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5-6월(합본호) 성공한 CEO의 임기 중반 관리법 맷 커디(Matt Cuddihy)
로드니 지멀(Rodney Zemmel)
데니스 캐리(Dennis Carey)

FEATURE LEADERSHIP

성공한 CEO의 임기 중반 관리법

출발이 강렬했더라도 한계가 있다

18_56_124_1

 

In Brief

문제

신임 CEO는 보통 새로운 어젠다를 실행하고 임기 초반에 성공을 거두는 데 집중한다. 하지만 1막이 끝나면 2막이 무대에 오르고, 새로운 막이 시작되면 그간의 경영 스타일을 바꾸고 새로운 목표를 세워야 한다.

 

연구

필자들은 2011~2016년 사이에 퇴사한 대기업 CEO 가운데, 재직기간이 업계 평균보다 길었던 146명을 선별했다. 그런 다음 재직 당시 높은 실적을 보인 사람을 추리고, 그중 다시 22명을 골라 집중 인터뷰를 진행했다.

 

결론

성공한 CEO는 목표를 재설정해서 모멘텀을 유지하고, 조직의 부서들이 소통하지 않고 자기 이익만 챙기는 사일로 문화를 부수는 한편 망가진 프로세스를 고치고, 인적구조를 쇄신하고, 파괴적 아이디어를 수용할 수 있는 메커니즘을 만들고, 장기적 목표에 리더로서의 역량을 동원했다. 이 밖에도 임기를 단순히 하나로 연결된 기간이 아니라, 여러 단계가 연이어 나타나는 기간으로 인식한 CEO가 성공할 확률이 높았다. 

 

 

더라면 모두 취임 후 첫 100일이나 첫 1년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 있다. 조직을 진단 및 파악하고, 비전과 전략을 세우고, 초반에 승기를 잡아서 주변의 신뢰와 정당성을 구축해야 하는 시기다. 임기 말년의 CEO에게도 남은 기간에 후임자를 길러 임명하고, 순조롭게 권한을 이양하는 등 중요한 책임과제를 일러주는 책과 기사가 많다.

 

하지만 취임 초기와 퇴임 직전 사이 기간에는 다들 별 관심이 없다. CEO가 임기 중반을 가장 실속 있게 보내는 방법은 무엇일까? 초기에 거둔 성공을 단단히 다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권위를 유지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경영상 우선순위는 어떻게 바뀌어야 할까? 만나는 사람도 달라져야 할까? 조직의 운영방침에 변화를 줘야 할까? 마음가짐이나 업무방식은 어떻게 달라져야 할까?

 

이에 답하기 위해 우리는 2011~2016년 사이 적어도 6년 동안 대기업 CEO를 지낸 146명을 추려냈다. S&P500 기업 CEO의 평균 재직기간이 6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우리가 만난 CEO들은 모두 평균보다 오래 근무한 셈이었다. 그런 다음 CEO로 재직할 때 업계 평균보다 실적이 뛰어났던 사람과 총주주수익률이 높았던 사람을 골라냈다. 그리고 다시 이들 중 22명과 심도 있는 인터뷰를 진행해서, CEO로 일하는 동안 우선순위, 마음가짐, 리더십에 대한 접근방식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물었다. 임기 중반에 집중했던 전략과 조직적 움직임은 무엇이었으며, 어떤 면에서 차이를 두려고 했는지도 물었다.

 

많은 CEO가 처음에는 임기를 딱히 단계별로 나눠 접근하지 않았다고 말했지만, 질문을 곰곰이 생각해 보더니 임기가 몇 단계로 나뉜다는 점에 동의했다. 연극처럼 강렬한 1막이 반드시 2막의 성공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점도 분명했다. 1995~2015년 정보통신회사 시스코의 CEO였던 존 체임버스John Chambers “CEO의 임기 초반, 중반, 후반은 상당한 차이가 있습니다라고 답했다. 다른 전직 CEO들도 이에 동의했다. “경영 스타일이 단계마다 달라졌고, 그때마다 저도 다른 자세로 임했습니다.”

