는 단숨에 유명 CEO가 됐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관련해 수많은 상을 받았다. 그는 하이브리드자동차가 유행하기 훨씬 전부터 이 분야에 투자했다. 파리의 삼림 파괴를 막기 위해 파리 시내와 주변에 나무를 심었다. 뒤몽피에르는 인도주의적 봉사활동에 참여하는 직원을 위한 유급휴가제도와 주당 32시간 근무제도를 도입해 직원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여러 산업 콘퍼런스와 정치 포럼에서 칭송을 받고, 이 사실이 언론매체를 통해 언급되기도 했다.

 

그런데 2000년대 중반, 뒤몽피에르의 완벽한 명성에 타격을 주는 일이 몇 차례 발생했다. 베르뎅연구소가 일부 사업을 해외로 이전하려 하자, 프랑스 내 일자리 감소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뒤이어 뒤몽피에르의 한 자선벤처가 아동노동자를 고용한 아시아 공장의 위장기업이라는 사실이 폭로됐다. 뮤토렉스의 심각한 부작용에 대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고, 한 임원의 자살을 둘러싼 정황은 여전히 베일에 가려져 있다.

 

그럼에도 베르뎅연구소와 뒤몽피에르는 2009년까지 이 모든 고비를 잘 넘겼고, 수익은 급등했다.

 

베르뎅연구소와 뒤몽피에르의 사례에서 가장 놀라운 부분은, 이들의 성공이나 스캔들로 실추된 명예를 회복하는 과정이 아니다. 회사와 CEO가 모두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모든 정보 하나하나가 2005년부터 대학생들의 손에 의해 만들어졌고, 이후 10년간 실제 이야기로 받아들여졌다. 이 아티클에서 우리는 허위뉴스 현상이 아직 알려지기 훨씬 전부터 프랑스고등경영대학원(HEC) 강의실에서 허위뉴스를 생산한 방법과 함께, 허위뉴스를 확산시키고 믿게 만드는 기술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평판 게임

 

우리는 HEC에서 인터넷시대의 기업 평판과 위기 관리에 대한 과목을 맡고 있다. 베르뎅연구소 이야기는 이 강의로부터 시작됐다. 과제는 간단했다. 가상의 회사와 CEO를 만들고 온라인상에서 이들의 인지도를 높여서, 회사와 관련된 일반 용어가 검색엔진 상위에 오르게 하라. 베르뎅연구소의 경우에는 ‘CSR CEO’와 같은 용어를 핵심 검색어로 지정했다. 실험 첫해인 2005년에 학생들은 베르뎅연구소, 뒤몽피에르, 존 펀드에쿼티라는 투자파트너회사, 이곳의 CEO 엘비스 브라우니, 베르뎅연구소의 사업을 지지하는 개발도상국 소재 NGO 등 주변 관련 당사자들을 창조해냈다. , 어떤 식이든 학생들이 이 가상의 이야기를 놓고 정식 언론매체와 직접 접촉하는 일만은 금지됐다. 학생들은 웹사이트와 소셜미디어 계정을 만들어 인터넷 생태계를 구축해서, 이를 통해 보도자료를 뿌리고 베르뎅연구소의 소개, 연혁, 활동 등 각종 정보를 퍼뜨리며 유기적인 평판을 쌓아야 했다.

 

하지만 여기에는 사악한 반전이 숨어 있었다. 한 그룹이 가짜 회사와 가짜 CEO의 평판을 구축하는 동안, 다른 그룹은 회사와 CEO가 스캔들과 악행에 연루됐다는 정보를 만들어 평판을 깎아내리는 과제를 수행했다. 두 그룹은 똑같은 도구를 활용하고 똑같은 원칙을 따랐다.

 

이후 해마다 새로운 기수의 학생 그룹이 과제를 이어받았다. 이들은 베르뎅연구소와 뒤몽피에르에 관한 좋은 소식(뒤몽피에르가 올해의 프랑스 CEO를 수상했다)과 나쁜 소식(오염된 강 때문에 베르뎅연구소의 평판이 나빠졌다)을 끊임없이 만들어냈다. 뒤몽피에르 CEO와의 질의응답과 동영상 인터뷰가 등장했다. 투자파트너사인 존 펀드에쿼티는 뮤토렉스가 인간의 삶을 바꿀 거라고 찬양했다. 가상의 NGO가 아시아에서 있었던 아동노동 스캔들을 폭로했다.

