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9-10월(합본호) 조직 차원의 그릿 만들기 앤절라 L. 덕워스(Angela L. Duckworth)
토머스 H. 리(Thomas H. Lee)

FEATURE HEALTH CARE

조직 차원의 그릿 만들기

열정과 끈기를 성과로 꽃피게 하는 법: 의료산업의 관점에서

 

토머스 H.

프레스 개니(Press Ganey)

의료부문 최고책임자

 

앤절라 L. 덕워스

펜실베이니아대 심리학 석좌교수

 

 

 

IDEA IN BRIEF

 

▶ 문제

의료계는 오랫동안 의사나 간호사 개인의 열정과 끈기에 의존했다. 하지만 현대의학이 발달하면서 헬스케어 역시 복잡해졌다. 개별 의료인이 아무리 강한 의욕을 갖고 있다 해도 혼자서 모든 것을 해결할 수는 없다.

 

▶ 솔루션

 

병원과 의료 시스템은 개인, , 조직 단위의 그릿을 키워야 한다. 그러려면 모든 참여자가 가장 중요한 하나의 목표를 공유하고, 함께 추구해야 한다.

‘환자 우선은 가장 평범하면서도 효과적인 목표다.

 

▶ 그릿의 작용 방식

 

조직의 그릿 문화를 유지하려면 조직이 추구하는 가치를 리더가 명확하게 알려야 하고, 성공을 보상하는 프로그램도 있어야 하며, 지속적으로 개선을 추구하고 어려움이 생겨도 배우려 하는 ‘성장형 마인드를 장려해야 한다.

 

 

 

성공하는 사람들은 열정이 넘친다.이미 자신의 분야에서 최고의 자리에 올랐음에도 더 나아지려 분투한다. 일에 희생이 따른다 해도 여전히 자신의 일을 좋아한다. 쉬운 길이 유혹해 와도 흔들림 없이 정진한다. 이런 강점이 결합되면 그릿grit(끈질김, 오기)이 생긴다.

 

그릿이 있는 사람은 쉽지 않은 목표도 이룬다. 웨스트포인트 사관후보생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높은 시험점수나 운동능력보다는 그릿이 있는 후보생이 끝까지 훈련을 마칠 확률이 높았다. 그릿이 있는 사람은 고등학교와 대학을 졸업할 확률도 높았고, 세일즈와 같은 스트레스가 심한 직업에서도 높은 성과를 보였다. 스트레스 강도가 높은 여러 분야에서도 최고위직에 오르는 사람들은 그릿이 있다.

 

의료분야도 오랫동안 의사 개인이나 간호사의 그릿에 의존해 왔다. 하지만 현대 의료계에서 우수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과정은 아주 복잡하다. 아무리 의욕이 넘친다 해도 개별 의료인 혼자 모든 일을 할 수는 없다. 오늘날 환자에게 훌륭한 헬스케어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단합이 필요하다. 과감하게 헬스케어 서비스의 개선을 추진할 수 있는 투지 있는 의료팀이 있어야 한다. 그것도 부족하다. 의료기관은 의료공급체계의 전 분야에 걸쳐 그릿을 발휘해야 한다.

 

이번 기사에서는 임상의와 의료기관의 리더로 수십 년을 일한 토머스 H. 리의 경험과 그릿에 관한 앤절라 L. 덕워스의 기초연구를 바탕으로, 개인의 그릿에 관한 심리연구와 조직 및 의료계 문화에 관한 현대적 관점을 결합했다. 아래에서 상술하겠지만 메이요 클리닉이나 클리블랜드 클리닉과 같은 일류 의료기관은 의료계 그릿의 새로운 모델이 되었다. 이들 기관에서는 환자의 건강에 대한 열정과 끈기가 일종의 사회적 규범이 됐다. 개별 의료인, , 조직 단위 모두 마찬가지다. 의료계는 많은 엘리트가 근무하고 또 팀워크가 중요한 산업이니만큼 조직적 그릿의 모범을 찾기에 최적이다. 하지만 이 아티클에서 정리한 원칙은 다른 비즈니스 부문에도 적용해 볼 만하다.