 

임기 중반 무렵, 보통은 CEO로 취임하고 2~3년이 지났을 때, 실적이 좋은 CEO는 조직을 재정비하기 위한 결정을 내린다. 흐름을 재점검하고, 어젠다를 다시 평가하고, 조직과 전략을 공격적으로 구축해 나간다. 2007~2014년 건축자재 및 인테리어 도구 판매업체 홈디포의 CEO였던 프랭크 블레이크Frank Blake조직이란 목소리가 메아리쳐 들려오는 밀실 같은 곳이라고 말했다. “어디가 잘못됐는지, 무엇보다 왜 잘못됐는지 제대로 반영하지 않으면, 나중에 일을 진행하다가 방향을 수정하기 어려울 겁니다.”

 

임기 중반에 성공을 거두려면 5가지를 명심해야 한다. 목표를 재설정해서 모멘텀을 유지할 것, 조직의 부서들이 서로 소통하지 않고 자기 이익만 챙기는 사일로silo 문화를 혁파하고 망가진 프로세스를 고칠 것, 경영진의 인적구조를 쇄신할 것, 반대 의견이나 파괴적 아이디어를 수용할 수 있는 대내외 메커니즘을 세울 것, 장기적으로 조직의 성공을 지원할 수 있는 과감한 조치에 리더로서 역량을 동원할 것 등이다.

 

이 밖에 훨씬 단순한 원칙도 명심해야 한다. CEO는 임기를 단순히 하나로 연결된 기간이 아니라, 여러 단계가 연이어 나타나는 기간으로 인식해야 한다.

 

목표를 계속 높여라

 

임기 초반에는 주변이 산만해지기 쉽다. 이때 CEO는 조직의 최우선과제를 해결해서 사내에 명망을 높이려는 경향을 자주 띤다. 2009~2015년 화학기업 듀폰의 CEO를 지낸 엘런 쿨먼Ellen Kullman에 따르면, 임기 중반이 되면 안정기가 찾아오면서 조직은 이른바오랜 관행으로 후퇴하려는 조짐을 보인다. 글로벌 금융위기에 회사를 이끌었던 쿨먼은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운영상의 변화를 이뤄냈지만, 일단 위기가 지나가자 변화의 속도도 한풀 꺾이기 시작했다. 쿨먼은 전 세계 듀폰 공장과 지점을 돌면서 새로운 비전을 강조하고, 기획팀을 꾸려 각 사업부를 안팎으로 평가했다. 쿨먼은 임기 중반의 CEO가 할 일을 이렇게 말한다. “직원들이 달라지는 환경에 계속 집중할 수 있도록 의지를 불어넣고, 변화만이 살 길임을 환기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초반의 모멘텀을 유지하기 힘들었다는 CEO도 여럿이었다. 2005~2013년까지 분산 및 클라우딩 컴퓨팅 전문회사 아카마이 테크놀로지스Akamai Technologies CEO였던 폴 세이건Paul Sagan,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새 방어태세에 돌입해 있었다고 말했다. “큰 성공을 거뒀던 CEO일수록 자기 역량을 과신하다가 더 많이 잃게 된다는 게 거의 정설입니다. 그러니 더 조심스럽게 행동하게 되죠.” 특히 기술 분야처럼 성장이 가파르고, 상품 출시를 한 번만 잘못해도 CEO 자리를 잃을 위험이 있는 분야에서는 지속적인 혁신이 필수다.

 

임기 중반의 CEO는 객관적인 눈으로 비즈니스를 주기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1980~1990년대 인텔의 최고경영자 고든 무어Gordon Moore와 앤디 그로브Andy Grove, 자신들이 이사회에서 해고된다면 신임 CEO가 무엇을 할지 자문해 봤다. 그 결과 놀라운 답을 얻었는데, 바로 메모리칩을 없애는 것이었다. 메모리칩 기술은 그 당시 인텔의 존재 이유였다. 1993~2013년 슈퍼마켓 체인 세이프웨이 CEO로 일했던 스티브 버드Steve Burd, 이사회가 CEO 자리를 제안하면서 지금 당장 일을 시작해 달라고 요청했던 어느 월요일을 기억한다. “그래서 저는 조직의 기존 지침은 무시하고, 깨끗한 종이 한 장을 꺼내 새로운 성장전략을 짰습니다.” 버드는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매장을 리모델링하고, 시장 내 경쟁구도에서 세이프웨이의 입지를 바꾸는 데 집중하는 계획을 세웠다. 이런 전략은 대규모 인수합병과 여러 건의 스핀오프spin-off로 이어졌다.