 

우리는 어떤 전략이 관련 용어를 검색어 순위 상위에 올리고 평판을 결정짓는지 알아보기 위해 허위뉴스 줄다리기를 실시했다. 두 팀은 인터넷상에서 가시성을 높이기 위해 경쟁했다. 기업 세계에서는 매출 확대를 유지하는 비결이 눈에 띄느냐 안 띄느냐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검색엔진을 통해 정보를 걸러냈다. 이렇게 찾아낸 정보를 토대로 의사결정을 내렸다. 어떤 사람이나 기업의 평판이 검색 첫 번째 페이지에 나열된 정보보다 더 좋기는 어려울 것이다. 허위뉴스가 기정사실처럼 받아들여지는 경우, 허위뉴스는 기업에 실질적인 영향을 끼친다.

 

 

전략은 유효했다

 

최근 연구 결과들을 보면, 허위뉴스는 진짜뉴스보다 더 쉽게 확산된다. 우리가 10년 동안 베르뎅연구소와 에릭 뒤몽피에르의 평판을 관리한 경험에 비춰 보더라도 이는 사실이다. 가용자원이 넉넉하지 않았고 학생들이 만든 계정과 웹사이트가 허술했는데도, 과제 첫해부터 허위뉴스는 성공적으로 재빨리 퍼졌다. 2005년에 이미 ‘CSR CEO’ 같은 용어를 입력하면 에릭 뒤몽피에르와 관련한 검색결과가 떴다. 정식 언론매체도 베르뎅연구소와 뮤토렉스에 대해 다루기 시작했다. 2010년에 ‘CSR 경영자CSR manager’를 검색하면 르포스트Le Post라는 프랑스 뉴스사이트의 기사가 가장 먼저 나왔다.(2012년 허핑턴포스트가 르포스트를 인수하면서 이 기사를 비롯해 르포스트의 모든 콘텐츠가 인터넷에서 삭제됐다. 해당 기사의 링크는 여전히 인터넷에 올라와 있지만, 클릭하면 허핑턴포스트 프랑스판 홈페이지로 연결된다.) 베르뎅연구소와 뒤몽피에르에 관한 새로운 소식들도 소셜미디어 스레드와 토론 게시판을 통해 퍼져 나갔다.

 

학생들의 전략이 성공적이었음을 보여주는 다른 증거들도 있다. 베르뎅연구소에 이력서를 보내는 구직자가 있는가 하면, 심지어 한 제약회사는 뮤토렉스를 무허가로 상용화했다며 베르뎅연구소에 항의를 하기도 했다.

 

이 과제를 위한 세미나가 끝난 2014년 이후 몇 년이 흐른 지금도 베르뎅, 뒤몽피에르를 비롯한 허구의 관련 기관들을 언급한 검색 결과가 2만 건 이상 나온다. 이 허위뉴스는 심지어 중국의 인터넷 검열시스템만리방화벽까지 뚫었다. 한 동료가 중국 인터넷에서 베르뎅연구소와 관련한 검색 결과를 4000건 이상 찾아냈다.

 

 

어떻게 가능했을까?

 

허위뉴스의 확산에 대한 연구는 수십 년 전에 학자들이 밝혀낸 이 현상의 동력을 학생들이 커뮤니케이션 기법으로 잘 활용했음을 보여준다. 뉴스의 독자는 사건을 무미건조하게 나열한 이야기보다 감정을 자극하는 생생한 이야기를 더 많이 공유하는 경향을 보인다. 여기서 말하는 감정의 예로는 공포(오염된 강), 혐오(아동노동), 놀라움이나 환희(주당 32시간 근무) 등을 들 수 있다. 그리고베르뎅이 화학물질 누출 사실을 밝혔다는 표현보다베르뎅이 맹독성 발암물질을 시 공원 인근 강에 무단 투기했다는 표현이 훨씬 효과적이다. 학생들은 이 점을 이용해 허위뉴스의 확산을 부추겼다.

 

학생들은 자신이 만든 웹사이트와 계정들로 구축한 인터넷 생태계 전반에 걸쳐 콘텐츠의 업로드, 게시, 링크 작성을 여러 차례 반복해서 허위뉴스를 그럴듯하게 만들기도 했다. 그 결과 검색엔진 알고리즘이 이 뉴스들을 검색순위 상위에 올리는 지경에 이르렀다. 연구자들은 허위뉴스를 반복해서 노출시킬수록 사람들에게 정확한 정보라는 인식을 더 많이 심어줄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간단히 말해 익숙한 정보는 신용을 얻는다.

