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11-12월(합본호) 관료주의의 종말 미셸 자니니(Michele Zanini)
게리 하멜(Gary Hamel)

FEATURES MANAGING ORGANIZATIONS

관료주의의 종말

The End of Bureaucracy

게리 하멜, 미셸 자니니

 

 

디지털시대,

중국 가전제품 메이커의

경영관리 혁신법

 

 

 

IDEA IN BRIEF

문제

 

거대 기업에는 결국 거대 관료제가 나타난다. 관료제는 조직 창의성을 갉아먹고, 리스크 감수의 대담성도 없애고, 생산성도 낮춘다. 기업 경영진이 아무리 관료제 근절을 다짐해도, 관료제는 끈질기게 살아남는다.

 

 

원인

 

명확한 권위와 권한 체계, 전문화된 부서, 표준화된 업무가 동반된 관료제는 어느 정도까지는 효율성 증진에 도움이 된다. 또한 업계나 문화권에 따른 차이가 별로 없는 익숙한 시스템이다. 일부는 복잡한 비즈니스 환경을 헤쳐나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생기는 결과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해법

 

관료제에 도전하는 새로운 조직 형태가 있다. 중국 가전업체 하이얼처럼 새로운 형태의 조직을 통해 직원 모두가 기업가가 돼 직접 고객을 책임지고 사용자, 발명가, 파트너로 구성된 개방적 생태계에서 활동할 수 있다.

 

 

 

료제를 좋아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월마트 CEO 더그 맥밀런Doug McMillon은 관료제를빌런(악당)’이라고 불렀다. 버크셔 해서웨이 부의장 찰리 멍거Charlie Munger는 관료제가암 덩어리나 마찬가지라며 암 치료하듯 다뤄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JP모건 체이스의 제이미 다이먼Jamie Dimon도 관료제를질병에 비유했다. 이들은 관료제가 열정을 누그러뜨리고, 리스크 감수를 방해하며, 창의성을 짓밟는다는 걸 이해하는 리더다. 관료제는 인간의 성취에 따라오는 세금처럼 불가피한 존재다.

 

관료제의 폐해를 잘 알면서도 많은 이들이 관료제가 불가피하다고 생각한다. 제이미 다이먼의 어느 사외 고문은까다로운 해외 시장이나 규제 환경에서 운영되는 복잡한 비즈니스에 반드시 따르는 결과라고 옹호했다고 한다. 실제로 1983 년 이후 미국 내 전 직종의 인력 증가가 44%인 반면 관리자, 감독자, 행정직 수는 100 % 이상 증가했다. 어느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의 거의 3분의 2가량이 최근 몇 년 동안 조직이 더 관료적으로 변했다고 답했다. 오늘날의 조직은 1980년대 후반에 비해 계층은 절반으로 단순화되고, 관리자는 3분의 1로 줄어들 것이라던 피터 드러커의 예측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관료주의는 끈질기게 살아남았다.

 

그 와중에 생산력 증대는 정체되고 있다. 1948년부터 2004년까지 미국 비금융회사의 노동생산성은 연평균 2.5 % 증가했다. 그 이후 성장률은 평균 1.1 %에 불과하다. 이는 우연이 아니다. 관료제는 미국 경제를 장악한 대기업에서 유독 기세가 등등하다. 미국 노동력의 3분의 1 이상이 직원 5000명이 넘는 대기업에서 근무한다. 실무직원 위의 관리자 레벨만 평균 8단계인 기업들이다.

 

스타트업을 해결책으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우버, 에어비앤비, 파페치Farfetch, 디디추싱Didi Chuxing과 같은 회사가 미디어의 주목을 받고 있지만 이런 유니콘기업이 각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아주 작다. 벤처기업의 규모가 커지면 관료제의 덫에 빠지기 쉽다. 어느 IT기업은 빠른 성장세를 보이며 연매출 40억 달러를 기록했지만, 부사장급 인력만 600명에 이른다.

 

관료제는 왜 이리도 악착같이 살아남아 있는가? 관료제가 어느 정도까지는 효과가 좋다는 것도 일부 원인이 된다. 명확한 권위와 권한 체계, 전문화된 부서, 표준화된 업무를 통해 관료제는 어느 정도까지는 효율성 증진에 도움이 된다. 또한 업계, 문화권, 정치 시스템에 따른 차이가 별로 없는, 편안할 정도로 익숙한 시스템이다.

 

그럼에도 관료제는 결코 불가피한 것이 아니다. 관료제라는 용어 자체도 만들어진 지 이미 두 세기가 지났고, 그만큼 많은 것이 변했다. 현대 기업의 직원들은 그때처럼 문맹도 아닐뿐더러 오히려 자질이 넘치고 숙련돼 있다. 경쟁우위는 큰 규모에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혁신에서 온다. 의사소통은 에둘러서 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할 때 바로 나와야 한다. 변화는 거의 초음속으로 진행되고 있다. 빙하처럼 움직이면 늦는다.