 

CEO와 직원들이 야심을 펴나가는 과정에서 조직이 지치지 않도록 관리하는 일도 중요하다. 2000~2016년 전력관리회사 이턴Eaton CEO였던 샌디 커틀러Sandy Cutler는 이렇게 충고한다. “조직 상부의 커다란 톱니가 반 바퀴쯤 돌 때, 아래 작은 톱니는 네 바퀴를 돌아야 해요. 최고경영진들이 전략을 지나치게 자주 바꾸는 일을 경계해야 합니다.” 전력관리 산업은 상품주기가 긴 편이다. 따라서 이턴에서는 각 사업부의 계획을 이턴 비즈니스 시스템Eaton Business System이라는 중앙집중형 프로세스와 기준에 따라 정기적으로인증하는 절차를 거쳤다. 커틀러에 따르면 이런 시스템을 통해 직원들은 다음 인증기한이 얼마나 남았는지 알 수 있었고, 그 결과 운영개선, 자원, 설비투자 등을 장기적인 안목으로 계획할 수 있게 됐다. 18개월마다 전략이 바뀌는 환경에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다시 말해 좀 더 높은 목표를 세우면 지속적으로 전략적 판단을 내려서, 회사가 시시각각 변하는 환경에 좀 더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게 된다. 또 변화 자체를 위해 계속 전략을 바꾸는 피곤한 사태를 피할 수 있다.

 

사일로 문화를 무너뜨리고, 망가진 프로세스를 고쳐라

18_56_124_2

신임 CEO는 보통 임기 초반에 조직의 문제를 파악하고, 구조와 인적자원을 쇄신해서 해결하려고 한다. 그런데 이 문제가 뿌리 박힌 관행, 즉 업무방식과 관련해 조직에 깊고 넓게 파고든 문제라면, CEO가 임기 중반에 이를 해결하는 데 많은 시간을 쏟아야 한다.

 

2003~2015년 보험회사 우넘Unum CEO 톰 와천Tom Watjen, 처음 임원회의에 참석했던 날을 떠올렸다. 30명쯤 되는 고위임원이 지역과 직군별로 모여 있는 모습이 마치고등학교 댄스파티 같았다”. 이들이 서로를 믿고, 아이디어를 교환하고, 내부가 아니라 외부 경쟁에 주력하게끔 만드는 일이 급선무였다. “그렇다고어이, 서로 대화도 좀 하고 그래 봐하고 메모를 보낼 수는 없잖아요.” 당시를 회고하며 와천이 말한다. “이런 때는 다른 사업부와도 순조롭게 일할 수 있는 사람을 찾아야 합니다.”

 

CEO가 임기 초반에 큰 변화를 이끌어내려면 이따금 강력한 참모진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들이 성공을 거두고 나면 자신의 성취를 지키려 들고, 심지어 텃세를 부릴 수도 있다. 임기 중반에 이르러서는 부서 간 불신을 조장하고 사일로 문화를 강화해서, 직장 내 역학관계를 만들 수도 있다. 이런 장벽을 부수고 서로 다른 어젠다를 일치시키기 위해, 리더들은 개별 사업부의 성과보다는 조직 전체의 목표에 주안점을 두고 보상 구조를 만들기도 한다.

 

우넘에는 3가지 핵심 비즈니스를 반영하는 사일로 문화가 있었다. 와천은 이를 혁파하기 위해 임기 중반을 아이디어와 경험을이종 교배cross-pollinat’하는 데 바쳤다. 임원들을 다른 사업부로 발령 내고, 조직의 기능을 비즈니스 운영에 맞춰 편성하는 데 힘썼다. 이를테면 재무팀을 독려해서 자본금 분배나 지출 구조 같은 지표를 발표하도록 했는데, 각 사업부가 이를 보고 효율성을 더 높이도록 자극하려는 의도였다. 와천은 관리자들에게 재무팀의 역할이 단순히 숫자를 전달하는 일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여러분의 역할은 동료들에게 정보를 제공해서, 사업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이해하도록 돕는 겁니다.”