 

개인 역량을 키우라

 

그릿이 있는 조직문화 창출은 그릿이 있는 개인을 채용하고 역량을 키우는 데서 출발한다. 어떤 특징을 봐야 할까? 그릿의 핵심요소 두 가지는 열정과 끈기다. 열정은 일에 대한 깊은 관심과 목적의식에서 나온다. 내가 하는 일이 의미 있고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된다는 확신이 필요하다. 끈기는 계속 나아지기 위해 흔들림 없이 노력하는 자세이기도 하며, 역경에 맞닥뜨리면 회복탄력성으로 발현되기도 한다.

 

그릿이 있는 사람들은 공통적으로 결정을 내릴 때 단호한 편이다. 그러려면 목표가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있어야 한다. 심장전문의에게는 어떤 목표 체계가 있을까? 가장 기본적인 목표로는 개별 환자의 케이스를 살펴보기 위한 리뷰 회의처럼 단기적이며 구체적인 업무가 있을 것이다. 이런 저차원의 목표는 중간수준 목표 달성을 위한 일종의 수단이다. 중간수준 목표란, 심장전문의가 다른 분야 전문의나 팀원들과 함께 그 환자에 대한 치료를 위해 협업하는 것일 수도 있다. 목표의 가장 꼭대기에는 환자의 삶의 질 개선이나 수명연장과 같은 추상적이고 광범위하며 핵심적인 목표가 있을 것이다. 이런 중요한 목표가 있어야 개인이 하는 모든 일에 의미가 부여되고 방향이 정해진다.(아래심장전문의의 목표 체계참조) 반대로 그릿이 별로 없는 사람은 목표 체계에도 일관성이 없고, 목표가 충돌하는 일도 잦다.

심장전문의의 목표 체계

 

이 그림은 간소화 버전이다. 즉각적이고 구체적인 목표가 가장 아래에 있다.

하위 목표는 보다 광범위한 중간 목표를 뒷받침하고, 중간 목표는 최우선 목표를 지원한다. 최우선 목표는 의미와 방향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릿이 있는 사람을 모은다 해서 반드시 그릿이 있는 조직이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 대신 의욕이 넘치는 사람이 중구난방 모여 각기 다른 목표를 좇게 되기도 한다. 모든 사람의 목표가 일치하지 않으면, 그릿 문화가 형성될 수 없다. 나중에 더 자세히 다루겠지만, 이런 목표 일치에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메이요 클리닉의 예를 들어보자. 메이요 클리닉은 환자의 니즈를 가장 우선시한다. 기관의 강령에 이 목표를 명시하고, 채용 시에도 항상 강조한다. 메이요 클리닉은 채용 시 후보자들의 진료나 강습을 2, 3일간 지켜본다. 스킬뿐 아니라 가치관도 보는데, 특히 환자 중심의 사명감이 있는지를 살핀다. 고용된 의사들도 3년간의 평가기간을 거친다. 메이요에서 요구하는 자질, 그릿, 목표의 일치 등을 증명해야 정직원으로 인정받게 된다.

 

그렇다면 그릿이 있는 사람을 어떻게 알아볼 수 있을까? 여기 채용이나 자아성찰에도 유용한 질문 리스트가 있다.(‘당신의 그릿은 몇 점?’ 참조) 하지만 이 질문은 정답을 찾기에도 쉬우므로, 채용 기준으로 삼지는 말기 바란다. 그 대신 지원자의 실적을 꼼꼼하게 검토하는 편이 낫다. 전문분야를 바꾸는 등의 수평적 커리어 이동이 아니라, 다년간에 걸쳐 한 분야에서 노력해 온 흔적이나 개선, 성취한 부분에 대한 객관적 증거를 찾아보라. 추천인이 있다면 지원자가 과거의 실패를 딛고 일어선 적이 있는지, 예기치 못한 장애를 유연하게 해결할 적이 있는지, 지속적인 자기계발 습관이 있는지 등을 물어보라. 무엇보다 자아실현 이상의 목표가 있고, 이 목표가 해당 기관의 미션과 일치하는지를 살펴야 한다.

