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11-12월호 신뢰의 리더십 샬린 굽타
샌드라 서처(Sandra Sucher)

신뢰의 리더십

CEO 다섯 명의 사례가 보여주는 공정성, 선의, 권력의 연결고리

샌드라 J. 서처, 샬린 굽타

 

 

업은 CEO에게 중대한 문제를 해결하고 까다로운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단독 권한을 부여한다. 하지만 CEO의 힘은 대부분 기업의 이해관계자가 CEO에게 그 힘을 기꺼이 양도하려는 의지에 달려 있다. 이해관계자의 신뢰에 크게 의존한다는 말이다. 신뢰를 저버리는 리더는 곧 쫓겨난다. 우버의 창립자 트래비스 캘러닉의 경우를 보자. 그의 경솔하고 가끔은 부적절한 행동 때문에 우버는 여러 차례 대중의 눈총을 샀다. 캘러닉은 우버에 악덕문화를 심었다는 비난을 받고 주주들의 반발로 자리에서 물러나고 말았다. 캘러닉의 사례가 특별한 건 아니다. 얼마 전 시장조사기관 PwC가 내놓은 분석에 따르면, 2018년 실적 부진이나 이사회와의 불화로 해고된 CEO보다 윤리적 과실로 해고된 CEO의 수가 더 많았다.

 

잘못한 경영진을 해고하는 이유는 그것이 단지 옳은 조치여서만이 아니다. 이는 비즈니스 관점에서 필요한 조치이기도 하다. 리더에 대한 이해관계자들의 신뢰는 조직성과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일례로 2000년에 전미대학체육협회 소속 농구팀 30개를 대상으로 실시한 한 연구에서, 리더에 대한 선수들의 신뢰가 동료선수에 대한 신뢰보다 팀의 성공에 더 중요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코치를 신뢰하는 팀은 코치를 신뢰하지 않는 팀보다 승률이 7% 더 높았다. 그리고 코치에 대한 신뢰도가 가장 높은 팀이 최고의 승률을 기록했다.

 

세인트루이스 워싱턴대 커트 더크스Kurt Dirks와 버팔로 뉴욕주립대 도널드 L. 페린Donald L. Ferrin은 메타분석을 통해, 리더에 대한 직원의 신뢰가 직원의 업무성과, 전반적인 업무만족도, 조직헌신도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1999년 호텔체인 홀리데이인에 대한 연구에서는 직원 6500명이 5점 척도로 상사에 대한 신뢰도점수를 매긴 결과, 신뢰점수가 8분의 1점 상승할 때마다 호텔의 연간이익이 2.5%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금액으로 따지면 지점 한 곳당 25만 달러에 달한다.

 

리더는 어떻게 신뢰를 얻고 잃을까? 조직이 신뢰를 얻고 잃는 과정과 대개 비슷하다.(180페이지신뢰의 위기참고) 사람들은 리더의 신뢰도를 기업의 신뢰도와 같은 방식으로 평가한다. 즉 역량, 동기, 수단, 영향이라는 네 가지 측면에서 평가한다. 그런데 리더에게는 한 가지 요건이 추가된다. 정당한 절차를 거치고 그 자리에 올라야 한다는 점이다. 그렇지 않으면 정당성이 결여된 리더로 비친다. 리더가 적절한 방식으로 자리에 앉지 않았다고 믿는 이해관계자는 리더의 지시에 비협조적일 가능성이 크고, 심한 경우 지시를 거부할 수도 있다.

 

이 다섯 가지 평가기준을 잘 이해하는 리더는 더 많은 신뢰를 쌓고, 더 강력한 관계를 구축할 수 있다. 반면 이런 기준에 무관심한 리더는 엉겁결에 자신의 신뢰를 훼손하는 방식으로 행동하기 쉽다.

 

리더가 특별히 강점을 보이는 기준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신뢰를 얻으려면 정통성과 역량은 반드시 뒷받침돼야 한다. 이 두 가지가 결여된 리더를 신뢰하기란 상당히 어렵다. 다른 세 가지 기준은 신뢰의 도덕적 혹은 윤리적 영역을 구성한다. 우리는 리더의 의사결정, 리더가 이득을 주려는 상대(동기), 목표를 성취하는 방법(수단), 리더가 타인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모두 인정하는지 안하는지(영향)를 보고 이런 부분을 평가한다. 이 세 가지 기준에서 신뢰를 많이 쌓은 리더일수록 더 많은 권한을 갖게 된다. 이 가운데 무엇이 가장 중요한지는 보통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핵심은 리더가 자신의 상황에서 가장 필요한 기준이 무엇인지 잘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당성.기업의 창업자가 아닌 사람이 조직의 꼭대기에 오르는 가장 흔한 방법은 이사회의 선택을 받는 것이다. 이사회의 선택에 동의하지 않는 직원과 고객도 이사회의 리더 선출 프로세스를 존중하기 때문에, 결정 자체에 이의를 제기하지는 않는다. 대다수 기업의 리더들이 이런 식으로 자리에 오른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