 

신임 리더들은 빅 픽처에 몰두한 나머지 내부의 핵심 프로세스를 간과하기 쉽다. 따라서 임기 중반이 되면 제일 먼저운영 시스템의 결함을 고쳐야 한다. 여기에는 일관된 직원 업무평가 절차를 만드는 일부터 예산 편성 절차를 체계화하는 일까지 전부 포함된다. 공구생산업체 스탠리 블랙앤데커Stanley Black & Decker에서 2004~2016년까지 CEO로 일했던 존 룬드그렌John Lundgren, 조직의 운영시스템을 개선하고 체계화하는 데 전념했다. 특히 직원 개개인의 성과를 측정하고, 수익 증대나 현금 전환 같은 핵심 지표에 기초한 보상시스템을 만드는 데 역점을 뒀다. “우리가 관리 툴을 만든 거죠. 운영의 효율은 높이고 군더더기는 없앴습니다.” 시스템이 정착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렸다. 룬드그렌은 한 임원이 했던 말을 떠올렸다. “공장을 돌아다니면 직원들이 일하는 게 보일 겁니다. 현장 관리자에게 이번 주 운전자본이 어떻게 되는지 물어보면, 아마 대답할 수 있을 겁니다.”

 

존 체임버스는 임기 중반에 기업 인수합병 같은 프로세스의가이드북을 만들었다. “빠르고 쉽게 반복할 수 있는 프로세스를 갖춰서, 조직이 민첩하게 움직이도록 한 거죠.” 덕분에 체임버스와 임원진은 전보다 훨씬 간소화된 절차를 거쳐 인수합병 거래를 시작할 수 있었다. “엄청난 속도로 일을 진행할 수 있었어요. 목요일에 기업 인수를 결정하고, 월요일 오전에 발표할 정도였죠. 지금 CEO는 합병대상 기업의 CEO와 만나는 것 말고는 굳이 개입할 필요도 없을 겁니다.”

 

이처럼 운영절차를미세조정fine-tuning’ 하는 일이 회사 실적에 매우 중요한데도, 투자자를 비롯한 외부 관계자들은 이 사실을 잘 모른다. 그 효과가 주가나 눈에 보이는성공으로 곧장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다. 많은 CEO가 이 작업을 임기 중반으로 미루는 데는 이런 이유도 있을 것이다.

 

인적구조를 쇄신하라

 

대체로 CEO들은 취임한 직후 최고경영진 개편부터 단행한다. 오랫동안 훌륭한 성과를 낸 리더들은, 임기 중반에도 이런 인적 쇄신이 따라야 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실제로 우리가 만난 전임 CEO들은 임기 초보다 중반 이후에 임원진 교체가 더 잦았다고 답했다.

 

2002년부터 10년간 보안시스템 기업 타이코 인터내셔널Tyco International CEO였던 에드워드 브린Edward Breen, “많은 사람이 저지르는 실수가 인적자원을 평가하는 데 느슨해지는 것이라고 말한다. 새로 온 CEO는 부임하고 첫 1, 2년 동안은 제대로 된 팀을 짜는 데 집중한다. “그러다 중반기가 되면 직원에 대해서도, 그들의 가족에 대해서도 잘 알게 됩니다.” 브린이 말한다. “하지만 사람이란 이런저런 과정을 겪기 마련이고, 그러다 보면 더 이상 제대로 일하지 않거나 에너지를 잃기도 합니다.” 브린은 타이코 인터내셔널에 있을 때 매해 최고경영진에 대한 평가를 실시하고, “귀하의 팀은 슈퍼볼에 출전해도 이길 수 있습니까?”라고 묻곤 했다. 이 프로세스가 공식화되어 조직 전체에 걸쳐 시행됐고, 직급별 관리자들이 평가 결과에 따라 조치를 취했다. 또 브린은 월례 운영 검토 절차를 만들어서 경영진의 목표나 의욕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로 삼았다.

 

스타우드 호텔 앤드 리조트Starwood Hotels & Resorts에서 2007~2015 CEO로 재직했던 프리츠 반 파센Frits van Paasschen, 취임 후 2년 반쯤 글로벌시장 진출과 디지털 플랫폼에 중점을 두기 시작하면서 경영진을 한번 검토해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파센은 일종의재채용 프로세스re-recruitment process’를 진행하면서 스스로에게 물었다. “현재 전략을 볼 때, 이 사람이 조직의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을까?” 리더들이 구조조정을 망설이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우리가 인터뷰한 CEO들은 오히려 구조조정 전에 시간을 너무 오래 끈 점을 후회했다.