 

그릿이 있는 조직이 늘 그렇듯이 메이요 클리닉도 인재 개발에 힘쓴다. 미네소타 주 로체스터에 있는 메이요 클리닉 본원에서 일하는 의사 중 절반 이상은 메이요 메디컬스쿨이나 자체 수련과정을 마치고 바로 채용된 경우다. 이 병원의 어느 고위직은 이런 훈련 프로그램이채용 인터뷰를 8년간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답했다. 다른 지역으로 확장할 때도, 메이요와 클리블랜드 클리닉은 내부 시스템에서 훈련된 의사를 전근시키는 방식을 택했다. 현지에서 채용하는 의사들이 이 조직의 문화와는 맞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좋은 환경을 만들면 직원들의 그릿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된다.(이미 성인이 된 사람의 열정과 끈기를 키운다는 것이 순진한 생각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사람의 소양이 일생에 걸쳐 조금씩 발전된다는 것은 여러 연구에서 증명된 바 있다.) 요구하는 기대치가 높으면서 지원도 충분히 해주는 환경이 이상적이다. 직원들에게 주어진 기대치는 명확하고 현실적이면서도 까다로워야 한다. 그러나 동시에, 위험을 감수하고 실수를 저지르며 지속적으로 배우고 성장하는 데 필요한 심리적 안전, 신뢰, 현실적 자원을 제공해야 한다.

 

클리블랜드 클리닉에서는 의사를 1년 계약으로 채용한 후, 연례 직업평가를 통해 1년 단위로 갱신 여부를 결정한다. 이 과정에는 커리어 목표에 대한 논의도 정식으로 포함돼 있다. 직업평가 전 3600명의 의사 모두 온라인평가를 스스로 작성해야 한다. 한 해 동안 본인이 성취한 내용을 돌아보고, 새해에 달성하고자 하는 새로운 목표도 스스로 제시한다. 면담을 통해 의사와 상급자가 만나커뮤니케이션 스킬 개발’ ‘새로운 테크닉 습득등의 구체적 목표를 함께 세운다. 클리닉에서는 이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관련 코스나 연수과정을 재정 지원과 함께 제공하며, 목표 달성에 시간이 필요하면 일정 기간 하고 싶은 일을 하게 놓아두는보호시간도 제공한다. 성과기반 보너스가 아닌, 특정 절차나 환자 케어의 효율성 등 여러 지표 결과를 두고 구체적으로 피드백을 제공해 업무 향상을 돕는다. 이 과정은 의사들이 스스로 더 나아지고자 하는 욕구가 있고, 전체 조직, 특히 상급자가 1년 이상 걸릴 수도 있는 목표 달성을 전적으로 지원한다는 가정을 전제로 한다.

팀을 조직하라

 

그릿이 있는 팀은 그릿이 있는 사람과 같은 특징을 보인다. 열심히 일하고, 배우고, 나아지고자 하는 욕구가 있다. 난관이 있어도 다시 일어서고, 우선순위와 목적의식이 있다.

 

의료계에서는 환자군이나 일하는 부서에 따라 팀이 결정된다. 유방암 병동이나 관상동맥 중환자실 팀 등이 그 예다. 그릿이 있는 팀이라면 구성원 각자가 직업에 대한 목표 체계가 있을 것이지만, 팀의 최고수준 목표 또한 수용할 것이다. ‘우리 유방암 환자의 치료율을 높이자등과 같은 팀별 목표는 조직의 핵심 목표를 뒷받침할 수 있다.

 

의료계 종사자들은 흔히 팀에 대한 헌신에는 개인의 자율성 상실이라는 부정적 결과가 따른다고 생각하곤 한다. 그러나 그릿이 있는 사람이라면 환자에게 더 나은 케어를 제공할 수 있는 기회로 본다. 이런 사람들은 전체를 그 부분의 합 이상이라고 생각하며, 팀이 개인보다 더 많은 것을 성취할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일반 기업에서는 점점 팀 멤버들이 지리적으로 분산되고 온라인상 모임이 늘어나는 추세지만, 우리가 만난 의료팀 중 그릿이 풍부한 팀들은 여전히 대면관계를 중시했다. 팀원들이 자주 만나 사례를 검토하고, 개선 목표를 세웠으며, 진행 상황을 점검했다. 새로 환자가 오면 팀 전체가 의논했다. 이런 회의는 공동의 목표의식과 사명감을 강화하고, 구성원 개개인이 서로를 잘 알고 신뢰를 쌓도록 해 주었다. 효과적인 팀의 또 다른 특징이다.