 

이런 환경이 관료제를 대체할 대안을 만들어 내고 있다. 이런 대안 중 가장 획기적인 모델을 채택한 회사는 언뜻 보기에는 디지털시대의 총아는 아니다. 중국 칭다오에 위치한 하이얼은 현대 세계 최대의 가전 메이커다. 매출 350억 달러의 하이얼은 월풀, LG, 일렉트로룩스와 같은 익숙한 브랜드의 경쟁업체다. 현재 하이얼에서 일하는 인력은 75000명이다. 중국 밖에도 27000명이 있으며, 이들 중 다수가 2016년 제너럴일렉트릭 가전부문 인수 때 하이얼에 들어왔다.

 

지난 10 년간 하이얼의 핵심인 가전사업의 총이익은 연 23 % 증가했으며, 매출은 매년 18 % 성장했다. 또한 새로운 벤처사업을 통해 20 억 달러 이상의 시장 가치를 창출했다. 하이얼의 중국 내 또는 해외 경쟁자들 중 이런 실적을 따라올 업체는 없다. 이 놀라운 성취가 성장통 없이 이뤄진 것은 아니다. 최근 하이얼은 1 만 명 이상의 직원을 해고했다. 동시에 빠르게 확장하는 생태계에서 신규 일자리 수만 개를 창출했다. 중국 전역에 걸쳐 있는 하이얼의 물류 네트워크에 소속된 개인 운전사업자만 현재 9 만 명이다.

 

하이얼의 성공은 주로 사용되던 경영 모델을 완전히 넘어서고 개혁해서 얻어낸 결과다. 하이얼의 혁신가 CEO 장루이민Zhang Ruimin은 오랫동안 관료제를 경쟁력을 저해하는 장애물로 여겼다. 그는 10여 년에 걸친 노력을 통해 직원 모두가 고객을 직접 책임지는 회사를 세우려 노력했다.(일명제로 디스턴스zero distance정책) 직원들이 열정적 사업가가 되고, 사용자, 발명자, 파트너들로 구성된 열린 생태계가 공식적 위계 시스템을 대체할 수 있도록 했다.

 

하이얼은 이런 접근법을 속칭 런단허이rendanheyi·人單合一 부른다. 고객을 창출한 가치와 직원이 받는 가치를 밀접하게 결합시킨다는 의미에서 한자어를 합친 것이다. 런단허이 모델은 일곱 가지 측면에서 관료제적 규칙과는 다르다. 이 기사에서는 이 일곱 가지 방식을 살펴보고자 한다.

 

 

 

1획일적 비즈니스 구조에서 초소형기업으로

 

대기업은 대부분 몇 개의 지배적인 비즈니스에 집중하는 경우가 많고, 이러한 비즈니스에서 전략, 고객, 기술 등에 전통적인 방식으로 접근한다. 이렇게 밀접하게 결합된 조직과 그 획일적 문화 때문에 기업은 새로운 형태의 경쟁자가 나타나면 휘청거리게 되고 새로운 기회도 포착하기 어렵다. 이런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하이얼은 스스로 4000개에 이르는 초소형기업microenterprises•ME으로 분할했다. 각 회사는 10~15명 규모로 아주 작다. 제조업 등 일부 ME는 좀 더 규모가 크지만 이런 회사에서도 모든 결정은 소규모의 팀이 자율적으로 내린다.

 

ME는 세 종류가 있다. 첫째, 200여 개의혁신’ ME. 이 회사는 하이얼의 핵심 비즈니스인 가전 사업부에 뿌리를 둔, 직접 시장과 맞닥뜨려 사업을 하는 조직으로 오늘날의 고객중심, 웹 기반 생태계에 맞춰 스스로를 혁신하는 회사다. 젊은 도시 고객을 타깃으로 한 냉장고를 생산하는 지성Zhisheng이 대표적인 예다.

 

둘째, 50여 개의인큐베이팅’ ME 또는 완전 신규 비즈니스가 있다. 선더봇Thundebot과 같이 온라인게임 등 신흥시장에 집중하는 기업도 있고, 신추Xinchu처럼 익숙한 제품을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재창조하는 회사도 있다. 신추는 사용자를 신선식품 공급자와 연결해 30분 내에 원하는 음식을 배달받을 수 있도록 하는 스마트 냉장고다.

 

마지막으로 3800개의 노드node ME가 있다. 이 회사는 부품이나 디자인, 제조공정, 인적자원 등의 서비스를 판매해 하이얼의 시장 직면 ME를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초소형기업 ME는 인터넷시대의 세계 일등기업, 인터넷시대와 완전히 딱 맞는 최고이자 최초의 기업을 만들고자 하는 장루이민의 목표를 달성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한다. 그의 목표는 웹기반 상품 개발 그 이상을 의미한다. 하버드의 데이비드 와인버거David Weinberger가 만든 표현처럼작은 조각, 느슨한 결합이라는 특징을 띤 인터넷의 아키텍처를 모방한 조직모델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웹은 아주 다양하지만 질서가 있다. 수도 없이 많은 혁신을 낳았지만, 공통적으로 사용하는 기술 표준으로 유지되기 때문에 사이버 공간 탐색이나 사이트 간 데이터나 다른 자원의 교환이 가능하다.