 

워싱턴포스트 발행인이던 캐서린 그레이엄Katherine Graham은 남편이 사망하면서 회사의 최대 지분을 물려받았다. 남편은 신문의 소유주였던 장인의 결정으로 리더 자리에 임명됐었다. 가족 사업의 명맥을 잇고 가족의 비전을 따르기 위해 그레이엄은 경영 일선에 나서기로 결심했고, 1963년 회장으로 선출됐다. 하지만 그레이엄은 고전했다. 저널리즘 경험이 부족하고 사업 경험은 전무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언론계와 재계는 여성을 기업의 수장으로 인정해 주지 않았다. 그래서 그레이엄은 정당성이 불안정한 상태에서 워싱턴포스트를 이끌어갈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카리스마 넘치는 남편을 믿고 따랐던 직원들의 마음을 얻어야 했는데, 많은 직원들이 그레이엄을무식한 침입자로 취급했다. 임기 초반에는 신문사 인수 제안이 몰려들었다. 그레이엄이 매각을 원한다는 루머도 끊이지 않았다. 그레이엄은 개인적으로도 많은 업무 학습량과 자격지심이라는 문제를 극복해야 했다.

 

역량.이해관계자들은 일 잘하는 리더를 원한다. 역량을 발휘하지 못하는 리더는 자리를 오래 보전할 수 없다. 많은 경우에 역량은 리더가 정당성을 점진적으로 획득하는 주요 경로가 된다. 그레이엄도 바로 이런 과정을 거쳤다. 닉슨 대통령의 사임을 초래한 펜타곤 문서와 워터게이트 조사로 시끌시끌했던 몇 년 사이에 워싱턴포스트를 전국 유력지로 성장시킨 장본인이 바로 그레이엄이었다. 워싱턴포스트가 언론으로서 성공한 덕분에, 그레이엄이 취임한 1963년과 사임한 1991년 사이 회사 수익은 8400만 달러에서 14억 달러로 20배 가까이 불어났다. 1971년 그레이엄은 워싱턴포스트의 주식을 상장했는데, 그녀가 회사를 떠난 1991년에는 주식가치가 거의 20억 달러에 달했다. 그레이엄은 여성 최초로 포천 500대 기업의 리더가 되기도 했다.

 

한편, GM의 메리 바라Mary Barra는 자신의 역량을 기반으로 밑에서부터 차근차근 밟아 올라가 결국 CEO가 됐다. GM에서 30년 동안 잭 스미스 전 CEO의 비서, 글로벌제조공학 담당 부사장, 조립공장 책임자, 경쟁적운용공학 담당 전무, 인사부장, 최고제품책임자 자리를 두루 거치며 뛰어난 능력을 발휘한 덕분에 유리천장을 뚫을 수 있었다. 바라는 각 자리에서 영향력 있는 기여를 했다. 예컨대 제조공학 부사장으로 있을 때에는 GM의 생산프로세스 재정비, 비용 절감, 제품 출고기간 단축 등의 성과를 냈다. 2009년 인사부장이었을 때에는 GM의 복잡한 인사정책 및 절차를 간소화했고, GM이 파산위기에 처했을 때에는 고통스러운 구조조정 과정을 함께했다. 최고제품책임자였을 때에는 다양한 지역의 GM 프로세스를 능률화 및 간소화하고 팀워크를 개선했다. 바라의 한 동료는 비즈니스 인사이더Business Insider그녀는 모범과 친절함을 통해 충성심을 이끌어냈다라고 말한 바 있다.

 

바라는 공식적인 채용 프로세스를 거치기 전에 자신의 역량을 증명해 보였다. 반면, 그레이엄은 보다 파격적인 과정을 거쳐 리더 자리에 오른 뒤 자신의 역량을 증명해냈다. 이는 신뢰를 얻는 데 정당한 절차가 중요하기는 하지만, 정당한 절차가 없어도 신뢰를 얻는 방법이 있음을 보여준다.