 

스탠리 맥크리스털Stanley McChrystal장군의 전설적인 네이비실 훈련교본 <    팀 오브 팀즈Team of Teams    >를 연구한 의료계 리더들이 얻은 인사이트는 이런 것이었다. 장군이 강조했듯 이 훈련과정의 목표는슈퍼 솔저의 양성이 아니라슈퍼 팀의 구축이다. “혼자 하는 임무는 거의 없다. 네이비실 팀은 장병들이 정확한 명령을 따른다고 해서 전부가 아니다. 신뢰를 쌓고, 작은 팀 내부에서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도록 하는 것이다.” 이런 문화가 있기 때문에 네이비실 팀의 작전수행 성과에는 기복이 없다. 예상하지 못했던 난관에도 굴하지 않는다.

 

공동 목표에 대한 집중, 끝없는 개선, 상호 신뢰 등은 통합진료 유닛(IPU)의 상징이다. 이렇게 여러 진료과를 통합한 유닛은 같거나 관련성이 높은 증상을 보이는 환자군에 통합적 진료를 제공한다. IPU는 비슷한 니즈로 모인 환자군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에 비용과 치료결과에 대해 중요한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다. 이는 유닛이 만들어내는 가치를 측정하고, 최적화하고, 보상할 수 있다는 의미다. , IPU는 지속적 개선에 필요한 피드백을 수집할 수 있다.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의 신장이식 IPU가 훌륭한 모범이다. 1984년 통과된 미 장기이식법은 장기이식 프로그램들이 1년 성공률 등의 치료결과 데이터를 수집, 보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법이 통과되고 2년 후 카이저 퍼머넌트Kaiser Permanente는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에 연락해 신장이식 계약 의사를 타진했다. 종합건강관리기구(HMO) 중 하나인 카이저 퍼머넌트는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가 포괄수가로 진료당 고정가격을 받아들이기만 하면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로 보내는 환자 수를 늘릴 계획이었다. 계약은 성사되었고,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에는 우수한 치료결과를 내놓지 못하면 공개적인 망신과 환자 수 감소를 감수해야 하는 부담이 생겼다. 또한 포괄수가제하에서는 효율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오히려 손실을 볼 위험도 있었다.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 신장이식 팀은 미국에서도 최대 규모이며, 그 성공률(리스크 감안 환자 생존율 및 이식 생존율)은 매해 미 전체 벤치마크보다 높았다. 의학기술의 발달과 정보 공개 덕분에 미국 신장이식 성공률이 전반적으로 크게 향상되었으나,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의 성공률은 여전히 최고수준이다.

 

그릿이 있는 조직

 

그릿이 있는 개인과 팀이 성공했다면, 이제 조직에서는 최고의 팀과 그 구성원을 기준으로 한 조직문화를 조성할 때다.

 

명확한 목표 체계를 세우면 조직에도 이익이다. 조직에서 여러 가지 사명을 동시에 달성하려 들고, 우선순위를 정하지 못하면, 전략적으로 현명한 선택을 하기도 힘들다.

 

사람들이 수용할 수 없는 비현실적 목표를 세우는 것 또한 위험요인이다. 비용을 줄이거나 시장 점유율 확대가 최우선인 병원이라면 환자에게 실질적으로 더 중요한 치료결과 개선이 목표인 의료인과 한 목소리를 낼 리는 없다.