 

또 학생들은 새로운 허위뉴스를 생성할 때, 과거 뉴스를 재활용해서 허위뉴스의 정착성stickiness을 강화했다. 이들은 세미나에서 가짜 회사와 가짜 CEO의 성과와 스캔들만 만들어내지 않았다. 과거에 만든 허위뉴스를 인용하고 새로운 뉴스를 덧대어 유기적으로 얽힌 이야기를 창조해냈다. 그 결과 일반 웹사용자, 언론인, 활동가, 블로거 등 많은 사람이 이 이야기에 관심을 보이고 인터넷을 통해 공유하기 시작했다. 이런 정착성은 이야기를 인상적으로 만들어줄 뿐만 아니라, 이야기가 허위라는 사실이 드러난 뒤에도 정보에 노출된 이들의 의사결정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이제 어떻게 될까?

 

허위뉴스가 정치에 끼치는 영향이 주목을 받고 있지만, 비즈니스와 경제에 은밀하게 끼치는 영향이 어쩌면 더 위협적일지 모른다. 일례로 2013년 클럽메드를 둘러싸고 치열한 인수전이 전개되는 동안, 이탈리아 사업가 안드레아 보노미Andrea Bonomi보다 중국의 푸싱復星그룹을 옹호하는 재무분석가들의 글이 대량으로 올라왔다. 그리고 푸싱은 인수에 성공했다.

 

스놉스Snopes, 이머전트Emergent같은 팩트체킹 사이트들은 끊임없이 기업평판에 타격을 입히는 허위뉴스를 추적·기록하고 있다. 펩시코의 CEO가 도널드 트럼프의 지지자들과 비즈니스를 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는 루머, 맥도널드가 모든 계산원을 로봇으로 대체하고 빅맥을 단종시킨다는 루머, (하고 많은 기업 중에 하필) 페이스북이 뉴스피드에 상태 업데이트를 보여주는 친구를 26명으로 제한하는 알고리즘을 내놨다는 루머도 여기에 포함됐다.

 

몇몇 KFC 매장에서 마리화나를 판매할 예정이라는 소식이 널리 퍼졌지만 거짓으로 판명됐다. 올해 초 뉴스를 떠들썩하게 했던 스타벅스의 인종차별 예방교육 이후, 케빈 존슨 스타벅스 CEO유색인종 손님의 주문을 먼저 받을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는 식의 허위뉴스가 돌았다.

 

요즘 투자자와 트레이더들은, 주가를 끌어올린 뒤 재빨리 팔아 치우기 위해 특정 기업에 관한 정보를 조작하는 사이트에서 퍼뜨리는 허위뉴스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주식거래 알고리즘의 사용이 급증하면서 고전적인펌프 앤드 덤프pump and dump방식을 현대적으로 변용한 이런 수법이 등장한 것이다.

 

두 달 동안 진행되는 18시간짜리 대학 세미나에 참가한 몇몇 학생의 힘만으로도 완전히 날조된 이야기를 인용한 인터넷 자료를 수만 건 만들어낼 수 있었다. 특정 웹 생태계를 허위뉴스, 허위 코멘트, 허위 분석자료로 가득 채우는 일이 가능했다는 사실은, 이런 허위뉴스 전략이 장기적으로 추진될 경우에 닥칠 잠재적 위험이 얼마나 클지 짐작하게 한다.

 

앞으로는 충분한 자금을 확보한 전문적가짜 기자가 학생들의 평판 게임보다 훨씬 큰 규모로, 더 정교하게 허위뉴스 내러티브를 짤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사기의 규모가 적법한 행위자들의 검색 알고리즘으로 인해 증폭된다는 점은, 기업의 평판이 그 어느 때보다 취약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전문적·사회적 기술을 도입하고 경계를 강화해서, 허위뉴스 현상에 대처하는 활동이 모든 기업의 최우선순위가 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허위뉴스가 널리 퍼져서 기정사실화 되고, 결국 기업 순익에 타격을 줄 것이다. 개인 및 기업의 평판과 가치 창출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는 점에서, 이는 앞으로 기업의 가장 중대한 임무가 될지도 모른다.

 

 

 

뤼도빅 프랑수아(Ludovic François)

HEC 겸임교수이자 컨설팅기업 스트레틴포(Stratinfo) CEO.

도미니크 루지에(Dominique Rouziès)

HEC 교수이자 프랑스전력청 의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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