 

동기. 리더는 여러 이해관계자의 이익에 동시에 기여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종종 타협이 수반된다는 사실을 이해관계자들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리더가 자신들의 이익을 등한시하고 투자자 같은 특정 이해관계자 집단만을 우선시하는 모습을 계속해서 보여주거나 회사 혹은 리더 개인의 입장만을 우선시한다면, 이해관계자들은 더 이상 그를 신뢰하지 않을 것이다.

 

마크 베니오프는 1999년 세일즈포스를 설립하면서 자신의 동기를 명확히 밝혔다. 주주들의 요구를 뛰어넘는 어젠다를 보여주고 수익 창출 이외의 목표를 포함시켰다. 베니오프는 회사 수익의 1%, 직원 업무시간의 1%, 자사 제품가치의 1%를 해마다 비영리단체에 기부하겠다고 맹세했다. 다짐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2015년에 인디애나 주()가 성소수자 고객에 대한 서비스를 기업이 거부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법안을 통과시키자 베니오프는 강경한 입장을 취했다. 인디애나 주에 대한 세일즈포스의 투자를 철회하겠다고 압박하고, 인디애나 주를 떠나고 싶어하는 직원들에게 전근 지원 패키지 프로그램을 제공하겠다고 약속하고, 다른 기술기업 CEO들을 결집시켜 법안 반대운동에 힘을 보탰다. 이에 인디애나 주는 성적 지향이나 성 정체성을 이유로 고객서비스를 거부하는 비즈니스를 금지하도록 재빨리 법안을 개정했다.

 

같은 해 베니오프는 직원보상 정책을 정기적으로 검토해서, 성별이나 인종에 관계없이 동일한 임금을 받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더 최근에는 자동 및 반자동 총기를 판매하는 고객사가 세일즈포스 기술 이용을 금지하는 새로운 정책을 도입했다. 기업의 수익보다 사회의 이익을 먼저 생각하는 베니오프의 신념을 보여주는 조치였다.

 

지금까지 이런 조치들로 회사가 본 피해는 없다. 오히려 세일즈포스는 세계 최대의 고객관계관리 기업이 됐다. 2018년 기준 시장점유율은 19.5%였고(업계 2인자인 SAP 8.3%), 연평균 수익성장률이 63%에 달했다. 이뿐만 아니라 직장평가 사이트 글래스도어에서 베니오프 대한 직원들의 지지율은 2013년부터 꾸준히 90%를 웃돌고 있다. 참고로 평균 CEO 지지율은 69%.

 

베니오프가 세일즈포스를 경영하는 방식에 모두가 동의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의 입장이 무엇이고, 왜 그런 태도를 취하는지에 대해서는 누구도 혼동하지 않는다. 자신의 동기를 투명하게 밝히고 타인에게 관심을 기울임으로써 베니오프는 직원, 고객, 주주, 이사회의 신임을 얻었다. 베니오프는 그것이 모든 CEO가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믿는다. CNBC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지금 이 순간 기술업계의 상황을 보시면 알겠지만, 리더가 신뢰를 최고의 가치로 여기지 않으면 직원과 경영진은 등을 돌립니다.”

 

수단.리더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어떤 수단을 사용할지 결정하고, 회사의 행동방침에 기반이 되는 규칙을 설정할 책임이 있다. 이런 규칙이 공정하다는 인식이 있으면 이해관계자들은 리더를 신뢰하고 리더에게 더 많은 권한을 부여할 것이다.

 

2009년 제니퍼 하이먼Jennifer Hyman은 여성들이 겪는 부당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렌트 더 런웨이Rent the Runway를 공동 창업했다. 특별한 행사에 참석해야 하는 남성은 턱시도를 대여하면 되지만, 여성은 딱 한 번 입을 드레스를 자비로 구입해야 한다. 이에 렌트 더 런웨이는 여성들이 한 번 입을 드레스를 대여해 주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의상 대여와 관련해 고객이 우려할 만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드라이클리닝을 대신해 주고, 대여한 옷을 무료로 수거하고, 다른 사이즈의 여벌 옷을 무료 제공하고, 옷이 손상되는 경우에 대비해 저렴한 가격(5달러)으로 보험을 제공했다. 이런 합리적 가치 제안은 여성들에게 큰 공감을 얻었고, 렌트 더 런웨이는 곧 구독형 일상복 대여 서비스를 내놓았다. CNBC의 보도에 따르면, 2018년 기준 렌트 더 런웨이의 고객은 900만 명을 넘어섰다.