 

우리 경험에서 보면 그릿이 있는 의료기관은 모두 환자를 최우선시하겠다는 목표가 있었다. 우리 생각에도 환자를 가장 중시하지 않는 의료기관에 그릿이 있을 수는 없다.(‘조직 목표의 정렬참조) 그렇다고 의사나 연구원들의 니즈가 우선순위에서 환자 다음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환자 니즈가 최우선이 아닌 상황에서는 전략보다 정치에 기반한 결정이 내려지게 마련이다. 관련자들이 자원을 놓고 다투는 상황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물론 조직이 다른 목표를 가질 수 없다는 의미는 아니다. 예를 들어 메이요 클리닉은 연구, 교육, 공중보건도 중요시한다. 그러나 이런 일들은 환자케어 다음이다.

 

조직 목표의 정렬

 

그릿이 있는 의료기관은 아래와 같이 목표 체계가 명확하다. 개인이나 팀의 목표 체계와 마찬가지로, 하위 목표는 상위 목표를 뒷받침하는 형태이며, 최종적으로는 가장 중요한 최상위 목표 또는 미션을 추구한다.

 

물론 높은 수준의 목표가 분명하고 적절하게 설정됐다 하더라도, 말만 해서는 이룰 수가 없다. 외려 역효과를 보게 될 수도 있다. 조직의 리더가 어떤 결정을 내리는 데 있어서 그 목표를 사용하지 않는다면, 그 리더는 신뢰를 잃을 것이다.

 

클리블랜드 클리닉은 진료약속을 미뤘다가 소변문제가 있는 환자가 몇 시간이나 고통스러워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어떻게 대응했을까? 이후 클리닉은 진료약속을 잡으려는 환자가 있으면 혹 당일진료를 원하는지 물었다. 이런 옵션을 더하게 되면 병원 업무 프로세스도 복잡해지고 비용도 들지만 환자의 니즈를 가장 우선시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이런 변경 과정은 클리블랜드 클리닉의 시장점유율을 엄청나게 확대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하지만 이는 부수적 효과일 뿐 의도한 바는 아니었다.

 

이 일화에서 알 수 있듯, 고차원적 목표를 명확히 하면 시장에서도 차별화될 수 있고, 조직 내부에서도 좋은 결과를 볼 수 있다. 프레스 개니Press Ganey의 데이터에 따르면 의료기관이 의료의 질과 안전성을 추구하고, 의사나 다른 종사자들이 이런 목표를 수용해 개인 목표와도 일치시키면, 케어의 질이 개선되기도 하지만 이윤도 늘어난다.

 

조직의 최상위 목표를 팀과 개인의 실제 활동으로 이어지게 하려면 리더는 어떻게 해야 할까? 7년 전, 클리블랜드 클리닉은 어떤 조처를 통해 조직문화와 방향을 결정했다. 당시 CEO 토비 코스그로브Toby Cosgrove는 전 직원이 반나절간 긍정적 탐문appreciative inquiry과정에 참가하도록 했다. 역할이 다른 직원 10명 정도가 한 테이블에 앉아 환자에게 좋은 케어를 제공하고 보람을 느꼈던 경험을 나누게 했다. 의사, 간호사, 잡역부, 행정직원의 관점이 모두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었으며, 긍정적이면서도 실제 일어난 사례를 중점적으로 다루었다. 그 덕분에 클리블랜드 클리닉은 최고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클리블랜드 클리닉이 케어의 질을 끌어올리고 하는 일마다 성공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직원의 업무시간을 이렇게 다른 활동에 쓰게 되면 그 비용만 1100만 달러가 소요된다. 하지만 CEO 코스그로브는 구성원을 조직의 사명 아래 뭉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으로서는 가장 효과적이라 판단했다.

 

다른 전략은 일종의 규범을 만들어 가장 중요한 목표를 지원하는 것이다. 메이요 클리닉에서는 의사들이 환자 관련 호출에 즉각 답하는 것이 규범이다. 운전하다가 목적지에 도착하기 전이면 길에 차를 잠깐 세우고 병원에 전화한다. 이메일을 쓰다가도, 누군가와 대화를 하다가도, 심지어 환자를 보다가도 호출에는 답한다. 잠깐 양해를 구하고 호출에 답한다.