 

하이얼의 모듈식 구조도 유연하지만 질서가 있다. ME는 본사의 별다른 지시 없이 자체적으로 회사를 수립, 발전시켜 나간다. 하지만 타깃 설정, 내부 계약, 사업부 간 업무조율 등에는 같은 전략을 공유한다.

 

 

2목표를 증대하는 방식에서 핵심 타깃Leading Target에 집중하는 방식으로

 

대부분의 조직에서는 과감한 사고와 행동을 지원하는 장치가 없다. 비즈니스가 난관을 만나면 그제야 오래된 가정이 틀린 건 아닌지 생각해 본다. 하이얼은 다르다.

 

모든 ME에는 성장과 변화를 위한 야심찬 목표를 추구할 의무가 있다. 내부적으로는핵심 타깃이라고 부른다. 작년 실적을 출발점으로 잡지 않고 목표를외부에서 내부로잡는다. 전문 리서치 팀이 전 세계 제품별 시장성장률 통계를 수집하고, 이 데이터를 근거로 ME의 목표를 설정한다.

 

시장과 직접 만나서 대면하는 ME에는 업계 평균보다 4 ~ 10 배 빠른 매출과 이익을 창출할 것이란 기대가 있다. 하이얼이 뒤처지는 제품 부문은 점유율을 높일 여지가 크기 때문에 특히 목표를 높여 잡는다. 하이얼이 강세를 보이는 분야에서는 평범한 수준으로 목표를 세우지만 그래도 시장 기준보다 몇 배는 높다. ME의 리더는시장 지위가 3, 4 위라면 핵심 타깃은 1 위가 되는 것이고, 시장 1 위라면 핵심 타깃은 이 기세를 어떻게 더 강화할 것인지가 됩니다라고 말한다.

 

이런 야심 찬 목표는 상황이 바뀌면 조정되기도 한다. 일례로 중국 정부가 에너지 효율성 표준을 개정해 이미 에너지 효율적인 하이얼의 냉장고가 혜택을 보게 되자, 지성은 목표를 더 올렸다.

 

모든 시장 직면 ME는 또한 단순히 상품과 서비스를 판매하는 데 그치지 않고 새로운 생태계를 구축하는 혁신적 도약이 기대된다. 그 좋은 예로 커뮤니티 런드리Community Laundry가 있다. ME가 개발한 스마트폰 앱을 이용하면 중국 전역의 대학생들이 기숙사 세탁시설 이용 일정을 미리 계획하고 요금을 지불할 수 있다. 커뮤니티 런드리의 앱을 통해 외부 공급자들이 900만 명에 이르는 사용자를 접촉할 수 있게 되었다. 오늘날 이 회사의 플랫폼은 수십 개의 외부 비즈니스를 호스팅하고, 이 회사의 매출 일부를 수수료로 받는다.

 

하이얼은윈윈 부가가치정책으로 모든 ME의 혁신 정도를 추적 관찰한다. 이 정책은 제품 개발에 대한 사용자의 참여 정도, 하이얼의 제품이 독창적 고객가치를 창출하는 정도, 생태계 수익에서 파생한 이익의 비율 등 다양한 지표를 기준으로 삼는다.

 

시장 직면 ME와 마찬가지로 노드 ME도 외부 벤치마크에 연결되는 핵심 타깃이 있다. 예를 들어 제조 노드는 비용 절감, 배달시간 단축, 품질 향상, 생산시설 자동화 등의 목표가 있다.

 

 

3내부 독점에서 내부 계약으로

 

대부분의 조직에서는 많은 직원들이 시장의 힘을 느끼지 못한다. 직원들이 일하는 인사, 연구개발, 제조, 재무, 정보기술, 법무 등의 부서는 본질적으로 내부 독점적이다. 이런 공급자들이 아무리 무능하거나 비효율적이어도 서비스를 받는 부서가 이들을 해고하지는 않는다.

 

하이얼에서는 모든 ME가 다른 ME의 서비스를 선택할 수 있는 자유가 있다.(일반적으로 사용자 ME가 수십 개의 노드 ME와 계약을 맺는 형태다.) 만약 어떤 ME에서 외부 공급자가 더 나을 것이라 판단하면, 외부에서 서비스를 구매할 수 있다. 고위 간부가 내부 협상에 간섭하는 일은 사실상 전무하다.

 

매년 시장 직면 ME는 실적 목표를 검토하고 자체적으로이 목표 달성을 위해 어떤 종류의 디자인, 기술, 생산, 마케팅이 필요한가?”를 스스로 질문한다. 대답이 나오면 노드 ME에게 입찰을 요청한다. 보통 2, 3 ME가 제안에 응한다. 이후에는 모든 참여인력이 기존 관행에 질문을 던지고 새로운 접근법을 생각해 볼 수 있도록 협의하는 과정이 이어진다.