 

여러 CEO가 지적했던 공통사항 중 하나는, 임기 중반기쯤 되면 CEO는 지시하는 역할에서 지원해 주는 역할, 즉 멘토로 역할을 바꿔서 직원들의 잠재력을 끌어내야 한다는 것이었다. 다시 말해 팀의 수장에서 코치로 변해야 한다. 이를테면 반 파센은 장기 프로젝트 팀장들과 회의를 갖는 일이 잦았다. 직접 지시를 내리는 한편으로, 이들을 지지한다는 점을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또 높은 잠재력을 지닌 직원을 해외 출장에 데리고 다니면서 회사의 운영상황을 보여주고, 현지 직원들과 허물없이 교류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나아가 반 파센은 격식에 얽매이지 않는 소통을 추구했다. “프로젝트 진척상황이나 핵심성과지표KPI만 들여다보기보다는, 서로 조언해 줄 수 있는 대화를 나누는 겁니다. ‘일은 잘돼 갑니까? 내가 도울 일은 없나요?’ 하고 물어 보는 거죠.”

 

이사회는 새로운 CEO가 취임하면 곧바로 경영진 교체 계획을 세운다. 인적자원 쇄신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하지만 경험에 따르면, 또 우리가 만난 CEO들에 따르면, 이런 노력이 힘을 받기 시작하는 때는 CEO의 임기가 중반에 들어선 이후다. 양념과 향신료 제조업체 맥코믹McCormick & Company에서 2008~2016 CEO로 재직한 앨런 윌슨Alan Wilson, 경영진 이하 직급에 대한 세부 평가를 실시했다. “저는 이 과정이 5년 정도 걸릴 거라고 예상했습니다. 직원들이 개발해야 할 경험과 스킬이라는 두 가지 측면을 유념해서 평가해야 합니다. 임기 초반에 눈에 띄었던 사람이 꼭 끝까지 가리라는 법은 없어요.”

 

임기 중반에 접어든 CEO가 시간을 쓰는 방법

우리가 인터뷰한 CEO 22명은 임기 중반 무렵부터 업무의 우선순위를 바꿨다고 대답했다. 응답자의 90%가량이 이전보다 승계 계획에 좀 더 신경을 쓰기 시작했다. 80%가 인재 개발에 더 공을 들였다. 70% 정도가 R&D와 장기 투자에 좀 더 집중했다. 전략을 계속 수정해 가면서 기회를 포착하려는 태도도 유지했다. 사업 실적을 검토하는 데 소모되는 시간 자체는 크게 변하지 않았지만, 주안점을 달리했다고 말했다. 즉 현재 실적보다는 회사의 장기적 발전 방향을 탐색하는 데 더 집중했다.

노트: 결과치를 반올림했기 때문에 일부 항목의 총합은 100%가 안 된다.

18_56_124_3
 

 

 

반대의견과 파괴적 아이디어도 수용할 수 있는 대내외 메커니즘을 세워라

 

임기 중반에 접어든 CEO는 자신의 안목을 과신하거나, 참신한 아이디어를 못 얻게 될까봐 걱정한다. 프랭크 블레이크는 “3, 4년 정도 지나면 CEO가 어떤 성향의 인물인지 주변사람들이 다 알게 됩니다. CEO가 무슨 말을 듣고 싶어하는지 파악해서 그 얘기만 하게 되죠.” 블레이크도 다른 CEO들도, 이런 함정을 피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한다.

 

블레이크는 임기 초반에 실적이 부진한 점포 유형을 파악해서 문을 닫게 했다. 직원들이 새로운 점포 디자인을 계속 제시했지만, 블레이크는 이마저도 번번이 거절했다. 그러다 임기 중반이 되자 새로운 점포 디자인 제안이 더는 들어오지 않았다. 블레이크는 문제가 생겼다고 판단하고, 어떤 아이디어든 받아들일 준비가 됐다는 사실을 주위에 강조하기 시작했다. 내부 직원을 만나는 시간을 더 늘려서, 낮은 직급의 직원들과 회의하거나 점포 직원들과 저녁식사를 함께했다. “○○건이 잘 안 풀린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요. 이유가 뭘까요?” 같은 질문을 던져서 솔직한 대답을 끌어내려 했다. 대부분 솔직한 피드백을 내놓았다.