 

하이먼의 인사관리철학 역시 공정성을 매우 중시한다. 일례로 2018년 하이먼은 파트타임 직원들에 대한 불공평한 처우를 개선하기로 했다. 하이먼은 뉴욕타임스에 실은 기고문에서 사내 정규직 직원들이대개 비교적 부유한 환경에서 교육을 많이 받은 계층으로 구성돼 있다고 밝혔다. 정규직 직원은 원격근무, 병가, 가족휴가 혜택을 자유롭게 누릴 수 있는데, 여기에는 12주의 유급 출산휴가와 복직 직후 2개월 간의 유연근무도 포함된다.

 

반면 창고, 소매점, 고객서비스 부서에서 일하는 파트타임 직원들은출산, 경조사, 가족 병간호 등 개인적으로 중요한 일이 닥쳤을 때 정규직 직원과 동일한 혜택을 받을 수 없었다고 하이먼은 기고문에 썼다. 그래서 파트타임 직원들에게 정규직 직원들이 누리는 휴가와 안식일 패키지를 제공하기로 했다. 하이먼의 주요 목적은 직원들을 공정하게 대우하는 것이었지만 생산성을 향상시키고, 직원교육비용을 낮추고, 파트타임 직원뿐만 아니라 회사의 올바른 가치에 동참하고자 하는 정규직 직원의 유지율을 높이는 부수 효과도 기대했다. “직원들은 지금까지 내가 리더로서 내린 그 어떤 결정보다 이 결정에 훨씬 긍정적으로 반응했다고 하이먼은 말했다.

 

현재 렌트 더 런웨이에서 일하는 유자녀 여성 직원의 이탈률은 0%. 하이먼의 방식은 다른 부분에서도 효과를 보이고 있다. 2019 3월 렌트 더 런웨이의 평가가치가 10억 달러를 넘어서면서유니콘기업으로 등극했다.

 

영향. 조직과 마찬가지로 리더도 의도와 상관없이 본인이 초래한 영향에 대해 평가를 받는다.

 

의도하지 않은 영향에 책임을 진 리더의 사례로 존슨앤드존슨의 CEO였던 제임스 버크James Burke의 이야기가 아마 가장 유명할 것이다. 1982년 청산가리에 오염된 캡슐형 타이레놀을 복용한 일곱 명이 사망한 사건으로 존슨앤드존슨은 위기를 맞았다. 청산가리가 존슨앤드존슨이 소유한 시설에서 투입된 게 아니었기 때문에 회사는 손쉽게 책임을 피해갈 수도 있었다. 하지만 버크는 즉각적인 대응에 나섰다. 시중에 진열된 모든 타이레놀을 수거하고, 광고를 중지하고, 리콜을 실시한 첫 일주일 동안 800만 개의 타이레놀 캡슐을 테스트하고, 갖고 있던 타이레놀 병을 버렸다는 고객들에게 보상쿠폰을 제공하고, 새로운 3중 오염방지 밀봉법을 자체 개발했다. 이후에 다른 제약회사들도 이 밀봉법을 도입했다. 버크는 1억 달러를 들여 리콜을 실시했고, 이에 대해 일부 전문가는 과잉대응이라고 지적했다.

 

타이레놀은 존슨앤드존슨 순이익의 17%를 책임지는 제품이었다. 마케팅 전문가들은 이 브랜드가 재기할 수 없을 거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두 달 후 존슨앤드존슨의 주가는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책임감 있는 조치를 보여준 덕분에 버크는 포천이 선정한 위대한 CEO 10인에 오르고 역사에도 이름을 남겼다. , 리콜이 흔치 않았던 시절에 기업의 총체적 영향을 이해하고 그 영향이 부정적일 때 취하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했다.

 

앞서 소개한 사례들이 보여주듯이, 리더가 이해관계자들의 신뢰를 얻거나 되찾거나 유지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하지만 CEO를 비롯한 리더들이 기업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수익을 지속적으로 창출하려면 다섯 가지 기준 하나하나를 진지하게 고려해야 한다. 이들이 맡은 일을 제대로 해내고 자리를 지키기 위해서는 회사의 소유권을 지니고 있고, 회사를 위해 일하고, 회사의 제품을 구매하거나 사용하는 사람들의 신뢰를 얻어야 하기 때문이다.

 

샌드라 J. 서처는 하버드경영대학원 패컬티 펠로다.

샬린 굽타는 하버드경영대학원 연구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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