 

이런 프로세스가 번거롭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사전 설정이 있으면 쉽다. 마진 분배와 최소 실적 기준을 미리 세워 협상 과정의 마찰을 줄이는 것이다. 상황이 바뀌면 조건은 1년에 걸쳐 재협상될 수 있으므로, 하이얼은계약보다합의라는 용어를 더 선호한다. 어느 ME의 리더는 지난 18개월간 외부 공급자로 교체한 노드 ME만 수십 개 업체에 이른다고 한다. 경쟁력 있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는 노드는 생존할 수 없고, 실제로도 퇴출되고 있다.

 

노드 수익의 상당 부분은 ME 고객의 성공에 달려 있다. 고객 ME가 핵심 타깃을 달성하지 못하면 노드 ME도 타격을 입는다. 마찬가지로 모든 노드는 시장과 직면해 활동하는 ME가 성과를 냈을 때 혜택이 주어지며 모든 직원의 급여는 시장 성과와 연동된다. 장루이민이하이얼은 더 이상 직원들에게 급여를 지급하지 않습니다. 급여는 고객들이 지급하는 것입니다라고 말한 것도 그다지 과장된 것은 아니다.

 

이 보상 모델은 세 가지 강점이 있다. 첫째, 평범한 수준에서 만족하지 않게 된다. 우수한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는 노드는 내부 고객을 잃게 된다. 둘째, 우수한 고객 경험을 창출한다는 목표를 갖고 모든 관계자가 합심하게 된다. 사용자 ME가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위험에 처하면, 공급자 노드의 대표자들이 모여서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재빨리 강구한다. 셋째, 유연성이 극대화된다. 새로운 기회가 있으면 시장 직면 ME는 서비스 제공자 네트워크를 재구성할 수 있는 선택권이 있다.

 

 

4하향식 업무 조율에서 자발적 협조로

 

그렇다면 4000 개 이상의 독립적 사업부를 보유한 회사의 기술이나 설비 투자는 어떻게 이뤄지는 것일까? 제조 자동화 같은 교차 비즈니스 역량의 구축은 어떻게 가능한가?

 

스타트업에서의 업무 조정은 자연스럽게 진행된다. 문제가 생기면 그때마다 모여서 해치운다. 회사가 성장하고, 사업부 간 단절이 더 심해질수록, 업무 조정은 더 어려워진다. 일반적인 솔루션을 사용하면 관여하는 직급, 권한, 외부 부서 또한 많아진다.

 

하이얼의 접근법은 다르다. ME 전체를 플랫폼에 소집해 둔다. 어떤 플랫폼은 세탁업, 시청각상품 등 비슷한 분야에서 일하는 ME를 모아 놓는다. 또 어떤 플랫폼은 디지털 마케팅이나 대량 맞춤생산 등과 같은 새로운 역량 구축에 중점을 둔다. 하이얼의 플랫폼 하나에는 50개 이상의 ME가 모여 있다.(그중 하나의 플랫폼에 대한 설명이 그림새로운 조직 구성원칙에 있다.)

 

플랫폼 소유자는 ME 팀을 한 곳에 모아 사물인터넷에 관한 전문성 개발 등과 같은 협업 기회를 찾아낼 수 있도록 도와준다. 결정적으로, 아무도 플랫폼 소유자에게 보고하지 않고, 플랫폼 소유자도 직원이 따로 없다. 냉장기술 플랫폼 소유자 우용Wu Yong은 같은 업종의 ME를 모아 서리가 끼지 않게 하는 기술을 도입하게 지원했다. 이 기술을 도입하려면 생산설비의 업그레이드가 필요한데, 이는 큰 비용이 소요된다. 본인의 역할에 대해 우용은 이렇게 설명한다. “제가 촉진하고 돕긴 했지만 기본적으로 ME 팀이 계획하고 함께 실행한 일입니다.”

 

플랫폼 소유자도 핵심 타깃이 있고, 새로운 ME를 개발해 플랫폼을 성장시킬 것이라는 기대를 받는다. 일례로 2014년 스마트 가전업계의 글로벌 리더가 되겠다는 하이얼의 목표에 고무된 우용은 네트워크 냉장고 스타트업인 신추Xinchu에 자금을 지원했다. 플랫폼 소유자는 퍼실리테이터이기도 하고 사업가이기도 하다.

 

모든 산업 플랫폼에서 발견되는통합노드는 ME가 하이얼의 기술을 도입하고, 새로운 프로젝트에 공동 투자할 내부 파트너를 찾도록 돕는다. 플랫폼 소유자와 마찬가지로 통합 노드는 통제가 아닌 협업을 장려하는 역할을 한다.

 

ME는 역량 중심 플랫폼의 전문성에 의존하기도 한다. 가장 중요한 두 가지는 스마트 제조와 마케팅인데, 각각의 직원 수는 100명이 안 된다. 제조 플랫폼 내의 최대 규모 노드는 대량 맞춤생산을 위한 기술지원을 제공하는 업체다. 또 다른 노드인 스마트 엔지니어링은 첨단 생산도구를 배치하는 역할을 한다.