 

일선 직원과 유대를 맺으려는 노력은 다른 CEO들도 마찬가지였다. 직원들의 비공식적 네트워크에 속한 프로젝트 매니저에게 기댄 경우도 있었다. 2000~2011년 의료기술기업 벡턴디킨슨Becton, Dickinson CEO를 지냈던 에드워드 루드위그Edward Ludwig, CEO 직통 보고라인이 아닌 중간 직급에서 믿을 만한 직원 10여 명을 모아, 조직의 전략을 요약한 2쪽짜리 보고서를 읽게 하고 솔직한 피드백을 구했다. “CEO라면 기꺼이 진실을 말해줄 사람을 곁에 둬야 합니다. 이 사람들이 사실대로 말할 수 있는 메커니즘을 만드는 것도 CEO의 몫이죠.” 루드위그는 말한다. “이들의 의견에 따라 현명하게 조처하고, 부정적 피드백이라도 받아들일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일도 중요합니다.”

 

재임기간 동안 조언을 구하는 대상과 영역을 단계별로 계속 바꿔 나갈 필요도 있다. 실제로 우리가 만난 많은 리더가 임기 중반 시야를 넓히기 위해 피드백을 구하는 대상을 바꿨다. 2008~2015년 이베이의 CEO 존 도나호John Donahoe는 이런 노력을외부 노출을 늘려 새로운 영역의 동향을 읽는 것이라고 평가한다. 도나호는 일주일에 최소 반나절은 몸담은 업계나 지인 그룹이 아닌 다른 분야의 리더들과 시간을 보냈다. 특히 창업가들을 많이 만나서 이들의 식견을 이베이 경영에 적용하기도 하고, 리더로서 고충을 들어주기도 했다. 도나호가 만났던 창업가 중에는 에어비앤비 공동창업자 브라이언 체스키Brian Chesky도 있었다. 체스키가 디자인, 상품개발, 혁신 등을 도나호에게 조언하면, 도나호도 체스키가 회사를 운영하며 겪는 고충에 의견을 주는 식이었다. 도나호는 둘의 관계를 일종의상호적 멘토링이었다고 회상한다.

 

하지만 외부에서 피드백과 솔직 담백한 아이디어를 구해야 한다는 말이, 외부에서 너무 많은 시간을 보내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실제로 여러 CEO가 외부활동 때문에 정작 비즈니스에 대한 집중도가 떨어져서는 안 된다고 경고한다. 2007~2016년 델타항공 CEO 리처드 앤더슨Richard Anderson경제인회의, 상공회의소, 증권사 애널리스트 회의, 연설 약속에 시간을 뺏기다 보면 어느새 CEO 업무는 아르바이트가 돼 버립니다라고 말한다. 앤더슨은 외부활동을 선택할 때 두 가지를 고려했다. 델타에 어떤 도움이 되는가? 이렇게 시간을 쓰는 것 이외의 대안은 무엇인가? 매주 앤더슨은 비서와 함께 1년치 약속을 검토하곤 했다. “CEO는 두 가지가 필요해요. 바로 판단력과 시간이죠. 저는 그런 식으로 일정을 조절하는 데 굉장히 능숙해졌어요.”

 

장기적이고 대담한 전략에 리더의 역량을 집중하라

 

대규모 인수합병처럼 당장은 회사가 성과를 거둘 수 없는 변화가 있을 때, 연륜 있는 리더만이 조직을 제대로 지원할 수 있다. 임기 초반에 이사회, 투자자, 직원들의 신뢰와 자신의 리더십에 자신감을 얻은 CEO들은, 임기 중반에 대담한 전략적 결정을 내린다. 존 도나호는 이렇게 말한다. “그럴 때 지금껏 쌓은 정치적 역량과 리더십을 발휘해서 위험을 감수해 내는 게 CEO가 할 일입니다. 임기가 3년밖에 남지 않았다고 생각해 보세요. 자리를 내놓기 전에 어떤 일을 마무리하고 싶습니까? 본인만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입니까?”

 

여러 CEO가 임기 중반에 대담한 전략적 행보를 보이거나 회사에 큰 변화를 가져올 거래를 마무리지었다고 밝혔다. 제약회사 페리고Perrigo에서 2006년부터 10년간 CEO로 일했던 조 파파Joe Papa, 어느 날 출근길에 고객사에 상품을 배달하러 가는 페리고의 트럭을 봤고, 그 순간 직관적으로 뭔가를 떠올렸다. “갑자기 배달트럭에 더 많은 물건을 채워 나르는 게 관건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생각해야 했죠.” 이 깨달음은 페리고가 유아용 분유 제조사 PBM홀딩스를 인수하는 데 이르렀고, 파파는 페리고가 지금까지 했던 거래 중에 가장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한다. “3년차에 이런 과감한 결정을 내릴 수 있었던 건, 그쯤 되니 페리고의 경쟁력이 어디서 비롯되는지 제대로 볼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수전 캐머런Susan Cameron은 담배업체 레이놀즈 아메리칸Reynolds American CEO로서 2004~2011, 2014~2017, 두 차례 임기를 보냈다. 캐머런은 첫 번째 임기의 중반기 때 무연담배를 상품화하고, 니코틴 대체요법 기업을 인수하는 등 활약상을 보였다. “중반기쯤 되면 회사의 다른 모습을 그려볼 여유가 생기는데, 버릴 건 버리고 취할 건 취해서 구상을 현실화해야 합니다.” 캐머런은 말한다. “CEO로서 자기 자신과 최고경영진의 자질에 자신감이 붙고 사업계획이나 운영모델에도 만족했다면, 이제 미래를 구상하고 전략을 짜야 합니다.”