 

“호출에 바로 답하지 않으면 어떻게 됩니까?” 우리는 메이요 클리닉 의사들에게 물었다. 대부분여기서 잘 풀리긴 힘들겠죠라고 답했다. 어떤 의사는지구가 쫙 갈라져서 저를 삼킬겁니다라고 농담하기도 했다. 또 다른 사람은사람들이이 사람은 호출에 답을 안 하네라고 평할 거고, 그게 가장 걱정되는 일이죠라고 답했다. 이런 규범은 메이요가 그린빅 픽처의 일부다. ‘메이요 웨이는 단지 드레스코드만 뜻하지는 않는다(물론 드레스 코드도 정해져 있다). 호출에 즉각 답하고, 팀과 협조하며, 환자의 니즈를 가장 우선시하는 것 모두가 메이요 웨이다.

 

그릿이 있는 조직의 또 다른 특징은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계속 진전한다는 점이다. 의료기관에 이런 추진력을 불어넣는 것이야말로 리더의 능력이다. 의료기관 종사자들은 훈련도 잘돼 있고 일도 열심히 하지만, 변화가 필요하다는 말은 선뜻 받아들이지 못하는 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순히우리의 우수 역량을 지키기 위해서라고만 한다면, 그릿이 있는 직원들에게 그다지 호소력도 없을뿐더러 변화를 이끌어 낼 유인으로서도 부족하다. 초점은 헬스케어의 고객, 즉 환자들에게 맞춰져야 한다. 단순히 즐거운서비스를 제공할 뿐 아니라 환자의 의료적, 감정적 니즈 충족을 위해 끝없이 노력해야 한다.

 

또한 조직 내부적으로도 스탠퍼드대 심리학 교수 캐럴 드웩Carol Dweck이 말한성장형 마음가짐을 키울 수 있다. 성장형 마음가짐이란 힘든 업무와 피드백을 통해 역량을 키울 수 있고, 난관이 오히려 배움의 계기가 된다는 의미다. 물론 이렇게 되려면 리더부터가 까다로운 문제나 오류도 받아들이고 공개적으로 알려야 한다. 의료계에서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리스크를 정확히 계산해 감수하고, 실수를 줄이며, 지속적으로 배워야 할 필요성을 명확히 하는 리더가 실제로 조직의 성장을 촉진한다.

 

위기는 성장을 위한 기회이자, 특히 조직문화를 키울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자연재해나 테러공격 후 환자들을 치료했던 기관은 이 경험으로 더욱 유대감이 강해지고 목적의식도 커졌으며 우수성에 대한 욕구가 생겼다고 한다. 조직 목표에 대한 공유의식도 더욱 강해졌다.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2005년 뉴올리언스를 강타했을 때, 옥스너 헬스시스템Ochsner Health System산하의 한 지역병원에 닥친 시련은 실로 엄청났다. 전기도 나가고, 홍수로 물이 가득차고, 환자는 넘치고, 음식이나 기타 물품도 부족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직원들의 사기는 높았다. 직원 모두 힘을 합쳐 평소 역할 이상을 해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의사들이 식사를 나르고, 간호사가 병동을 청소했다. 병원의 공급담당 부사장은그날 밤 여기 있었던 팀은 전쟁 중의 병사들이나 가질 법한 단결력을 보였다. 서로 존중하고 믿었다고 말한다.

 

내부적으로 생긴 위기에 대응하는 것은 좀 더 힘들 수 있다. 그러나 환자의 이야기를 들으면 개선을 이끌 강력한 추동력이 될 수 있다. 환자의 이야기가 안타깝고 자기 자신의 이야기 같다면 더욱 그럴 것이다. 예를 들어, 헨리 포드 헬스시스템Henry Ford Health System은 신규 입사자라면 반드시 어떤 비디오를 보도록 하고 있다. 이 비디오는 중환자실에서 일하는 라나 어디시Rana Awdish의 경험을 영상으로 만든 것이다. 그녀는 2008, 간의 종양이 갑자기 파열되면서 심각한 출혈로 죽음 직전까지 갔다. 쇼크도 심각했고 뇌중풍까지 발생했다. 임신 7개월이던 그녀는 아기를 잃었다.