 

마케팅 플랫폼의 주요 역할은 고객정보 제공이다. 모든 사용자 ME가 자체 소셜미디어 채널을 통해 방대한 양의 정보를 수집하지만, 마케팅 플랫폼의빅 데이터노드는 하이얼의 회사 웹사이트와 회사 내외부의 다른 출처에서 수집한 정보를 통합한다. 사내 비즈니스 간 인사이트를 찾아내고 예측 모델을 수립해 고객의 새로운 니즈에 ME가 대응할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세탁 플랫폼 산하의 ME가 냉장고에다 오븐까지 구매한 고객이 있는데, 그 고객이 리모델링을 하고 있는 것 같으니 새 세탁기가 필요할 수도 있다고 알려주는 식이다.

 

마케팅과 제조 플랫폼이 브랜드 비주얼과 공장 자동화 소프트웨어 등에 관한 표준을 세우긴 하지만 명령을 내리는 경우는 거의 없다. 하이얼의 다른 부서와 마찬가지로 이들의 재정상태는 내부 고객의 성공에 따라 달라진다.

 

내부 협업에 참여하는 ME들에게 화룡점정이 되는 것은 고객에 대한 책임을 하이얼 전체가 공유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하이얼의 스마트 제품들이 서로 연동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 몇몇 ME는 모여서일괄 타결안을 구상해냈다. 이를 통해서 신추가 하이얼의 네트워크 디바이스용 공통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제공하고 다른 ME가 고객 조사와 기술 지원을 맡았다. 이렇게 탄생한 공유 생태계 엑스쿡XCook은 현재 1억 명의 사용자와 400개의 파트너사를 연결하고 있다.

 

대부분의 기업은 사업부 간 협업 시 효율성 개선에 필요한 속도와 대응성은 아무래도 떨어진다. 장루이민은 고객과 가장 가까운 이들, 즉 협업할 때와 단독으로 업무를 진행할 때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ME가 둘 간의 균형을 가장 잘 찾아낼 것이라 생각한다.

 

와인버거가작은 조각, 느슨한 결합이라고 했던 말 기억나는가? ME의 결합은 분명 아주 느슨하다. 하지만 하이얼이 그 결합의 규모와 범위를 활용할 수 있을 정도의 결합력은 충분하다. 중앙집중화하지 않아도 업무 조율이 가능하다는 것을 하이얼은 증명한다.

 

 

 

5경직된 바운더리에서 열린 혁신으로

 

관료제는 배타적이다. 보통 관료제는 내부자와 외부자 간 구분이 뚜렷하고 비밀엄수가 중요하며 필수 업무에 외부 파트너를 끌어들이는 것을 꺼린다. 비공개 시스템의 문제는 적응성이 떨어지고 쇠퇴한다는 것이다. 이런 문제를 잘 알고 있는 하이얼은 스스로를 기업이 아닌 훨씬 더 큰 네트워크의 허브로 여긴다. 다른 시각은 아주 다른 결과를 불렀다.

 

첫째, 하이얼의 제품이나 서비스는 모두 개방형으로 개발된다. 예를 들어 하이얼은 새로운 가정용 에어컨을 만들 때 바이두의 소셜 미디어 사이트를 사용해 잠재 사용자에게 니즈와 선호도를 물었다. 3000만 건이 넘는 응답이 홍수처럼 밀려들어 왔다. 프로젝트 리더 레이용펑Lei Yongfeng 70만 명에게 추가 설문을 실시해 사용자의 의견과 불만, 원하는 제품 특징 등을 물어보기도 했다. 그 결과 예상과는 달리 사용자들이 가장 우려하는 사항이 레지오넬라균 감염으로 나타났다. 에어컨 프로젝트에는 이 리스크를 줄이는 것이 우선 과제가 됐고 에어컨의 송풍기 날개부터 완전히 재설계하게 됐다.

 

둘째, 하이얼은 전 세계의 기관과 기술전문가 40만 명이 모인해결사네트워크를 만들었다. 회사에 관련된 1000개에 달하는 전문 분야에 관한 도움을 받기 위해서다. 하이얼 오픈 파트너십 에코시스템Haier Open Partnership Ecosystem·HOPE에는 매년 200개 이상의 문제가 올라온다. 레이용펑의 팀은 새로 출시할 에어컨에 들어갈 송풍기 날개의 디자인에 대해 물었다. 일주일 만에 여러 제안이 올라왔다. 채택된 아이디어는 중국 공기역학 연구개발센터가 제시한 의견으로, 제트 터보팬을 모방한 것이었다. 33개 기관이 하이얼의 에어컨 개발에 도움을 줬다. 2013년 말 하이얼이 출시한 톈준 윈드 터널 에어컨Tianzun Wind Tunnel은 바로 히트상품이 됐다.

 

톈준 에어컨과 같은 공동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에는pool을 만든다. 이 안에서 비즈니스 파트너들이 특허를 기밀로 공유하게 되는데, 이는 이 기술이 최종 제품에 사용될 경우 보상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조건이 전제돼 있다. 초기 디자인 과정에 기여한 공급자들도 공급업체 선정에 들어갈 경우 우선업체로 인정받을 수 있다.