 

이번 인터뷰 결과를 보면, CEO의 임기가 길수록 당장 성과를 보이지 않는 일로 초점이 옮겨가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런 장기적 안목의 전략을 통해 회사가 트렌드를 선도하고, 더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사업을 펴나갈 수 있었다. “기업 컨설턴트 제프리 무어Geoffrey Moore의 말처럼, 조직에 장기적 과제가 더 많이 보고될 수 있어야 합니다.” 폴 세이건의 말이다. 세이건은 장기적 전략이 단기적 우선과제에 밀리지 않도록시간이 더 오래 걸리는 사안은 그에게 직접 보고하게했다.

 

베스트셀러 작가 게일 시히Gail Sheehy <  Passages  >에서, 성인이 밟게 되는 인생의 단계를 설명했다. CEO의 임기도 마찬가지다. 2010~2016년 에너지기업 컨슈머 에너지Consumers Energy CEO였던 존 러셀John Russell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임기 초반과 중반을 비교해보면, 중반에 우선과제를 더 빨리 파악하게 되더군요. 처음 CEO 자리에 앉으면 할 일이 무척 많습니다. 쉼 없이 레버를 당기고 미느라 정신이 없죠. 2, 3년이 지나면 이 레버가 어디 있는지, 어떻게 하면 가장 효과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지 선명하게 보입니다.”

 

우리가 이번 인터뷰를 통해 알게 된 사실은, CEO의 임기 중반은 초반에 뿌려 놓은 씨앗을 수확하거나, 초반에 성공을 거둔 전략만 지속적으로 구사하는 시기가 아니라는 점이다. 리더는 조직과 시장을 새로운 눈으로 지켜보면서 끊임없이 전략을 수정하고, 직원과 유대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한다.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서는 안 된다. 오히려 더 세게 밟아야 한다.

 

자신의 임기를 일련의 챕터로 보고, 각 단계에 맞춰 전략을 조정하는 신임 CEO는 체계적으로 일을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 “처음 취임했을 때는 모든 일을 2, 3년 안에 해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곧 임기란 긴 여행과 같다는 사실을 깨달았죠.” 2005~2012년 부동산거래 전문회사 CBRE CEO 브렛 화이트Brett White가 말한다. “그래서 인내심을 길렀습니다. CEO의 임기는 진화이지 혁명이 아니니까요.” 임기를 하나로 쭉 이어지는 기간으로 생각하는 CEO보다 인내심 있는 CEO가 재직기간에도, 퇴임 이후에도 조직에 더 큰 성공을 안길 수 있다.

 

번역: 송채영 / 에디팅: 조영주

로드니 지멀, 맷 커디, 데니스 캐리

로드니 지멀(Rodney Zemmel)은 매니지먼트 컨설팅회사 맥킨지 뉴욕과 북동지부의 매니징 파트너다. 주로 CEO와 최고경영진에 경영관련 자문을 제공한다. 맷 커디(Matt Cuddihy)는 맥킨지 보스턴의 어소시에이츠 파트너로, 의료와 전략실행 전문가다. 데니스 캐리(Dennis Carey)는 글로벌 인사·조직 컨설팅그룹 콘페리의 부회장으로, CEO와 임원채용 전문가다. 램 차란(Ram Charan), 도미닉 바턴(Dominic Barton) <  Talent Wins: The New Playbook for Putting People First  >(Harvard Business Review Press, 2018)를 썼다.

페이스북 트위터

2018 5-6월(합본호) 다른 아티클 보기

목록보기

무료 열람 가능 아티클 수 0/1 회원가입 | 서비스상품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