 

상태가 악화되면서 어디시는 동료들이 자신을 두고여기서 죽으려나 봐” “가망이 없네라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 어디시 자신도 중환자실에서 일할 때 그렇게 말하곤 했었다. 그녀의 경험을 영상으로 보고 들은 헨리 포드의 직원들은 그녀를 치료한 의료진이 문제에만 집중했지 한 인간으로서의 그녀는 간과했고, 헨리 포드에 이런 일이 자주 일어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런 위기를 통해 지도부는 환자를 대할 때 언제나 공감하는 마음을 가지라는 목표를 세우고 노력하게 되었다. 지금도 헨리 포드의 직원은 모두 이 비디오를 반드시 시청하며 공감능력을 가지라는 조직의 목표를 분명하게 각인한다.

 

어디시의 이야기를 들려준 것은 헨리 포드에서 실시한 여러 조처 중 하나일 뿐이었다. 이후 실시한 캠페인을 통해 의사 관련 환자의 만족도는 5~10%p 상승했다.


그릿이 있는 리더

 

랠프 왈도 에머슨Ralph Waldo Emerson은 조직이란 리더의 그림자가 길게 늘어진 모양이나 마찬가지라고 했다. 그릿이 있는 직원들을 유인하고, 팀을 구축하고, 조직문화를 발전시키려면 리더 스스로 열정과 끈기를 보여주어야 한다. 조직 내 모든 사람에게 실체가 분명하고, 권위도 있는 역할 모델을 제시하는 것이다. 직원들을 개인적으로 대할 때에도, 기준을 높이 잡아 까다로우면서도 받쳐주는 역할이 필요하다.

 

토비 코스그로브를 보자. 그는 부지런한 학생이었지만 난독증이 있었고, 30대 중반이 돼서야 이를 알게 되었다. 당연히 그의 학업성적은 좋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는 의대 진학을 목표로 했고, 13군데 학교에 지원했다. 버지니아대만이 그를 받아주었다. 코스그로브는돌이켜보면 난독증이 있어서 더 단호하고 끈질기게 공부했습니다. 남들만큼 이루려면 남들보다 더 해야 했으니까요.”

 

1968년 코스그로브는 징집되었고, 외과 레지던트 과정을 그만두어야 했다. 그는 베트남에서 미공군 외과의로 2년간 복무했다. 귀환한 후 바로 레지던트 과정을 이수하고, 1975년에는 클리블랜드 클리닉에 들어갔다. “모두 저한테 심장전문의는 하지 말라고 하더군요. 그래도 했습니다.” 실제로 코스그로브가 집도한 심장수술은 22000건이다. 비슷한 연배의 의사 중 가장 많다. 최소침습형 승모판막수술을 비롯해 다양한 기술과 혁신적 수술법을 고안했고, 30건이 넘는 특허를 출원했다.

 

코스그로브가 세계적 수준의 외과의로 발전하는 과정은 그 자체로 좋은 그릿 연구사례다. “레지던트 동료들을 통틀어 제가 가장 재능이 없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하지만 실패는 위대한 스승입니다. 저는 정교한 기교를 얻기 위해 노력하고 또 노력했습니다라고 코스그로브는 말한다. “일하는 방식을 서서히 바꿔 나갔습니다. ‘혁신 여행이라 스스로 이름 붙인 여행도 다녔습니다. 전 세계 외과의들과 그들의 기술을 보러 여행을 다닌 것이죠. 그때 배운 기술을 제 수술에도 도입합니다. 일을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을 끝없이 찾아다닙니다.”

 

심장수술팀의 팀장이 되게 했던 열정과 끈기는 이제 43000명의 직원을 거느린 기관의 새로운 리더로서의 실험대에 올랐다. 코스그로브는리더십을 배워야겠다 결심했습니다. 집에 리더십에 관한 책을 가득 쌓아두고, 밤에 퇴근하면 서재에 올라가 읽었습니다. 그리고는 하버드경영대학원 마이클 포터Michael Porter 교수에게 전화를 드렸습니다라고 회상한다. 현대 비즈니스 전략의 아버지라 불리는 포터 교수는 코스그로브를 초대했다. “두 시간 정도 대화하며 걸었습니다. 그런 후 클리블랜드로 오시라 청했고요. 그때부터 아이디어를 교환하고 있습니다.” 포터는 코스그로브에게 CEO의 역할은 저명한 외과의나 열정적 리더보다 더 많은 걸 요구한다는 걸 상세하게 설명했다. 코스그로브는 조직 전략을 개발하되, 환자를 위한 가치 창조와 경쟁적 차별화에 초점을 맞춰야 했다.