 

하이얼은 상품 개발 프로세스를 온라인으로 옮겨 제품 구상에서 시장 출시까지의 시간을 70% 단축했다. 제조 노드와 설계 노드, 사용자 ME, 잠재고객, 비즈니스 파트너가 쭉 함께 일하며, 고객 니즈에 대한 분석부터 시작한다. 이를 통해 창의적 문제해결 효과가 극대화되고, 제품 출시가 가까워지면서 생길 수 있는대충 다음 단계로 떠넘기기의 문제도 줄일 수 있다. 많은 임원들이 비즈니스를 R&D에서 시작해 세일즈와 지원으로 끝나는 직선형 가치사슬로 여기곤 하지만, 하이얼은 이를 가치 네트워크로 생각한다. 즉 모든 참여자가 모든 단계에서 협업한다.

 

하이얼의 개방성을 설명하는 세 번째 특징은 크라우드소싱을 통해 제품에 대한 피드백을 수집하고 개발 비용을 회수한다는 점이다. 어떻게 보면 하이얼의 이런 관행은 새 제품이 사용자에 의해 검증될 때까지는 규모 있는 예산을 주지 않는제로펀드정책에 대응하려다 생긴 결과물이다. 가습기와 공기청정기를 결합한 획기적 상품 에어큐브Air Cube를 보자. 이 제품은 구상단계에서만 80만 명이 넘는 온라인들의 의견이 모였다. 프로토타입이 준비된 후, 유명 크라우드펀딩 사이트에 공개되었고, 여기에서7500 명 이상이 사전제작 제품을 구매하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잠재소비자들의 피드백을 통해 하이얼은 에어큐브를 정식 출시하기 전에 더욱 섬세하게 손볼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하이얼은 오픈 파트너십 에코시스템이나 다른 온라인 플랫폼으로 인재를 채용한다. 온라인으로 하이얼에 크게 기여한 이후 입사한 사람들이 모여 만든 ME가 많다. 하이얼 CFO 탄리샤Tan Lixia는 하이얼의 개방형 혁신 지향을 이렇게 설명한다. “외부와의 경계선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사용자를 위한 가치 창출이 가능하다면, 직원이냐 아니냐는 중요한 문제가 아닙니다.”

 

 

 

6 혁신공포증에서 기업가정신으로

 

대기업들이 신생기업에 뒤처지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관료제는 본질적으로 보수적이다. <피터의 원리> 저자인 로렌스 J. 피터Laurence J. Peter관료제는 현상 유지에 힘쓰지만 이미 그 현상은 지킬 것이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라고 냉소적으로 설명한 바 있다. 선례를 따르려는 유혹을 떨쳐내려 많은 기업이 실리콘밸리나 혁신지역에 전진기지를 세운다.

 

하지만 하이얼은 조직 전체를 스타트업 공장으로 탈바꿈시켰다. 하이얼의 50여 개 인큐베이팅 ME가 하이얼의 총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 이상이다. 하이얼의 공급자와 유통업체 등을 비롯, 소규모 기업의 채권을 증권화하는 핀테크 스타트업인 Hairyongi, 농가에서 1만 개에 달하는 지역의 소비자들에게 직접 농산물을 배달하도록 해 주는 재고보관 네트워크인 익스프레스 캐비닛Express Cabinets등 하이얼에는 온갖 종류의 ME가 있다.(하이얼이 새로운 벤처를 설립하는 방식은초소형 기업의 탄생참조)

 

하이얼에서는 세 가지 방법으로 새로운 비즈니스를 시작할 수 있다. 첫째, 가장 일반적 방법으로는 내부 기업가가 자신의 아이디어를 온라인에 게시하고 이 사업 구상을 함께 키울 사람들을 모집한다.(이런 식으로 사후판매 서비스 매니저로 현장에서 일하던 장이Zhang Yi가 익스프레스 캐비닛을 시작했다.) 둘째, 플랫폼 리더가 내/외부자들을 모집해 숨어 있는 기회를 발굴할 수 있는 제안을 받는다. 셋째, 창업 지원자가 매월 실시되는 하이얼의 로드쇼에서 자신의 아이디어를 발표하는 것이다. 이 로드쇼는 각 지역의 혁신가들을 플랫폼 리더, 하이얼의 투자 및 혁신 플랫폼 구성원과 연결해 준다.

 

모든 인큐베이팅 ME는 별도 법인이며, 창업팀이 부분적으로 재정지원을 제공한다. 하이얼의 리더들은 새로운 아이디어의 강점을 스스로 다 판단할 수는 없다는 점을 잘 알고 있어서, 내부 자원을 사용하기 전에 하이얼의 벤처캐피털 파트너들로부터 외부 자금을 받아올 것을 요구하기도 한다. 최근 14개의 신규 설립 ME 9개사가 외부 투자를 받고서야 하이얼의 자금 지원을 받아냈다. 그럼에도 하이얼이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비중은 매우 크다. 사전평가 방식을 이용해 벤처 파트너를 인수할 수 있는 옵션을 갖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이얼 내의 다른 부서와 마찬가지로 인큐베이팅 ME도 개발, 배분, 행정 지원을 받기 위해 노드와 계약한다. 중립적 거리arm’s-length를 유지한 내부 계약을 체결해, 신생 ME도 하이얼의 규모와 협상력을 활용할 수 있고, 동시에 관료제적 간섭으로 인한 리스크를 피할 수 있다.

 

하이얼의 기업가정신에 대해 어느 벤처캐피털은 이렇게 설명한다. “하이얼의 초소형 기업은 마치 정찰부대 같다. 전장을 조사하고 가장 확실한 기회를 찾아낸다. 거대 수색조나 마찬가지다.” 하이얼은 혁신이 결국 숫자놀음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수십억 달러를 벌어들일 기회를 찾아낼 유일한 방법은 수많은 스타트업을 세우고, 꿈을 좇을 수 있는 자유를 주는 것이다.

 

 

 

7직원에서 소유자로

 

스타트업의 사람들은 회사를 소유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행동한다. 이들은 지분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고, 일부는 크게 벌 수 있다는 생각으로 개인 자금을 내놓기도 할 것이다. 스타트업 팀은 자율성도 크게 누린다. 하지만 일이 잘못돼도 다른 사람을 탓할 수 없다. 스타트업의 강력한 경쟁력은 이런 장점과 자유, 책임이 합쳐진 결과다.

 

전미경제연구소National Research of Economic Research는 이익 공유, 자율성, 자발적 이직률이 직원 참여를 대변한다고 보고, 780 개 미국 기업을 대상으로 세 요소 간 관계를 연구해 발표했다. 그 결과, 이익 공유나 자율성 그 자체는 이직률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 하지만 직원들에게 이 두 요소를 모두 부여한 회사의 이직률은 매우 낮았다. 두 요소 중 하나만 주어지거나 하나도 주어지지 않은 회사의 이직률은 그 두 배 이상이었다.

 

이해가 가지 않는가. 그런데 분명 잘 생각해 보면 납득하기 쉬운 얘기다. 직원에게 주어지는 이익은 그대로인데 권한만 커지면, 책임이 늘어나 부담으로만 느껴진다. 반대로 권한은 그대로인데 이익만 주어진다 해도 직원들은 주인의식을 느끼지 못한다.

 

하이얼에서는 ME가 자체적으로 경영하고, 이들의 자율성을 세 가지 권리를 통해 공식적으로 보장한다.

 

•전략.추구할 기회를 결정하고, 우선 순위를 정하고, 내외부 파트너십을 맺을 권리

•사람.채용 결정을 내리고, 직원에게 맞는 역할을 지정하고, 업무 관계를 정할 권리

•배분.급여를 정하고 보너스를 배분할 권리

 

이런 권리에는 이에 상응하는 책임도 따른다. ME의 목표는 분기별, 월별, 주별 목표로 세분화해 각 ME 팀원에게도 구체적인 목표를 부여한다. 이렇게 하면 누가 성과를 내는지 누가 일을 안 하는지 알기 쉽다. 보상도 비즈니스 성과와 밀접하게 연동된다. 대부분의 스타트업이 그렇듯이 기본 급여는 낮다. 하지만 다음 세 가지 성과 기준에 따라 추가 보상을 받을 기회가 있다.

 

•기본 보너스. ME의 분기별 매출과 수익 성장률이 기본 목표를 넘으면, 팀 멤버가 초과분에 비례해 보너스를 받는다.

 

•가치 조정 메커니즘(VAM). ME가 분기별 기본 목표와 핵심 타깃 사이의 중간 목표를 달성하면 팀의 보너스가 두 배로 커진다. 이 정도 수준이 되면 직원들은 보통 분기마다 15000위안( 2200 달러)의 개인 자금을 특별투자계정으로 낼 수 있다. 팀이 다음 분기에 VAM 목표를 달성하면, 해당 투자 금액의 100 % 가 배당된다.

 

•연례 VAM 목표. ME 팀이 4 분기 연속 VAM 목표를 달성하면 이익공유 자격이 주어진다. VAM 목표를 초과한 순이익의 20 %가 팀에 배분되며, 그중 30%는 다음 해 보너스 지급을 위해 예비자금으로 적립된다. 핵심 타깃 달성이 가까워지면, 이에 비례해 수익 분배 비율이 증가하며, 40%를 넘을 때도 있다.

 

보너스, 배당금, 이익 공유의 조합을 통해 직원들은 막대한 보수를 받을 기회가 있다. 막대한 보너스가 걸려 있으니 ME팀원들이 무능한 리더를 그냥 두고 보지 않는 것도 당연하다. ME가 기본 목표 달성에 3개월 연속으로 실패하면, 지도부 교체가 자동적으로 시작된다. 만일 기본 목표는 달성했지만 VAM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ME 팀원의 3분의 2가 동의한다는 전제하에 현 지도부가 물러나야 한다.