 

코스그로브는 클리블랜드 클리닉의 품질데이터를 검토했다. 사망률은 다른 일류 병원과 비슷했지만, 다른 지표에서 드러난 성과, 특히 환자경험에 개선이 필요해 보였다. “사람들이 우리를 존경은 하지만 좋아하지는 않는 것이 분명했습니다.” 2009년에는 짐 메리노Jim Merlino를 최고고객경험책임자로 채용했다. 메리노는 클리블랜드 클리닉에서 일하던 젊은 의사로, 아버지가 클리닉에서 사망하자 병원을 그만 뒀던 이력이 있었다. 코스그로브는 메리노에게 그를 떠나게 했던 이유를 찾아 개선할 것을 요청했다.

 

코스그로브는 메리노의 혁신적 아이디어를 지원했다. 그중에는긍정적 탐문 과정을 모든 직원이 참여토록 하자는 것도 있었고, 내부적으로 훈련용 영화를 찍자는 것도 있었다. 이 공감발달 영상은 매우 인상적이어서 클리닉 외부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시청했으며, 유튜브 조회 수만 400만 건이 넘었다. 이런 노력을 기울인 결과 환자만족도 지수에서 꼴찌 그룹이던 클리블랜드 클리닉은 최상위 그룹으로 올라섰다.

 

코스그로브와 팀이 성취한 조직적 변화는 몇 가지만 열거하기엔 너무 많다. 일부만 예를 들자면, 환자 주차장과 의사 주차장을 바꿔 환자들이 클리닉 입구 가까이 차를 대게 한 것, 의료기록을 전자문서 형태로 바꾼 것, 임상표준경로를 세워 일관성을 확보하고, 의료서비스의 품질을 개선한 것 등이다. 흡연자 채용을 중지했고, 합성마약 문제가 전국적으로 심각해지자 의사와 임원진을 포함해 전 스태프를 대상으로 무작위 마약 테스트를 실시했다.

 

이런 변화도 처음에는 그다지 환영받지 못했다. 하지만 코스그로브는 스스로를 믿었고 계획대로 계속 추진했다. 그의 책상 위에는생각할 수 있다면 실현할 수 있다라고 적힌 팻말이 올려져 있다.

 

CEO로서 13년간의 재임기간 동안 그가 이룬 업적은 감히 반박하기 힘들 정도다. 환자만족도 이외에도, 2004 37억 달러였던 매출이 2016년에는 85억 달러로 껑충 뛰었고, 총 환자방문 수도 280만 회에서 710만 회로 상승했다. 거의 모든 지표가 미국 의료기관 중 최상위 수준이 되었다.

 

CEO로서 처음 연설했던 날, 코스그로브는환자 우선이라고 적힌 배지 4만 개를 나눠주었다. 인상을 찌푸린 직원은 없었는지 묻자 그는 이렇게 답했다. “많이들 그랬습니다. 하지만 못 본 척하기로 마음을 먹었죠.”

 

코스그로브는 그릿이 무엇인지 보여주었다. 그리고 클리블랜드 클리닉은 그릿 그 자체가 되었다.

 

토머스 H. (Thomas H. Lee)는 프레스 개니의 의료부문 최고 책임자다.

그는 내과전문의이자, 하버드의학대학원의 외래교수이며 하버드 T. H. 챈 공중보건대학원에서 의료정책과 경영을 가르친다.

앤절라 L. 덕워스(Angela L. Duckworth)는 펜실베이니아대 심리학 석좌교수이며,

캐릭터 랩(Character Lab)의 설립자이자 CEO. 저서로는 <    IQ, 재능, 환경을 뛰어넘는 열정적 끈기의 힘, 그릿    >이 있다.

 

번역 송채영 에디팅 조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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