 

새 지도부는 경쟁을 통해 선출된다. 일반적으로 3, 4 명의 후보자가 ME 팀에 자신의 계획을 발표한다. 리더가 된 뒤 회사를 다시 궤도에 올려놓을 방법을 구체적으로 요구받기 때문에 격렬한 논쟁이 벌어지기도 한다. 때로는 팀에서 후보자 전체를 거부하고, 지도자 물색 과정이 제2라운드까지 가기도 한다.

 

성과가 부진한 리더는 적대적 인수에 노출되기도 한다. 고전을 면치 못하는 ME를 살려낼 수 있다고 믿는 하이얼의 직원은 누구라도 해당 팀에 새 리더로 자신을 어필할 수 있다. 모든 ME 실적 데이터가 공개돼 있기 때문에, 인수 기회를 찾아내기도 쉽다. 침입자의 계획이 설득력이 있다면 지도부 교체가 시작된다. 너무 극단적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기업 통제에 관한 시장 접근법이나 다를 바 없다. 회사가 지속적으로 실적이 부진하면, 이사회가 CEO를 퇴출하거나, 이 자산을 보다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경쟁자가 나타나 비즈니스를 인수하기도 한다.

 

대부분의 대기업에서 상승 기회는 그리 크지 않다. 기본 급여의 10% 20% 남짓이다. 경영진이 직원에게 주는 암묵적 메시지는 이런 것이다. “네가 그리 엄청난 일을 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아.” 자유도 상승기회도 없는 일선 직원들은 경영진의 기대 수준에 맞게 일할 수밖에 없고, 경영진은 직원의 역량을 더욱 믿지 못하게 되는 악순환이 생긴다. 이와는 달리 하이얼은 직원이 스스로 소유자로 여길 수 있도록 하는 일이라면 가리지 않는다. 하이얼이 업계 최고 수준의 성장과 혁신을 이뤄낸 데에는 이런 추동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알리바바나 텐센트와 달리 하이얼은 중국의 신경제가 낳은 슈퍼스타가 아니다. 30 년 전 이 회사는 부진한 국영기업으로 저품질 제품을 생산하고 있었다. 오늘날 하이얼은 관료제의 권위적 구조와 규정으로 점철된 관행에 기존 회사가 대항해서 얻어낸 성취를 설명하는 대표 사례다. 일선 팀과 CEO사이에 단 두 개의 관리직급이 존재하는 회사가 거대 글로벌 비즈니스를 굴리게 될 것이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오늘날 우리가 아는 하이얼이 생기기까지 거의 10년이 걸렸다. 하이얼이 소규모 기업 단위의 세일즈와 마케팅 개념을 실험하기 시작한 것은 2010년이었다. 1년 후 생산부서마다 자체 경영팀이 생겼다. 초기 실험은 매우 생산적이었다. 처음에는 내부 계약에 문제가 많았다. 각 사업팀이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려다 보니 협상은 늘어지고 갈등이 빈번했다. 해결책? 보상을 시장 결과에 연동하는 조항을 넣었다. 이를 통해 마찰을 줄이고 협업이 늘어나, 한때 제로섬게임이나 마찬가지였던 내부 계약은 고객가치 창출을 위한 공동 활동으로 변모했다.

 

장루이민은 직원들에게 복잡한 시스템을 하향식 체계로 만들어낼 수는 없다고 늘 상기시킨다. 상상, 실험, 학습의 반복적 과정을 통해 나타나야 한다. 하이얼이 대변혁의 속도를 올릴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장루이민은 간단한 답을 내놓는다. 많이 시도하고, 성공한 것은 빨리 상품으로 만들어라. 혁신적 목표는 혁신적 방법이 있을 때 이룰 수 있다.

 

많은 기업이 운영 최적화를 위해 수십 년간 부지런히 노력했다. 최근에는 비즈니스 모델 디지털화 경쟁이 붙었다. 물론 중요한 일이지만 하이얼은 훨씬 파급효과가 큰 뭔가를 해냈다. 인간적 경영 모델을 만든 것이다. 이 기사의 저자 중 한 명이 오래 전 장루이민을 만났을 때, 그는 이렇게 말했다. “직원 각자가 기업가가 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싶습니다. 사람은 목표를 위한 수단이 아니고, 그 자체로 목표입니다. 하이얼의 목표는 모두가 자신의 CEO가 돼, 자신의 잠재력을 실현하도록 돕는 것입니다.” 이렇게 직원에게 힘을 실어주고 에너지를 불어넣은 경영모델은 관료제의 족쇄에서 인간을 해방시키고자 했던 끝없는 탐구의 산물이다. 

 

 

번역 송채영 에디팅 고승연

 

 

게리 하멜(Gary Hamel)은 런던경영대학원 방문교수이며, 매니지먼트랩 설립자다.

미셸 자니니(Michele Zanini)는 매니지먼트랩의 매니징 디렉터다.

게리미셸 < Humanocracy: Creating Organizations as Amazing as the People Inside Them>을 공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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